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인앱결제 강제 정책, 21세기 ‘소금세’될까?

구글 인앱결제 강제 예고에 콘텐츠사업자, 창작자 업계 반발

‘구글 갑질 방지법’ 법안 처리는 7월로 미뤄져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필수적인 성분인 소금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화폐가 생겨나기 이전부터 물물거래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됐었다. 산업화 이전까지 그 채취와 가공 과정이 너무 어려웠기에, 소금은 금에 버금가는 지위를 누렸다. 이처럼 오랜 세월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소금의 가치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 가늠해 볼 단서는 ‘세금’이다. 어느 나라고 산업화 이전 소금에 세금을 붙이지 않은 나라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른바 ‘소금세’는 시대에 따라 지배층이 피지배층을 단속하고 굴복하게 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난데없는 소금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최근 문제가 되는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이 영국이 인도를 식민 지배하던 시절 소금세를 징수하던 방식과 매우 유사하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영국은 식민지였던 인도에 소금세를 매기고, 소금의 생산과 판매를 통제했다. 인도 사람은 자국의 바닷가에서 자연 생산된 소금조차 모을 수 없게 했으며 오로지 영국에서 판매하는 소금만 살 수 있게 강제한 것이다.

식민지 시절 인도에서는 영국의 '소금세'에 반발해 비폭력 저항운동인 '소금행진'이 전개됐다. 인도 화폐에는 마하트마 간디가 주도했던 당시 소금행진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현대에 이르러 스마트폰을 통한 다양한 앱 사용은 사람들에게 소금과 같은 기능을 하고 있다. 누구나 생활 속에서 앱 한두 개쯤은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사가 구축한 인앱결제 시스템 외에 다른 결제 시스템을 불허하고 임의로 수수료를 조정하는 독점적 글로벌 플랫폼의 행태는, 과거 영국이 인도인들에게 소금세를 징수하던 방식과 다르지 않다.

인앱결제 강제 논란, 진행 상황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이슈는 지난해 6월경 시작됐다. 구글이 인앱결제 수수료 인상과 함께 이를 모든 앱에 의무화한다는 소문이 퍼진 것이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내 앱마켓 수수료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결국 지난해 9월경 구글은 공식적으로 인앱결제 강제 정책과 수수료율 인상을 발표했다.

국내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들과 창작자 단체 등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러한 반발에 따라 정부는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해 구글 인앱결제 실태 점검에 착수했고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소비자 고발을 접수, 구글의 시장지배력 남용 여부 조사에 들어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를 제재하기 위한 법안을 준비한다는 소식까지 들렸다. 이에 구글은 인앱결제 강제 적용시기를 2021년 10월로 연기하고 일부 앱에 대한 수수료율을 30%에서 15%로 인하하겠다고 발표하며 들불처럼 일어난 반발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내 놨다.

다시 한번 인앱결제 강제 정책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면, 이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자가 구글의 플레이스토어, 애플의 앱스토어를 통해 웹툰, 음원 등의 유료 콘텐츠 서비스를 결제할 때, 앱 자체의 결제 시스템을 배제하고 반드시 플랫폼이 정한 시스템을 통해 결제하도록 강제한 것을 의미한다. 이때 인앱결제를 통해 결제 수수료를 30~15%가량 부과한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안드로이드 체재에서 인앱결제 도입 여부는 앱 개발사들의 선택이었지만, 구글의 이러한 정책 변경에 따라 현재 대로라면 2021년 10월부터 모든 앱이 인앱결제를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앱 개발사나 국내 콘텐츠 플랫폼에 부과된 수수료는 결국 콘텐츠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그 부담은 창작자와 소비자가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바보야, 문제는 수수료율이 아니라 인앱결제 강제야

구글의 ‘수수료 인하’ 발표에도 불구하고 업계와 창작자 단체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자칫 그간 진행됐던 ‘구글 갑질방지법’이 흐지부지 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국웹툰산업협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은 “수수료율도 문제지만, 인앱결제를 강제한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한국웹소설산업협회는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인앱결제를 강제하면 올해 콘텐츠 산업 매출이 2조1127억원, 노동 인력은 1만8220명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협회의 이와 같은 주장은 근거가 있다. 실제 구글보다 앞서 인앱결제를 강제 정책을 적용하고 있는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구글의 플레이스토어보다 높은 가격에 앱의 유료 콘텐츠 결제가 이뤄지고 있다.

