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란 초법적 괴물, “고정밀 한국 지도 내놔!”···불허할 만한 이유

오는 8월 수원에 있는 국토지리정보원에서 각 부처가 참석하는 가운데 측량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 회의를 열어 구글에 한국 고정밀국가기본도(1:5000 축척 디지털지도)의 국외반출을 허용할지 결정한다. (사진=국토지리정보원)

우리정부가 지난 3월 18일 구글의 한국 고정밀 국가기본도(1:5000 축척 수치지도) 해외반출 요청에 대해 8월 중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정부 측량성과 국외반출협의체(지도반출위원회)가 법상 구글의 한국고정밀지도 반출 허가여부를 결정해 통보하게 돼 있는 1차 시한은 5월 15일이었지만 이를 한 차례 연장해 2차 기한 내에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구글의 한국 고정밀지도 반출 요청은 지난 2011년(국가정보원에 비공식요구·불허), 2016년(국토지리정보원에 요청·불허)에 이어 세 번째다. 구글은 서버를 한국이 아닌 해외에 두고 있기 때문에 한국 고정밀 지도 디지털 데이터를 활용하려면 ‘해외 반출’ 승인을 받아야 한다. 구글이 한국 고정밀 지도를 독자 가공해 전세계에 제공하고 다양한 상업적 용도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상하다.

구글은 한국이 가진 이 세계최고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에 대해 또다시 한국지도 국외반출 요청을 해 이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앞서 제시됐던 한국정부의 의사는 생색내기정도만 수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납세독촉장처럼 한국고정밀 지도 국외반출 요청서를 내밀었다. 세계 자유무역주의를 통째 뒤흔들고 있는 트럼프 정부의 서슬 퍼런 미국우선주의를 등에 업고 이런다는 추측도 무리는 아니다. 구글의 한국 고정밀 디지털(수치·數値) 지도 해외 반출은 무엇이고, 그것이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그리고 구글의 요구와 주장에 찬성하는 이유에 대한 허구성을 짚어봤다.

2016년만 구글의 요청시만 해도 우리정부와 국회 기업 전문가 일반인들이 참여한 가운데 국회대회의실에서 이에 대한 논의를 거치고 공청회를 열 만큼 큰 관심사였다. 하지만 정국이 워낙 어수선하다 보니 국회대정부 질문은 있었지만 일반 국민들의 관심이 다소 시들해진 면도 없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런 만큼 더욱더 국민적 관심과 주의가 요구될 정도로 중요한 사안이 이 한국 고정밀 국가기본도(1:500 축척 고정밀 디지털 지도) 해외 반출 건이다.

무엇보다도 구글의 이번 한국 고정밀 국가기본도 해외 반출 신청은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정책 협박시점에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느껴지는 압박 강도가 다르긴 하다. 하지만 섣불리 구글의 요청을 허가할 일도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전세계 주요국 가운데 구글에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는 국가는 한국과 중국, 이스라엘 정도로 알려져 있다.

구글이 9년 전 한국정부의 한국 고정밀 지도 해외 반출 조건을 알면서도 또다시 한국의 고정밀 국가기본도를 (한국정부의 의사를 사실상 무시한 채 무료로)내놓으라는 것은 스스로 국가를 넘어선 초법적 존재임을 과시하면서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괴물임을 자인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구글의 한국 고정밀 국가기본도 반출 요청에 찬성하는 쪽의 논리와 반대하는(현재 구글이 요청서에서 제시한 조건대로라면) 이유 모두를 하나하나 짚어본다. 여기에 더해 구글이 한국 고정밀 국가기본도를 반출함으로서 얻는 이득, 그리고 우리정부가 섣불리 반출을 허용하면 안되는 이유와 만약 허용할 경우 전제로 요구할 사항에 대해서도 짚어본다. 우리에게 득보다 실이 많다면 반출요청을 불허하면 될 일이다. 물론 이 모든 문제는 구글이 한국내에 서버를 설치하면 깨끗이 끝나지만 구글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이기에 전후 상황과 배경까지 따져 봤다.

