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가 개발한 ‘고통 느끼는 반도체’… 휴머노이드에도 적용 가능할까?

[AI요약] 고통은 우리 몸의 경고등과 같은 작용을 한다.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하도록 하고, 신체의 기능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며, 상처를 알아차리고 치료하게 하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원(KIST)는 이러한 고통을 로봇에도 적용할 수 있는 ‘고통을 느끼는 반도체’를 개발했다. 주목할 점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외부 자극에 고통을 느끼는 로봇’이 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KIST가 개발한 인체의 신호를 모방한 전자소자 기술 (이미지=KIST)

고통은 인간에게 저주일까, 축복일까? 목숨을 위협하는 질병, 부상에 따른 고통을 저감하기 위해 진통제를 개발한 인류이지만 사실 고통은 우리 몸의 경고등과 같은 작용을 한다.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하도록 하고, 신체의 기능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며, 상처를 알아차리고 치료하게 하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원(KIST)는 이러한 고통을 로봇에도 적용할 수 있는 ‘고통을 느끼는 반도체’를 개발했다. 인간의 피부와 같이 약한 자극에는 쉽게 적응하고 위험한 자극에는 고통을 느끼는 반도체 소자다. 방식은 약한 자극에 신호를 받지 않고, 강한 자극에는 계속해서 신호를 받게 하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외부 자극에 고통을 느끼는 로봇’이 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자극의 강도에 따라 신호 유지 유무가 결정되는 프로세스는 로봇의 시각 센서와 결합될 경우 빛의 강도에 적응하는 로봇, 청각 센서에 적용할 경우 소리의 강도에 반응하는 로봇 개발이 가능할 수 있다.

전기적 자극에 반응하는 은 입자 특성 활용

‘고통을 느끼는 반도체’를 개발한 주역은 KIST의 강종윤 첨단소재기술연구본부 본부장과 윤정호 전자재료연구센터 박사팀이다. 앞서 설명처럼 자극의 크기에 따라 적응 여부를 결정하는 반도체 소자가 개발된 것은 세계 최초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최신호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최신호 표지논문으로 게재된 KIST의 연구.

인체신호를 모방한 전자소자 연구는 이제까지 뉴런과 시냅스 등 일부 생체 특성을 모방하는데 집중돼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KIST 연구팀은 외부 환경 변화를 인체가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지에 집중했다. 이 프로세스를 밝혀내고 이를 전자소자로 구현하기 위해 발상의 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전기적 자극에 따라 쉽게 이용하는 은 입자의 특성이었다. 이번 개발된 소자의 특징은 은 입자의 양을 조절해 외부 자극 정도에 따라 뇌에 전달하는 생체 신호 강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은 입자가 조금 담긴 소자와 많이 담긴 소자를 병렬적으로 연결했을 때, 약한 자극에는 은 입자가 많은 소자는 반응하지 않았다. 은 입자가 적은 소자는 약한 필라멘트가 형성됐지만, 곧 열을 받아 끊어지며 신호가 멈추는 현상을 보였다. 이를테면 약한 자극에 적응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극이 강할 경우는 어떨까? 은 입자가 적은 소자는 사람이 인지할 수 없을 정도로 짦은 찰나에 열을 받아 사라지지만, 은 입자가 많은 소자가 형성한 필라멘트는 잘 끊어지지 않은 채 계속해서 신호를 발생시키는 현상을 보였다. 강한 자극에 적응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고통을 느끼는 셈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처럼 소자를 병렬적으로 구성하는 것만으로도 외부에서 가해지는 전압에 따라 어느 소자가 반응을 보일지가 결정된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매커니즘이 인간의 몸이 가진 반응과도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강한 자극을 받아들이는 뉴런과 일상적인 자극을 받아들이는 뉴런이 따로 있어 자극이 들어오면 자체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발칙한 상상… 고통을 느끼는 휴머노이드 등장할까?

연구팀은 “전자소자가 단순히 고통을 모방하는 것을 넘어 인체에 무해한 자극에는 고통을 느끼지 않고 적응하고, 인체에 유해한 강한 자극에만 고통을 느낄 수 있게 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인간 피부를 대신할 수 있는 인공피부는 물론 인공장기 더 나아가 고통을 느끼고 인간과 다름이 없는 휴머노이드(Humanoid, 인간형 로봇)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본이 2000년 선보인 이족 보행 로봇 아시모(좌), 우리나라가 2004년 개발한 '휴보'(우) 이때까지 휴머노이드는 걷고 물건을 잡는 등 인간 신체의 기능적인 모방에 집중됐다.

1996년 일본이 세계 최초 이족 보행 로봇 ‘P2’를 선보인 이후 휴머노이드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2000년 계단을 오르내리는 ‘아시모’를 본 세상은 경탄을 마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2004년 최초의 이족 보행 로봇 ‘휴보’가 개발됐지만 최근까지도 휴머노이드는 걷고, 사람의 신체를 모방하는 기능적인 측면에만 집중돼 왔다.

그러다 기술의 발달로 인공지능(AI)이 고도화 되며 자체적인 지능과 인간에 버금가는 혹은 그 이상의 신체 능력을 가진 휴머노이드의 탄생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휴머노이드에 AI, 인체공학 메커니즘과 더불어 이번 연구에서 개발된 ‘고통을 느끼는 반도체’가 적용된다면 어떨까? 자연스레 2001년 작 영화 ‘A.I.’와 미국 드라마 ‘웨스트월드’가 떠오른다. 어쩌면 신체적 고통을 넘어 ‘슬픔, 우울함, 상실감’ 같은 감정적 고통까지 느끼는 휴머노이드가 등장 할 수도 있다.

(시계방향) 영화 '아이로봇'(위), '바이센테니얼 맨', 'A.I.' 모두 휴머노이드가 등장하는 미래상을 그리고 있다.
2016년 처음 선보인 미국 드라마 '웨스트월드'는 고도로 발달한 미래를 배경으로 사람과 구분이 쉽지 않은 인공지능 로봇으로 채워진 테마파크 '웨스트월드'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지난 2020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를 통해 발표된 싱가포르 난잉 공대(NTU)의 연구는 그런 가능성을 더욱 기대하게 한다. NTU 연구팀이 고통을 감지할 수 있으며 부상을 입었을 때 스스로 처치가 가능한 ‘미니 뇌’와 유사한 인공지능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인공지능은 외부로부터 감지 기능을 지니고 있으며, 로봇에 주입에 ‘미니 뇌’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의 뇌세포와 같이 수많은 미세 센서 노드로 구성된 이 인공지능은 로봇 피부를 통해 가해진 힘을 분석하고 파악한 후 손상이 발생했을 때, 신축성이 뛰어난 이온젤(ion gel) 등의 소재로 스스로 처치가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KIST가 이번 개발한 ‘고통을 느끼는 반도체’와 NUT의 ‘미니 뇌’와 같은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된다면 어떨까? 실로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미래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일 지도 모른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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