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을 향한 마지막 기회, 블루카본

2000년대 중반, 미국 오리건(Oregon)주에 있는 네타츠 만(Netarts Bay)에 위치한 굴 양식장의 굴 유생들 70~80%가 폐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국의 조사 결과, 해양 산성화의 영향인 것으로 밝혀졌다. 네타츠 만은 북서태평양에 위치하는데, 북극의 산성화된 물이 북서태평양 연안으로 용승하면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북서태평양 지역의 굴, 조개 등에 생기는 문제들은 이후 해양 산성화가 불러올 문제들을 미리 보여주는 '광산의 카나리아'로 불린다.

탄소중립을 향한 마지막 기회, 블루카본

기후변화의 가장 핵심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증가로 인한 문제로 대부분이 해수면의 상승을 주목할 뿐, 해양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높아진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바다의 물과 탄산염(carbonate)에 반응하여 중탄산염(bicarbonate)을 만든다. 중탄산염이 늘어나면 물속의 탄산염 농도는 떨어지게 되고, 이 과정에서 해양의 산성도가 높아진다.

탄산염은 원래 칼슘과 결합하여 탄산칼슘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산호나 조개류 등의 껍질을 구성하는 것이 바로 이 탄산칼슘이다. 그뿐만 아니라 해양 생물의 어린 유생이 형성되는 과정이나 동물 플랑크톤의 성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한데 이 중요한 탄산염을 공급받지 못하고, 환경은 산성화되는 것이다. 달팽이의 일종으로 크릴부터 고래까지 각종 해양생물의 먹이가 되는 익족류(pteropods) 실험의 경우, 2100년에 예상되는 해양 산성화 정도의 바닷물에 담가두었을 때 껍질이 물러지고 사라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산성화로 인해 어족자원이 고갈되고 생물 다양성이 감소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이대로 가다가는 해양 생태계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산성화로 인한 어족 자원 고갈은 시간문제로, 이대로 가다가는 해양 생태계는 사라질 수 있다.

신비하게도, 바다는 이산화탄소에 두 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방어적인 차원에서의 산성화되는 것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의 적극적인 흡수 또한 해내고 있다. 해조류, 해양생물(하구 생태계)을 통해 광합성을 하고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영양분을 만드는 '탄소 고정' 역할과 식물이나 동물의 잔해와 같은 탄소 유기물이 퇴적되는 등 지구의 탄소 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생태계가 물에 잠겨있는 덕에 가라앉은 탄소로 이루어진 유기물들은 박테리아에 의한 이산화탄소 분해가 되지 않은 채 곧바로 바닷속 흙에 묻혀 저장되는 것이다. 바다에 의한 이산화탄소 흡수를 '블루카본(Blue Carbon)'이라 부른다.

블루카본 능력은 탁월하다. 백 년 동안 대기 중으로 배출된 전체 이산화탄소의 25%를 바다가 흡수했으며(국제원자력기구 IAEA), 육지 생태계보다 해양 생태계의 온실가스 흡수 속도가 50배 빠르다(UN, 세계자연보전연맹 IUCN).

갯벌과 염습지 같은 곳에서 볼 수 있는 해양 염생 식물 숲에서는 다양한 생물들이 탄소를 흡수하고 최대 8m 깊이까지 바이오매스 퇴적물을 형성하고 있어 엄청난 규모의 탄소 저장고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는 육상 열대우림 숲 토양보다 8배 이상 되는 규모이다. 특히 해초는 바다에 흡수되는 이산화탄소의 10%를 저장한다. 전체 해초의 양은 바다 면적의 0.2%에 불과한데도, 머금고 있는 유기 탄소의 총량은 19.9기가톤으로 추정될 정도로 탁월하다.

탄소 중립을 위해 세계 각국은 블루카본에 주목하여 다양한 프로젝트를 실행 중으로, 주요 내용은 해조류나 하구 생태계의 역할을 정확하게 파악하며, 맹그로브, 연안 습지, 갯벌 등 중요한 해양 이산화탄소 흡수원을 보전하자는 것이다.

바다에 의한 이산화탄소 흡수를 '블루카본(Blue Carbon)'이라 부른다.

한국의 경우, 2021 P4G 해양 특별 세션에서 40년 이내에 온실가스 100만 톤 이상을 블루카본으로 흡수할 계획을 밝혔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이루어져 있고 2,495km² 규모의 세계 5대 갯벌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갯벌이 한국의 블루카본 프로젝트의 중심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해양환경공간, 한국 해양과학기술원 등 10개 기관 조사 결과 한국의 연안 습지 갯벌에서만 48만 4,506t의 탄소를 저장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외 염습지 8,313t, 질피림 7,733t을 저장하여 총 50만 452t을 저장할 수 있는데, 갯벌은 단연 월등한 탄소 포집량을 보여준다.

이후 꾸준히 이산화탄소의 포집 저장(CCS)을 위한 해저적지를 탐색해오던 중, 동해 울릉분지 인근 해저 퇴적층(800~3,000m)에서 대규모 탄소 저장소로 적합한 지층구조가 발견되었다. 여기에는 50억 톤 가량의 탄소를 격리 저장할 수 있어 연간 3,200만 톤을 기준으로 150년 이상 저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의 연안 습지 갯벌에서만 48만 4,506t의 탄소를 저장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각국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블루카본 단체에 의하면 무분별한 어업과 심해채굴, 기름유출, 해양 쓰레기와 기후변화로 인해 연안 생태계는 매년 34만~98만 헥타르씩 파괴되고 있다. 블루카본을 기후위기의 실마리로 인식하는 만큼, 그린피스는 공해상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할 것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2030년까지 공해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는 것이다(30X30). 한국을 비롯한 미국, 영국, 독일, 스페인 등 60여 개국은 30X30에 공식 지지를 선언한 상태이다.

같은 방향성을 갖고 UN에서는 공해 해양생물 다양성(Biodiversity Beyond National Jurisdiction. BBNJ) 협약을 만들고 있다. 2019년 기준으로 공해 가운데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면적은 1.2%에도 미치지 못하며 인간의 활동이 절대적으로 제한된 절대보전해역은 0.8%에 불과하다. 공해는 전체 바다의 61%를 차지하는데, 바다의 헌법이라 부르는 유엔해양법은 40년 전에 만들어진 낡은 법이라 해적 행위와 노예수송을 금지하는 것 외에는 광범위한 자유를 부여할 뿐 공해를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규범은 제시하고 있지 않은 실정이기 때문이다.

각국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연안 생태계는 매년 34만~98만 헥타르씩 파괴되고 있다.

올해 5월에 열린 P4G 서울 정상회의에서 한국이 30X30에 동참하겠다는 공식 의사를 밝히자, 김연하 그린피스 해양 캠페이너는 "한국 정부가 곧 개최될 4차 UN BBNJ 협약 정부 간 회의에 각 정부가 직접 참석해 효과적인 해양보호구역지정과 이행을 보장하는 강력한 협정을 지지하고 정치적 협상에 힘을 더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어쩌면 인류에게 블루카본은 어머니 바다가 준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지속 가능한 바다를 위해 새로운 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적극적인 실행으로 이행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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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 님은 젊은 연구자들의 지식커뮤니티 ‘오베이션’을 운영하고 있는 스타트업 ‘위인터랙트’의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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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 오베이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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