구글에 한국 고정밀(1:5000) 국가기본도 반출을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 논리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한국 고정밀 지도(1:5000지도)를 사실상 거저 반출에 찬성하는 측 논리

(1)외국 관광객 유치에 도움된다=문화체육부가 목표로 하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목표숫자 맞추기에 도움이 된다. 문체부는 지난 2016년 지지한 바 있다. 이번에도 지지하는 쪽으로 알려져 있다.

(2)안보 위협문제 없게 한다=구글은 이번에는 (말하자면 2011, 2016년 때와 달리 나름 선심을 써서) 한국정부가 우려하는 국가 안보상 위험 지역 노출이 안되도록 해당지역을 흐릿하게 표시해 (구글 지도인 만큼 해당 지역 좌표 표시는 그대로 둔 채) 식별하기 어렵게 하는 블러링(blurring)을 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하고 반출요청을 했으니 한국정부가 요청을 수용할 만 하다. 게다가 대만같은 나라도 고정밀 지도를 제공한다고 한다. (대만에는 데이터센터가 있다.)

(3)통상압박 회피용으로라도 필요하다=트럼프 정부의 등장에 따른 미무역대표부의 압박이 시작됐다. 이를 회피하기 위해서라도 반출을 허용해야 한다.

한국고정밀 지도를 사실상 거저 반출시키는 데 대한 반대 측 논리

(1)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고정밀지도가 없어서 구글맵 한국지도 서비스가 나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그렇다면 왜 고정밀지도(1:5000)가 없는 다른 나라에서는 소축척 지도(1:2만5000)로도 구글맵 서비스 문제가 없나. 게다가 애플도 현재 제공하는 1:2만5000 지도로도 한국에서 잘 서비스하고 있다.

(2)일개 기업 이익을 위해 안보까지 흔드나=구글이 제시한 주요 군사보안 지역에 블러 표시를 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안보구역을 일개 민간 기업에 알려줘야 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도대체 세계 어느 정부가 특정기업의 이익을 위해 거저로 이렇게 할지 상상하기 힘들다. 억만금을 들고와서 정부를 구워삶아도 힘든 판에. 게다가 대만같은 나라가 어찌 하든 각 나라는 자국의 독자적 방침이 있는 것이다.

(3)구글의 성실납세 의무 저버림(결과적으로 국내 기업 역차별)=구글의 요청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속된 말로 외국 글로벌 기업의 이익을 위해 한국고정밀 지도를 ‘날로’ 갖다 받치기라는 여론의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즉, 구글이 법인세는 매출보다 엄청나게 적게 내면서도 (*법인세 회피 의혹)엄청난 매출 확대를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할 디지털 인프라이자 비밀병기인 지도를 거져 가져 가려 한다는 점이다. 이 내용은 지난 2016년 9월 26일 국회 미래부 국정감사 질의 자료에서 지적된 바 있다.

이는 구글이 한국에 서버를 두지 않고 있음으로써 추정 매출비 대비 엄청나게 적은 매출만 신고하고 있어 규모가 구글보다 작으면서도 훨씬 많은 세금을 내는 한국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역차별당하는 문제를 야기한다. 사실 구글은 지난 1990년대말까지 누계 추정치 수조 원이 들어간 고정밀 ‘국가GIS’ 지도제작 사업에 우리기업들과 달리 전혀 돈을 들이지 않았다.

이제 구글이 요청한 한국고정밀국가기본도(1:5000 축척 디지털 지도) 반출 허용의 당위성 주장과 그에 대한 반론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기존 구글지도가 불편해서 외국관광객 유치에 힘들다?

그렇지 않다. 구글의 논리일 뿐이다. 왜냐면 다른 나라도 다 그 수준의 구글 지도를 갖고 있다. 한국인들이 미국가서 구글지도 보는 데 불편한가, 그 문제 때문에 가고 싶은 유명관광지를 안찾게 되나? 미국 지도는 1 대 2만4000 축척 지도를 기본도로 사용한다. 불편하지 않다. 그럼 한국인들이, 아니 전세계인들이 유럽가서 관광할 때 구글맵 보기가 불편한가, 그래서 찾아볼 관광지 안가게 되는가? 사실 그들이 보는 구글맵은 대부분 1대 2만 5000 축척의 지도다.

