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美 오하이오주에 도시 규모 메가팹···TSMC-삼성 추격전

메모리를 만들던 인텔은 1976년 최초의 마이크로 컨트로러 8048을 만들면서 일본 반도체업계의 저가 메모리 공세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게 된다. 인텔을 세계 반도체 업계의 최고봉으로 이끈 실마리를 이끌어낸 인텔 공동창업자이자 IC 발명의 아버지 밥 노이스를 기린 인텔 산타크라라 밥 노이스 빌딩. (사진=인텔)

1980년대 이후 인텔은 세계 반도체업계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넘사벽’이었다. 물론 지금도 인텔은 세계 PC용 CPU 공급 등에서 80% 가량을 차지하면서 그런대로 굳건한 아성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타도 인텔을 내세운 삼성에 매출로 심심찮게 따라잡히는 등 인텔의 아성이 과거같지 않다. 게다가 지난해 말 사태(?)에서 보듯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자존심도 내팽개치고 세계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TSMC를 직접 방문해 최첨단 PC용 CPU 생산 물량 배정을 간청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물론 말레이시아 반도체 공장 행사에 참석했다가 들르는 일정으로 체면을 망가뜨리지 않으려고 애쓰긴 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올해 세계 최초로 3나노미터 반도체 생산 팹을 가동할 태세고 TSMC도 비슷한 궤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인 겔싱어 CEO의 속이 절대 편할 수가 없다. 그는 인텔을 어떻게 움직여가고 있을까.

2년 전 10나노미터(실제로 7나노급) 생산 공정을 6개월 이상 연기한다면서 투자자들을 패닉에 빠뜨렸던 인텔에 구원투수로 등장한 겔싱어는 지난해 7월 차기 반도체 미세 공정 로드맵과 신제품 로드맵을 대대적으로 공개했다. 2024년까지 2나노미터(인텔 표현으로는 20A 공정 반도체)를 내놓는다고 밝히며 환골탈태를 선언했다. ‘인텔 액셀러레이티드’ 행사에서였다

그 계획이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결국 인텔의 목표는 최첨단 초미세 회로선폭을 갖는 반도체를 자유자재로 생산하는 ‘팹 독립’이다. 겔싱어는 이제 우리가 아는 과거의 영광 인텔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그 윤곽을 보다 선명하게 그려줄 계획이 미국 현지 매체에 의해 드러났다. 무대는 텍사스, 애리조나, 뉴욕처럼 우리에게 익은 지명이 아닌 오하이오주다. 지난해 일부 보도에서 1200억달러짜리 반도체 공장이 들어설 것이라고 했던 인텔의 반도체 공장 건설 무대가 확정된 것이다.

인텔, TSMC·삼성전자 이어 미국내 반도체 팹 건설 가세

인텔이 미국 오하이오주 컬럼버스 시에 우선적으로 200억달러(약 23조8400억원)를 들여 도시 규모의 거대 규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계획을 사실상 확정했다고 클리블랜드닷컴과 아스테크니카가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중 첨단 기술 전쟁의 와중에 TSMC와 삼성전자가 미국내 반도체 팹 건설 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반도체 팹 공장 건설 확정 소식이다.

TSMC는 지난 13일 4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올해 대만 남부와 미국 애리조나 라인건설 등에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린 400억~440억달러를 집행할 것”이라며 “이가운데 70~80%를 2,3,5,7나노미터 공정 개발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미국 오스틴에 조 단위의 대규모 반도체 시설투자를 지난해 말 확정했다. 삼성전자는 오스틴 파운드리 투자 계획인 ‘실리콘 실버’ 프로젝트에 전체 투자금 170억 달러(약 19조원) 중 50억6900만 달러(약 6조442억원)를 공장과 부동산에, 99억3100만 달러(약 11조 8400억원)를 파운드리 사업 관련 설비·장비 구매에 사용한다.

인텔측이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이 공장은 TSMC 및 삼성전자 파운드리와의 직접적인 대결을 겨냥한 것이다.

인텔의 권토중래를 꿈꾸는 오하이오주 컬럼버스 반도체 팹에 대해 알아본다.

“인텔, 경쟁자 뉴욕 제치고 오하이오 첨단 메가팹 사실상 확정”

인텔이 지배하던 반도체 세상의 영화를 재현하려는 팻 겔싱어 인텔 CEO). (사진=위키피디아)

인텔은 당초 지난해 말 오하이오주 반도체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하기로 했지만 올해초로 일정을 수정했다고 한다.

클리블랜드닷컴과 더플레인 딜러가 처음 보도한 인텔 오하이오주 반도체 공장 설립 소식에 대해 오하이오주 관리들은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그러나 소식통에 따르면 인텔은 현지, 주, 연방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조만간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보도에 따르면 인텔의 공식 발표는 오는 21일로 예정돼 있다.

물론 프로젝트 세부 사항은 철저히 보호를 받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해 12월 말 마이크 드와인 주지사를 비롯한 주 관계자들에게 경쟁주인 뉴욕주를 제치고 오하이오주를 공장 건설지로 선정했다. 이 공장은 컬럼버스 시에서 동쪽으로 약 32km 떨어진 부유한 교외인 뉴 올버니에 계획돼 있으며, 수백억 달러(수십조 원)의 비용이 들며 수천 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게 된다.

