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AI 굴기]② 턱밑까지 쫓아온 중국 AI산업, 미국의 대응은 ‘동맹 규합 무역 전쟁’

중국의 인공지능(AI) 핵심 기술과 제품의 연구 개발 및 생산에 참여하는 기업 수는 797개(2019년 기준)로 전세계 기업 중 14.8%를 차지하며 2169개인 미국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최근 10년간 중국의 AI 분야 특허 출원은 약 38만 9000건에 달하며 미국을 따돌리고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이 국가별 AI 역량을 비교한 결과, 100점 만점 중 미국이 44.6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은 것은 32점을 차지한 중국이다. 유럽(EU)는 23.3점으로 3위를 기록, 중국에 뒤쳐졌다. 특히 도입과 데이터 분야에서는 중국이 미국과 유럽을 제치고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대로라면 중국이 자신한 대로 2030년까지 ‘세계 주요 AI 혁신 중심지’로 도약이 가능할 듯하다. 이렇듯 중국이 AI 관련 특허출원, 논문, 고급인재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은 ‘천인계획’을 통해 영입한 핵심 인력의 상당수가 외국 대학 혹은 연구기관에서 근무한 경험자이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중국 견제 움직임은 단순한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한 것을 넘어 단기적인 손실을 감수한 패권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경제원이 최근 공개한 ‘바이든 행정부의 무역정책과 한국의 대응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글로벌 공급망 강화를 위해 동맹국 간 ‘대통령 포럼(Presidential Forum)’ 창설을 제안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경제의 흐름이 당분간 다자간 FTA 방식 보다는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블럭의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의 이유 있는 중국 견제, 무역전쟁 이면에 숨은 ‘기술패권 다툼’

최근 몇 년 간 미국은 동맹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의 핵심은 다름 아닌 ‘중국을 배제하는 것’이다. 미국이 이렇게 서두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앞서 언급한 ITIF 자료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는 불과 1.3년 밖에 되지 않는다.

중국은 최근 몇 년 간 AI 스타트업에 대한 엄청난 투자를 지속하며 글로벌 유니콘 기업을 만들어 냈다. 중국의 스타트업 총투자액은 올해 기준 세계 2위에 달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세계 10대 AI 유니콘 기업은 미국과 중국이 각각 5개로 양강 체제를 형성하고 있지만, 기업 가치 측면에서는 미국이 중국의 3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글로벌 AI 유니콘 순위. 자료: CB Insights (이미지=한국무역협회 전략시장연구실 ‘중국인공지능(AI) 산업 동향과 시사점’)

10대 기업 중 1위는 틱톡 서비스로 유명한 중국의 ‘바이트댄스(Bytedance)’이다. 기업가치가 무려 1400억 달러(약 156조원)에 달한다. 틱톡이 AI와 무슨 관련이 있나 싶지만 바이트댄스는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미디어, 콘텐츠 분야에서 AI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맞춤형 콘텐츠 플랫폼을 개발하는 회사이기도 하다.

2020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틱톡과 위챗의 미국 내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한 표면적인 이유는 ‘미국 소비자의 개인정보가 중국 정부로 넘어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다수의 전문가는 화웨이, ZTE와 마찬가지로 기술패권다툼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바로 활용 가능한 AI 기술 중점 육성

중국은 AI의 기초, 기술, 응용 분야 중에서도 특히 응용에 중점을 두고 있다. 부가가치 창출이 가장 쉽기 때문이다. 특히 14억 인구에서 획득하는 막강한 데이터 경쟁력을 바탕으로 자율주행차, 지능형 로봇, 스마트팩토리, 의료, 교육, 금융 등의 분야에서 AI 상용화를 시작한 상황이다.

이러한 AI 기술의 주요 고객은 공안, 경찰, 공공서비스, 교통운영, 환경보호 등이다. 특히 중국의 안면 인식 보안기술은 글로벌 트렌드를 주도할 정도로 높은 기술력을 자랑한다. 다른 국가에서는 개인정보나 인권 침해 논란이 일 수 있지만 중국에서는 공산당 정부 주도로 상용화가 이뤄지고 있다. 기차역과 관광지, 공중화장실, 주택단지 등 거의 모든 장소에서 안면인식 기술이 사용되는 상황이다. 대형마트에서는 간편결제와 연동해 얼굴을 비추면 바로 결제가 되고, 공항이나 호텔 등에서도 안면인식으로 신분을 확인한다. 게다가 2019년부터는 신규로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 안면인식을 의무화하는 ‘휴대전화 가입자 실명등록관리제’가 시행됐다.

이러한 안면인식 기술 시장은 연평균 50%씩 성장하고 있으며 올해 시장 규모는 500억 위안(약 8조 7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기업인 하이크비전은 이러한 환경에서 세계 최대 보안제품(CCTV) 및 솔루션 제공 업체로 성장했는데, 세계 50대 보안기업 랭킹 순위에서 8년 연속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이렇듯 중국이 유독 AI 안면인식 기술에 집중하는 이유는 정치적인 문제도 있다. 발달된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해 반체제 인사를 색출하거나 소수민족 감시 등에 활용하려 한다는 의혹을 강하게 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에는 위구르족을 대상으로 AI 안면인식 시스템을 시험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국제 사회 우려 속에도… 놀라운 발전 속도 보이는 중국 AI산업

