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지금 걸어 다니는 백화점을 보고 계십니다.

새로운 유통 형태의 변화와 새로운 연령층의 소비시장의 문을 열다

10여 년 전, 처음 뉴욕에 갔을 때 뉴욕의 명물들을 찾아 macy's 백화점에 간 적이 있다. 세상에서 제일 오래된 나무로 만들어진 에스컬레이터를 타러 갔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에스컬레이터가 유통을 담당하는 공간에 자리하고 있는 것은 많은 뉴요커들이 소비라는 행위를 하며 쌓아간 추억의 반증이었다. 그리고 그때도 메이시스 백화점은 참 휑했다. 나는 미국의 백화점을 갈 때마다 쓸데없는 오지랖 가득한 걱정을 하곤 한다. 이래서 과연 건물 유지비라도 나오는 것일까? 하는 한낯 개미의 슈퍼부자 걱정이었다. 한층에 두세명 정도의 매니저만 있고 심지어 그 매니저들의 쉬는 시간에는 백화점 한 바퀴를 몇 번을 돌아도 제품을 사기 위해선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상품 디피와 오래된 조명들만이 나를 반겨줄 뿐이었다.

뉴올리언스의 macy's는 정말 충격에 가까울 만큼 더했다. 뉴욕이야 인구도 많고 소비의 도시니까 뉴욕 macy's 휑한 건 걱정할 것도 못되었다. 정말 사람이 숨 쉬는 소리라고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조용했고, 미국의 대형 리테일 체인이라는 무색하게도 제품의 리뉴얼이 이뤄지지 않았고, 정말 이렇게 오래된 제품들이 매대에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었던 적이 있다. 사실 미국이야 백화점의 위기라고는 하지만, 한국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백화점만큼 장사를 잘하고 있는 곳이 없을 만큼 어릴 적부터 백화점을 찾으면 늘 무료한 주말에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터에서 지겹도록 놀고, 맛있는 간식을 먹을 수 있고, 또 쇼핑이 끝난 엄마에게 이끌려 엄마가 그동안 봐 둔 옷들을 입혀보고 새로운 것들을 체험하는 공간이다. 물론 지금 당장이라도 핸드폰으로 최저가를 찾아 제품을 살 수 있지만 왜인지 모르게 잘 정리된 제품들과 따스하고 따뜻하게까지 느껴지는 잘 접힌 옷들에 빳빳한 백화점 로고나 브랜드 로고가 적혀있는 종이봉투까지 재미와 든든함을 안고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이제 우리가 어릴 때 느꼈던 그런 백화점이 주는 즐거움들은 여전히 있지만, 또 백화점이 온전하게 채워주지 못하는 단점들을 보완한 새로운 유통 형태를 받아들이고 있다. 백화점에서 꼭 마음에 들었던 옷이 있지만 판매하는 직원분과의 케미가 맞지 않을 때 혹은 심드렁해하면서 귀찮아하거나 눈을 아래위로 굴리면서 나의 모습을 판단하거나 하는 불쾌함에 누구나 한 번쯤은 그냥 물건을 내려놓고 매장을 나와 씩씩거리며 기분이 상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집 앞에 백화점이 걸어서 있지 않는 이상은 백화점을 가기 위해선 아무리 도심에 살더라도 30분은 걸리고 주차비를 채우기 위해서 억지로 지금 당장은 필요하지 않지만 앞으로 필요할지도 모르는 물건들을 집어 들고 나와야 하는 과소비를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모든 단점들을 인스타 그래머와 유투버들이 하고 있는 공동구매 공구가 채워주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이나, 퇴근 시간이나, 자기 전이나 심심해서 팔로우하고 있는 인플루언서의 계정을 들어가 보면 실시간으로 그녀가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먹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같이 쌍방향 대화도 가능하고 인터넷에 어떤 웃긴 짤보다 적절한 드립력으로 스토리로 이 사람의 가치관과 생각들을 엿볼 수 있다. 그러면서 또 한 번 반하게 되고, 또 이 사람에 대한 애정이 커져 그 인플루언서의 구매력은 커진다.

