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기업하기…'정치권 입맛에 맞는 혁신까지만' 가능

[기자 수첩] '카카오 갑질' 규제 이면에는 무엇이 있을까

네이버와 카카오. 제조업 기반이 아닌 빅테크 IT 기업 중 한국이라는 우물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대표 기업이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해외 빅테크 기업의 시장 독식 우려를 막고, 웹소설 및 웹툰 등 콘텐츠 기반 서비스로 해외 진출도 적극 추진 중이다.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그 인지도나 사업 여력은 미약하지만, 토종 빅테크 기업으로 첨단기술에 대한 투자를 통해 향후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이 가능한 토종 기업으로 손꼽힌다.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는 큰 장애물을 넘기에 앞서, 이들 기업의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가장 큰 리스크 중 하나는 바로 '한국에서 기업을 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물론 독점적인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부당한 이익을 거둬들이는 기업에 대해서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이에 대해 관대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최근 카카오 사태를 보면, 독과점적인 시장 지배력 남용의 냄새가 난다. 더불어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대해서도 적절한 규제가 필요해 보인다.

다만 한국에서 기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리스크로 지적한 것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정치권의 입김 탓에 유독 힘들었던 사례들이 정권 교체기에 늘 나타났기 때문이다. 차라리 중국처럼 공산당이 '대놓고' 기업에 대한 통제와 길들이기를 하는 것이 나아 보이는 착시 현상이 들 정도다.

DNA처럼 새겨진 정경 유착, 빅테크 기업에도 스며드나

대한민국의 기업들은 독재정권 하에서 정부의 부적절한 지원으로 급성장한 역사가 실존한다. 정권의 눈치를 잘 봐야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상위 재벌 기업들이 정계-재계, 심지어 언론사와 혈연 등 끈적한 관계를 맺으면서 오늘날의 성장을 일군 탓일까. 정치권에는 아직도 그들 정권의 입맛에 따라 기업들을 좌지우지하려는 못된 습관이 DNA처럼 남아있다. 때마다 벌어지는 낙하산 인사, 요동치는 테마주 등을 비롯한 다양한 정경유착 행태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4차산업혁명과 한국판 뉴딜 정책 등 첨단 산업의 육성을 강조해 온 이번 정권의 경우 과거 정권에 비해 정경유착의 고리가 많이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이러한 DNA적 악습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카카오의 사례를 보면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카카오가 잘못한 부분(네이버 역시 자유롭지 않다)은 분명히 있다. 짧은 시간에 급성장하면서 창업자 중심의 부조리한 조직 문화가 그러하다. 플랫폼 기반 혁신에 따른 수익 창출을 위해 골목상권을 과도하게 침해한 부분도 있다. 상생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 부분들은 따끔한 정부의 규제로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는 의구심도 든다.

카카오의 비즈니스 모델은 생활밀착형 서비스...때마침 '공공의 적'이 필요했을까?

카카오는 김범수 의장이 창업한 이후 10여 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엄청난 성장을 했다. 시총 100조원, 재계 서열 5위까지도 올랐었고, 계열사만 159개를 보유할 정도로 사업을 확장했다. 카카오뱅크처럼 금융권에 진출해 가장 주목 받는 금융사가 됐는가 하면, 카카오모빌리티로 모빌리티 혁신을 선도했다. 이미 대기업 반열에 올랐기 때문에, 골목상권 침해라는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카카오는 생활밀착형 서비스가 주요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밖에 없는 '생활플랫폼 기반' 빅테크 기업이다. 당연히 소비자들이 평소 접하는 생활 서비스를 혁신하고, 이를 통해 더욱 편리하고 미래지향적인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기업의 목표이자 수익 사업의 바탕이다.

현 정부 또한 이를 알기에 4차산업혁명의 핵심 기업이자, 대한민국 산업발전의 원동력으로 그동안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5년간 카카오와 네이버의 기업결합 심사를 모두 승인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정부의 태도가 돌변했다. 사회 정의와 질서를 구현하는 본연의 역할이라고 보기에는 그 의도가 순수해 보이지는 않는다. 코로나 시국과 이에 따른 방역 대책 탓에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선을 앞두고 그동안 실패한 정책 탓에 돌아선 민심도 수습해야 하는 시점이다. 때마침 이러한 시기에 책임을 전가할 '공공의 적'을 만들어 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물론 개인적인 견해다.

사진=맥스 픽셀

카카오-네이버는 부도덕하고 사악한 기업일까?

과연 카카오와 네이버는 창업공신들만 특혜와 이익을 챙기는 부도덕하고 무능력한 기업일까? 이 사회 전반에 해악을 끼치는 독점 기업일까? 반문해 보고 싶다. 기자의 눈에는 현 정부가 이들 기업이 사악하다는 전제로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와 네이버가 국내의 경제·사회적인 측면에서 어떤 긍정적 영향을 끼쳤는지는 여기서 논하지 않겠다.)

혁신적 서비스를 통해 사회를 발전시키고, 빅테크를 활용해 더 나은 미래의 삶을 꿈꾸게 하고, 글로벌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산업과 시장을 이해하고 수용하기에는 우리나라 정치가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지금까지 운수, 법률, 의료, 부동산 등의 분야에 진출한 플랫폼 기업들은 기득권만을 앞세우는 세력과 상권 앞에 무릎을 꿇어왔다. 발전을 위한 노력 보다 밥그릇 지키기에 바쁜 집단 이기주의만 보일 뿐이다. 정치권에서는 민생을 위한 대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정책 보다는, 표심을 얻기 위한 눈치 보기 정치를 반복하고 있다.

정부 본연의 역할을 똑바로 쳐다 봐라

이번 사태에 대해서 한 중견 IT업체의 대표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놔야 우리나라 기업 환경이 더 나아지겠냐는 질문에 대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냥 정부가 아무런 정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기업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말도 안되는' 이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헛웃음이 나오면서도, 기업들의 답답함을 어렴풋이 짐작을 해 볼 수 있었다.

4차산업혁명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디지털전환(DX)과 인공지능(AI) 기반 사회로 발전해 가는 중이다. 기술을 빠르게 발전하는데 정책과 규제는 이를 따라오지 못한다. 오래된 것과 기존 산업이라면 무조건 보호하기만 할 대상인지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전세계가 변화 중인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은 시의 적절한 정책으로 국민을 보호하고 국가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현 정권의 정책 실패와 서툴기 그지 없는 수습 과정을 보면, 토목과 건설·부동산·전통적 제조 등 3차산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기득권을 추구하던 과거 정권과 차별성을 찾아내기 힘들다. 현 정권의 혁신은 그들의 입맛에 맞는 혁신까지만 인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 1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한 청원인이 '카카오를 죽이지 마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의 일부를 인용한다.

"4차산업 육성을 강조해온 정부가 플랫폼 기업에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중략)…필요할 때는 기업에 손을 벌리면서 표심 앞에서는 그렇게 한 기업을 무참하게 밟아 버리는가."

"카카오나 네이버같은 플랫폼 회사를 이렇게 정치적인 희생물로 만든다면 어떤 후발 플랫폼 회사가 또 나올수 있겠냐. 대한민국 국민은 역시 미국기업인 아마존이나 페이스북, 구글 서비스에 만족하고 살아야 하냐. 국민에게 많은 편의를 제공했던 카카오를 독점 기업으로 폄훼하지 말고 이 나라의 젊은 세대가 꿈꾼 세상을 망가뜨리지 말라."

김효정 기자

hjkim@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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