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단위가 무색해지는 시대다. 6월 12일, 나스닥 거래소에 'SPCX'라는 티커가 등장하면 인류는 새로운 부의 역사를 목격하게 된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가 75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끌어모으며 주식시장에 입성한다.

이는 2019년 사우디 아람코가 세운 290억 달러 기록을 가볍게 넘어서는 수치다. 하지만 진짜 충격은 따로 있다. 이 거래가 성사되면 머스크의 순자산은 1조 달러를 돌파하며, 인류 최초로 '조만장자(trillionaire)'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문제는 이 숫자가 허황된 꿈이 아니라는 점이다. 스페이스X는 이미 2025년 한 해 동안 80억 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165회의 팰컨9 로켓 발사를 성공시키며 전 세계 궤도 발사의 52%를 독점했다. 우주 산업이 더 이상 정부 주도의 탐사 프로젝트가 아닌,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로 전환됐음을 증명한 셈이다.
■ 밸류에이션 1.75조 달러, 광기인가 합리인가
스페이스X가 제시한 기업가치 1.75조 달러는 메타 플랫폼스나 버크셔 해서웨이보다 높은 수치다. 상장 즉시 미국 기업 시가총액 6위에 오르게 되는데, 이는 10년 넘게 대중에 공개된 메타보다 높고, 머스크보다 나이 많은 워런 버핏의 회사보다 위에 위치한다는 의미다.
이 가격표에는 2026년 예상 매출 320억 달러가 반영됐다. 매출 대비 주가 배수(P/S)로 환산하면 56배, 영업이익(EBITDA) 대비로는 109배에 달한다. 참고로 테슬라의 P/S 배수는 12배, AI 열풍을 타고 500% 급등한 팔란티어도 43배 수준이다. 스페이스X는 이들보다 훨씬 높은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월스트리트는 망설이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스타링크라는 수익 엔진이 실재하기 때문이다. 저궤도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는 2025년 기준 92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2년 연속 가입자 수가 두 배씩 증가하며 매출 106억 달러, 영업이익 58억 달러를 달성했다. 영업이익률 54%는 일반적인 통신사업자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수치다.
현재 9,600개 이상의 위성이 궤도를 돌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활성 위성의 66%를 차지한다. 스타링크가 스페이스X 전체 매출의 67%를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 회사가 단순한 로켓 제조사가 아니라 통신 인프라 기업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 로켓 재사용, 비용 혁명의 완성
스페이스X의 진짜 무기는 재사용 가능한 로켓 기술이다. 2025년 한 해 동안 팰컨9 1단 부스터는 630회 사용 가능 횟수 중 529회를 재사용했다. 재사용률 84%는 발사 비용을 최대 65%까지 절감시켰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산업 구조 자체를 바꿨다. 과거 우주 발사는 맞춤형 프로젝트였다. 수년간의 준비, 천문학적 예산, 한 번의 실패로 모든 게 수포가 되는 고위험 사업이었다. 스페이스X는 이를 공장식 대량생산 체제로 전환했다. 이틀에 한 번꼴로 로켓을 쏘아 올리며 일정 준수율도 경쟁사를 압도한다.
아마존이 자체 위성망 구축을 추진하면서도 발사 일정에 애를 먹는 이유가 여기 있다. 시장에서 발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업체가 사실상 스페이스X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상업, 민간, 국가안보 페이로드를 막론하고 스페이스X가 기본 선택지가 된 건 저렴해서가 아니라 유일하기 때문이다.

■ 머스크의 42%, 조만장자로 가는 지분
머스크는 현재 스페이스X 지분 42%를 보유하고 있다. IPO 후 신규 주주에게 주식이 발행되면서 이 비율은 다소 희석되겠지만,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그의 순자산은 1조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브스는 현재 머스크의 순자산을 8,230억 달러로 추정하는데, 스페이스X 상장만으로 2,000억 달러 이상이 추가되는 셈이다.
흥미로운 건 이 돈이 종이 위의 숫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스페이스X는 지난 5년간 NASA, 국방부 등 미국 정부 기관으로부터 6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 민간 고객도 줄을 서 있다. 2025년 80억 달러였던 EBITDA는 2040년이면 950억 달러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리스크도 만만찮다. 회사 전체가 머스크라는 한 사람에게 과도하게 의존한다는 '키맨 리스크'가 가장 크다. 그는 테슬라 CEO를 겸직하고 있으며, 최근 xAI라는 인공지능 스타트업까지 스페이스X에 합병시켰다. xAI의 가치는 2,500억 달러로 추정되지만, 실적은 적자다. 이 복잡한 구조가 상장 후 어떻게 작동할지는 미지수다.