자기 이야기는 조금만 하고 늘 파는 인플루언서가 있다. 대신 물건 픽 하나만큼은 정말 똑 부러지게 좋다거나, 본인이 직접 먹고 몸이 너무 좋아졌다거나, 살이 확 빠졌다거나 서서히 그 모습을 보여주면서 몇 개월째 같이 웃고 울고 그 과정을 지켜봐 와 함께 빙의가 되어 응원해주고 바이럴 될 때 그 진정성은 더해져 마치 나도 함께 살을 뺄 수 있고 살인지 붓기인지 모를 내 몸 안의 퉁퉁한 부기가 빠질 것 같고 늘 달고 살던 만성 피로를 인플루언서가 먹는 영양 제면 말끔히 사라질 것만 같다. 그렇게 스토리텔링은 시작된다.

그 마음이 조금이라도 살까?
해서 얼마야? 할 때 
회원가입을 시키고 인증을 시키는 순간 
구매는 와르르 줄어든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1단계라도 
구매에 필요한 단계를 줄여
살까? 말까? 아 가격 지금이 제일 좋은데 
한번 하나만 사봐야지!라는 
마음을 들게 해 줄 때 
구매는 폭발적으로 커진다.

인플루언서가 공구를 하면서 자신의 사이트에서 제품을 팔게 되면 회원 가입 이벤트, 혹은 지난번에 가입해둔 아이디나 비밀번호 같은 것을 까먹어서 겪게 되는 시행착오를 주는 것 자체가 공구를 하는 것에 대한 기본기를 의심해야 할 만큼 공구 소비자에 대한 큰 실례다. 이를 정확히 간파하여 결제 시스템으로 수수료를 버는 같은 것으로 구매 성향을 파악하는 데이터로 맞춤형 광고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살까 말까 할 때 회원 가입으로 인한 여러 단계를 없앰으로써 모든 창업자들의 이상적인 수익 모델인 플랫폼 사업을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

혹은 팔 때만 자기 사생활 이야기를 덧붙일 때도 있다. 인플루언서의 판매 사이즈가 커지면 처음엔 본인도 좋아서 시작했던 일상의 공유가 시간이 지나서 정말 좋은 제품을 믿고 사는 가게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오프라인에서 친구를 만나도 한층 가까워진 느낌이 드는데, 시공간을 넘나들고 따로 약속 잡지 않아도 늘 먼저 골든 레트리버와 같은 상냥함으로 반겨주는 친구라니, 그렇게 애정하고 좋아하는 친구가 파는 물건인데 정말 좋고 어차피 살 물건이면 여기서 사야지 하게 되는 게 적어도 한국 성인 여자들의 심리인 셈이다.)

 학부모 모임에 가면 엄마들의 직업군이 다양하다. 전업 주부 엄마들에서부터 보험이나 방문 판매 화장품업에 종사하거나, 남편이 학교에 납품할 수 있는 우유나 관련 사업을 하거나 혹은 순수하게 아이들의 교육과 정보 교류를 위해서 모이는 아줌마들까지 다양한 타입이 모여 또 하나의 사회를 만들어간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또래 나이의 아이들을 둔 엄마들도 마찬가지다. 본업의 유무와 관계없이 인간은 사회적 교류를 하며 살아가고 그러면서 어차피 하게 될 보험이면 비싼 줄 알면서도 고모나 이모에게 들어줘야 하고, 친하게 지내는 동네 아줌마의 제품을 팔아 줘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러한 심리적 소비형태가 인플루언서로 옮겨와서 다양화되고 있다. 평소에 마음 주고 잘 지내는 동네 친구가 피부가 늘 뽀얀데 그 친구가 쓰는 화장품은 그 친구가 팔거나, 팔지 않고 그 가게에 같이 손잡고 데려가 주거나 속는 셈 치고 나도 한번 사보게 되는 원리인 것이다.

