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구글 갑질 방지법' 통과...9월 내 시행

[AI 요약]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앱마켓 결제수단 강제를 금지하는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전자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오랜 진통 끝에 결국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로서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앱마켓의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을 규제하는 국가가 됐다.


오랜 진통 끝에 지난달 31일 전자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며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구글과 애플 등 앱마켓 사업자의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나라가 됐다. (사진=픽사베이)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앱마켓 결제수단 강제를 금지하는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전자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오랜 진통 끝에 결국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미국 연방의회를 비롯,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글·애플의 앱마켓에 대한 반독점 규제 움직임은 우리나라 법안 통과에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 갑질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지난해 시작된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이 문제로 지목되며 추진됐다. 주요 내용은 구글, 애플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자사의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국회에서 통과된 개정안은 15일 이내에 국무회의 의결을 거친 후 이달 중순 내로 공포·시행 될 예정이다.

1년여가 걸렸지만, 세계 최초 ‘인앱결제 강제 금지’ 법안

‘구글 갑질 방지법’의 발단은 지난해 9월 구글이 게임 앱에만 적용해왔던 자사 앱마켓의 인앱결제 의무 적용 및 30% 수수료 정책을 전체 앱에 적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구글이 자사 앱마켓 인앱결제 의무화와 함께 결제 수수료 인상을 밝히며 시작된 이번 논란은 다양한 이유로 통과가 지연되며 1년 여 동안 논의되어 왔다. (사진=픽사베이)

이에 콘텐츠창작자 및 앱 개발사는 강하게 반발했고 국회 역시 이를 중대한 문제로 인식하고 법안 발의에 나섰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구글이 계획대로 30% 수수료를 적용할 경우 비게임 분야에서만 연간 최대 1568억원의 추가 수입을 거둬들이는 것으로 추산됐다. 글로벌 빅테크 공룡으로 일컬어지는 구글은 국내 앱마켓 시장 점유율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자사 인앱결제 강제 정책에 대한 국내 정치권과 업계의 반발이 커지자 구글은 당초 오는 10월부터 변경된 수수료 정책을 적용하기로 했다가, 신청기업에 한해 수수료 정책 적용시점을 내년 3월 31일로 미뤘다.

이미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시행중인 애플은 '구글 갑질 방지법'이 앞서 지난 25일 법사위를 통과한 이후 공식 자료는 내고 "이번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앱스토어가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 디지털 상품을 구매한 이용자들을 사기 위험에 노출시키고 개인 정보 보호 기능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앱스토어에 장착된 고객 보호 장치들의 효과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결국 애플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자사 앱스토어의 외부 결제를 사실상 허용하며 한발 물러서는 입장을 보였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지난 1년간 여야가 이견 차를 보이며 난항을 겪었다. 야당은 구글갑질방지법의 취지를 인정하면서도 미국과의 '통상마찰 문제'를 우려하며 법안 통과에 제동을 걸었다.

접점을 찾지 못하며 표류될 뻔한 법안은 최근 미 상·하원에서도 구글과 애플의 독점적 지위 남용을 정조준한 ‘오픈 앱 마켓 법안’이 초당적으로 발의되며 탄력을 받게 됐다.

또한 앞서 글로벌 로펌 세퍼트 멀린 측이 "본 개정안은 특정 사업자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지 않고 있으므로 WTO GATS와 FTA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다른 앱 개발자가 한국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한다"고 반박하기도 해 사실상 통상 마찰 가능성은 없다는 쪽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미국에서 이 같은 논의를 주도 하고 있는 미 앱공정성연대(CAF)의 마크 뷰제 창립임원은 지난달 한국 국회를 방문해 "미국·유럽 등에서도 한국 IT 정책이 글로벌 첨단에 서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며 "전 세계 앱개발자들은 한국 국회에서 의무적 인앱결제를 막기는 법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대해 환영하고 있다"고 밝혀 법안 통과에 힘을 실어 주기도 했다.

실제 구글, 애플 등이 각자의 플랫폼에 기반한 앱 생태계를 구축한 후 독점적 지위를 행사하고 있는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입법의 흐름은 우리나라와 미국 뿐 아니라 유럽 등 해외 각국으로 번지는 상황이었다.  

이번 통과된 개정안은 앱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 수단을 앱 개발사에 강제, 앱 심사를 부당하게 지연하는 행위, 모바일 콘텐츠를 부당하게 삭제하는 행위, 결제·환불 관련 사항을 이용약관에 명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다만 막판까지 논란이 됐던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중복 규제' 의견이 받아들여지며 앱마켓 사업자가 모바일 콘텐츠 등 제공 사업자로 하여금 다른 앱 마켓에 모바일 콘텐츠 등을 등록하지 못하도록 부당하게 강요·유도하는 행위, 앱 마켓사업자가 모바일 콘텐츠 등 제공사업자에게 차별적인 조건·제한을 부당하게 부과하는 행위 등 2개 조항은 빠지게 됐다.

업계 환영, 외신도 주목하는 분위기, 구글과 애플은?

이번 법안을 대표 발의한 조승래 의원은 “허름한 차고에서 시작한 구글과 애플이 세계를 대표하는 혁신 기업으로 성장했듯이 또 다른 후발 혁신 기업이 등장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개방적인 모바일 생태계를 만들고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과도한 수수료뿐 아니라 구글이 앱 개발사의 결제 시스템 선택권을 박탈하고 거래 정보까지 독점하려는 시도를 막은 것”"며 "법안 통과로 창작자와 개발자가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고 이용자가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공정한 앱 생태계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구글과 애플의 독점적인 권한을 규제하고자 하는 우리나라의 움직임은 지속적인 외신의 관심을 받아왔다. (사진=로이터통신 기사 캡처)

이번 개정안 통과는 외신들도 주목했다. 미국을 비롯해 관련 법을 논의 중인 국가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에서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며 "다른 국가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을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CNBC는 미국 투자회사 웨드버시 시큐리티(Wedbush Securities) 주식 연구이사 다니엘 아이브스(Daniel Ives)의 인터뷰를 인용해 "한국의 인앱결제 방지법은 빅테크 기업 독점규제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한국의 법안 통과 움직임은 구글과 애플 대상 규제가 말뿐이 아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다른 국가들 역시 더욱 엄정한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미 구글과 애플은 미국 내에서도 유사한 법안 논의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한국 입법이 법안 논의의 물꼬를 트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당사자인 구글과 애플은 일단 법안이 통과된 상황을 받아들이고, 대책을 마련하는 분위기다.

구글은 입장문을 내고 "구글은 고품질의 운영체제와 앱 마켓을 지원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면서 해당 법률을 준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향후 수 주일 내로 관련 내용을 공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우리나라 국회 법사위 통과 이후인 지난달 27일 외부 결제 수단에 대한 정보를 이메일 등을 통해 공유하도록 허용하는 한편, 연매출 100만달러 미만 사업자에 대한 수수료를 30%에서 15%로 감면하는 정책을 최소 3년 유지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7개 사항의 합의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국내외 전문가들은 “외부결제를 허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기존 결제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일 뿐”이라며 ‘꼼수 합의안’으로 평가 절하하고 있다.

실제 이번 ‘구글 갑질 방지법’ 통과 이후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구글과 애플이 법에 저촉되지 않으면서도 다른 방식으로 수익 모델을 만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법안이 두 기업의 과도한 독점적 행위에 대한 규제 취지를 담고 있는 만큼 당장은 추이를 두고 볼 것이라는 것이 관측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 애플에 응할 수 있는 국내 토종 앱마켓 생태계 구축에도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며 장기적인 대응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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