구글 지도는 일반적으로 2만5000분의 1 지도를 사용하는 데 그 정도면 충분하다. 한국이 세계에서 몇 안되는 1대 5000 고정밀 축척 지도를 제공하는 국가들이기에 우리가 외국에 나가서 불편한 적이 많을 뿐이지 정작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지도 축척 때문에 그렇게 불편한 것은 아니다.

상황이 이러한 데도 한국고정밀 지도를 해외 구글서버로 반출하지 못해서 방한 외국인들이 불편하다면 구글이 지도를 다른나라에서 하듯이, 아니 애플이 하듯이 더 잘 만들면 될 일이다. 애플 지도도 기존 축척으로 한국에서 잘 서비스 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또 뭐란 말인가.

구글 지도는 70개의 다국어 버전을 지원하고 있고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친숙한 UX/UI에서 사용할 수 있다면서 왜 애플과 같은 기존의 2만5000분의 1 지도를 갖고서 애플만큼도 한국지도 서비스를 못하고 있는지 해명해야 할 것이다. (이도 저도 싫다면 구글은 한국정부 요구대로 한국에 서버를 설치하면 될 일이다.)

이 대목에 대해서 문체부가 고정밀지도를 구글에 주면 관광산업(방한관광객 확대 유치)에 도움이 된다는 구글의 논리에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지나 않은지도 따져볼 일이다. 2027년까지 연간 300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목표 달성을 위한 디지털 인프라 실행 액션 플랜은 과연 잘되고 있는지 좀더 세심히 살펴볼 일이다. 혹여 그런 게 부족해서 구글이 말하는 고정밀 디지털 지도 반출 필요성 논리의 빌미나 제공하는 일이 생겨선 안될 것이다.

분명히 네이버 카카오 등의 국내 지도 서비스가 그간 영문서비스를 등한시 한 문제가 있긴 하다. 뒤늦게 부랴부랴 그런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고 한다.

그럼 주무부처인 문체부는 지난 2016년 구글의 2차 지도 반출 요구이후부터 이 부분을 독려하고 협조를 구했었어야 했던 것은 아닐까. 가만히 팔짱끼고 있다가 구글논리를 뒷받침하는 연구 논문 등을 앞세우는 소극적 태도로 구글 논리에 말려 들어선 안될 일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문체부는 네이버 카카오같은 기업들에게 국가지도서비스 경쟁력을 위한 더욱 강력한 지원과 협조를 부탁하는 등 배전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네이버, 카카오, 티맵 모빌리티(SK) 같은 기업들도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얘기를 하기 전에 방한 외국인 대상의 고품질 서비스 제공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언젠가는 구글과 어떤 거래가 이뤄져도 이뤄질 것이고 이때의 임팩트를 줄이기 위한 대비 차원에서라도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국가 안보 상 문제될 지역 좌표 주면 지울 테니 반출요청을 허용해 달라?

구글지도를 제한하는 이유중 하나는 ‘국가 안보’ 문제다.

한국 정부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구글뿐만이 아니라 모든 외국 기업이 상세한 지도 데이터를 해외 서버에 저장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구글이 자신들의 상업적 고품질 지도서비스를 하기 위해 한국민의 최대 문제인 안보 관련 기밀이 든 지도까지 내 달라고 한다면 언어도단이 아닐까.

일각에서는 북한도 구글지도 골목길찾기 서비스를 한다(행간의 의미상 고정밀 지도 서비스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구글은 과연 이 지도를 북한 정부로부터 받은 것인지, 고정밀 지도인지 확인하지 않고 있다. 과연 북한 정부가 그런 북한 전역 구석구석을 대상으로 한 고정밀 지도를 구글에게 줬는지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다. 북한이 구글에 영변 핵 시설이나 신포 핵 잠수함 기지가 있는 데도 고정밀 지도를 줄 리도 만무할 것이기 때문이다. .