요즘 공동구매와 인플루언서들이 런칭하여 성공한 브랜드는 쇼잉용이 아닌 이상 수익만을 보고 백화점이나 홈쇼핑에 들어가는 일은 많지 않다. (그리고 홈쇼핑의 구매자층과 인플루언서 공구의 구매자층의 연령대는 15~20년 이상 차이나는 여성들이라 여전히 홈쇼핑의 구매력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그들의 마진율이 40%라고 가정하더라도, 인플루언서가 기존에 백화점이나 홈쇼핑에서 하고 있었던 유통과 신뢰의 역할을 대신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굳이 40%를 떼주면서 까지 기존의 유통채널을 활용할 필요성이 적어진다.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백화점에서 산 제품이라면 믿고 사는 신뢰가 더 자주, 편하게 가깝게 소통하고, 나와 가치관이 맞는 친구로부터 구매처가 바뀌는 것이다. 그리고 브랜드라면 컴플레인 사항에 대해서 묵살하거나 pr 등으로 눌러버릴 때가 많지만 어떠한 악성 댓글러와 블랙 컨슈머도 인플루언서들에게는 치명타를 입힐 수 있기 때문에 이런 cs에 대해서도 꽤나 호의적인 편이다. 물론 억지스러운 고객들도 많지만, 대부분 인플루언서들은 문제가 복잡해지는 부분들보다 그냥 로스로 처리하면서 문제를 일으킬 것 같은 까탈스러운 손님들은 원칙을 넘어서 무조건적인 환불로 문제들을 처리하고 있고 작은 문제에 대해서도 빠르고 투명한 피드백으로 소통하고 있고 진심 어린 사과가 실시간으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도 보다 그들의 권리가 올라감을 느낀다. 코스트코 코리아의 무조건 적인 환불에 사람들이 더 열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코스트코 코리아는 블랙 컨슈머의 로스마저도 이를 아까워하지 않고 더 큰 시장의 파이로 나아가기 위한 기회비용으로 생각한다.

기존 백화점(대기업 유통 채널망)이 주는 장점이 사라진 이유

1) 입점 수수료와 판매수수료로 나눠져 있는 백화점의 입점 형태

2) 마케팅 비용, 부동산 비용, 건물 유지비용, 직원 고용 비용 규모의 축소

3) 명품이나 공간을 함께 즐기는 음식 이외에는 더 질 좋은 제품이 스토리텔링과 적은 광고 비용으로도 효과적으로 전달 가능하고 물건의 순환이 빠르다.

4) 실수를 하고 잘못을 하더라도 현명한 대응과 진솔 어린 사과를 하게 되면 그로 인해 기존 브랜드가 가지는 불매 효과와 반감 효과에 비해서 훨씬 타격이 덜하다.

온라인 라이브 커머스 채널에서 인플루언서들과 기존 유통 회사들의 협업은 쉽지 않다는 것이 이들은 서로 다른 시장을 가지고 간다는 상황의 반증이다. 서로 가져가려고 하는 수익의 파이가 서로의 기여도에 비해 더 많이 생각하거나, 각자 플레이를 했을 때 더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온라인 라이브 커머스 채널에서 대부분은 기존에 쇼호스트나 방송인들의 특별출연 형태로 또 하나의 온라인 홈쇼핑의 형태로 진화되고 있다. 물론 스트릿 화장품 브랜드가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인플루언서들도 본인의 성공이나, 기분을 내고, 일상을 이야기할 때 백화점에서 소비를 하고 먹고 마시는 일상들을 공유하고 핫플을 알려준다.

본질은 간단하다. 좋은 제품을 좋은 가격에 팔면 소비자들은 그것이 어떤 채널이든지 구매를 하는데에 있어서 망설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인플루언서가 직접 만들거나 공동구매의 형태로 좋은 제품을 소개하지 못하고, 가격적으로 매력적이지 못하면 그 공구와 그 제품은 망한 제품이 되는 것이다. 백화점에 입점한 브랜드 역시 백화점에서만 팔든, 온라인에서만 팔든 그 제품이 정말 좋은 제품이고 이를 소구 할 수 있는 장점들을 소비자들에게 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전달하면 기존의 브랜드가 커나가는 형태로 입소문으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광고로 변질된 인스타그램인 줄 알면서도 사람들은 하루에 습관처럼 인스타그램 앱에 들어가서 광고를 소구하고, 소통하고, 또 우리끼리의 놀이 문화를 만든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커피를 소구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여 그 위에 스타벅스가 주는 공간의 획일화된 장점과 각종 이벤트로 브랜드 충성도를 올려가는 원리와 어떻게 보면 인플루언서의 공구 시장은 닮아있는 셈이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이커머스 시장과 사람들의 소비형태의 변화에 절대 잊지 말아야 하는 본질은 곧 죽어도 품질이요, 둘째는 세련된 방식으로 제품의 품질을 소구 할 수 있는 능력과 채널 확보, 셋째는 브랜드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팬들을 늘려나가고 기존의 팬들과의 끈끈함을 유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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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909090k@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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