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따라하지마’ 웹젠 ‘아닌데?’ 불붙은 ‘IP 소송전’

갈수록 치열해지는 게임업계 IP 전쟁
중국의 게임판 동북공정에도 대응해야…

지난 6월 21일 엔씨소프트(이하 엔씨)가 중견 게임사 웹젠을 상대로 자사 대표 게임 ‘리니지M’의 오리지널 지식재산(IP)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엔씨소프트 측은 “웹젠이 지난해 8월 출시한 모바일 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MMORPG) ‘R2M’의 콘텐트와 시스템이 리니지M을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사의 핵심 IP를 보호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에 웹젠 측은 저작물의 IP 관리와 중요성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모방은 하지 않았다”며 “해당 사안에 대한 이견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원만히 합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웹젠의 R2M

‘모방했다’ vs ‘아니다’ 이유는?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게임디자인, 시스템, 사용자 환경 등의 유사성이다. 예를 들어 리니지M의 장비와 아이템을 넣을 수 있는 가방(인벤토리)의 무게에 따라 캐릭터의 움직임을 비롯해 전반적인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주는 설정을 웹젠의 R2M이 유사하게 적용했다는 것이다.

엔씨 측은 “웹젠이 R2M을 출시한 이후 이러한 저작권 침해 의심 부분을 고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게임의 유사성이 통상적인 범위를 넘었다고 판단해 소송까지 내게 됐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웹젠의 R2M은 출시 당시부터 리니지M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일부 유튜버를 중심으로 두 게임을 비교하는 영상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번 소송에서 엔씨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 진다면 저작권법 123조, 125조에 의해 웹젠 측은 서비스 중지와 함께 엔씨 측에 손해배상까지 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원만하게 일단락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사례를 살펴보면 2016년 엔씨가 이츠게임즈를 상대로 제기했던 소송이 대표적인 예이다. 당시에도 이츠게임즈의 ‘아덴’이 엔씨의 PC게임 ‘리니지’의 상표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소송이 제기됐지만, 법원 조정으로 합의 하에 마무리된 바 있다.

리니지M

IP 전쟁, 격화되는 이유는?
게임업계에서 IP를 둘러싼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모바일 게임이 보편화되고 구글플레이 등의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얻은 게임은 수천억을 넘어 조 단위의 돈을 벌게 하는 ‘황금알’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6월 출시된 엔씨의 대표 상품 ‘리니지M’은 최근 4년 간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 순위 2위 밖을 벗어난 적이 없다. 엔씨는 2019년 4분기 이후부터 매출을 게임 별로 나눠 집계하기 시작했는데, 그 중 ‘리니지M’으로만 벌어들인 돈이 지난 1분기까지 1조 2161억원에 달한다.

웹젠 역시 지난 2000년 설립 이후 뮤(MU), R2 등의 인기 게임을 시장에 내 놓으며, 시가총액 1조 1194억원, 매출 기준 국내 10위 권의 게임사로 성장했다.

모바일 게임 초창기에는 지금과 달리 모방에 관대한 분위기였다. 소위 대박 게임이 출시되면 줄줄이 유사 게임이 나오기도 했다. 또한 MMORPG라는 게임 장르의 경우, 동양은 무협, 서양은 판타지 등의 배경을 기반해 만들어지다보니 어느 정도 유사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요인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소비자의 취향이 다양화되고 글로벌 흥행을 이뤄낸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를 비롯해 펄어비스(검은 사막), 스마일게이트(크로스파이어) 등 특색있는 스토리와 구성을 갖춘 신흥 게임들이 인기를 얻으며 업계는 오리지널 IP를 침해하는 행위에 예민하게 대응하는 상황이다.

중국의 IP 침해도 심각
토종 게임의 글로벌 흥행이 이어지며 이를 모방한 중국의 IP 침해 사례는 이미 수년 전부터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게임 업계는 이러한 중국 게임사의 표절에 수년 전부터 법적대응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국내 게임사 위메이드가 진행 중인 ‘미르 IP’ 소송전을 꼽을 수 있다.

위메이드가 지난 2001년 중국에 ‘열혈전기’라는 이름으로 선보인 ‘미르의 전설2’는 2004년 중국 게임시장 점유율 65%를 달성하고, 2005년 중국 동시접속자 수 80만명을 기록, 기네스북에 등재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이렇게 큰 인기를 끌자 중국에서는 미르 IP를 무단으로 도용한 게임이 줄을 이어 출시됐다. 심지어 ‘전기류 게임’은 이러한 모방작을 통칭하는 용어가 될 정도였다.

위메이드 미르의전설2

위메이드가 ‘보스턴 컨설팅그룹’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국 내 ‘전기류 게임’의 시장 규모는 약 550억 위안(9조 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위메이드는 한국과 중국의 다수 로펌을 통해 60여 건이 넘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2020년 6월 싱가포르 ICC에 중국 샨디게임즈 등을 상대로 한 ‘미르의 전설2’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계약 종료 및 무효 확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비롯해, 최근 중국 게임사 킹넷과 관계사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금지 및 부정당 경쟁금지 위반 소송에서 승소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넥슨 역시 지난 2017년 흥행작 ‘던전앤파이터’를 표절한 ‘아라드의분노’에 대해 개발사인 상해 지나온라인과기유한회사 등을 상대로 중국법원에 소송을 제기, 서비스 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아 냈다.

중국이 달라졌다? 게임판 동북공정 우려
넥슨의 사례와 같이 중국법원에서 제기한 소송이 성과를 내고 중국 정부에서도 저작권법 개정안을 시행하는 등 변화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움직임 뒤에는 중국의 게임판 ‘동북공정’이라 할 수 있는 게임 심사 채점제가 도입되며 우리나라 게임사의 중국 시장 진출을 어렵게 하고 있다. 중국공산당중앙위원회선전부가 지난 4월부터 시행한 게임 심사 채점제는 관념지향, 원조창작, 제작품질, 문화적의미, 개발정도 등 5개 항목으로 평가한다. 5점 만점에 평균 3점 이상을 받아야 하며 이 중 단 하나라도 0점을 받으면 게임을 출시할 수 없다.

중국의 동북공정 논란이 됐던 페이퍼게임즈의 '샤이닝니키'

문제는 새부적인 평가에 이념이 반영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관념지향에서 ‘게임주제, 플레이어의 역할, 메인 플레이 방식’ 등이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에 부합하는가를 따지는 식이다. 또한 문화적의미에서는 ‘중화문화를 전파하거나 확산 가능 여부’를 심사한다.

즉 심사위원의 판단에 따라 ‘부적절한 국가, 민족, 종교, 역사’ 등의 이유로 감점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는 최근 불거진 한복과 김치 등 우리나라 문화를 중국 문화라고 우기는 ‘문화 동북공정’과 비슷한 방식으로 적용될 수 있다.

중국의 이러한 규제는 해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2016년 7월부터 권고 사항이었던 모바일게임의 판호 발급을 의무 사항으로 변경했고, 2018년 3월부터는 중국 공산당 직속 기관인 중앙선전부가 판호를 관리하며 게임총량제를 도입했다. 이는 시장에서 유통되는 온라인 게임 총 개수를 통제하는 방식으로 판호 신청 기회 또한 3회로 제한하고 있다.

우리나라 게임 업계로서는 IP 소송에서 승소했다고 해도, 정작 받아들이기 어려운 규제로 인해 중국 시장 진출이 더욱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실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레드나이츠’,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이 2017년 판호 발급을 신청해 놓고 지금까지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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