또 구글맵에서 북한에선 골목길 찾기는 되는데 한국에선 안된다고 비교하면서 북한도 되는데...라는 이유를 들면서 구글에 한국고정밀 지도 반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논리가 나오기도 했다. 참 아이러니다.

북한은 천안함 폭침 도발(2010.3), 연평도 포격도발(2010.11)을 해 온 집단이다. 우리는 침략행위를 하지 않았다. 이런 마당에 일각에서 구글이 그런 출처 미확인 북한 지도로 골목까지 서비스 한다는 논리를 앞세워 우리나라 정부의 지도를 반출허가해 줘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던 것은 황당한 일이다.

구글에 우리나라 고정밀 지도를 제공한다는 것은 연평도 포격과 같은 도발시 포격 원점좌표를 제공하는 것이다. 구글지도를 잘 보면 항상 좌표가 정확히 들어가 있다.

구글맵 연평도 지도. 위에 좌표가 정확히 나타난다. 이 부분 3D지도는 블러처리가 돼 있다. 2016년 당시와 달라진 모습이다. 구글이 이번에 미정부를 등에 업고 한국 고정밀 디지털지도 ‘무료’ 반출 허가를 받아내겠다는 속셈이 들여다 보이는 것 같다. (사진=구글)

국내에서 구글지도 관련 컨설팅을 하는 한 중소기업은 중국의 위협을 받고 있는 “대만도 구글에 지도 허용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고정밀 지도인지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러 가지 근거를 바탕으로 고정밀지도가 아니라는 합리적 추정을 해 볼 수 있다. 대만이 구글에 제공하는 지도는 한국같은 1대 5000 고정밀 지도가 아니라 기존 1대 2만5000지도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대만 국토측회중심전구자신망(國土測繪中心全球資訊)에 따르면 대만은 2016년부터 1/25000, 1/50000 및 1/100000 규모의 지형도, 즉 소규모 지형도가 무료로 다운로드됐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지도반출 요청 허용을 합리화하기 위해 다른 국가 사례를 참고해야 하는가? 우리나라의 안보가 중요한 만큼 우리나라 국가 보안시설이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내 구글지도를 대리하는 한 중소 컨설팅 업체는 온라인에서 마치 구글 직원같은 논리를 편다.

블러처리 문제에 대해서도 말해보자.

지난 2016년 구글은 우리정부가 반출 허용전제 조건의 하나로 북한과의 대치 상황을 고려해 군사 시설 및 주요 보안 시설의 이미지가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해 구글맵에서 보안 시설에 대한 정보를 흐리게 처리(블러 buurring)하거나 삭제하라고 요구했지만 구글은 이러한 요구가 자사의 글로벌 서비스 정책과 맞지 않는다(즉, 타국 지도를 반출해 이용하면서 그런 서비스를 한 적이 없다)면서 거부한 이력이 있다.

하지만 한 국가의 안보위협 우려는 나몰라라 하면서 영리를 위해 한 국가의 고정밀지도를 무료로 달라는 구글의 배짱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남의 나라 고정밀 지도를 달라면서 그정도도 하지 않겠다는 건 황당하다. 하지만 더 황당한 것은 이미 그 당시에 이스라엘 예루살렘 구글 지도를 검색해 확대하면 온통 블러 처리가 돼 있었다. 구글의 정책은 이렇게 상대 국가에 따라 달라지는 모양이다. 기업 방침이 항상 상대가 강한지 약한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한 국내 구글지도 컨설팅 중소기업은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 군사기밀 정보가 노출돼 있고 식별되고 있으며, 게다가 군사 기밀 시설에 블러 처리를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궤변까지 덧붙이면서까지 구글에 고정밀지도 반출을 허용해야 한다고 대변하고 있기까지 하다.

한국고정밀지도 반출을 요청하는 입장에서는 우리정부가 제시하는 부분을 모두 충족시키고 가져갈 수 있으면 감사히 받으면 그뿐이다. 그게 싫으면 안받으면 그만이다.

