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게임 사업을 하는 이유

스트리밍 서비스에 게임까지 플러스하는 넷플릭스, 과연 성공할까?

2019년 9월, 애플은 '애플 아케이드(Apple Arcade)'라는 이름의 구독형 게임 서비스를 론칭한 바 있다. 론칭 초기, 트렌디한 구독 개념이면서 프리미엄급의 게임 서비스라 특별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만 그것도 잠시였다. 이미 앱스토어에는 다양한 형태의 게임들이 무료로 올라와 있고 사용자가 각자 입맛에 맞는 게임을 원하는 대로 다운로드하여 즐길 수 있으니까 말이다. 물론 유료 게임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고 무료로 제공되더라도 인앱 구매가 있을 수 있지만 애플 아케이드는 애초에 구독 기반이라 처음부터 소비자의 지갑을 열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일부 게임에는 '+(plus)'라는 기호를 붙여 "당신이 즐기고 있는 그 게임에 특별함을 더했습니다"라고 말하는 듯 프리미엄 게임을 서비스하기도 했다. 광고도 없고 더욱 많은 스토리를 이어갈 수 있다는 매력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매달 결제되는 단돈 6천500원의 가치를 충분히 하게 될지가 관건이기도 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애플 아케이드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원하는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언리얼, 엔씨소프트, 넥슨, 크래프톤 등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글로벌 게임 기업들이 이 작은 모바일 속에서 군림하고 있는 세상이다. 애플은 아이폰이나 맥을 제조하는 제조사를 넘어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으로 볼 수 있고 게임뿐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를 이곳에서 론칭(또는 실험)할 수도 있다. 애플이 전기차까지 만드는 세상이니 애플이 가진 플랫폼에서 무엇을 하든 어색하지 않은 그림이 됐다. 그저 애플이 '애플'한 것일 뿐이니까. 

애플의 구독형 게임 서비스, 애플 아케이드(Apple Arcade)  출처 : iDropnews 

애플이 자신의 플랫폼을 이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 그리고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놀랄만한 것 모두 정도의 차이만 있었을 뿐 충분히 파급력은 있었다. 애플은 물론이고 구글이나 네이버와 같은 글로벌 IT기업이 또 다른 먹거리를 찾기 위해 생뚱 하긴 해도 엉뚱하지 않은,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놀랄만한 비즈니스를 세상에 내놓는다면 어떨까? "그래,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지"라는 환호와 응원 뒤에는 "과연 성공할까?"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공존하기 마련이다. 이번 넷플릭스의 게임 사업 진출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OTT 플랫폼 기업인 넷플릭스(Netflix)가 게임 서비스를 한다고 했을 때 '갸우뚱' 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을까? '넷플릭스가 게임을 론칭한다?'라는 단순한 퀘스천(?)을 떠나서 이미 디즈니나 NBC 유니버설 등을 포함해 일부 유사 기업이 이를 시도했다가 (좀 과하게 말해서) 말아먹은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세계에서 게임을 즐기다.  출처 : Mashable

디즈니가 게임사업을 철수한 것은 지난 2014년이었다. 오랜 시간 동안 게임사업에 공격적 투자를 지속해왔지만 수익화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라이온 킹>이나 <캐리비언의 해적>과 같이 기본적으로 알려진 작품으로 게임 개발을 지속하기도 했고 스타크래프트로 유명세를 떨쳤던 게임 제작사 블리자드(Blizzard) 출신의 경영진 스카웃은 물론 여러 게임 개발사와 협업도 진행한 바 있었다. 하지만 투입 대비 성과는 저조했고 지속적인 흥행실패가 인력 '대거' 감축으로 이어졌다. 게임 사업 철수는 정해진 수순이었다. 

