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케뱅, 토스까지… 인터넷전문은행 삼국지, 중원의 주인은 누구인가?

기술의 발달과 금융환경의 변화에 따라 인터넷전문은행은 최근 몇 년 간 금융업계에 혁신을 주도하며 지속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17년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영업을 시작한 이래 카카오뱅크가 그 뒤를 이었고 오는 9월 출범을 앞두고 있는 토스뱅크가 가세하면 그야말로 인터넷전문은행 삼국지가 펼쳐질 전망이다.

오는 9월 토스뱅크가 출범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뱅크를 중심으로 한 인터넷전문은행의 삼파전이 시작될 전망이다.

저마다 사연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압도적 1위는 카카오뱅크

최근 대세는 카카오뱅크다. 비록 케이뱅크에 비해 3개월 가량 늦은 2017년 7월에 출범했지만 기존 금융권과 차별화를 통해 100% 모바일 앱을 통한 새로운 고객 경험과 상품·서비스를 선보이며 1년만에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 연평균 65%의 성장을 거듭해 온 카카오뱅크는 최근 1335만명에 달하는 압도적인 MAU(Monthly Active Users, 한 달 동안 서비스를 이용하는 순수 이용자수)를 바탕으로 기업공개(IPO)에 나서며 금융과 커머스, 광고를 연계한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사업 확대를 선언했다.

케이뱅크는 KT의 주도로 우리은행, NH투자증권, GS리테일, 한화생명 등 20개 주주사 출자를 통해2017년 4월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 타이틀을 달고 출범했다. 2주만에 가입자 20만명을 돌파하는 등 바람몰이를 하는 듯했지만, 모회사인 KT가 과거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악재를 만나 한동안 고전했다. 공정거래법 위반을 대주주 적격성 심사 결격 사유에서 제외한 ‘인터넷은행특례법 개정안’이 지난해 4월 논란 끝에 국회에서 통과되기까지 케이뱅크는 대출영업이 중단되는 부침을 겪어야 했다. 그 사이 다급해진 KT는 자회사인 비씨카드를 케이뱅크의 대주주로 내세웠고, 케이뱅크는 우리은행의 자회사로 편입돼 1년 동안 1조 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완료했다. 최근 우리은행 자회사에서 제외되며 비로소 독자 행보에 나선 케이뱅크는 개점 휴업 상태였던 지난 시간을 뒤로 하고 확보된 자본금으로 IT인프라 확충, 신용평가모델(CSS)고도화에 나서며 경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우선 목표는 2022년 분기 흑자 전환이다.

2015년 2월 서비스를 시작한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는 간편 송금 앱으로 출발하며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기존 은행의 불편했던 송금 서비스 패러다임을 혁신하며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는 송금 앱으로 2030세대 중심의 인기 몰이를 했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2014년부터 시작한 토스의 베타 서비스는 사실상 기존 금융권 질서에 처음으로 대항한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공인인증서 없이 은행 자동출금 서비스(CMS)를 활용한 서비스 실시 후 이를 사고로 인식한 금융당국에 의해 서비스가 사라질 뻔한 위기를 맞은 것이다. 지금 돌이켜 보면 인식 부족에 따른 해프닝과 같았다. 다행히 정부가 핀테크 산업의 가능성을 인정하며 토스는 극적으로 서비스를 재개할 수 있었다. 이후 2016년 누적 송금액 1조원 돌파, 2017년 월 송금액 1조원 돌파, 2019년 월간 활성 이용자 1000만명 돌파의 기록을 세우며 현재는 보험, 증권 사업을 비롯 오는 9월 토스뱅크까지 출범을 앞두고 있다. 그 사이 기업가치는 8조원에 육박,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을 넘어 데카콘(기업가치 10조원 이상)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금융 소비 시장의 변화의 중심은 ‘MZ세대’

기존 금융권에 비해 인터넷전문은행은 주요 타깃을 MZ세대로 설정하고 있다. MZ세대는 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고 있다. 이들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며 개인화된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특징을 보인다. 기관 통계에 따르면 MZ세대는 우리나라 인구의 33.2%에 달하며 최근 가장 구매력이 높은 세대이자 경제활동의 주류 세대로 부상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주 고객층은 MZ세대로 지목되고 있다. (사진=pexels)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고, MZ세대 중심의 소비문화가 주류가 되며 인터넷전문은행의 서비스는 이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 특히 자산관리,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MZ세대를 타깃으로 이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각기 차별화된 타깃 공략을 통해 고객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디지털 전환에 따른 기업의 전통적인 영업 분야의 구분이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크게는 기존 금융권과 빅테크, 핀테크 기업들이 저마다의 강점을 내세우며 MZ세대를 공략하는 모양새다. 

기존 금융권은 KB금융, 신한, 우리, NH농협, 하나금융 등의 지주사들이다. 이들은 인터넷전문은행 등장으로 그간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인터넷 서비스를 확충하고, 고객 편의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고객 이탈을 저지하고 있다.

빅테크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자사가 구축해 놓은 플랫폼 생태계를 기반으로 금융과 커머스, 콘텐츠를 연계한 서비스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금융 신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토스뱅크 정도를 핀테크 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사실, 명확하기 구분 짓기는 힘든 부분이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표방하고 있는 카카오뱅크는 사실 ‘키카오 에코시스템’이라 불리는 카카오 계열의 금융 분야 기업이기 때문이다. 케이뱅크 역시 대주주가 기존 대기업이나 금융사들로 돼 있다는 점에서 기술 기반 핀테크 기업으로 분유하기는 어렵다.