지난주 오하이오 지방정부 관계자들은 뉴올버니가 리킹카운티 비법인 용지 3600에이커(1011헥타르·1011만 7500㎡·306만6000평)를 수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아스테크니카에 따르면 겔싱어 인텔 CEO는 “메가팹이 6~8개의 모듈을 포함할 것이며 석판 인쇄 공정과 패키징 기술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은 2024~2025년에 등장할 2나노미터(20A/18A) 회로선폭의 미세공정 반도체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지난해 7월 액셀러레이티드 행사에서 밝혔다.)

겔싱어는 앞서 지난해 8월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후보지가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미국 어딘가에 새로운 ‘메가팹’ 칩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100억~150억달러 규모의 팹 모듈 6~8개를 지을 계획”이며 “이 공장이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지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소 600억~1200억 달러(약 72조~144조원) 규모의 팹이 오하이오 주 컬럼버스 시에 들어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겔싱어는 이 단지가 완공되기까지 1000억달러(약 119조 원)의 돈이 들 것이며 1만명의 노동자가 고용될 것이라고도 했다.

인텔은 뉴욕 대신 오하이오주를 미국내 팹 기지로 선정해 인텔의 영광 되살리기에 나선다. 사진은 지난해 7월 인텔 액셀러레이티드에서 발표된 인텔의 첨단 반도체 공정 기술 혁신 로드맵. (사진=인텔)

오하이오 메가팹은 또한 새로운 생산 엔지니어를 교육하는 중심지가 될 전망이다.

이 팹이 오하이오 주립대와 24km 밖에 떨어져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인텔은 이 대학 전기공학과와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 최소한 미래의 잠재적 우수 인력 공급원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겔싱어는 “이 회사 부지 선정에 대학과의 근접성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대학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오하이오주립대의 컴퓨터공학과 전기공학 프로그램이 미국 US뉴스앤월드리포트지의 대학 순위 톱25에 진입했다.

인텔, 오하이오주와 미 연방의 보조금 받게 될 듯

그러나 구체적 사업 범위와 시기는 미국내 반도체 생산업체에 수십억 달러(수조 원)의 보조금을 줄 수 있는 연방법안으로 묶여 있다.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미 상원에서는 지난해 6월 초당적 표결로 미국 혁신경쟁법을 통과시켰지만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하원에서는 지연되고 있다.

지난주 초 드와인 오하이오 주지사을 포함한 오하이오주 공화당과 민주당 관계자들은 의회에 이 법안을 승인해줄 것을 요구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행정부도 하원을 압박했다.

그러나 미중 첨단 기술 경쟁 분위기에서 통과되지 않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해 보일 정도다.

이와 별개로 인텔은 오하이오주로부터도 보조금을 받게 된다.

오하이오 주 내의 어떤 주요 경제 개발 프로젝트도 이 주의 민간 경제 개발 자회사인 잡스오하이오(JobsOhio)등으로부터 주 보조금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잡스오하이오는 지난 2011년 존 카시치 주지사가 주 개발부를 대체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주 주류 판매를 독점 운영하면서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잡스오하이오 관리들은 오하이오주 남동부 벨몬트카운티에 계획 중인 60억달러(약 7조 1500억원) 규모의 석유화학 처리 공장을 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경제 개발 프로젝트로 내세웠지만 실패했다. 잡스오하이오는 이 프로젝트에 예비 현장 작업비 및 예비 비용 충당금으로 7000만 달러(약 833억 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500명 고용이 예상됐던 이 시설은 석유와 플라스틱의 글로벌 가격이 이동하면서 정체 상태에 빠졌고 위상도 불투명하다.

인텔, 오하이오에서 영광 부활에 나선다

플레인 딜러에 따르면 하이오와 뉴욕은 이 반도체 공장 유치를 놓고 경쟁하고 있었다. 뉴욕은 IBM 전성기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반도체 제조 역사가 길다.

인텔의 메가팹이 오하이오에 상륙할 경우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거점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오하이오 주 정부로서는 쿠데타가 될 수 있다.

인텔은 최근 몇 년 동안 반도체 미세 생산공정에서 TSMC와 삼성 등에 뒤처졌지만, 겔싱어는 인텔을 다시 선두로 끌어올리기 위해 밀어붙이고 있다.

오하이오 반도체 공장 설립은 인텔이 자사 칩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들을 위한 칩도 만든다는 것을 말해 준다.

보도에 따르면 인텔은 이미 퀄컴 및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계약했으며 클라우스 슈그라프 인텔 부사장은 지난해 10월 100개 이상의 기업이 관심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그들 중 극히 일부라도 끝까지 따라간다면, 그들은 메가 팹에서 주문량을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인텔이 조만간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종합반도체 회사로서 TSMC에 첨단 반도체 생산을 구걸하던 시절을 한때의 추억으로 회고하게 될지 지켜 볼 일이다.

인텔은 지난 2017년 인수한 자율주행차 기술 업체 모빌아이의 주식을 공매도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금조달 절차를 밟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 절차는 올해말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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