전 세계 2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한 넷플릭스가 굳이 게임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넷플릭스의 주가는 더욱 상승곡선을 그렸고 구독과 스트리밍이라는 트렌드를 이끌어왔다. 2021년 2분기 신규 구독자수를 보니 대략 150만 명이란다. 1분기에는 대략 400만 명에 가까웠었다. 월스트리트의 전문가들은 2분기 구독자수를 더욱 낮은 숫자를 예상했었다고 하는데 결과적으로 선방했다는 결론이다. 1년 전 같은 기간 넷플릭스의 신규 구독자수는 1천만 명 이상이었다. 코로나 팬데믹의 절정이었을 당시 넷플릭스의 가입자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점점 둔화세를 보이는 구독자수 그래프를 보면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정점을 찍었던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과 투자에 대한 고민은 당연해졌고 동종업계와의 경쟁도 불가피해졌다. 거기에 구독자 수도 성장하지 않는 모양새라 새로운 먹거리에 눈을 돌린 것이나 다름없다. 포화상태의 스트리밍 서비스가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게임 비즈니스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던 넷플릭스는 게임 조직을 신설하며 이를 총괄할 수 있는 경영진과 인력을 충원하기도 했다. 넷플릭스의 게임 진출에 대한 내용들은 단순한 추측일 뿐 사실이 아닌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팩트로 드러났다. 넷플릭스는 페이스북에서 AR.VR 콘텐츠를 담당하던 마이크 버듀(Mike Verdu)를 게임 개발 부문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그는 글로벌 게임 기업 EA(Electronic Arts)에서도 근무한 이력이 있다. 게임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인물들을 대거 스카웃 해가는 모양새 역시 매우 자연스러운 움직임이고 넷플릭스가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전략일 것이다. 일단 틀은 갖춰야 하니까 말이다. 앞서 언급한 디즈니의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시대가 다르고 상황이 다를 뿐이다. 

넷플릭스의 게임 진출, 과연 성공할까.  출처 : bell of lost souls

“We view gaming as another new content category for us, similar to our expansion into original films, animation, and unscripted TV. Games will be included in members’ Netflix subscription at no additional cost similar to films and series. Initially, we’ll be primarily focused on games for mobile devices.”

위에서 언급한 넷플릭스의 출사표처럼 게임도 하나의 콘텐츠 확장으로 보고 있다. 추가로 지불하게 되는 비용 없이 기존 구독자들 서비스에 디폴트로 포함될 전망이다. 론칭 초기에는 모바일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게임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를 하나 늘리는 것이라고 하지만 결국엔 두 가지 다른 사업을 동시에 가져가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존의 실패 사례를 들면서 게임을 통한 매출 효과를 미비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넷플릭스 역시 게임을 통해 엄청난 매출 증대를 꾀하려는 것은 절대 아닐 것이다. '과연 게임은 먹음직스러운 콘텐츠가 될 수 있을까?' 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즐기는 유저들이 게임도 함께 소비하는 취향이기 때문에 기존의 콘텐츠와 게임이 직결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단다. 글쎄, 콘텐츠와 게임을 즐기는 취향 자체가 서로 유사하다고 단언할 수 있을런지. 뭐, 어쨌든 넷플릭스의 게임 사업은 일단 직진이다. 서비스를 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면 이제 어떻게 승부수를 띄울지 고민할 때가 아닐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출처 : TecMundo

넷플릭스의 타이틀이 붙은 오리지널 시리즈를 보다 보면 게임으로 확장시켜도 좋을 법한 작품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실제로 넷플릭스에서 사랑받았던 <기묘한 이야기, Strangers things>만 해도 굉장히 클래식한 16비트 그래픽의 스토리형 게임으로 등장한 바 있다. 일레븐 역의 밀리 바비 브라운과 마이크 역의 핀 울프하드가 관련 유튜브 콘텐츠에 등장한 적도 있다. 

<기묘한 이야기> 출연진이 즐기는 <기묘한 이야기 : 더 게임>  출처 : 넷플릭스 유튜브

더불어 <종이의 집>이라던가, <나르코스>, 김은희 작가의 조선 좀비물 <킹덤>처럼 게임으로 세계관을 확장시킬 수 있다면 넷플릭스의 고정팬들을 붙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도 든다. 위에서 살짝 언급했지만 영화나 드라마, 다큐멘터리까지 카테고리를 넘나드는 콘텐츠와 게임의 연관성이라면 <블랙미러 : 밴더스내치>나 <베어 그릴스 : 당신과 자연의 대결>과 같은 인터랙티브 한 이야기들을 사례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콘텐츠를 아예 스토리형 게임처럼 다루거나 VR이나 AR까지 접목시켜 다양한 게임으로 승부할 수 있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넷플릭스의 게임 사업은 '기대 반, 우려 반'일 것이다. 넷플릭스는 본방사수를 대체하는 플랫폼이 아니다. 그렇다고 단순히 '다시 보기' 수준의 플랫폼도 아니다. 극장과 동시 개봉을 비롯하여 박스오피스 수준을 넘어서는 블록버스터 제작과 콘텐츠 양산을 이룩하고 있는 콘텐츠 공장이 아닌가? 넷플릭스의 모습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이 되었다. 하지만 구독자수의 폭발적인 증가 추세는 언젠가 정점을 찍으리라 예상했었다. 어쩌면 넷플릭스의 게임 사업 역시 미리 준비해둔 시나리오 였을지도 모른다. 

본글의 원문은 여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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