다만 올해 구글의 한국 고정밀 지도 반출요청서에서는 군사 보안상 블러 처리를 해야 하는 곳이 있다면 추가로 블러 처리가 필요한 군사 기밀시설이 있다면 블러 처리를 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이 다르다. 하지만 이 경우 군사기밀시설의 좌표를 먼저 구글에 공유해야 한다는 모순이 발생한다.

지도값도 내지 않으면서 한국 지도 서비스에 무임승차하는 구글

일본 인자이에 있는 구글 데이터 센터. (사진=구글)

구글을 변호하는 한 국내 관련기업은 “구글의 한국 고정밀 지도 데이터 해외반출을 요청과 관련, 구글이 한국 지도 데이터를 돈도 안 내고 이용하는 것이라고 비난을 받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는 식의 주장을 펴고 있다.

물론 구글이 한국에서 고정밀 지도서비스를 위해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지불 대상은 국내 2위 지도서비스 사업자인 티맵 모빌리티다.

구글은 지난 2016년 한국정부로부터 한국 고정밀 국가기본도(1대 5000 디지털지도)의 국외반출 허가를 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 디지털지도를 직접 가공해 고부가화할 길도 막혔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서 궁여지책으로 티맵모빌리티(SK스퀘어 자회사)의 티맵지도’를 돈내고 구입해서 한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것은 맞다.

그런데 그 티맵은 알다시피 티맵모빌리티가 한국정부로부터 한국 고정밀 디지털 지도 원도(1:5000)를 기술과 인력을 투입해 가공해서 만든 지도다.

이런 전후 사정을 알고 나면 확실해진다.

구글과 관련된 한국내 지도 컨설팅 회사가 주장한 “구글이 전 세계 각국의 1위 사업자 지도 데이터를 구매-가공해 서비스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시장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한 것은 참 우스운 얘기가 되고 말았다.

사실 구글은 한국정부에 국가기본도를 무료로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

구글의 계산은 어떻게 해서든 한국에 서버를 두지않고(법인매출이 드러나지 않게 하고), 한국 정부로부터 무료로 고정밀국가기본도 국외 반출 승인을 받아 이를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손질해 구글맵으로 만들어 서비스하려는 것으로 요약된다.

구글이 지금까지 티맵모빌리티가 만든 지도를 사서 나름대로 가공해서 서비스 해 오고 있는 것은 맞지만, 우리정부로부터 한국 고정밀 지도를 받는 순간 상황은 바뀐다.

그때부터 구글은 자신들이 ‘거저’ 받은 한국 고정밀 지도를 가지고 가공해서 다양한 서비스에 이용하게 되는 것이다.

구글의 한국정부에 대한 요청을 아날로그적 사례로 비유해 보자.

한국이라는 보석광산 운영자(한국정부)는 1차 가공한 엄청난 보석원석(고정밀 지도)을 광산개발(지도제작)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한국기업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티맵모빌리티는 이를 받아 정밀가공(지도앱 제작)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 구글은 이 보석원석을 광산개발 투자기업이자 보석 가공기업인 한국기업들(네이버, 카카오,티맵 모빌리티)가운데 티맵 모빌티티로부터 구매해 추가 가공해 서비스하면서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4위에 그치고 있는데다 부가성, 활용성, 확장성에서 만족할 수 없게 됐고, 결국 보석광산운영자(한국정부)에게 미미한 투자(투명하지 않는 법인세 납부)를 하고 있음에도 보석광산 운영자에게 다른 광산개발 투자자들과 동등하게 사실상 거저로 1차 광물원석을 달라고 하는 것과 진배없다.

구글은 현재 한국 디지털지도 서비스 시장에서 네이버, 티모바일, 카카오에 이어 4위 사업자다. 이를 만회하고 곧 다가올 자율주행 인프라와 물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갈길이 바쁘다. 1대 5000 축척의 지도를 확보하게 된다면 경쟁력은 급속도로 올라가게 될 것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통상 위협 대응 논리

트럼부 행정부의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구글의 요청서 접수가 채 보름도 지나지 않은 3월 31일 공개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에서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위치 기반 데이터 수출에 대해 제한을 유지하는 주요 시장이다. (미국 등 기업에) 경쟁적 불이익을 초래한다”고 지적한 게 그것이다.

