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심야택시 탄력 요금제 추진… ‘사실상 요금 인상?’

[AI요약] 심야택시 대란이 심화되는 가운데 최근 정부가 ‘심야택시 탄력요금제’를 대안으로 내세우며 내달 말까지 구체적인 택시 대책을 내 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과거 카카오모빌리티가 선보였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스마트 호출 서비스’와 유사한 부분이 적지 않다.

최근 국토부가 '심야 택시 대란' 대책으로 내세우는 탄력요금제는 과거 카카오모빌리티가 시도했다가 사실상 꼼수 요금인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한 스마트 호출 서비스와 유사하다. (이미지=픽사베이)

심야택시 대란이 심화되는 가운데 최근 정부가 ‘심야택시 탄력요금제’를 대안으로 내세우며 내달 말까지 구체적인 택시 대책을 내 놓겠다고 밝혔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카카오T 등의 플랫폼 택시에 탄력요금제를 적용, 25%~100% 사이의 할증 요금을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그 외에도 강제 배차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상 ‘요금 인상안’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문제는 그간 정부, 국회 등이 주도해 내 놓은 택시 관련 정책과 법이 복잡하게 얽힌 상황을 해소하는 것보다는 기존 택시업계와 신사업 간 갈등을 심화시키고 여론에 좌우되는 경향을 보여왔다는 점이다.

그 결과 기존 택시 업계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는 방치된 채 신사업에 대한 규제만 추가됐고 혁신을 저해하는 상황만이 만들어졌다. 이를 테면 불법으로 규정된 우버 서비스, ‘타다 금지법’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소비자 민의 조차 제대로 파악이 안된 상태의 탁상 행정으로 여론을 악화 시킨 사례도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시행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중 플랫폼중개사업자에게 이용 요금을 자유롭게 결정하도록 한 부분이다. 결과적으로 카카오모빌리티는 개정된 법에 맞춰 그해 8월 ‘스마트 호출 서비스’를 내 놨지만 이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중단한 바 있다.

당시 카카오모빌리티가 내 놓은 ‘스마트 호출 서비스’ 내용을 살펴보면 최근 국토부가 심야택시 대란의 대안으로 언급하고 있는 ‘탄력 요금제’와 유사한 부분이 적지 않다.  

혁신의 기로에서 매번 택시업계 눈치를 본 정부와 정치권

지난 2013년 세계적인 공유 경제의 바람을 타고 한국에 진출한 우버는 렌터카 기반 고급 리무진 서비스 ‘우버블랙’, 자가용 운전자와 승객을 연결해 주는 ‘우버엑스’ 선보이며 우리나라에서 첫 번째 이동의 혁신을 시도했다.

당시 택시업계는 극렬 반발했고, 서울시 역시 택시면허가 필요한 국내법을 이유로 우버의 서비스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결국 연이은 고발과 규제 움직임에 우버는 국내 서비스 중단을 선언했고 한참이 지나 최근에서야 티맵과 제휴를 통한 우회적 재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뒤이어 2016년에 카풀 서비스를 선보인 스타트업 ‘풀러스’ 역시 택시면허 문턱을 넘지 못하고 사업을 접었고, 2018년 카풀 스타트업 럭시를 인수하며 카풀 시범 서비스를 개시했던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택시기사 2명이 잇따라 분신을 시도한 것에 놀라 서비스를 중단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업계를 자사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으로 카카오T 서비스를 키우며 사업을 유지할 수 있었다.

'타다 금지법'으로 인해 타다 베이직이 사업 중단을 하게 된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타다 베이직은 당시 주무부처인 국토부의 사업 가능 검토를 비롯해 1심 법원에서도 합법 판결을 받았지만, 국회의 표적 입법을 통해 불법이 됐다. (이미지=(주)시네마틱퍼슨)

이후 택시업계의 타깃이 된 것은 후발 주자로 등장한 ‘타다 베이직’이었다. 렌터카 기반 기사 대여 서비스인 타다 베이직을 두고 업계는 ‘유사택시 영업’이라는 불법 꼬리표를 달았고, 이에 반응한 국회는 결국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타다 베이직 운영사 VCNC와 모회사인 쏘카 측은 서비스 가능 여부에 대해 주관 부처인 국토교통부의 검토를 거쳤고, 법원에서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1심 무죄 판결을 받아 냈지만, 국회는 법 개정까지 불사하며 타다 베이직을 불법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타다 금지법’은 대표적인 포퓰리즘 사례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택시 업계의 문제는 방치된 채, 카카오 택시 독과점 환경 만들어

택시업계의 반발과 그에 편승한 정치권의 포퓰리즘으로 신생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의 서비스가 좌절되며 상황은 일찌감치 택시업계와 손을 잡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이어온 카카오모빌리티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초기 무료 정책을 펼치며 택시 업계의 반발을 줄이고, 개선된 호출 서비스를 제공하며 카카오모빌리티의 시장 점유율은 90%에 육박하는 상황이 됐다.