중국은 AI와 다른 산업의 융합을 강조하며 이를 ‘AI+(플러스)’라 표현하고 있다. 크게 △AI+보안 △AI+의료 △AI+모빌리티로 분야를 구분하고 AI 기술 상용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국민 의견 수렴과 여러가지 이해 관계 등으로 도입에 신중을 기하는 기술들이 중국에서는 선 도입 후 문제 발생 시 해결해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각각의 인공지능 기술 기업들에게 14억 인구의 안면 데이터, 범죄 기록 등이 담긴 공안 자료, 정부 기상 데이터 접속 권한까지 부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I+ 보안: 도시 관리 및 운영) 중국 최대 전자 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의 본사가 있는 항저우시는 중국을 대표하는 스마트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이른바 ‘도시대뇌(城市大脑, City Brain)’라는 AI 프로젝트가 시행된 항정우시는 AI가 도시 내 모든 인프라를 관리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문제 해결 방안을 찾고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AI가 교통 혼잡을 미리 예측, 신호등을 자동으로 조절해 교통체증을 감소시킨다. 동영상 카메라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관련 기관에 자동으로 통보하기도 한다.  AI를 통한 치안 유지 및 불법행위 단속도 가능하다. 불법 주차 등 교통위반 단속을 비롯해 시민 개개인의 움직임까지 파악하며 지명수배자나 무단 횡단을 하는 사람까지 추적하기도 한다.

또한 항저우시는 중국에서 모바일 결제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도시로 통계에 따르면 98%의 택시와 95%의 슈퍼, 편의점 등에서 알리페이 결제가 가능한 상황이다. 공과금 납부와 병원 수납도 알리페이로 결제할 수 있다.  

이러한 도시대뇌 AI 프로젝트로 완성된 기술은 말레이시아도 수출됐는데, 이는 중국 국가급 AI기술 수출의 첫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AI+ 의료) 2019년 중국의 AI+ 핵심의료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는 20억 위안(약 3496억원)에 달하며 2020~2022년 사이 연평균 51.9%가 성장해 70억 위안(약 1조 2236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렇듯 중국이 의료 분야 AI 기술 적용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빠르게 고령화되는 인구에 비해 부족한 의료 인력의 수와 도시에 집중된 의료시설로 인한 도농 격차라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현재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안면인식 기술을 보유한 중국 AI 스타트업 쾅스커지는 신체 식별, 이미지 식별 적외선 센서를 통합한 ‘AI 체온 측정 솔루션’을 개발했는데, 중국 정부는 이 기술을 바로 무인 로봇에 탑재해 코로나19 환자 식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 외에도 중국은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IT 기업을 총동원해 원격 의료가 가능한 기기 지원 및 앱 개발에 나서는가 하면 AI 진단 시스템을 적용해 환자의 증상, 과거 병력, CT 스캔 영상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료 보조 기능을 수행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의료 영상과 AI의 조합은 디지털 의료 분야의 핵심 영역으로 중국의 이미지 인식 기술과 딥러닝 기술은 이와 같은 상용화 단계를 거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핑안굿닥터 1분 진료소, 3㎡ 정도 넓이의 무인 진찰실에서 혈압과 체온을 재고 인공지능 의사에게 증상을 얘기하면 잠시 후 이를 기초로 원격지의 의사가 추가 질문을 건넨 뒤 복용약을 추천한다. 약은 상비약 100여 종이 구비된 바로 옆의 자판기에서 사면 된다. 약이 없을 시에는 휴대폰 앱을 켜 주문하면 집으로 1시간 내에 배송된다. (이미지=한국무역협회 전략시장연구실 ‘중국인공지능(AI) 산업 동향과 시사점’)

(AI+ 모빌리티)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중국은 AI 기술을 적극 채택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차 분야는 중국 내에서도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를 비롯한 자율주행 전문 업체, 완성차 업체,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들 간에 치열한 경쟁이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중국의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는 오는 2025년 3994억 위안(약 68조 6568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2030년 중국의 자율주행차 판매액을 2300억 달러(약 254조 1500억원), 자율주행차를 통한 차량 서비스 관련 매출액을 2600억 달러(약 287조 3000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즉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큰 자율주행차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율주행차 기술을 개발하는 선두 업체로는 다시 한 번 바이두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 뒤를 위라이드, 오토엑스, 포니.ai 등의 업체가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중국 기업의 기술력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운영하는 글로벌 기술 저널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서도 앞서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 중국은 앞서 언급한 바이두를 비롯한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 기업들이 광저우와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 ‘로보택시(ROBO Taxi)’로 불리는 자율주행 택시를 상용화해 파일럿 운행을 시작한데 이어, 로보 버스의 상용화, 무인 자율주행 트럭을 통한 항구 무인화까지 급속도로 진행하고 있다.

이제까지 짚어 본 바로 중국 AI 기업들의 놀라운 성장은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가능했음을 알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인공지능 산업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 제공자이자 최대 소비자가 된 것이다.

사실 이런 방식의 AI 산업 육성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적용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게 아주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AI 굴기는 미국과 동맹국을 중심으로 한 견제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향후 ATP(첨단기술제품, Advanced Technology Products)로 분류되는 분야의 수입에서 중국을 가급적 배제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이를 대체할 국가로 우리나라가 대두되고 있다. 최근 G7 정상회담에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초정국인 우리나라를 환대한 것은 나름 이유가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중국의 AI 굴기]① 급부상한 중국 AI산업, 주요 선진국과 격차 극복의 비결은?

*중국의 AI 굴기, 마지막 회차에서는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대처 방안과 국내 AI산업 육성을 위해 필요한 조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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