이에 대해 따져 보자.

첫째, 한국정부는 이미 다른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처럼 미국기업 구글에도 차별없이 1대 2만5000 지도를 개방해 제공했다.

우리정부가 다른나라와 동등한 수준의 지도 제공으로 미국정부를 대했으니 차별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미국지도는 1대 2만4000 지도를 기본도로 사용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서 1대 5000 지도를 가져가겠다면, 그것도 무료로 가져 가겠다면 이는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일반적 상황말고 그에 합당한 혜택을 우리에게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미 정부가 특정기업 구글을 대놓고 지원하려 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명백하다.

우리정부가 구글에 한국고정밀 국가기본도를 거저 가져가게 해선 안될 것이다. 그에 합당한 대가를 제공해야 한다.

지금가지 제공한 지도보다 더 정밀한 지도 제작에 수조원의 투자가 이뤄졌고, 보안상의 문제로 제공할 수 없다는데도 기업이 오직 영리만을 위해 이를 달라는 것은 앞뒤가 안맞는다.

둘째, 우리정부는 구글에 고정밀 지도를 수출할 의향이 있다.

USTR의 보고서 문건속 표현대로 구글이 한국정부에 요청하는 것이 ‘(한국고정밀 지도)수출’이라면 우리정부가 판매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우리 정부가 고정밀지도 제작에 수조원이라는 큰 돈을 들인 만큼 대가를 지불하고(현금이나 서버 설치 등) 가져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사실 구글은 한국고정밀지도를 돈내고 수입하겠다는 것도 아닌 거저 달라는 것이다.

한국정부는 정 그렇다면 한국에 서버를 두고서 한국내 총 매출에 대한 법인세만 제대로 내라는 것이다. 그런데 구글은 억지스럽게도 이는 원칙이 아니어서 싫다고 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USTR은 한국정부에 대해 ‘위치기반 데이터 수출 제한’ 운운하면서 마치 한국정부가 돈주고 사려는 지도를 안파는 게 문제라는 식으로 압박해 오고 있다. 이 무슨 억지인가.

셋째, 구글이 세계최고 디지털 테스트베드 국가인 한국에서 국민혈세로 만든 최고의 고정밀 디지털 인프라로 온갖 효용적 이익을 누리게 될 것인즉, 그에 걸맞은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구글은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 고정밀 디지털 지도 인프라와 한국의 IT 인프라를 결합해 한국 전역을 테스트베드로 삼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세계에서 구글 자율주행차, 자율트럭, 물류관련 사업에 지도를 사용할 때 엄청난 시간적 비용적 효용성을 누리게 될 것이다.

미국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국토가 방대한 미국의 경우 국가기본도로 1대 2만4000 지도가 제공되고 있다.

구글의 자율주행차 회사인 구글 웨이모가 이런 조건에서 로보택시 사업하면서 얼마나 어려움을 겪었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텍사스 등 인구가 드문 지역에서 먼저 서비스하고 나서 샌프란시스코 같은 인구 밀집 지역으로 가서 차량으로 도로를 돌아다니며 고정밀 지도를 직접 제작해야 하고 검증하는 등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칠 수 밖에 없다.

텍사스오스틴으로 향하고 있는 구글 웨이모의 자율주행차. (사진=웨이모)

하지만 한국에서 이런 복잡한 길에서도 잘 만들어 놓은 지도를 가지고 작업하면 엄청난 시간과 비용상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차세대 로보택시, 스마트물류, 스마트 시티의 테스트베드 등으로 사용할 때 추가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단적으로 최근 개봉한 톰 크루즈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왜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한국에서 가장 먼저 개봉해 평가해 본 후 전세계로 배급하지 않는가.

