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나는데, 토종 OTT는 고사 위기… 정부 부처 별 주도권 다툼 때문?

[AI 요약] 토종 OTT 플랫폼 웨이브가 “정부 부처 간 입법 경쟁 및 규제 강화로 인해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을 위한 최소 규제 원칙의 정책 방향이 상실된 상황”이라며 작심한 듯 부처 이기주의를 지적하고 나서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 2016년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OTT 공룡 넷플릭스는 올해 초 기준 월 사용자 1000만명을 넘으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OTT의 월 사용자는 웨이브, 티빙, U+모바일tv, Seezn, 왓챠를 모두 합해야 겨우 1000만명을 넘는 수준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 부처는 저마다의 관할권을 내세우며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토종 OTT 1위인 웨이브는 최근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내 OTT 산업 정책에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정부 부처 이기주의를 정조준하는 보고서를 공개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토종 OTT 플랫폼 웨이브가 “정부 부처 간 입법 경쟁 및 규제 강화로 인해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을 위한 최소 규제 원칙의 정책 방향이 상실된 상황”이라며 작심한 듯 부처 이기주의를 지적하고 나서 파장이 예상된다.

실제 국내 OTT 시장은 성공적으로 안착한 넷플릭스에 이어 오는 11월 상륙을 앞둔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OTT 기업들의 전방위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적자를 면치 못하며 고사 위기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그간 정부 부처 간 주도권 싸움으로 국내 OTT 육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제도 정비가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는 것을 문제로 지적해 왔다.  

특히 토종 OTT 1위 플랫폼인 웨이브는 내달 1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 제출 자료로 ‘국내 동영상 OTT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주요 정책 이슈별 의견 및 지원 방안 보고서’를 공개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웨이브는 보고서를 통해 “부처 이기주의로 인해 국내 OTT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이 지연됐다”며 “관련 법령을 통한 규제는 타당하지만 합리적 근거에 대한 사전 사업자 의견 수렴은 미비한 상태에서 규제를 지속 강화해 왔다”고 지적했다.

또한 웨이브는 “부처 간 OTT 관할권 경쟁으로 정책 불확실성이 발생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이러한 정부 정책으로 인해 국내 OTT 사업자들의 정책 신뢰도가 하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원책도 마련했지만, 빅테크 규제 여파 OTT업계에도 미치나?

지난 2016년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OTT 공룡 넷플릭스는 올해 초 기준 월 사용자 1000만명을 넘으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OTT의 월 사용자는 웨이브, 티빙, U+모바일tv, Seezn, 왓챠를 모두 합해야 겨우 1000만명을 넘는 수준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체급 차이다. 거대 자본을 기반으로 콘텐츠 제작 및 막강한 플랫폼 유통 경쟁력을 보유한 넷플릭스 등의 글로벌 OTT에 비해 국내 OTT는 주로 방송사와 이미 제작된 영화 등의 콘텐츠에 의존해 왔다. 최근 국내 OTT들은 자체 제작 콘텐츠를 위한 투자에 나서며 경쟁력 강화를 서두르고 있지만, 글로벌 OTT와의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은 모양새이다. 이를 방관할 경우 국내 OTT 시장은 자칫 글로벌 OTT의 독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6월 부처 합동으로 ‘디지털미디어 생태계 발전 방안’을 발표하며 2022년까지 방송 및 OTT, 1인 미디어를 포함한 국내 미디어 산업의 국제적 경쟁력 확보 위한 지원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요 추진 과제는 규제 완화 및 M&A 지원, 콘텐츠 투자 및 제작 지원, 해외진출 지원, 미디어 시장의 공정성 강화 등으로 각 부처 별 국내 OTT 산업 진흥을 위한 정책 및 입법을 추진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로 추진체계가 분산돼 있는 데다가 지원 사업도 OTT 콘텐츠 제작 및 유통, 콘텐츠 펀드 조성 등 유사한 것이 많아 문제로 지적돼 왔다.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플러스까지 11월 국내 진출을 선언한 상황에서 토종 OTT들은 적자 속에 고사 될 위기에 처했다.

더 큰 문제는 그러한 부처별 지원 정책 조차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을 중심으로 꾸려진 ‘OTT정책협의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 부처는 저마다의 관할권을 내세우며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통신망 관련 제도는 과기부, 콘텐츠는 문체부, 방송 정책은 방통위가 담당하는 상황에서 OTT에 대한 법적 정의 조차 내리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OTT는 업계에서 미디어로 통용되고 있지만, 방송법 하에 정의된 상태는 아니다. 단지 인터넷 상 서비스라는 이유로 전기통신사업법 상 ‘부가통신사업자’로만 구분돼 있는 상태다. 그나마도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로는 인정받지 못해 각종 정책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지원을 중심으로 한 정책 수립을 추진을 언급한 각 부처의 법안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지원보다는 규제가 앞선 모양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올해 OTT 서비스에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을 적용한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제정을 준비중으로 알려졌다. 한편 문체부가 지난해부터 입법 추진한 ‘영상진흥기본법’ 역시 OTT 사업자에 대한 규제 내용이 담겨 있다. 규제에 익숙한 관료 이기주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부처 별 입법 경쟁 및 규제 강화 분위기 속에 OTT 산업 진흥을 위한 ‘최소규제원칙’이라는 정책 방향은 상실된 상태다. 그나마 과기부에서 OTT 사업자를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되긴 했지만 역시 국회 통과가 지연되는 상황이다.

