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성공은 카카오의 실패를 예견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정확하게 2010년 3월 18일 카카오는 핵심 서비스인 카카오톡을 출시했다. 당시 카카오톡에 대한 인식은 지금처럼 디지털 메시지가 아닌, 무료 문자 앱에 가까웠다. 한 건에 50원이라는 이용료의 문자 메시지이지만,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서로 같은 앱을 쓰면 무료로 보낼 수 있었다.

물론 앱을 설치하려면 스마트폰이 있어야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스마트폰은 그저 비싼 전화기에 불과했다. 미국과는 달리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상당히 부족했으며 가격 부담도 컸다. 굳이 무겁게 스마트폰을 들고 다녀야 하나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게다가 PC 기반 메신저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다. 2010년 당시 국내 PC 메신저 1위 기업인 네이트온의 가입자는 약 2500만명에 달했다. 문자로도 대화하지 않더라도 PC 메신저가 문자로 가능한 의사소통을 대체하고 있었다.

문자를 공짜로 보내?

그러나 점점 모든 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입소문을 탄 카카오톡은 사용자가 지속적으로 많아졌다. 게다가 그 무렵 2009년 11월 한국에 상륙한 애플의 아이폰 3GS가 젊은 세대를 위주로 확산되면서, 아이폰을 쓰는 젊은 층은 문자 메시지 비용을 내지 않는다는 세대 차이도 만들어졌다.

그러면서 '왜 문자를 보내는데 돈을 내냐' 거부감이 사용자 사이에서 커져갔고 이동통신사들도 문자메시지에 부과하는 요금을 사실상 폐지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시간이 지나자, 오히려 카카오톡을 쓰기 위해 스마트폰을 바꾸는 이들도 늘어갔다. 기꺼이 무겁게 들고 다니길 선택할 만큼 카카오톡은 강력했다.

다들 안된다고 했지만...은행에서도 성공한 카카오

카카오는 은행에서도 '안 될 것' 이라는 예상을 뒤엎었다. 국내 은행산업의 경우 1992년 이후 외국계 은행의 지점 개설 혹은 인수 합병이 아닌 시중은행의 신규 진입은 없었다. 당시 4개의 대형 금융 조직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상태였으며, 평균 수익률 역시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보였다.

또 카카오뱅크가 나온다 한들 카카오톡과는 다를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팽배했다. 주거래 은행이라는 확실한 연결고리를 가진 금융 소비자들이 그 연결고리를 끊을 리 만무했다. 아무리 메기 효과를 노린다고 해도 은행 산업에서 혁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출범 한 달 만에 가입자가 300만명을 넘어섰다. 카카오톡이 2030세대를 공략했듯, 카카오뱅크 역시 조기에 2030세대를 장악했다.

4년 만에 카카오뱅크는 시장 뉴 플레이어가 아닌, 시장 지배자가 됐다. 신용대출 시장에서 KB, 신한에 이어 업계 3위권이며, 신규 계좌 개설 비율 역시 전체 비대면 신규 계좌의 25~40%를 카카오뱅크가 차지하고 있다.

변화의 촉매제 역할까지 했지만

안 될 것이라고 했던 게 됐다. 그렇게 변화는 이어졌다. 토스나 뱅크샐러드 등 핀테크앱이 제공하던 소위 '오픈뱅킹' 시스템은 전 은행권을 도입됐다.

오픈뱅킹은 하나의 앱으로 여러 은행의 계좌를 조회하고, 결제∙송금 등을 할 수 있다. 은행권이 자신의 앱 서비스의 독립성만을 고수하며 더 비싼 수수료를 요구했던 시기를 떠올린다면 오픈뱅킹은 절대 이뤄질 수 없는 일이었다.

카카오뱅크로 인해 마른 땅이라고 생각했던 금융 시장이 알고 봤더니 비옥한 땅이었던 게 밝혀진 것. 그 땅에서 자라난 토스(비바리퍼블리카)는 카카오뱅크처럼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앞두고 있다. 토스 서비스 역시 초기 펌뱅킹 수수료 감당하지 못해 사업성이 없다던 전망이 팽배했다. 그러나 그게 틀렸다는 게 또 밝혀진 셈이다.

카카오의 성공이 카카오의 실패를 예견하고 있다

2021년의 카카오는 규제 당국과 정치권으로부터 맹공을 받고 있다. 금융위는 카카오의 금융 핵심 연결고리인 카카오페이의 자격을 부정했고, 공정위는 카카오의 중심인 케이홀딩빌딩스를 정면으로 공격했다.

곧장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은 사업 영역 축소, 상생 기금 마련 등 화해의 시그널을 보냈으나, 이미 카카오는 2021년 국정감사의 타깃으로 정해졌고 정치권은 대놓고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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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이제 카카오톡은 어쩔 수 없이 다들 사용하고 있으니 써야하는 서비스가 됐다. 같은 방식으로 성장했던 카카오뱅크도 머지 않아 소위 '전국민 뱅크'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기업 리스크 관점에서 본다면, 카카오의 위기는 규제가 아닌 사용자의 거부감으로 올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가 사용자를 끌어들인 것처럼 카카오가 거쳐온 성공이 카카오의 실패를 예견한다.

석대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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