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소프트웨어화' 대세...현대차는 전열 정비 중

대기업 생활전기사업부에 근무하는 직장인 이야기를 담은 MBC 드라마 '미치지 않고서야'에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장면이 나온다. 오작동 가능성이 있는 제품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해당 부품이 오류를 일으킬 경우, 자동으로 회사 AS센터로 알림이 오게끔 만든 것.

이같이 물리적 위치에 관계 없이 장비 기능을 변화시키는 소프트웨어의 기본적인 특징에 무선 네트워크의 결합은 하드웨어 산업에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그중 자동차는 가장 빠르게 소프트웨어를 받아들이는 분야다. 자동차가 하드웨어 기반 기계에서 소프트웨어 기반의 전자 장치로 개념 자체가 변화하는 중이다.

맥킨지에 따르면, 2030년 소프트웨어는 차량 구성 요소 중 30%를 차지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는 자동차의 소프트웨어 전자 장치화 추세에 따라 분명해진다. 2010년까지 자동차에 들어가는 코드의 수는 1천만개 였지만, 2016년에는 1억 5천만개를 넘어섰다.  게다가 2018년 미국 시장에서는 433건의 리콜이 발생했는데, 이 1/4인 102건이 소프트웨어 관련 건이었다. 자동차의 스프트웨어화는 추세를 넘어 대세에 가깝다.

자동차 기능도 프로그램 설치하듯

자동차의 소프트웨어화를 이끄는 대표적인 기업은 전기차 기업 테슬라다. 지난 18일 테슬라는 완전 자율 주행(FSD) 기능을 월 구독 서비스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FSD에는 자동 차선 변경, 자동 주차, 신호등 인식 등의 기술이 포함됐다. 지금까지 테슬라는 자동차 옵션으로 1만달러(약 1천145만원)에 판매했지만, 이를 바꾼 것. 마치 MS의 오피스365나 어도비 크리에이이트 클라우드와 같이 PC에 설치하는 소프트웨어처럼 월 구독 서비스를 이용해 약정 없이 이용할 수 있고, 언제든지 취소할 수도 있도록 변경했다.

기존 테슬라가 제공하던 오토파일럿 기능을 탑재한 차주는 월 99달러(11만원)만 내면 된다. 오토파일럿은 크루즈 컨트롤 기능으로 차선 유지와 속도 조절, 앞차와 간격 조절 등을 지원하지만, FSD는고속도로 자율주행, 차량 흐름이 원활한 차선으로 자동 이동, 자동 주차, 차량 호출 기능 등을 제공한다. 추가 비용으로 인해 기존 테슬라 차주들의 추가 비용에 대한 불만이 있지만 소프트웨어화 추세는 막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도 소프트웨어 전열 갖추는 중

이러한 소프트웨어 추세에 발맞춰 현대차 역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우선 현대차그룹 현대모비스는 LG유플러스 등과 13개 개발사와 함께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플랫폼 구축에 들어갔다. 현대차 플랫폼 내 각 기업의 소프트웨어를 장착하는 방식으로 자동차 하드웨어 설비처럼 소프트웨어 역시 현대차 플랫폼을 심겠다는 의도다.

소프트웨어 관계자는 "모빌리티에서 단일 통합 플랫폼은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자동차 OEM사와 공급 기업의 작업을 조정할 수 있다"며 "안정성과 신뢰성을 위한 꼭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또 현대차는 조직 내부에 TaaS(Transportation as a Service) 조직을 만들어 모빌리티를 IT 서비스로의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단순히 완성차만을 제공하는 게 아닌, 서비스 전략 수립부터 기획·개발·운영까지 모빌리티 기능이 통합을 노린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송창현 전 네이버 CTO를 본부장으로 영입했다.

이어 주목할 점은 현대차가 미래차 관련 연구 직군만 따로 모아 '선행기술원'이라는 조직을 신설했다는 것이다. 판교에 위치한 선행기술원은 소프트웨어, AI 등 미래차 필요 기술을 집중 연구한다. 더불어 SW 인재의 원활한 확보를 위해 '소프티어(Softeer)'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소프티어는 '소프트웨어(Software)'와 '엔지니어(Engineer)'의 결합어로, 이 소프티어를 통해 자연스럽게 개발자를 현대차 기술 조직으로 끌어들이는 한편, 모빌리티 관련 기술을 공유할 방침이다.

그러나 자사 중심 플랫폼 구축 전략은 빠른 소프트웨어 생태계 단점 될 수 있어

하지만 이러한 조직 정비와 인재 확보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플랫폼 구축에 있어 모빌리티 관련 서비스를 지나치게 자사 중심으로 구축하고 있다는 것.

이와 같은 지적은 현대차의 대표적인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서비스인 내비게이션과 관련 서비스에서 두드러진다. 내비게이션은 도로 상황 및 빠른 길 전달 등 운전자의 운전 경험 수준이 높고 주행 거리 등 주행 데이터 수집을 위해서도 중요한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중 하나다.

이 때문에 구글, 애플 등은 안드로이트 오토나 카플레이 기능을 통해 지도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자동차에 유입 시키려고 하며, 테슬라 역시 주행 데이터를 일반 보험사와 연계해 보험 상품으로 운전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티맵모빌리티는 안전 운전 할인으로 UBI 보험 할인을 제공 중이다. 그러나 여기에 현대해상은 없다. 현대차 그룹이 가진 운전자 주행 정보를 현대해상에 적용하기 위해 참여를 막고 있는 것이다. 보험 할인의 경우, 주행 데이터와 보험사의 데이터가 매칭돼 결정된다. 결국 최대한 운전자를 고객으로 많이 끌어모아야 하는 입장에서 현대차 소프트웨어 개발을 기다리는 셈이다. 이외에도 중고차 판매, 출장 세차 등 소프트웨어가 활용되어야 하는 서비스들이 현대차 모빌리티 플랫폼 구축이라는 명목 아래, 느리게 개발이 진행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하드웨어 기획은 굉장히 뛰어나지만, 소프트웨어 생태계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것 같다"며 "소프트웨어는 지속적으로 업데이트가 필요한데, 관련 조직이 계속 바뀌는 걸 보면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기업으로서 직접 플랫폼 구축, 소프트웨어도 개발해 서비스도 만들 수는 있겠지만, 이런 식이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석대건 기자

daegeon@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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