■ 공모 일정의 압축, SEC 검토 속도전
당초 6월 말로 예정됐던 상장 일정이 6월 12일로 앞당겨졌다. SEC의 서류 검토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됐기 때문이다. 다음 주 중 공개 투자설명서가 공개되고, 6월 4일 로드쇼가 시작되며, 6월 11일 공모가가 결정된다.
주간사로는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JP모건, 골드만삭스가 나섰고, 16개의 추가 금융사가 기관·리테일·국제 채널을 담당한다. 역대급 딜인 만큼 월스트리트 전체가 움직이고 있다.
나스닥이 스페이스X 유치에 성공한 건 최근 도입한 '패스트 엔트리' 규칙 덕분이다. 대형 신규 상장사를 나스닥100 지수에 빠르게 편입시키는 이 제도는 NYSE와의 경쟁에서 나스닥이 승리하는 결정타가 됐다. 'SPCX'라는 티커도 이미 확보됐다. 터틀캐피털매니지먼트가 운용하던 SPAC ETF가 지난 4월 티커를 'SPCK'로 변경하며 자리를 비워줬다.
■ 투자자들의 광기, 세컨더리 시장까지 달아올라
IPO 전부터 투자자들은 비공개 시장에서 스페이스X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나스닥 프라이빗 마켓에서 거래되는 스페이스X의 가치는 현재 1.54조 달러에 달한다. 불투명한 소유 구조, 복잡한 계약 조건을 감수하면서까지 주식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레인메이커 시큐리티즈의 공동창업자는 "스페이스X는 일관되게 우리 플랫폼에서 가장 활발히 거래되는 종목"이라며 "수요가 공급을 항상 초과해왔다"고 말했다. 시장이 침체된 시기에도 스페이스X만은 예외였다는 설명이다.
흥미로운 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도 스페이스X 주주라는 점이다. 그는 1789캐피털이라는 벤처캐피털을 통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머스크가 트럼프 대선 캠페인의 최대 후원자였다는 사실과 맞물려 이해 충돌 논란이 불거지고 있지만, 백악관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 스타십과 궤도 데이터센터, 미래의 카드
스페이스X의 1.75조 달러 밸류에이션에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래가 포함돼 있다. 달과 화성 탐사를 목표로 하는 초대형 재사용 로켓 '스타십'이 대표적이다. 이 프로젝트는 지연되고 있지만, 상용화되면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더 야심찬 계획도 있다. 궤도상에 최대 100만 개의 위성을 띄워 우주 기반 AI 컴퓨팅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지상 데이터센터의 전력, 냉각, 인허가 문제를 우주에서 해결하겠다는 발상인데, 이를 실현하려면 연간 6,667회의 스타십 발사가 필요하다. 현재 전 세계 발사 물량의 530배에 달하는 규모다.
모닝스타의 분석가들은 이 두 프로젝트를 '장기 옵션'으로 평가하며 현재 재무 모델에는 매출 제로로 반영했다. 즉, 지금의 밸류에이션은 이미 실현된 비즈니스만으로도 정당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스페이스X의 나스닥 상장은 단순한 IPO가 아니다. 이는 우주 산업이 정부 주도 탐사에서 민간 주도 비즈니스로 완전히 전환됐음을 선언하는 사건이다. 920만 명의 스타링크 가입자, 165회의 연간 발사 성공, 84%의 로켓 재사용률은 이 회사가 꿈이 아닌 현실 위에 서 있음을 증명한다.
1.75조 달러라는 가격표는 분명 비싸다. P/S 배수 56배, P/E 배수 109배는 어떤 기준으로 봐도 프리미엄이다. 하지만 시장은 주저하지 않는다. 머스크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 스타링크라는 확실한 수익원, 그리고 스타십이 열어갈 미래에 베팅하고 있다.
6월 12일, 'SPCX'가 나스닥에 등장하면 머스크는 인류 최초의 조만장자가 된다. 이는 한 개인의 부 축적을 넘어, 민간 기업이 우주라는 무한한 영역을 상업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증거다. 문제는 이 성공이 지속 가능한가다. 스페이스X가 테슬라처럼 변동성 높은 주가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유통 주식이 3.3%에 불과해 작은 뉴스에도 20~30% 변동이 예상된다.
결국 투자자들은 숫자가 아닌 믿음을 사는 셈이다. 머스크가 약속한 타임라인을 1.5배에서 2.5배로 할인하면서도, 방향성만큼은 확신한다는 뜻이다. 조만장자 시대의 문턱에서 우리는 묻게 된다. 이 천문학적 밸류에이션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한 것인가, 아니면 집단적 환상인가. 답은 6월 12일 이후 시장이 내릴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