지난 5월에는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자체 발행하는 ‘이슈와 논점’에서 각 부처의 정책 및 법안을두고 “국내 OTT가 좁은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국제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결국 글로벌 시장 진출이 필수적임에도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육성을 위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정부 부처가 종합적인 산업진흥이라는 공동 목표보다 각 부처이 예산과 조직을 확대하는 차원의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더구나 최근 빅테크 규제 여론이 우세해 지며 올해 국정감사가 플랫폼 규제로 집중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웨이브의 이번 보고서는 국감을 앞두고 이러한 빅테크 규제 여파가 OTT 업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도 풀이되고 있다.

‘을’들의 전성시대 만들어 준 넷플릭스의 방식

한편 넷플릭스는 병영 내 폭력과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묘사하며 최근 화제가 된 ‘D. P.’에 이어 최대의 글로벌 흥행작인 ‘오징어 게임’으로 연타석 홈런을 치며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지난해까지 약 7700억원 이상을 국내 제작사와 창작자들에게 투자해 80편가량의 콘텐츠를 제작했다. ‘킹덤’ ‘스위트홈’ ‘인간수업’ ‘보건교사 안은영’ ‘승리호’ 등이 그렇게 탄생했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 문화가 전 세계에 소개되는 기대 이상의 소득도 있었다.

29일 넷플릭스는 자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 ‘넷플릭스 파트너 데이’ 행사를 진행, 넷플릭스가 한국의 제작 파트너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음을 드러냈다. 특히 넷플릭스는 이날 글로벌 컨설팅 그룹 딜로이트의 조사 내용을 공개, 자사의 한국 진출 이후 콘텐츠 산업을 넘어 연관 분야 전반에 약 5조 60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발생시켰고, 약 1만 6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내용을 밝혔다.

넷플릭스는 최근 'D.P.'에 이어 '오징어 게임(아래)'의 연이은 글로벌 흥행에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이날 행사에는 넷플릭스 측에서 강동한 한국 콘텐츠 총괄 VP, 이성규 피지컬 프로덕션 총괄이 참석했으며 파트너사로는 넷플릭스 콘텐츠의 특수분장을 담당하는 테크니컬 아트 스튜디오 셀의 황효균 대표, 색과 보정을 담당하는 덱스터 스튜디오의 박진영 이사, VFX를 담당하는 웨스트월드의 손승현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저마다 넷플릭스와의 협력을 통해 괄목할 정도로 증가한 실적을 소개하는 한편 “넷플릭스와 함께하며 창작자들의 역량이 크게 성장했다”고 말하며 향후에도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더 나은 콘텐츠를 선보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최근 구글 등의 글로벌 빅테크를 대상으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 시행된 상황에서 한국에 기여한 부분을 부각하는 넷플릭스의 행사는 그 의도가 짐작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찬사는 빈말이 아니다. 넷플릭스는 한국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면서도 창작자와 제작사들에게는 자유로운 제작 환경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를 통해 히트한 콘텐츠 소재가 군대 내 폭력, 청소년 성매매 등 그간 금기시 된 것들을 제한없이 다뤘다는 점도 성공 요소로 꼽히고 있다.

실제 ‘킹덤’의 김은희 작가는 “넷플릭스 덕분에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했다”고 밝힌 바 있으며 2017년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 ‘옥자’를 선보인 봉준호 감독 역시 “넷플릭스 덕분에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특히 최근 히트작인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은 “다들 안된다고 했는데 넷플릭스가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용기를 가지고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같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넷플릭스 역시 최근 ‘오징어 게임’의 성공으로 한국 콘텐츠의 수익성에 확신을 얻은 분위기다. 이는 넷플릭스의 한국 투자 금액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는데, 올해 넷플릭스의 투자금은 5500억원가량이다. 이는 지난 5년 투자금의 70%가 넘는 수준이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아 콘텐츠를 제작할 시 IP에 대한 권한도 넷플릭스로 넘어간다는 점이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관심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결과적으로는 넷플릭스에게만 좋은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다.

넷플릭스를 향해 이구동성으로 박수를 보내는 우리나라 창작자와 제작사들 보며 한편으로 이들이 그간 ‘을’의 입장에서 국내 투자, 배급사들에게 얼마나 많은 간섭을 받아왔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적어도 ‘을’들에게 넷플릭스의 한국 시장 진출은 위협이 아닌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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