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집콕 식량, 냉동식품 이야기

‘너무 많이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고, 그렇게까지 맛있지는 않다.’ 냉동식품이 가진 이미지일 것이다. 하지만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하기 쉽고 가격도 저렴해 꾸준한 수요를 갖고 성장하던 냉동식품은 코로나 19 팬더믹으로 인해 그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재택근무와 집콕 생활이 늘어되면서 삼시 세끼를 모두 집에서 해결해야 하는 부담감을 크게 덜어주고 있다. 그리고 이전보다 고급화되고 다양한 새로운 냉동식품들이 쏟아져나오면서 정크 푸드로 인식되었던 과거의 이미지에서도 벗어나고 있다.

현대인의 집콕 식량, 냉동식품 이야기

식품 냉동의 역사는 인류의 식품 보존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한다. 항상 음식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식량을 비축하고 오랫동안 보관할 방법을 고민하던 인류는 얼음을 활용하면 식품 보존에 용이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약 4000년 전,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발견된 얼음 사용 흔적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한국의 경우 신라 시대에 겨울의 얼음을 채취하여 저장하고 여름에 사용하던 석빙고, 그리고 조선 시대에 쓰였던 동빙고와 석빙고의 기록이 식품 냉동의 역사를 말해준다. 이 빙고들은 보통 지하에 깊게 굴을 파고 안쪽 벽을 석재로 쌓아 올린 후 바닥에는 배수구를 설치하여 빙고 안의 녹은 물을 내보냈다.

자연 상태의 얼음만을 이용할 수 있었던 인류는 18세기에 이르러서야 인공 얼음을 만들 수 있게 되었고, 19세기에는 얼음을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가정용 냉장고와 냉동고가 발명됐다. 이후 20세기 초, 드디어 우리가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냉동식품이 등장하게 된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가정용 냉장고와 냉동고가 널리 쓰이는 상황이 아니었고, 냉동기술은 초기 단계였기에 식품의 맛 또한 상당히 떨어지는 상태였다. 이때의 소비자 불만들은 냉동식품은 맛이 없고 영양소도 파괴되었다는 등의 안 좋은 이미지로 굳어지게 된다.

인류는 18세기에 이르러서야 인공 얼음을 만들수 있게 되었다.

냉동식품의 맛이 떨어지는 이유는, 식품이 되는 생물의 세포의 크기보다 얼음 결정의 크기가 크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세포의 크기는 20~30마이크로미터 정도인데, 세포의 수분이 얼면서 생긴 얼음의 크기는 100~250마이크로미터로 세포보다 크다. 이로 인해 세포막이 터지고, 세포에서는 효소가 흘러나와 냉동상태에서도 맛, 양, 영양, 질감 등 식품의 품질이 손상된다. 반대로 효소가 없는 아이스크림이나 가열처리 후 냉동식품의 경우는 품질 손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요즘의 냉동식품은 예전과 비교해 품질의 향상이 뚜렷하다. 그중에서도 '급속냉동'이라는 설명을 달고 있는 제품들이 특히나 좋은 맛과 품질로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급속냉동은 -25℃ 이하의 공기를 이용한 '정지 공기 동결', -25℃ 이하의 공기를 순환 시켜 얼리는 '송풍 동결', 영하의 온도에서 얼지 않는 부동액에 진공 포장한 제품을 담가서 얼리는 '침지 동결', -195.8℃의 액체 질소를 이용해 대량의 식품을 한 번에 초고속으로 동결하는 '액체질소 동결' 등 다양한 동결 방법이 존재한다.

냉동기술 발전으로 다양한 냉동식품 제조가 가능하게 되었다.

기존의 동결 방법을 사용해 완만하게 냉동하게 된다면, -1℃ ~ -5℃ 구간에서 식품 세포가 얼어가며 세포막에 상처를 입는다. 이를 '최대얼음 결정생성온도 대'라고 부르는데, 이 구간을 아주 짧은 시간에 통과한다면 얼음의 결정 크기가 미세하게 생성되게 되는데, 작아진 크기만큼 세포의 파괴를 최소화해 품질의 저하를 막는다. 더불어 세포뿐만 아니라 영양소 파괴도 최소와 하여 식품의 맛과 영양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식품 산화와 탈수 현상 또한 적어져 기존 식품 그대로의 신성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냉동에 드는 시간이 단축되는 것은 덤이다.

이처럼 냉동방식의 수혜로 다양한 냉동식품들이 우리를 감싼 가운데, 냉동식품 시장의 규모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 냉동식품 연구소(American Frozen Food Institute, AFFI)와 식품산업협회(FMI-Food Industry Assocication)에서 최근에 낸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냉동식품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2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도 냉동식품은 점진적인 증가세를 보여 왔으나, 팬데믹 상황과 맞아떨어지면서 급격히 증가했고,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이제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의 선호도가 상승했다고 분석한다.

코로나 19 팬데믹은 냉동식품의 급격한 성장을 촉발하였다.

한국의 경우도 세계의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다. 2004년의 쓰레기만두 파동 등 저가 제품이 중심이 되면서 소비자들이 외면했던 한국의 냉동식품 시장 규모는 7230억 원(2019년 기준)으로 일본의 1/10 수준밖에 안 될 정도로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작다. 하지만 고급원료를 사용한 프리미엄 냉동식품이 등장하는가 하면, 대기업이 뛰어들면서 빠르게 발전한 조리, 급속냉동, 포장기술을 바탕으로 냉동만두뿐만 아니라 냉동밥 등 다양한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냉동만두는 가히 세계 최고라 할 수 있는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해외에서는 단순히 아시안 레스토랑의 전채요리로만 알려져 있던 만두는 최근 유럽 내 가정식 메뉴에도 오를 정도로 그 가치가 상승 중으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23.4%의 수출 증가세를 보여주었다. 그중에서도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는 2011년 미국 시장에 처음 냉동만두를 선보인 이래 2015년 점유율 1위를 달성하여 유지 중이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한 환율하락의 어려움 속에서도 지난해에는 '비비고 만두' 단일품목으로 총매출액 1조 300억을 달성할 정도이다.

우리의 냉동만두 제품이 미국의 냉동만두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냉동식품의 성공에는 생산뿐만 아니라 유통망 인프라 확보도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냉동식품을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운반하기 위해서는 냉동창고, 냉동수송차, 냉동진열장, 냉장고 등 냉동식품이 녹지 않게 전달될 수 있는 냉동유통체계가 확립되어야만 한다. CJ제일제당은 냉동만두의 인프라를 만드는 데에 공격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냉동식품이 운송과정 중 한 번이라도 해동되게 된다면, 얼음덩어리가 녹아 물로 빠져나오면서 제품 사이에 빈 곳이 생겨 식감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포장 안에 성에가 잔뜩 끼거나 음식들이 서로 단단히 엉겨 붙기도 한다. 현재는 운송과정 중 온도변화가 발생했을 경우 그 제품은 아예 소비지에서 받지 않는 등 냉동식품의 질 향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끝없는 연구로 진화한 조리기술과 보관기술 덕분에, 이제 냉동식품은 가정에서 언제나 편하고 맛있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더불어 계절별 공급변동과 가격변동이 심한 신선식품의 수급에도 완충 역할을 하고 있어 냉동식품에 대한 기호와 의존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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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 오베이션 대표

insu@weinteract.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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