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업계에서 소모품화 되는 인간관계

벤처업계는 이른바 릴레이션십 드리븐 비즈니스입니다.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고 당사자들의 관계에 따라 사소한 것부터 중요한 것까지 모든 종류의 의사결정이 되고 투자의 딜까지 연결되곤 합니다. 스타트업 파운더들로서는 더 많은 벤처캐피털과 관계를 만듦으로써 자금조달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고 투자자들에게도 가능한 한 많은 파운더들과 관계를 만듦으로써 다음 유니콘 회사의 파운더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납니다.

이러한 일은 VC와 LP(Limited Partners, VC 펀드에 투자하는 투자가)의 관계에서도 현저하게 일어납니다. VC와 달리 LP는 일반적으로 홈페이지도 갖지 않는 경우도 많고, 자신들이 LP 투자자임을 잘 공개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VC들은 열심히 LP들을 찾아 항상 관계를 구축하려 합니다. 반대도 마찬가지고 LP들도 자신들의 관계성을 가지고 있는 VC나 다른 LP를 통해서 자신들에게 맞는 VC를 찾곤 합니다.

하지만 이는 점차 바뀌고 있습니다. 아직 관계성이 중요하지만 단순한 릴레이션십이 아니라 '밸류 제공을 기반으로 하는 릴레이션십'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단지 누구를 알고 있는지, 얼마나 네트워크가 넓은지 뿐만 아니라, 자신이 어떤 가치를 상대방에게 제공할 수 있는지를 기반으로 하는 관계입니다.

이 트렌드를 만들고 있는 가장 강력한 이유는 인간관계의 소모품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소셜 미디어, 특히 링크드인이나 트위터를 통해 쉽게 누구와도 연결이 가능합니다. 요즘 생기는 다양한 커뮤니티도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새로운 자리가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관계는 만들기가 매우 쉬워지고 있으며, 그 결과, 관계 자체는 얇아지고 또 넓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상대방과의 관계가 깊고 좁을 때는 퍼스널 터치가 더 중요했습니다. 다시 말해 '친한 사이'라는 것 자체가 그 사람과 함께 일을 하거나 딜을 하기에 충분한 이유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인간관계가 소모품화 되어감에 따라 이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친한 사이'의 사람이 많이 있을 때는 그중에 누구와 일을 할지 어떻게 결정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관계 구축에 있어서 중요합니다. 주변 소음이 많을 때일수록 남들과는 다른 것을 제공해야 합니다. 즉 눈에 띄어야 합니다. 그것은 로켓 기술이나 암호화 화폐의 토큰 이코노믹스 등 어떠한 틈새 분야의 전문지식일 수도 있고, 공급망 업계 등 특정 업계에서의 경험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단순히 돈일 수도 있고, 유명인사에 대한 커넥션일 수도 있습니다. 해당 토픽이 화제가 되었을 때 사람들이 떠올리는 사람이 되면 되는 것입니다.

인간관계의 소모품화가 가속화될수록 '친한 사이'라는 것의 중요성은 상실되어 갈 것입니다. 예를 들어 헬스케어 스타트업 창업자가 있고, 최근 링크드인을 통해 헬스케어 업계에 깊은 전문지식과 경험을 가진 투자자를 알게 됐다고 칩시다. 자, 그녀가 투자자를 선택할 때, 이 사람과 오랜 사이 친하게 지내고는 있지만 헬스케어 경험이 없는 투자자중,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네트워킹 이벤트나 술자리에 얼굴을 내밀고 관계를 넓히는 것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인간관계는 벤처 비즈니스의 근간이기 때문에, 인맥 쌓기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부가가치를 만드는 노력을 하지 않고 관계만 만들더라도 그 자체로서는 의미 있는 아웃풋을 만들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제공할 수 없는 것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것을 알리는 노력을 항상 해야 할 것입니다.

비지니스에 있어서의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만화인거 같아서 가져와 봤습니다 (만화 츄리닝 109화)

본 기사의 원문은 이곳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김영록

yk@vridge.co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저작권자 © Tech42 - Tech Journalism by AI 테크42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숨기면 약점, 드러내면 팀워크를 촉진하는 취약성의 마법

약점, 실수, 실패…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취약성을 감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조직행동론 전문가들은 구성원들이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내면 팀워크가 더 좋아진다고 말하는데요. 취약성과...

야놀자는 어떻게 글로벌 시장을 공략했나?

이제는 더이상 일상에서의 숙박 예약에 갇히지 않고, 여행을 위해 떠나는 사람들에게 여행을 준비하고 향유하는 순간, 모든 과정을 디지털로 전환해주는 여행 플랫폼으로 전환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야놀자를 통해 여행지의 숙소를 예약했을 뿐만 아니라, 여행지에서 무엇을 탈지, 무엇을 즐길지 야놀자 안에서 찾아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키는 야놀자 클라우드에 있었습니다.

Claude3이 작성한 엔비디아 GTC 2024 리뷰

GTC 2024에서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가속 컴퓨팅과 생성형 AI를 핵심 화두로 삼아 기업의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본고에서는 연설의 주요 내용을 짚어보고, 엔비디아의 전략이 산업계에 미칠 파급효과를 가늠해본다.

알리익스프레스, 1.5조 원 투자의 진짜 목적은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의 모회사 알리바바그룹이 한국 시장에 향후 3년간 11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를 투자한다고 합니다. 우선 2억 달러(약 2,600억 원)를 들여, 올해 안에 통합 물류센터를 지을 예정이라 하고요. 한국 셀러의 글로벌 판매 지원에도 1억 달러(약 1,300억 원)를 사용할 계획이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