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점 맞는 빅테크 플랫폼 갑질

구글이 자사 앱마켓 수수료를 기존 30%에서 15%로 인하한다. 21일(현지시간) 구글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사용료를 30%에서 15%로 인하한다. 이는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반독점 이슈 및 시장지배력 남용에 대한 화답 성격의 발표다. 구글 본사가 있는 미국의 의회 역시 구글, 애플과 같은 빅테크 기업의 반독점 행위에 대해 본격적인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서 애플은 지난 2년 간 연 매출 100만 달러 미만 앱과 뉴스 앱, 애플 프로그램에 참여한 특정 프리미엄 비디오 스트리머들에 대한 수수료를 30%에서 15%로 인하했다. 소비자들이나 규제 당국이 원하는 수준의 대응책은 아니지만 특정 조건에서 수수료를 낮추는 방식으로 발등의 불을 껐다.

이번 구글의 발표는 애플 보다 전향적이다. 현재 구글은 앱 개발사들로부터 첫 12개월 동안 매출의 30%를 수수료를 받고, 이후 15%로 인하한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처음부터 15%의 수수료를 받는다. 더불어 전자책, 음악 스트리밍 등 기타 유료 콘텐츠 앱에 대한 수수료는 10%로 낮춘다. 구글은 자사 블로그를 통해 "개발자 99%는 15% 이하의 이용료를 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구글과 애플은 모두 반독점 행위로 피소된 상황이다. 이들은 대상으로 소송을 낸 에픽게임스가 대표적이다.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의 개발사인 에픽게임스는 양사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에 대해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애플과의 공방에서는 절반의 승리를 거뒀다. 인앱결제에 대해서는 부당경쟁법에 위반한다는 판결을 이끌어 냈지만, 미국 법원은 애플의 반독점법 위반을 인정하지 않아 밀린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또한 구글의 경우 지난주에 에픽게임스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법원의 반독점법 위반이 인정되지 않은 전례가 이러한 소송을 가져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구글 대해서는 미국의 36개주와 워싱턴DC, 즉 미국 정부가 시장지배력 남용으로 불공정한 관행을 이어왔다면서 잇따라 소를 제기한 상태다. 유럽 등지에서도 비슷한 규제가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처음 이를 법제화함으로써 빅테크 플랫폼의 갑질 제동에 신호탄을 쐈다.

우리나라는 이미 특정 앱마켓의 인앱결제 강제를 막는 이른바 '구글 갑지 방지법'을 시행하고 있다. 다만 시행 한달 여가 지났지만 구글과 애플은 적절한 이행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어, 국정감사에서 뭇매를 맞고 있다.

이들 기업은 스마트폰 대중화의 주역으로 현재의 앱 생태계를 만들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러한 혁신적 기업활동의 결과로 수익을 창출했지만, 현 상황에서 이들의 높은 수수료와 인앱결제 강제 정책은 모두가 공생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변화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독과점적 지배력을 통한 불공정 행위에 각국 정부가 나선 이유다.

글로벌 플랫폼을 향한 규제, 출발점은 한국

이외에도 불공정성을 띄는 글로벌 플랫폼을 향한 규제는 우리나라가 가장 역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세계 첫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시행했고, 최근에는 넷플릭스의 망 이용료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과도한 트래픽을 일으켜 막대한 수익을 챙기면서도, 응당한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있는 행태에 대해 입법화 움직임이 시작됐다. 국회에서 관련한 대표 발의안이 나왔고, 과기정통부 장관이 적극 협조하겠다고 나섰으며, 대통령까지 국무회의에서 검토 지시를 내렸다.

특히 지난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는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나와 "구글과 넷플릭스도 망 이용료를 내야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다"며 작심발언을 했다. 이 GIO는 수년 전부터 국감에서 해외 기업에 대한 국내 기업의 역차별 문제를 제기해 왔다.

이날 과방위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인으로 참석한 이 GIO에게 "넷플릭스의 망 무임승차가 화두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매년 700억~1000억원의 망 이용대가를 내고 있다고 들었다. 이 정도가 맞나"라는 질의를 했다.

이에 대해 이 GIO는 "예전부터 역차별 문제에 대해 고민이 있다"면서, "우리가 망 비용을 낸다고 하면 훨씬 더 많이 사용하는 해외기업도 같은 기준으로 내야 공정경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1일 국정감사에 나와 글로벌 플랫폼 규제와 역차별 문제를 말하는 이해진 네이버 GIO(왼쪽)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사진=공동취재단)

또한 김범수 카카오 의장도 국감에서 이와 관련한 작심 발언에 나섰다.

김 의장은 "플랫폼 주권이라는 측면에서 하나의 플랫폼이 하나의 시장을 차지하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카카오나 네이버 모두 국내 기업이고, 사회 분위기에 따라 자정작용을 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국내 기업은 심한 경우 규제도 받았는데, 글로벌 기업들은 법이 아니면 막을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가이드라인이나 법을 만들 때 글로벌 기업과 역차별이 생기지 않도록 고려해달라고 강조했다.

넷플릭스에 대해서 김 의장은 "넷플릭스의 선계약 후공급 후공급 구조가 플랫폼 구조보다 나쁘다고 생각한다. 오징어게임이 성공해도 그 이상의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김 의장은 플랫폼 구조를 지지하는 만큼, 적극적인 법적인 문제 합의를 통해 해결을 하는 것이 대한민국을 조금 더 업그레이드 하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의 발언은 넷플릭스와 구글 같은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국회의 입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비단 국내 기업의 역차별 문제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원하는 공정한 플랫폼 구조에 대한 개선점을 통찰력 있게 전달했기 때문이다.

한 미디어 스타트업 관계자는 "플랫폼이 현재 사회 경제를 이끄는 주요 시스템이 된 상황에서 특정 기업이 지배력을 남용해서 수익을 챙기는 시대는 끝이 났다. 세계의 테스트베드라고 볼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와 관련된 전향적인 법안이 나오는 것이 글로벌 트렌드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효정 기자

hjkim@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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