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에 이어 토스까지… 알뜰폰 업계에 부는 ‘빅블러’ 바람

[AI요약] KB국민은행에 이어 최근 토스까지 알뜰폰 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산업계의 ‘빅블러(Big blur,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하게 되는 현상)’가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정부는 기존 금융권의 요구를 수용, 금산분리 규제 완화하는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즉 금융권의 비금융 사업 진출은 향후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다.

알뜰폰 시장 진출을 시작으로 금융권의 비금융 사업 진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산업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대, 이른바 '빅블러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미지=픽사베이)

KB국민은행에 이어 최근 토스까지 알뜰폰 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산업계의 ‘빅블러(Big blur,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하게 되는 현상)’가 가속화되고 있다.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진출은 정부에서 추진하는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 규제 완화 움직임과 함께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은행·증권업에 진출한 토스의 알뜰폰 시장 진출 선언은 적잖은 주목을 받고 있다. 토스뱅크와 토스증권으로 ‘비금융 빅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토스의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 21일 알뜰폰 사업자(MVNO) ‘머천드코리아' 지분을 100% 인수하는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 토스가 알뜰폰 사업자 '머천드코리아'를 인수하며 알뜰폰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이미지=토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토스가 본인확인기관과 전자서명 인증 사업자 지위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알뜰폰 요금제 탐색부터 가입 시 필요한 인증 과정, 가입 이후 개인 데이터를 활용한 모든 금융 활동을 토스 앱 하나로 할 수 있게 한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진출은 앞서 KB국민은행이 신호탄을 쐈다. 현행 금산분리 원칙이 살아 있는 상황에도 불구, KB국민은행은 이미 지난 2019년 금융위원회로부터 자사 알뜰폰 사업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 받아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까지 기존 금융권은 인터넷전문은행 등장 이후부터 강력한 금산분리 원칙이 자신들에게만 적용되고 있다며 ‘기울어진 운동장’ 논쟁을 이어왔다. 이에 최근 정부는 기존 금융권의 요구를 수용, 금산분리 규제 완화하는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즉 금융권의 비금융 사업 진출은 향후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권의 비금융 영역 사업 확장 본격화될 듯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산분리 규제를 금융 경쟁력 강화를 가로 막는 '낡은 규제'로 보고 개선작업에 착수했다. (이미지=픽사베이)

최근 금융위원회는 금산분리 윈칙에 대해 급변하는 글로벌 금융 환경에서 경쟁력 강화를 가로막는 ‘낡은 규제’로 보고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앞서 언급한 ‘혁신금융서비스’ 등의 제한적인 형태로 허용했던 금융권의 비금융 영역 진출의 폭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현행 은행법 하에서 은행이 비금융 회사에 투자할 수 있는 지분은 15% 이내다. 부수 업무 인정 범위 역시 제한적이다. 이렇듯 강력한 규제를 적용하는 이유는 대규모로 국민들의 예금을 수취하는 은행에 무분별한 산업 진출을 허용할 경우 자칫 예금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위는 지난 19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제1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고 ‘디지털화, 빅블러 시대에 대응 한 금융 규제혁신 추진 방향’을 통해 4대 분야, 9개 주요 과제, 36개 추진 과제를 검토·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은행의 비금융 회사 지분 인수 제한 규정을 완화하고, 부수 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다. 사실상 금산분리 규제 완화의 공식화라 할 수 있다.

찬반이 분분한 상황에서 정부가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최근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대출 규모가 증가하고 그에 따라 경제 불안요인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은행권의 협조를 얻기 위한 당근책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일단 금융위 발표 이후 은행권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규제 완화를 통해 알뜰폰 사업과 같은 정보통신업은 물론 올 1월부터 본격화된 마이데이터 사업을 바탕으로 다양한 생활 밀착형 금융 서비스 사업 진출의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반발과 우려 이어지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 이유는?

