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M&A 심사기준 강화…”스타트업 생태계에 부정적” 한 목소리

[AI요약] 스타트업에게 대기업 혹은 빅테크의 M&A 제안은 안정적으로 사업화를 추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또한 어느 정도 사업화에 성공한 스타트업으로서는 단기간에 보다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을 규합해 덩치를 키우고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만간 적용될 공정위의 M&A 심사기준 강화가 국내 대표 빅테크의 경쟁력 저하는 물론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공정위의 M&A 심사기준 강화 이슈가 불거지며 업계와 학계에서는 스타트업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스타트업의 성장 과정에서 M&A(인수합병)와 IPO(기업공개)는 필수가 되고 있다. 따지고 보면 토종 빅테크로 꼽히는 네이버, 카카오는 물론 글로벌 빅테크인 구글, 애플, 메타, 아마존 등도 수많은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M&A를 진행하며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신사업을 추진해 왔다.

흔히 ‘J커브’로 불리는 스타트업 성장 과정에서 초기 제품 혹은 서비스 출시 후 비즈니스 안정화를 거쳐 투자자에게 실질적인 수익이 돌아기까지 걸리는 기간을 데스벨리(Valley of Death)라고 한다. 이 기간에 자금부족과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다가 실패하는 스타트업이 전체의 60%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러한 스타트업에게 대기업 혹은 빅테크의 M&A 제안은 안정적으로 사업화를 추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또한 어느 정도 사업화에 성공한 스타트업으로서는 단기간에 보다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을 규합해 덩치를 키우고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전통적인 산업 형태가 빠르게 디지털, 플랫폼 산업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법과 제도가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규제 일변도의 정책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며 기업 규제 혁신을 약속했지만, 정작 현장의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 신사옥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 등장한 남궁훈·홍은택 각자대표는 침통한 표정으로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서비스 장애에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사진=카카오)

더구나 최근 카카오의 데이터센터 화재 사건을 계기로, 그나마도 규제 완화 방침을 내세웠던 정부기관들의 입장이 다시금 규제로 쏠리는 듯한 모양새다.

최근 재차 불거진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온라인 플랫폼 대상 ‘인수합병(M&A) 심사기준 강화’ 이슈가 대표적이다. 사실 이와 같은 공정위의 입장은 최근 변화가 아닌 수년 전부터 고수되던 것이었다. 물론 공정위의 이러한 방침에는 지난 10여년간 급성장한 빅테크 업계의 무분별한 M&A와 그에 따른 독과점 심화, 경쟁 제한 발생 등도 적잖은 영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무한 경쟁에 직면한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M&A 심사기준 강화가 국내 대표 빅테크의 경쟁력 저하는 물론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스타트업 성장모델에 있어 M&A는 필수

'공정위 MA& 심사기준 강화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칠 영향' 토론회가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국회 스타트업 연구모임 '유니콘팜' 공동 추최로 지난 19일 국회에서 개최됐다. (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

공정위의 온라인 플랫폼 대상 ‘인수합병(M&A) 심사기준 강화’와 관련해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여야 의원들로 구성된 국회 스타트업 연구모임 ‘유니콘팜’이 공동 주최한 ‘공정위 M&A 심사기준 강화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칠 영향’ 토론회가 지난 19일 개최됐다.

이날 ‘유니콘팜’의 공동대표인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국의 경우 IPO와 M&A로 투자를 회수하는 비율이 각각 50%, 44%인데 비해 국내의 경우 IPO는 36.7%, M&A는 고작 0.5% 수준”이라며 “최근 미약하게 나마 M&A가 엑시트 통로로 주목받고, 그 추세가 확산되는 시점에서 (공정위의) 심사 기준이 강화되는 것은 자칫 창업 및 벤처투자 시장에 부정적인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유니콘팜’의 또 다른 대표인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 역시 “공정위에서는 플랫폼 사업자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방지하기 위해 M&A 심사기준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M&A는 스타트업의 성장을 촉진하기도 하고 제한하기도 하는 양면성이 있다”며 “중간지점을 어떻게 찾느냐에 대한 논의가 이번 토론의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말했다. 또 김 의원은 “지난해 공정위가 처리한 M&A 심사가 1113건인데, 심사를 담당한 직원은 8명”이라며 심사의 속도, 품질 강화를 위한 국회 차원의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이날 유 원장은 '스타트업의 성장모델과 M&A의 중요성'을 주제로 글로벌 시장과 격차를 보이는 국내 상황을 진단하며 M&A의 활성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테크42)

본격적인 토론회는 ‘스타트업의 성장모델과 M&A의 중요성’을 주제로 한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의 발제로 시작됐다.