다시 인터넷전문은행만을 두고 봤을 때 MZ세대 공략에 성과를 거두고 있는 곳은 단연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다. 토스뱅크의 경우 정식 출범 이전이라고 하지만 토스 앱 사용자의 상당수가 MZ세대이고 이들이 향후 토스뱅크 고객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초기 MZ세대 공략에서 점차 10대와 50대 이상층으로까지 고객을 확대해 나가는 추세다.

금융 혁신은 절반의 성공?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1위인 카카오뱅크는 그간의 엄청난 성공을 바탕으로 IPO에 나서며 새로운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은산 분리 원칙까지 거스르며 예외적인 은행업 라이선스를 줬을 당시 약속했던 중금리 대출 확대 등의 계획은 여전히 미달인 상황이다. 과거 금융 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내 주며 여러 차례 사업계획을 반려하면서까지 중금리 대출 비율을 높이라는 요구를 한 바 있다.

최근 카카오뱅크는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열어 향후 사업방향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사진=카카오뱅크)

이에 카카오뱅크 측은 최근 IPO 계획을 설명하는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10%대에 있는 중금리 대출 비중을 30%까지 올리겠다는 다짐을 재차 확인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제까지 카카오뱅크가 고성장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안정적인 사업만을 이어간 덕분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더구나 최근 들어 인터넷전문은행에 대응하는 기존 금융권의 반격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도 향후 카카오뱅크의 지속 성장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카카오뱅크는 또한 향후 사업 계획에 대해 전월세대출에 이은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100% 비대면으로 가능하게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가능 여부를 두고 전문가들의 우려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전월세보증금 대출에서 소비자 피해가 적잖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향후 주택담보대출 상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카카오뱅크 블로그)

실제 카카오뱅크 전월세대출은 부동산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대환대출이나 전환대출이 불가능하다는 약점이 있다. 이사를 해 새로운 전세집을 구할 때 타 은행에서 전세대출을 받은 것을 완전히 갚기 전에는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또한 3일 안에 심사를 끝내고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것과는 달리 심사가 지연되거나 전세금 잔금일 직전 대출불가가 통보돼 계약금을 날리는 소비자 피해도 적잖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욱 복잡하고 서류 심사가 많은 주택담보대출 상품 출시를 두고 다수의 금융 전문가들은 “전월세대출도 문제가 많은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이 과연 문제 없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중금리대출 강화,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

최근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은 올해 신용평점 하위 50% 이하 중·저 신용자 대상 대출규모를 전년 대비 2조 5470억원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앞서 금융당국이 요구한 수준은 2023년까지 카카오뱅크는 30%로, 케이뱅크는 32%로 중·저 신용자 대상 대출 비중을 늘리는 것이다.

눈에 띄는 곳은 토스뱅크이다. 다른 경쟁사보다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 목표가 상당히 높다. 기존 금융권 수준에 육박하는 44%까지 공격적으로 학대한다는 계획이다. 후발 주자로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겠지만, 이로 인해 단기간에 수익성을 높이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렇듯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중금리대출에 적극 나선 배경에는 금융당국이 이를 고려해 각 기업의 신사업 인·허가를 해주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먼저 카카오뱅크는 신용점수 820점 이하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중신용대출’상품의 최대 한도를 1억원으로 늘리면서 대출금리를 최대 1.52% 하향 조정하고 나섰다.

케이뱅크 역시 올 하반기에 신용평가모형(CSS)을 한층 고도화해 중·저 신용자 대출 확대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케이뱅크는 주주사인 비씨카드, 다날이 보유한 결제정보를 비롯해 KT가 보유한 통신사 이용행태 정보 등을 추가로 경합한 신용평가모형을 도입한다.

토스뱅크의 경우 9월 출범과 함께 개인 및 자영업자 대상 중금리 신용대출, SGI 서울 보증 연계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상품을 내 놓는다는 계획이다. 특히 토스뱅크는 별도의 모바일뱅킹 앱 없이 기존 토스앱을 활용한 ‘원앱(One-app)’ 방식으로 서비스에 나서 현재 2000만명에 달하는 토스 상용자들을 흡수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또한 고객의 소득과 소비, 통장 잔고 관리 습관을 분석,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복잡한 조건 충족 없이 시중은행보다 경쟁력 있는 금리로 소비자를 공략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앞서 언급된 카카오 에코시스템과 연계한 플랫폼 비즈니스 강화를 통해 증권계좌 개설 서비스, 연계 대출, 신용카드 등 제휴 사업자를 확대하고 기존 금융사들이 시도하지 않은 뱅킹커머스와 고객혜택광고 등을 시도하며 플랫폼 사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여러 가지 악재로 인해 주춤했던 케이뱅크 역시 그간 상품 차별화 등의 노력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반영해 올해 하반기 전면적인 뱅킹 앱 개편을 추진 중이다. 특히 메인 타깃을 자산 증식 및 관리 수요가 많은 30대 중반으로 정밀하게 설정한 디지털화를 기반으로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디지털 금융 플랫폼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 시장의 디지털 전환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긍정적인 효과는 그간 금융사들의 자사 중심의 닫힌 서비스와 개별 금융 고객의 편의성을 외면해왔던 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향후 금융 서비스는 고객 편의에 초점을 맞춰 진행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기술 기반의 초개인화 서비스를 내 놓는 기업이 시장 우위를 보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주도하는 금융 삼국지의 첫 페이지가 시작되는 가운데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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