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가상자산 시장에서 인공지능(AI) 관련 자산에 대한 투자자 쏠림이 뚜렷해지고 있다. 올해 6월 기준 원화로 거래된 가상자산 가운데 AI 관련 자산이 차지한 비중은 약 18%로 나타났다. 엔화 거래에서 AI 관련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과 비교하면 19.5배에 이른다. 개인투자자의 활발한 거래를 바탕으로 한국의 가상자산 경제 규모도 동아시아 주요 시장 가운데 가장 큰 수준으로 집계됐다.
블록체인 데이터 플랫폼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의 ‘동아시아 가상자산 도입 보고서(East Asia Crypto Adoption Report)’를 보면 2025년 7월부터 2026년 6월까지 한국의 가상자산 경제 규모는 4,491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2.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본은 2,283억 달러, 홍콩 1,922억 달러, 중국 1,763억 달러, 대만 1,404억 달러로 집계됐다.
국내 거래소에서 이뤄진 가상자산 활동 역시 전년 동기보다 16.3% 늘었다. 거래소와 관련한 자금 흐름은 511억 달러 증가했다. 주요 금융기관의 시장 진입이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투자자의 거래가 전체 시장 확대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거래 규모뿐 아니라 투자 대상에서도 한국 시장의 특징이 나타났다. AI 관련 가상자산은 원화 거래에서 주요 테마형 자산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하며 엑스알피(XRP)와 같은 결제용 토큰을 넘어섰다. 브라질 헤알화와 영국 파운드화, 유로화 거래와 비교해도 AI 관련 자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AI 테마 안에서도 투자 대상은 빠르게 바뀌었다. 거래량 기준 월드코인(WLD)이 74억1,000만 달러로 가장 많았고 사하라에이아이(SAHARA) 32억 달러, 버추얼 프로토콜(VIRTUAL) 27억 달러, 바이오프로토콜(BIO) 20억 달러, 니어프로토콜(NEAR) 17억 달러가 뒤를 이었다. 2025년 버추얼 프로토콜과 카이토(KAITO)가 거래를 이끌었던 것과 달리 2026년에는 월드코인과 사하라에이아이가 주요 거래 자산으로 부상했다.
향후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투자 주체의 변화가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현재 주요 은행과 증권사는 디지털자산 전담 조직을 운영하며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커스터디 관련 시범사업에 나서고 있지만 투자 목적의 법인 참여는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상태다. 법인의 시장 참여가 단계적으로 확대되고 2027년 가상자산소득 과세가 시행될 경우 개인투자자 중심의 시장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동아시아 각국은 서로 다른 시장 구조도 보였다. 홍콩은 기관 대상 플랫폼을 통한 자금 유입이 전체 가상자산 서비스 유입액의 16%를 차지했다. 일본에서는 탈중앙화거래소(DEX)가 전체 가상자산 서비스 시장의 34.5%를 차지했고, 중국은 전체 가상자산 경제의 59.1%가 개인 간 자금 흐름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권준혁 체이널리시스코리아 지사장은 “한국은 개인투자자의 참여가 활발한 시장으로, 이번 보고서에서도 AI 관련 가상자산에 대한 높은 관심과 빠른 선호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며 “향후 법인과 기관의 시장 참여가 확대되면서 국내 가상자산 시장도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