문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시장을 장악한 뒤 수익화 시도를 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3월 택시기사를 대상으로 배차 우선권을 유료화해 출시한 월 9만 9000원의 ‘프로 멤버십’과 같은 해 7월 사실상의 요금 인상과 같은 ‘스마트 호출 서비스’였다.

이미 상황은 절대적으로 카카오모빌리티에 유리해져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택시 이용률이 낮아진 상황에서 택시들은 승객 확보를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카카오T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지난해 7월 카카오모빌리티는 수익성 강화의 일환으로 스마트 호출 서비스를 선보였다. '소비자 선택권'을 넓힌다는 명목이었지만, 사실상 꼼수 요금인상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곧 서비스를 철회해야 했다. (이미지=카카오모빌리티, 픽사베이)

스마트 호출 서비스 역시 인공지능(AI)을 활용, 배차 성공 확률이 높은 택시에 호출을 우선적으로 요청할 수 있게 했다지만 문제는 요금이었다. 사용자 인근 택시 수급 상황에 따라 0~5000원 사이에서 추가 요금이 자동 책정되도록 한 것이다. 내용인 즉 택시 이용자가 많은 상황에서 택시가 부족할 시에는 이용료가 기본료 3800원에 더해 최대 8800원이 나올 수도 있고, 반대로 이용자 보다 택시가 많은 상황에서는 추가 요금 0원으로 기본료 수준에서 ‘스마트 호출’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취지는 소비자 선택권을 넓힌다는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스마트 호출 서비스는 꼼수 요금 인상으로 비판 받으며 서비스를 철회해야 했다. 사람들이 택시를 많이 이용하는 순간은 출근 무렵과 지하철, 버스 등의 대중교통이 끊기는 심야 시간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추가요금 ‘0’원으로 스마트 호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문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이러한 요금제 개편을 시도한 배경에는 앞서 개정된 타다 금지법이 작용했다는 점이다. 당시 개정안에 신설된 운송플랫폼 사업 부문은 플랫폼운송사업(플랫폼사업자가 직접 운송), 플랫폼가맹사업(택시와 가맹계약을 체결하여 운송), 플랫폼중개사업(플랫폼을 통해 승객과 차량을 연결) 등 3개로 나눠진다.

카카오T 스마트 호출은 플랫폼중개사업에 해당한다. 의아한 부분은 플랫폼중개사업자에게 플랫폼 이용 요금을 자유롭게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굳이 꼽자면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국토부)에 신고 하는 것 외에 별도 제한은 없었다.

당시 국토부는 언론에서 제기된 일부 택시 운전자의 출근, 심야 시간에 고의로 일반 호출 대신 스마트 호출만 받는, 일명 ‘골라 태우기’ 증가 가능성에 대해 “전국 택시 운전자는 25만명으로 공급이 많은 상황이라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심야택시 대란, 국토부 대책은 여론 뭇매 맞았던 ‘탄력 요금제’?

최근 국토부가 추진하고 있는 '플랫폼 택시 탄력요금제' 내용. (우측 이미지 중간) '플랫폼 사업자는 신규 요즘제 도입 및 요금체계 변경 등의 경우 국토부 신고' 항목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스마트 호출 서비스의 근거로 삼은 것으로 이번 대책에서도 언급되고 있다. 당시 상황을 돌이켜봤을 때 이는 플랫폼 사업자가 임의로 택시 요금을 책정하고 단지 신고만 하면 적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미지=국토부)

최근 국토부는 심야택시 대란 원인으로 코로나19를 거치며 기사 수가 급감한 것을 들었다. 이는 1년 전 카카오모빌리티의 스마트 호출 서비스와 관련해 내놓은 입장과는 사뭇 달라진 것으로 정부 정책이 불과 1년 후를 내다보지 못하고 근시안적으로 만들어지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더구나 그 대책으로 내놓은 탄력 요금제 역시 택시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여러 허점이 지적되는 상황이다. 일단 이미 택시 업계는 대형, 고급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며 요금제를 다양화한 상태다. 사실상의 탄력 요금제가 시행되고 있다.

더구나 ‘심야 택시 대란’의 원인으로는 택시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개인택시 운전자들의 고령화와 그에 따른 심야 운행 기피 등이 지적되고 있다. 과연 탄력 요금제를 확대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개선될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 서울에서 30년 간 개인택시 운전을 해 온 윤 모 씨는 “탄력 요금제라고 해도 상한선을 정한다고 하니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라며 “나도 택시 운전을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골라 태우기 등을 하는 운전자들이 없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택시 기사 신 모 씨는 “심야 시간에 탄력 요금제를 적용한다면 차라리 손님이 없는 주간에 운행하지 않고 심야 시간만 운행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며 “택시 요금 자체가 인상되지 않는 한 떠난 기사들이 다시 돌아오기는 힘들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이후 지속적으로 갑질 지적을 받으며 자세를 낮춰오던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매각이 추진되고 있고, 티맵모빌리티, 타다 측은 경쟁적으로 택시 기사 유치에 나서며 혜택 및 복지를 강화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탄력 요금제가 시행된다 해도 각 모빌리티 플랫폼에서 제시하는 혜택보다 매력적이지는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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