유 원장은 최근의 글로벌 톱10 스타트업들의 시가총액을 제시하며 “전 세계는 스타트업 전성 시대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아쉬운 점은 애플 하나를 팔면 우리나라 모든 상장사를 사고도 500조원 이상이 남을 정도로 글로벌과 국내 격차가 굉장히 크게 벌어져 있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유 원장은 이렇듯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글로벌 빅테크가 단기간에 규모를 키우고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한 배경으로 ‘활발하게 진행된 M&A’를 꼽아 관심을 집중시켰다. 미국 사례 분석에 이어 우리나라 상황을 진단한 유 원장은 “학자의 입장에서 볼 때 M&A를 활성화 시키는 토론회가 수십번 열려도 모자랄 판인데, 규제를 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이슈가 놀랍다”라며 스타트업 엑시트 유형 연구, 유니콘 비즈니스 모델 연구 등의 필요성과 함께 초기 M&A를 활성화하고 IPO 시장 제도 개선 등을 반영하는 스타트업 관련 정책 기조 전환을 촉구했다.

공정위, 검증되지 않은 킬러인수론 적용해 규제하고 있어

주진열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주 교수는 발제 시작부터 공정위를 직격하며 객관적인 근거 없이 진행되는 규제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사진=테크42)

‘플랫폼 기업의 이종혼합형 M&A 심사강화의 의미와 영향’을 주제로 발제를 이어간 주진열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전 정부에 이어 현 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공정위의 ‘킬러인수론’ 관점의 규제 정책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공정위의 M&A 심사기준 강화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칠 영향은 대단히 부정적”이라며 포문을 연 주 교수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더 특별하게,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공정위의 정책은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고 직격했다.

이어 주 교수는 미국과 유럽의 빅테크, 플랫폼 기업 규제의 양상을 분석하기도 했다. 주 교수에 따르면 유럽은 자국의 플랫폼 산업 육성을 위해 미국 빅테크를 규제하는 반면, 미국은 제약산업에서 불거진 킬러인수론이 소위 뉴브랜다이스파에 의해 정치적인 이유로 플랫폼 영역으로 확장됐다는 것이다.

*브랜다이스 : 1910대 미국 연방대법관으로 ‘대기업과 미국의 민주주의는 양립이 불가능하다’며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대기업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한 인물.

주 교수가 언급한 킬러인수론은 미래의 경쟁자를 미리 제거하기 위한 방안으로 거대 기업이 규모가 작은 경쟁기업을 M&A한다는 주장이다. 즉 주 교수의 말은 앞서 치러진 두 차례의 미국 대선이 페이스북과 같은 플랫폼 기업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고 판단한 정치권에서 이른바 뉴브랜다이스파의 주도로 플랫폼 기업을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그 수단으로 검증되지 않은 킬러인수론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킬러인수론의 문제점을 지적한 주 교수는 “아무리 빅테크라도 모든 혁신 기술을 개발할 수는 없다”며 “현행 독점규제법상 기업 결합 규제 조항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처럼 공정위가 원하면 다 규제할 수 있는 상황인데, 여기서 더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누구를 위한 강화냐”고 재차 직격했다.

공정위, 완전 불허 방침은 아니야… ‘플랫폼 분야에 적합한 보완 하겠다는 것’

신용희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과 과장. (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

공정위의 M&A 심사 기준 강화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신용희 공정위 기업결합과 과장은 “바로잡고 싶은 부분이 있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신 과장은 “과거 전통산업에 적용됐던 기업 결합 심사 기준과 판단 요소가 현행 플랫폼 산업 시대에는 맞지 않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중립적 관점에서 최적화된 판단 요소를 보완하자는 것이 이번 M&A심사기준 변경의 취지”라며 “간이 심사보다 일반심사가 신속성이 떨어지는 측면은 있지만, 일반 심사이기 때문에 모든 기업결합 심사가 불허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전제로 하고 싶다”라며 운을 뗐다.

