韓배터리 잡으려는 EU 배터리 규제···오히려 EU 기업에 역효과?

“유럽연합(EU)의 배터리 규제 규정들이 선의이며, 필요하기도 하고, 환영할 만한 것이지만 그 시행 효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게다가 유럽 기업들이 (한국과 중국의 배터리 업체들과) 경쟁하는 데 있어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

"한국과 중국처럼 배터리 초기 재료와 재활용 재료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시장의 기업들은 공급 체인이 덜 발달되어 있고, 여전히 수입 재료에 의존하고 있는 EU 기업들에 비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덜 발달된 배터리 공급망을 가졌다는 점에서 EU와 같지만, 미국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배터리 기술과 전기차 혁신에 중요한 역할을 할 높은 수준의 운영상 자유를 유지할 것이다."

"배터리 규제 기준을 다른 어떤 제품보다 높임으로써 세계적 선두 업체들에 크게 뒤처진 유럽 배터리 업계는 이를 따라잡고 보조를 맞추려 애써야 하는 위험이 있다. 이는 자동차 업체의 생산 능력을 제한하고 혁신을 왜곡하고 투자 둔화를 야기할 수 있다.”

일단의 미국과 영국의 과학자와 전문가들이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유럽집행위원회(EC)의 강력한 역내 새 배터리 및 폐배터리 관련 규정 적용에 대해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며 강력히 경고하고 나섰다. 지난 23일 사이언스(Science)지 기고문에 통해서다.

▲유럽이 내년 1월 1일부터 강력한 강력한 배터리 순환을 규정한 새로운 규제법을 시행한다. 그러나 엄격한 규제가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왔다. (사진=사이언스)

EC는 지난해 말 새 배터리 규정을 마련, 환경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운 강력한 배터리 재활용과 유럽 각국의 배터리 산업 발전 효과까지 1석2조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이 규정이 채 시행도 되기 전에 전문가 집단의 경고를 받은 것이다.

이대로라면 앞서 가는 한국·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더 앞서 갈 것이며, 유럽 기업들은 기업 운영에서 자유로운 미국에도 뒤질 것이라는 내용이다. EC의 노림수가 다소 궁색해졌다.

EC가 내년 1월1일부터 새규정을 통해 해결하고 완화하고 싶어하는 것은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프레임워크 조건 부재 ▲규제상의 약점으로 인한 최적의 재활용 시장 기능 저하 ▲원료 공급에 대한 투명성 부족, 유해 물질, 배터리 수명 주기의 환경적 영향 상쇄 미개발에 따른 사회적, 환경적 위험 등 3가지인데, 전문가들이 이대로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다고 태클을 건 셈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EC의 강력한 규제가 전세계 배터리 관련 정책을 통합할 높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 필수적인 배터리 공급망을 예측 가능하고 강력하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강력한 새 EC 배터리 규정이 아닌) 글로벌 표준을 제시했다.

EC가 전문가 그룹의 부작용 지적과 제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선제적으로 배터리 국제표준안 등을 마련하는 등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우리나라가 세계 배터리 산업을 주도하면서 유럽에 적극 진출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과연 유럽은 전문가그룹이 사이언스지에 제시한 경고를 받아들여 전세계적 배터리 표준을 주도하려 들까, 아니면 좀더 규정을 완화한 지침을 제시하게 될까.

저간의 경과와 내용을 살펴본다.

▲ReLIB 프로젝트(EV 배터리의 효율적인 리사이클 프로세스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한 기술자가 닛산 리프 전기차의 배터리를 재활용하기 위해 손으로 제거하고 있다. 이 과정을 자동화하면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속도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사진=ReLIB 프로젝트, 버밍엄 대)

내년 1월 1일 부로 시행되는 EC 배터리 규정 내용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개정된 EC 배터리 규정에 들어있는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다 쓴 배터리 관리=생산자는 추가될 수 있는 의무나 요구사항에 따라 생산자 책임 조직을 통해 다 쓴 배터리 관리 의무를 일괄적으로 준수해야 한다.

▲생산자 정보 발표=EU 회원국은 매년 각 회원국의 시장에서 사용 가능한 배터리의 양, 수거된 폐 배터리의 양, 달성된 재활용 효율의 가치 및 회수된 재료의 가치를 명시하는 집계 정보를 발표해야 한다.

▲모든 생산자 등록=각 EU 회원국은 관할 당국이 관리할 생산자 등록을 보유하게 된다. 모든 생산자는 생산자의 책임과 분리 수거 의무를 달성하기 위해 시행된 조치를 입증하는 선언서를 포함한 모든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관할 당국에 등록해야 한다.

