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입고 태어나는 전기차, 뉴테크의 시장 전략

MBC의 예능 프로그램인 <놀면 뭐하니?>는 올 여름 2000년대 감수성을 자극하는 남성 발라드 그룹 'MSG워너비' 프로젝트를 방영해 큰 사랑을 받았다. 원조그룹 SG워너비가 출연한 회차의 시청률은 10~11%까지 올랐고, 유튜브 출연 영상의 조회수는 1,200만 회를 넘어섰다. 특히, 발매한 지 10여년이 넘은 SG워너비의 히트곡들은 각종 음원차트를 다시 한동안 역주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을 '레트로(Retro)'라고 부른다. 레트로는 과거를 추억하고 회고한다는 뜻의 'Retrospective'의 줄임말이다. 레트로는 왜 유행을 하게 될까? 레트로가 흥하는 이유로 가장 유력한 것은 경제적 불황이다. 오늘날의 불황과 사회적 스트레스가 누군가에게 '추억'인 시간을 다시금 불러와 공감을 통해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레트로 입고 태어나는 전기차, 뉴테크의 시장전략

그렇다면 과거를 겪어보지 못한 젊은 세대에게는 왜 레트로가 대세일까? 이들에게 레트로는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조급한 현대 사회에서 레트로가 느긋함과 여유로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는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미래가 주는 불안함과 낯섦을 벗어나도록 도와준다.

현재의 레트로 소비 열풍은 밀레니얼 세대가 주도하고 있다.둥글둥글한 SMEG 냉장고, 타자기처럼 보이는 블루투스 키보드, 과거에 많이 사용했던 하늘빛 투명한 소주병의 진로, 음료 오란씨의 옛 디자인 등은 이들을 타겟으로 하였고,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흥행에 성공하였다.

어릴 적 향수를 자극하는 레트로 제품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기술이 적용된 하이테크 상품까지 '레트로'에 적극적으로 뛰고  한다. 이중 더 눈길이 끄는 곳은 레트로 디지인을 입고 시장 진입을 노리는 '전기차' 산업이다.한때, 전기차의 외형은 중형급 차량의 묵직한 볼륨감이 불가피하였다. 배터리 효율이 충분하지 않았기에 충분한 주행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많은 배터리를 탑재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기차 배터리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부피가 작아지게 되었고, 쿠페,소형차 등 보다 다양한 디자인을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내연기관에 비해 단순한 차체 구조와 비교적 낮은 기술적 진입장벽으로 인해 신생 기업도 많이 생겨나고 있어,미래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제조사들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처럼 미래 지향적인 기술의 흐름 속에서 오히려 레트로와 전기차의 만남은 필연적일 수도 있다.  

1960년대 반문화 운동 중 '히피들의 차'로 불리었던 폭스바겐의 마이크로버스 T1이 전기차로 다시 태어난다는 소식이 들린다. 1950년부터 생산되었던 이 자동차는 몇 세대를 거듭하며 생산을 지속해 T1 때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지었는데, 2022년에 양산형 T1 전기차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험로 주행용, 군용으로 이용되었던 GM의 허머도 전기차의 모습을 하고 2023년 오랜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최근, 과거의 사랑받았던 자동차 모델들이 전기차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신생 기업들도 레트로를 자신들의 뿌리로 이용하고 있다.신생 브랜드에 있어서 브랜드 고유의 역사가 없는 것은 큰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이기도 하다. 이럴 때 기존의 브랜드 언어를 따르지 않고 자유롭게 새로운 디자인을 펼치면서도, 이미 과거에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디자인을 차용함으로써 자신들의 새로운 기술에 대한 거리감을 좁힐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본사를 둔 알파 모터 코퍼레이션은 그러한 전략으로 레트로를 가져온 좋은 예이다. 알파의 첫 양산 차량인 에이스(ACE)라는 이름의 후륜구동 기반의 2+2 쿠페는 1965년의 알파로메오 GTA와 유사한 비례와 프로파일을 보여주고, 간결한 전면 디자인은 혼다의 레트로 디자인 모델인 혼다 E모델을 연상시킨다.  

이처럼 기존의 기라성같은 업체들뿐만 아니라 신생 기업들까지도 이제는 레트로 유행에 모두 동참하고 있다. 시대의 아이콘들을 다시 불러와 감성을 어필하면서 새로운 전기차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있어서 뜨거운 소비자의 반응을 불러올 정도로 효과적이다.

신생 전기차 기업은 전략적으로 레트로 디자인의 신차를 선보이고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옛날에 타 봤던 차,어린 시절에 꿈꾸던 차를 다시 만난다는 것은 감성소비의 영역을 충족시키면서,동시에 전기차라는 환경적 소비의 영역도 모두 만족시킨다. 회사 입장에서 홍보에도 도움이 되고 디자인 개발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또한, 실패 확률이 상대적으로 덜하기도 하다. 브랜드 관련학 교수 올리버 에리첼로는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익숙하고 잘 알려진 브랜드 이름이 새 차에 적용되면 주목을 받는다."라고 말하며 마케팅에서 관심끌기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새로운 혁신을 위해서는 단순 답습하는 레트로가 아닌 새롭게 창조하는 뉴트로가 필요하다.


그러나 예전 것의 모습을 흉내내기에 그쳐서는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새로운 시장의 개척을 위해, 그리고 해당 브랜드가 전기차에 진지하다는 것을 소비자에게 인식시키기 위해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해석과 재창조가 필요하다. 

레트로를 현대적인 새로운 스타일로 재창조하는 일을 뉴트로(New-tro)라고 부른다. 어쩌면, 현재의 전기차 시장은 레트로라는 재발견을 통한 새로운 디자인과 혁신의 문을 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래와 과거를 연결하려는 뉴트로적인 몸부림이 있을 때,뉴테크, 전기차의 시대는 조금 더 빨리,그리고 우리의 환대를 받으며 열리게 될지도 모른다.

본글의 원문은 여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김인수 오베이션 대표

insu@weinteract.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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