이어 신 과장은 “과거 카카오나 네이버의 인수합병 사례를 보면 반드시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고 경쟁을 촉진한 측면의 심사 사례도 있다”며 “다만 최근 이슈가 된 부분은 거대 플랫폼이 자리잡고 이후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사업 부문에 진출하며 발생하는 문제 때문”이라고 소견을 밝혔다.

M&A 심사기준 강화와 별개로 공정위가 제정 작업에 속도를 올리고 있는 불공정 거래 행위 심사 지침이 적용될 시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가 첫 타깃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거대 플랫폼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영역에서 소비자 데이터를 이용해 새로 진출한 사업 부문에 지배력을 전이하거나 중소 사업자를 플랫폼에 종속시키는 문제 역시 시장에서 애기가 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느 하나가 반드시 맞다는 것이 아니라, 양쪽의 시각이 분명히 있는 것이고 저희는 이럼 점을 반영해 기업결합 심사 기준을 보완하겠다는 것이죠. 한 측면의 주장만을 따르는 것이 아닌, 양 측면을 균형있게 본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한편 신 과장은 “현재 심사 기준 보완을 위해 연구진에 의해 연구가 거의 마무리된  시점으로 내년 기업결합 심사고시 개정에 반영될 것”이라며 “공정위 기업 결합심사가 반드시 규제만이 있는 것은 아니고, CVC 규제 완화나 PEF(사모펀드) 출자에 대해 간의 심사화하는 등의 부분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며 균형된 시각에 따라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 “M&A에서 스타트업은 약자, 중요한 것은 속도”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 (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날 토론 패널로는 스타트업을 대표해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가 참석했다. 학계와 공정위의 의견을 들으며 김 대표는 과거 리멤버 서비스 출시 등을 떠올리며 과거와 현재 경험한 M&A 사례를 설명했다.

김 대표는 과거 드라마앤컴퍼니를 창업해 명함 자동 등록 앱인 리멤버(네이버가 인수)를 출시한 바 있으며 이어 창업한 자비스앤빌런즈를 통해 세금환급앱 ‘삼쩜삼’을 선보인 바 있다. 최근에는 영상통화 앱인 스무디와 알바 급여 관리앱인 ‘하우머치’를 M&A를 통해 인수한 경험도 있다.

이날 김 대표는 “처음 스타트업계에서 엑시트, 즉 비상구라는 의미를 왜 영광스러운 단어로 생각하는지 몰랐지만, 실제 경험해보니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하다”며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약자의 입장에서 M&A 거래에 임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리멤버는 드라마앤컴퍼니에서 추진한 세 번째 서비스였어요. 앞서 두 서비스가 실패하고 한 달 남짓 버틸 자금이 남았을 때 만들어서 투자를 받으러 돌아다녔죠. 그와 같은 상황의 스타트업은 협상력이 없어요. 죽는냐 사느냐의 기로에서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가격을 협상하는 상황은 없어요. 그냥 큰 회사에서 가격을 제시하면 사인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수준이죠.”

김 대표는 그런 경험을 통해 누구보다 M&A에 나서는 스타트업 대표들의 마음을 절실하게 깨달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경험은 앞서 언급된 스타트업을  인수할 당시 적용됐다.

“인수 논의가 지속되는 과정에서 이 딜이 언제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료 요청에 응해야 하고 직원들과 가족들에게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 대표들의 마음 상태를 저는 누구보다 잘 알았죠. 그래서 저희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사실 가격보다는 속도였어요. 인수를 못할 수도 있지만 불확실한 기간을 줄이고 최대한 빨리 결론을 알려주겠다고 한거죠.”

이어 김 대표는 발언 말미, 공정위가 심사 기준을 강화하려는 취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앞서 교수님들이 말씀을 하셨지만, IPO를 할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고, 저희 같은 스타트업을 M&A할 수 있는 대상은 사실 몇 곳이 되지 않는다”며 “단순히 생각할 때 공급은 늘렸는데, 수요를 줄여버리면 가격은 낮아질 수도 있다는 측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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