▲유해물질 라벨링=2023년 7월 1일 부로 배터리에는 ‘분리 수거’를 나타내는 기호가 표시돼야 하며 카드뮴 또는 납을 포함한 배터리에는 원소 기호가 표시돼야 한다. 2027년 1월 1일 부로 배터리의 식별과 주요 특성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토록 하는 규정의 부속서 6의 정보에 에 따라 배터리에 라벨을 표시해야 한다. 배터리 종류에 따라 QR코드를 인쇄하거나 새겨 해당 배터리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한다.

▲생산자 책임 확대=생산자는 최초로 EU 회원국 내에서 사용 가능한 배터리에 대한 더 확대된 책임을 지게 된다. 여기에는 특히 폐배터리의 분리 수거, 운송, 준비 및 처리, 관할 당국 보고, 폐 배터리 분리 수거 촉진 및 다 쓴 배터리 측면을 포함한 정보 제공 의무가 포함된다.

▲쉽게 분리되는 배터리=생산자는 배터리 수명이 기기보다 짧거나 늦어도 기기 내에 있는 휴대용 배터리를 기기에서 쉽게 분리하고 교체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폐 휴대용 배터리 수거=생산자는 폐휴대용 배터리의 특성, 브랜드 또는 원산지에 관계없이 모든 폐 휴대용 배터리를 수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유통업체, 폐기물 전기장비 및 폐차시설, 공공당국, 자발적 수거지점 등 다른 관련 운영자와 협력해 수집지점 네트워크를 무료로 구축해야 한다. 또한 폐 휴대용 배터리가 이후 처리 및 재활용 될 수 있도록 수집 및 운송을 위한 실질적 설비를 제공해야 한다. 생산자 회수 약속은 생산자의 목표 달성 보장하고 의무를 준수하는지 검증하는 관할 당국의 승인에 따른다. 폐휴대용 배터리 수거 목표는 2023년 12월 31일까지 45%, 2025년 12월 31일까지 65%, 2030년 12월 31일까지 70%다.

▲폐 배터리 재활용 의무화=2030년 1월 1일부터 EU 생산되는 배터리에는 폐배터리에서 회수된 코발트, 납, 리튬 및 니켈을 일정 비율 포함해야 한다. 이 비율은 2035년 1월에 늘어난다. 예를 들어 2030년에는 회수 리튬 4%를 사용해야 하며, 2035년에는 10%까지 늘어나게 된다.

▲자동차 및 산업용 폐 배터리 수거=산업용 배터리 및 전기차 배터리 생산자는 일반 사용자가 새 배터리를 구입하지 않더라도 해당 회원국에서 시판 중인 각 유형의 폐배터리를 무료로 회수해야 한다. 민간, 비상업적 이용자 시설에서 산업용 폐배터리에 대한 사전 해체를 요구하는 경우, 생산자는 시설 내 해체 및 수거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생산자는 적절한 기반시설을 갖춘 수거 지점을 제공하고, 현장 저장 용량에 비례하는 빈도로 수거 지점으로부터 관련 폐배터리를 수거하며, 처리 및 재활용 시설에 폐배터리를 전달해야 한다.

▲용도 변경 및 재제조=이 규정은 산업용 및 전기차 배터리의 두 번째 수명을 위해 용도 변경 및 재제조 기능을 제시한다.

▲처리 및 재활용=수거된 폐배터리는 매립 또는 소각이 금지되며 재활용 프로세스에 들어가야 한다. 재활용자는 반드시 각 재활용 프로세스가 새배터리 규정 부속서 12에 명시된 최소한의 재활용을 달성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다 쓴 배터리 정보=생산자는 생산자의 배터리에 관한 폐배터리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정보를 최종 사용자와 유통업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여기에는 안전 지침, 배터리에 인쇄된 라벨과 기호, 배터리에 포함된 물질, 즉 부적절한 폐배터리 처리에 따라 환경과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 등이 포함된다.

▲배터리 정보시스템 구축=2026년 1월 1일까지 EC는 2kWh를 넘는 전기차 배터리 및 산업용 충전식 배터리에 대한 정보 교환을 위한 전자 정보 교환시스템을 설치하게 된다.

▲ReLIB 로봇 기술자가 리튬 이온 배터리를 해체해 더 빠르게 분류하게 줄 테스트 및 진단 자동화 방법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ReLIB, 버밍엄 대)

EC는 왜 강력한 규제카드를 들고 나왔나?

EC의 의도는 무엇보다도 이 지역이 갖는 정치적, 경제적 비중을 활용해 보다 ‘공정한’ 세계 전기차 및 배터리 시장을 보장하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역내 배터리 산업을 키워 세계 시장에서 앞서가는 한국과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의존도를 줄이려는 것이다.

유럽은 중요한 전기 자동차 시장인 만큼 유럽의 규제는 다른 많은 국가들의 배터리 공급망에도 그 효과와 영향을 미치게 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전문가들로부터 EU의 발목을 잡는 2가지 문제를 지적받았다. 이 배터리 규정이 ▲새로운 시장과 성숙한 시장 간 불균형을 보이며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의 빠른 성장과 혁신으로 인한 불확실성 이 상존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운영된다는 점이 꼽혔다.

