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장 흔드는 美+인텔, 찻잔 속 태풍일까?

미국 국적의 세계 최대 종합 반도체 회사 인텔이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재진출을 선언했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와 발을 맞춰 '반도체 리더십'을 찾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에 나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자국 기업의 첨단기술 경쟁력 강화를 앞세우고 있는 가운데, 최근 중국의 반도체 굴기 대응 움직임까지 보이면서 반도체 시장의 지각변동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 및 주요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파운드리 생태계의 재편 움직임이 감지된다.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 3위~4위를 오락가락하는 '글로벌 파운드리' 인수를 위해 34조원 규모의 베팅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수익성 저하를 문제로 파운드리 사업에서 물러난 인텔이지만, 지난 3월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 선언을 한 바 있다. 그리고 글로벌 파운드리와의 초대형 인수합병(M&A) 소식이 흘러나왔다.

펫 겔싱어 인텔 CEO가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 강화를 위한 투자를 선언했다. (사진=인텔)

글로벌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은 대만의 TSMC가 주도하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는 올해 1분기 기준 시장점유율 55%로 독보적이다. 2위는 점유율 17%의 삼성전자다. 1~2위간 격차가 상당하지만, 사실 이 시장은 TSMC와 삼성전자 두 곳이 '1강-1중'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형태다. 3위 자리를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는 UMC(점유율 7%)와 글로벌 파운드리(5%)와도 제법 큰 격차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TSMC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평택에 대규모 파운드리 라인을 확보하고 있으며, 미국에 20조원 규모의 제2 파운드리 공장 신설을 발표하는 등 미국 시장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짓고 있는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이러한 가운데 인텔의 파운드리 시장 진출 소식은 삼성전자를 긴장하게 하는 요소다. 인텔이 글로벌 파운드리를 인수해도 당장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5~7%대 수준이다. 기술력 측면에서도 7나노미터 이하 미세공정이 가능한 TSMC와 삼성전자에 한참 뒤떨어져 있다. 그러나 세계 최대의 종합 반도체 회사인 인텔의 브랜드파워와 미국 정부의 조력이 더해진다면 중장기적인 위협이 될 수 밖에 없다.

1위 TSMC 또한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 TSMC는 무려 114조원을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에 6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계획임을 밝혔다. 특히 애리조나 공장은 5나노미터 이하 초미세공정이 도입되는 첨단 공장이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에서 확실하게 미국 편을 드는 모양새다. 이뿐 아니라 TSMC는 일본에도 새로운 파운드리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로서 삼성전자는 저만큼 멀리 달아나고 있는 1위 TSMC와 뒤를 바짝 뒤쫓고 있는 인텔+글로벌 파운드리 사이에 끼어 있는 상황이다.

미중 기술 패권 다툼에 중국 업체 멈칫...삼성에 반사이익 시각도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가 최근 네덜란드 정부에 대중국 반도체 장비 판매 금지 압박을 넣은 것을, 삼성전자의 호재로 보는 시각도 있다. 파운드리 5위권인 중국의 SMIC의 추격을 뿌리치고 TSMC 추격에 집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SMIC는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다. 미국의 제재로 인한 중국 업체의 고전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로서는 기술력에서 한 수 아래인 인텔에 대응하면서, 1위와의 격차를 줄이는 일에 집중하면 된다. 업계에서는 파운드리 산업은 기술 격차를 빠르게 줄이기가 힘들기 때문에 인텔 글로벌 파운드리를 인수해도, 1~2위 기업에 큰 위협은 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이라는 지원군을 등에 업고 있는 인텔이지만, TSMC와 삼성전자의 미국 친화적 투자행보와 기술 격차로 인해, 적어도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내 제2 파운드리 공장 부지 선정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TSMC와 인텔의 거침 없는 행보에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삼성전자가 경쟁사의 행보에 즉각 반응을 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현재 평택에 대규모 파운드리 라인 1개를 확보해 2023년 생산이 가능하다"면서 파운드리 라인이 부족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히 반도체 생산에서 기술력이 중요시 되는데, 7나노미터 이하의 미세공정이 가능한 TSMC와 삼성전자 입장에서 인텔의 추격은 당장의 위협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계획에 따라 1위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전략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정 기자

hjkim@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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