KB국민은행은 지난 2019년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알뜰폰 사업 '리브엠'을 시작했다. (이미지=KB국민은행)

금융위 발표 이후 은행권과 달리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를 비롯한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부가조건 위반과 금권 마케팅으로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있는 KB국민은행의 리브엠 사업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이 제기하는 문제 지점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KDMA 입장에서는 거대 금융 자본이 막대한 자금력에 기반해 도매대가 이하 요금제 제공, 과도한 사은품 지급 등으로 통신 유통질서를 교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KMDA 측은 금융위의 이번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해 서민 대출이자 수익을 통신시장에 전이해 통신산업의 시장 질서를 왜곡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KDMA의 이러한 주장은 기존 통신사와 알뜰폰 사업자 간에도 이미 불거져왔던 논란이다. 알뜰폰시장은 이미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가 자회사를 통해 알뜰폰 시장에 개입하며 불공정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금융노조는 KB국민은행 측의 알뜰폰 사업을 ‘명백한 부가조건 위반’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KB국민은행이 금산분리 규제 하에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 받아 제한적이라는 이유로 알뜰폰 관련 대면서비스를 강행해 왔는데,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전제한 노사 간 성실한 업무 협의에 따른 상호 합의 없이 서비스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노조는 또한 알뜰폰 사업이 확대 될 시 대면 판매와 실적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빅블러 시대, 데이터 사업 주도권 싸움이 시작됐다

SK텔레콤 등의 무선통신사업자들은 알뜰폰 시장 역시 자회사를 통해 수익을 얻고 있다. 이들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은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픽사베이)

반면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진출에 대해 통신 3사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고 있진 않다. 하지만 입장이 애매해 진 것 만은 부인할 수 없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통신3사는 주력인 무선사업(MNO)와 더불어 자회사를 통해 알뜰폰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시장이 이분화됐지만 양쪽에서 모두 수익을 올리는 구조로 나쁠 것이 없다.

문제는 알뜰폰 시장이 커지면 그간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수익성 저하가 심각해진다는 점이다. 원가 수준의 알뜰폰 요금에 비해 무선가입자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는 훨씬 높다. 자회사를 통해 알뜰폰 사업을 한다고 해도 금융권의 알뜰폰 사업 진출 등으로 시장이 커지게 되면 수익이 감소하는 상황, 즉 전체 이용자 비율에서 저가 요금제를 사용하는 비율이 늘어나는 것과 같아지는 셈이다. 더구나 통신 업계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망 도매 의무 사업자’로 지정돼 있다. 알뜰폰 사업을 하고자 하는 사업자의 말 임대 요구를 거부할 수 없는 것이다.

한편 금융권의 비금융영역 사업 진출의 폭이 넓어지는 상황에서 KB국민은행에 이어 신한은행은 최근 알뜰폰 사업자 4개사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신한 SOL 이용고객을 대상으로 알뜰폰 요금제 4종을 출시했다. 직접적인 시장 진출 대신 제휴를 통한 간접 진출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신한은행의 알뜰폰 시장 진출을 시간문제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신한은행은 제휴를 통한 간접적인 방식으로 알뜰폰 시장 진출을 검토하는 한편, 배달주문 앱 '땡겨요'를 통해 다각적인 비금융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이미지=땡겨요)

더구나 신한은행은 지난 1월 금융사 최초로 배달주문 앱 ‘땡겨요’를 출시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 조사에 따르면 가입자는 6개월 만에 15만 7300명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은행권의 비금융 사업 진출 분위기는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최근 지니뮤직과 제휴해 하나원큐 앱에서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음원스트리밍 서비스 ‘하나 뮤직박스’를 출시했고, 우리은행은 편의점 택배 예약과 상품 주문·배달 서비스를 내 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각 은행들의 비금융 사업 진출의 배경에 고객 데이터 확보라는 목적이 존재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산업계의 빅블러 현상이 심화되고 IT 기술을 바탕으로 한 빅테크, 핀테크에 의해 공고했던 금융 시장까지 위협을 받는 상황에 직면한 금융권이 소비와 유통, 금융을 통합하는 복합 서비스와 디지털 마케팅으로 대 고객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것이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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