물론 구글을 비롯한 애플이 혁신적인 앱 생태계를 구축하고 글로벌 경제에 기여한 점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인앱결제 강제’와 같은 정책은 이 기업들이 그간 추구해 온 혁신이나 다양성과는 배치되는 선택지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른바 ‘구글 갑질방지법’이 통과되기에는 걸림돌이 적지 않다. 우선 우리나라에서 구글 규제 법제화가 이뤄지면 세계 최초가 된다는 부담이다. 이에 국회에서는 미국 내에서 진행되는 제재 법안이 통과된 이후에 법안을 추진하는 것이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또한 논란의 주체인 구글을 비롯해 이미 인앱결제를 강제하고 있는 애플 측에서도 법제화를 막기 위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를 통해 로비를 하고 있고, 미국대사관을 통해 ‘부당한 차별적 규제’ 의견을 국회에 보내오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국회 내부의 정치적인 문제도 법안이 심사되는 과정을 지연시키고 있다. 앞서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안건조정위원회를 거쳐 구글 인앱결제 강제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의 전체회의 상정 여부가 논의될 예정이었으나, 야당인 국민의 힘이 ‘TBS 감사청구권’ 상정 여부를 두고 과방위 일정 불참을 선언하며 한차례 일정이 미뤄졌다. 이후 28일에도 야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 제1차 안건조정위원회가 열리며 결국 7월 법안 처리를 목표로 논의를 이어가는 것으로 정리가 되고 있다.  

통상 문제, 팩트 체크를 하자면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제재하는 것을 두고 발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문제가 언급되고 있는 가운데 과연 그 문제가 실제하는 것인지는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가장 크게 우려되는 통상마찰 문제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문제가 될 소지는 없다’고 주장한다. 국제 통상 규범상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법적으로도 현재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는 법안이 ‘독점적 사업자에게 적용되는 일반법’이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상 금지 의무를 새롭게 만드는 것도 아니라는 의견이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번 구글 인앱결제 강제 정책에 대한 우리나라 국회의 법안 제정 움직임에 '부당한 차별적 규제'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가 미국대사관을 통해 전달하고 있는 ‘부당한 차별적 규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아직까지 법안이 통과된 사례는 없지만 미국 내에서도 이미 여러 주에서 법안 통과를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 내에서 구글, 애플 등의 인앱결제 강제를 막는 법안이 통과된다면 우리나라에 제기하고 있는 ‘부당한 차별적 규제’ 주장은 자연스레 사라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난 6월 8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글로벌 앱 공정성 방향’을 주제로 개최한 온라인 국제 콘퍼런스에 기조 연설자로 참여한 미국 애리조나주 하원의 레지나 콥 법사위원장 역시 구글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두고 “소비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정책”이라며 “일반적인 계약관계에서는 성립하지 않는 일”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전세계적인 논란, ‘구글 인앱결제’ 안된다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 발표 이후 논란은 세계 각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스마트폰 사용자의 95%가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와 플레이스토어를 이용하는 인도는 이번 인앱결제 강제 정책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온라인 비즈니스를 하는 12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구글의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 및 비즈니스 이니셔티브를 만드는 협회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인도는 스마트폰 사용자의 약 95%가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와 플레이스토어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인도는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를 과거 영국 식민지배의 상징이었던 ‘동인도회사’의 수탈에 비유할 정도로 반발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구글을 비롯한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전방위 제재를 가하는 상황이다.

유럽연합(EU)도 최근 우리나라 행정부와 같은 집행위원회에서 구글에 대한 반독점 조사에 공식 착수했다. 앞서 올해 4월에는 “애플의 인앱겨제 강제는 시장 지배력 남용”이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는데, 유럽은 애플과 구글을 비롯한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줄줄이 기소하거나 반독점 조사를 진행하며 전방위로 압박하는 모양새다.  

구글의 안방 격인 미국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은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경쟁 방해 행위’ 등에 따른 소송으로 ‘인앱결제 강제 정책’에 반발이 시작됐는데, 미국의 앱 개발사 에픽게임즈로부터 애플이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고소당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뒤 이어 미국 각 주 역시도 법안을 통해 이러한 인앱결제 강제에 대응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비록 민주당의 반대로 좌절되기는 했지만 노스다코다주의 ‘법안2333’과 애리조나주의 ‘법안HB2005’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 뒤를 이어 조지아, 매사추세츠, 미네소타, 위스콘신 등의 주에서 구글 등의 앱마켓 사업자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반독점 행위 규제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구글, 애플 등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이 강행되고 있는 가운데, 다시 서두에 언급한 인도의 ‘소금세’를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당시 식민 치하의 인도에서는 가혹한 소금세에 대해 결국 조직적 저항이 일어났다. 인도의 독립운동가 마하트마 간디는 소금세 폐지를 주장하며 비폭력 저항운동으로 그 유명한 ‘소금행진’을 전개하기도 했다.

1930년 3월 12일부터 4월 6일까지 장장 24일에 걸쳐 인도 사바르마티 아쉬람에서 구지라트주의 단디까지 390km에 이르는 행렬은 6만명에 달하는 인도인이 동참했다. 결국 바다에 이른 간디가 염전에서 소금을 건져 올리며 상징적인 저항을 보여줬고 그 결과 1931년 소금세는 폐지됐다.

구글, 애플 등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이 불러올 파장은 향후 얼마나 커질지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이렇듯 세계적인 반발이 지속되는 흐름 앞에서, 이들 기업이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할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기를 기대할 뿐이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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