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시가총액 기준 상위 10대 기업 중,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는 기업은 2개뿐이다. 10개 기업 중 4개는 20위권 밖이었고, 다른 4개 기업은 2000년 당시 상장도 되지 않은 상태였다. 왜 어떤 기업은 여전히 리딩 그룹에 속하고, 왜 어떤 기업은 새로운 기업에게 자리를 내줘야 했을까?

그 답의 선택지는 두 가지로 나뉜다. 1번은 시대가 달라졌기 때문에 기업 순위가 바뀌었다는 환경이 요인이고, 2번은 기업이 달라졌기 때문에 시대를 이끌게 됐다는 변화의 요인이다.

정재용 플래티어 IDT부문 상무는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2번을 지목한다.

다시 말해, 달라지지 않으면 달라진 기업에게 밀려난다는 것. 20년 사이의 순위 변화는 그 증거다. 달라지기 위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이하 DT)'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DT는 도대체 뭘 전환하라는 것일까? DT를 하면 뭐가 달라질까? DT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정재용 플래티어 IDT부문 상무로부터 DT의 진짜 의미를 들어봤다.

플래티어(대표 이상훈)는 디지털 플랫폼 솔루션 전문 기업으로, 이커머스 플랫폼 솔루션을 담당하는 CM 부문과, 디지털 전환 관련 솔루션을 제안하는 IDT 부문이 있다. 정재용 상무는 플래티어 IDT 부문의 플랫폼 솔루션을 담당하는 테크놀로지 전문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DT의 실제적인 의미는 전환이 아닌, 재탄생이다.

"확실한 건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기업이 달라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정재용 상무는 이를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예시로 넷플릭스를 꺼내며, "넷플릭스는 고객의 성향을 알고 거기에 맞는 서비스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997년 설립된 넷플릭스는 DVD 대여 서비스로 시작했다. 지금의 온라인 스트리밍과는 정반대의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당시 넷플릭스는 '무료 배송, 연체금 없음'을 내세워, DVD 대여 업계의 압도적 1위였던 '블럭버스터'를 추격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머지 그룹에 속한 기업에 불과했다.

그러던 넷플릭스는 2007년부터 시작한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DT를 시작했다. 앞으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DVD가 아닌, 인터넷으로 영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감지했던 것.

넷플릭스는 DVD 대여 서비스로 시작됐다.
넷플릭스는 DVD 대여 서비스로 시작됐다.

그리고 달라졌다. 넷플릭스는 변화하는 고객에 맞춰 DVD 사업을 줄이고, 온라인 스트리밍을 메인 서비스로 세웠다.

인터넷의 확산 곡선은 자연스럽게 넷플릭스의 성장 곡선과 일치해갔다. 나아가 스트리밍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클라우드를 전면 도입했으며, 영화 유통을 넘어 콘텐츠 자체 제작을 통해 새롭게 등장한 세대의 니즈를 채웠다.

반대로, 기존 DVD 대여 사업을 유지하던 블록버스터는 급속하게 추락했다. 그 이유 역시 같은 맥락으로 설명할 수 있다. 사용자는 디지털로 변했음에도, 그들은 고객에 맞춰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밀려났다.

그렇기 때문에 DT는 단순히 전통 IT기업의 의제로만 남지 않는다.

정 상무는 "나이키의 경우, 운동하는 사람만 노리지 않습니다. 지금은 '퇴근 시간 이후 1시간 동안 일주일에 3번씩 운동하는 직장인'을 분석해 그에 맞는 상품을 제공합니다. 고객 한 명의 성향, 그 사람의 니즈를 알아내기 위해 디지털 데이터를 활용하는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달라진 고객의 모습을 알아내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DT를 통해 체질을 바꿔가고 있다는 것.

이어 "DT에 앞서간다는 나이키, 아디다스, 월마트 등 유명 기업들은 이미 자신의 브랜드가 갖춰졌음에도 끊임없이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밀린다는 것. 그래서 DT는 기업의 생존 전략이기도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DT,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하지만 기업에게 DT는 막연하기만 하다. 달라진 고객에 맞춰 달라져야 하고, DT를 통해 달라진 고객을 파악해야 한다는 건 이해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전사 시스템을 클라우드 인프라로 바꾸면 될까? 모바일 중심으로 서비스를 개편할까?

이에 정재용 상무는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건 뭐라도 해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단연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25년 전 일화를 꺼냈다.

"아내가 임신 중이었는데, 갑자기 족발이 먹고 싶대요. 그냥 족발도 아니고, 장충동에 골목 몇 번째 집이요. 그때는 막막했죠. 하지만 지금이라면 아무렇지 않게 배달의 민족 앱을 꺼내 주문했을 겁니다. 배민은 그 막막함을 현실에서 해결한 것이죠. 처음엔 배민은 그냥 배달 대행업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플랫폼 회사라고 여기고 있으니까요."

우리 생각에도 DT가 일어난 셈이다.

"우리 기업의 아이디어가 중요합니다. 'DT를 통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기업의 고민이 필요한 것이죠. 그래서 어떤 것이든 시도해보면서 우리가 필요한 게 무엇인지 확인해보는 겁니다. 이미 클라우드, IoT, AI, 빅데이터, 가상 머신 등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는 기술 요소는 준비되어 있습니다."

정재용 플래티어 IDT부문 상무
정재용 플래티어 IDT부문 상무

사람과 기술이 두 날개로 나는 DT

그렇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만들고 실행하는 조직, 즉 사람이 중요해진다.

"사실 인프라는 돈만 있으면 됩니다. 그러나 조직 문화는 그렇지 않습니다. 개인의 아이디어를 팀과 기업의 아이디어로 바꿀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신뢰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일할 수 있는 문화를 가진 조직이 집중력과 생산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조직은 자원을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에 무작정 투입할 순 없다. 이에 정재용 상무는 애자일 방법론을 제안한다.

'애자일 방법론'은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의 하나로, 완벽한 계획보다는 소규모로 시도하는 과정과 결과물에 초점을 두고, 고객과 시장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발전시켜가는 기법이다.

"조직 문화도 함께 바꿔야 점프업 가능하다"

정 상무는 "당연히 처음에는 속도가 느리겠지만, 목표를 정하고, 아이데이션을 통해 다른 기업이 하지 않는 시도도 해보고, 지속적으로 고민과 변화를 이어가면서, 기술적 요소가 결합되어 비즈니스로 바꿔가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DT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플래티어 역시 이를 위해 목표 설정과 과정 관리 중심의 OKR(Objective-Key Results) 프레임워크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정재용 상무는 "많은 기업이 점프업을 하지 못한 이유는 일하는 조직 문화를 함께 바꾸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기술의 도입과 함께, 직원이 잘 일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