이 연구를 주도한 영국 뉴캐슬 대 올리버 하이드리히 박사는 "기후변화, 지속가능성, 경쟁력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어려운 과제다.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 측면을 성공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배터리 원료 추출에서부터 탄소 감축 목표 달성과 최종 폐기 때까지의 공급 및 가치 사슬을 따라가며 이뤄지는 공식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보다 엄격한 규제를 준수할 능력을 갖춘 기업은 이러한 시장에서 커다란 경쟁 우위를 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특히 자국내 규제 요건이 잘 확립돼 있고 까다로운 중국에서 더욱 그렇다. 중국과 한국과 같이 배터리 초기 재료와 재활용 재료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시장의 기업들도 공급 체인이 덜 발달되어 있고 여전히 수입 재료에 의존하고 있는 EU 기업들에 비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덜 발달된 배터리 공급망을 가졌다는 점에서는 EU와 같지만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배터리 기술과 전기차 혁신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높은 수준의 운영상 자유를 유지할 것"이라며 각각 EU대비 우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순환 에너지 스토리지 리서치 및 컨설팅(Circular Energy Storage Research and Consulting)의 한스 에릭 멜린은 "배터리 공급망에서 높은 수준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최종 목표가 탈탄소화와 탄소 배출을 줄인 운송 분야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배터리 규제 기준을 다른 어떤 제품보다 높임으로써 세계적 선두 업체들에 크게 뒤처진 유럽 배터리 업계가 이를 따라잡고 보조를 맞추려 애써야 하는 엄청난 위험이 있다. 이는 2030년까지 필요한 규모의 전기차를 생산하게 될 자동차 업체의 생산 능력을 제한하고 혁신을 왜곡하고 투자 둔화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분쇄된 리튬 이온 배터리 재료. 일반적으로 리튬이온 배터리 재활용 공정에서는 분쇄 공정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리튬이온재활용(ReLIB) 프로젝트는 셀을 분해해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보다 효율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ReLIB, 버밍엄 대)

해결책은 글로벌 배터리 표준 마련

그렇다면 영국과 미국의 전문가들은 어떤 대안을 제시했을까.

이들은 EC의 강력한 규제가 재활용, 재활용 원료 사용, 순환경제 조성 등의 접근방식에 대한 (전세계 배터리 관련) 정책을 통일시켜 줄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필수적인 배터리 공급망을 예측 가능하고 강력하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글로벌 표준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EC가 정한 새롭고 앞선 표준은 유럽시장의 상당한 전기차 시장 점유율과 함께 그러한 표준 수립을 이끌어 갈 지렛대를 제공할 수 있다.

영국 버밍엄대 개빈 하퍼 박사는 “EU 배터리 규정에는 감복할 만한 의도가 있지만 제조사, 재활용업체, 그리고 전 세계 다른 행위자들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달성하기 어렵고, 정치적으로는 도전 과제가 되겠지만 함께 조정된 세계적 접근 방식(세계 배터리 표준)은 전기 운송(전기차)으로 보다 빠르고 효과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보장해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이언스지 기고문 요약

사이언스지 7월 23일자에 실린 ‘EU 배터리 규제가 가져오는 전세계적 영향(Global implications of the EU battery regulation)’이란 제하의 논문 요약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교통수단의 전기화는 탈탄소화 전략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에 그 중심에 리튬 이온 배터리의 설계, 생산, 제조, 사용 및 폐기가 있다. 배터리 수명 주기의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 영향은 고귀한 정치적 의제가 되고 있다. 기하급수적 금속(리튬 등) 추출 증가세, 배터리 생산에 있어서의 기후 영향, 불확실한 다쓴 배터리의 안전성, 재활용성 및 환경적 영향으로 이해서다 (···중략…) 유럽연합(EU)은 탄탄한 유럽 배터리 산업과 가치 사슬을 발전시키면서 EU 시장에 배치된 배터리에 대한 지속 가능성 보장을 꾀하는 새로운 배터리 규정을 제안했다. 이 규정은 매우 필요하지만 아래에서 논의된 바와 같이 어떤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면서 전 세계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최악의 경우 기후변화 완화 목표에 걸림돌이 될 수 있고, 순환(재활용) 경제를 촉진하고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원자재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의도에 이르지 못할 수 있다.”

이번 연구 참여자는 영국 뉴캐슬 대학교, 버밍엄 대학교, 순환 에너지 스토리지 리서치 및 컨설팅, 미 캘리포니아주립 데이비스대, 미 국립 청정 및 저탄소 에너지 연구소(NICE) 전문가들이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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