디지털 지도를 이용한 미래 모빌리티(자율주행차 등)의 사업은 그 영향력이 단순 배급과 디지털배급(OTT)서비스하는 것에 그치는 영화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진다. 2016년 잠정 추정 비용은 우리나라 국비 수조원 정도가 든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 그 가치는 훨씬더 높아졌다.

한국의 고속도로가 국가적 물리 인프라(SOC)라면 디지털 고정밀 지도는 그야말로 국가적 디지털 인프라(SOC)다.

넷째, 구글이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둔다면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구글은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지에 데이터센터를 두고 있으면서도 한국에 두기는 한사코 거부하는 듯 하다. 서버를 두게 되면 국내 매출만큼 세금을 내지 않으면서도 반면 한국기업들은 현재 구글보다 작은 네이버, 카카오, 티맵 모빌리티(SK)같은 기업들은 구글의 수십배의 법인세를 내고 있다.

그러니까 한국기업은 디지털 고속도로를 정상적으로 규정 운임을 내고 타고 다니는데, 구글은 한국기업의 수십~수백분의 1의 통행료만 내고 있으면서 고속도로로 다니게 해 달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렇게 한국에서 세금도 제대로 안낸, 즉 디지털 고속도로 만드는 데 기여도 하지 않은 구글이 고속도로를 운행하면서 영리사업, 비유하자면(아니 조만간 자율차량으로 현실화될 수도 있다) 구글은 관광버스, 영업용 택시, 화물운송 트럭도 이렇게 싸게 고속도로로 다니게 해 달라고 하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기업들이 구글에 한국의 고정밀 디지털 지도를 반출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 정책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 구글은 일단 한국의 고정밀 지도를 반출해서 한국에서 활용하면 무궁무진한 상업적 이익을 볼 수 있다. 이처럼 구글에게 유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게 된다면 우리나라 지도 관련 기업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관련 기업들의 반발이 거세다.

구글이 한국고정밀지도를 반출해 가공해 제공하면 한국방문 외국여행객을 늘릴 수 있다는 사탕발림같은 논리는 반출시 다른 산업계가 부담한 지출 비용증가를 생각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기업들이 구글지도를 쓸 경우 국내 네이버 카카오 같은 기업들의 지도를 사용할 때보다 훨씬 더 센 사용료를 내야 한다.

구글맵플랫폼을 통해 구글지도를 사용하는 비용 도표. 구글이 2018년 5월 3일 처음 적용하기 시작할 당시의 가격표다. (자료=구글)

공정하게 하려면 구글이 보석의 원석같은 한국 고정밀 지도를 해외로 반출해서 가공하고 고부가 서비스용 지도로 만들려면 1차 가공된 원석에 대한 상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트럼프 정부가 뒤에서 압박하더라도 지제 짐작하고 겁먹을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럴 경우 앞에 예시한 것과 같은 엄청난 이익을 제공할 지도 제공에 따른 합당한 호혜적 대가를 요구할 일이다.

데이터 주권 더욱 중요해진 시대...구글 한국내 데이터 센터 필수

구글의 한국고정밀지도 반출 요청에서 주목할 부분은 자사만 한국내 데이터센터 설치에 예외를 적용해 달라고 하는 점이다.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국내 지도 서비스 업체는 국내에 데이터 서버를 운영하고 있는데 구글에만 예외를 적용하는 것은 분명히 우리기업들을 역차별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구글을 대변하는 한 구글 지도 컨설팅 회사는 구글은 지도 데이터를 캘리포니아 본사 및 전 세계 14개 데이터 센터에 저장하고 있으며 구글의 클라우드 센터는 국내 IDC 센터에도 있다면서 재난발생 측면에서 안전하지 않은 선택이며 오히려 데이터 안정성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궤변으로 데이터센터 국내설치에 대한 구차한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한국 고정밀 지도를 갖고 싶은데 한국정부의 방침이 그러하다면 다른 백데이터 보관 방법 등을 찾으면 될 일이다. 그리고 한국에 데이터 센터 서버를 운영하는 것이 구글 본사의 글로벌 운영 방식에 상충하는 결정이고 한국정부 방침과 부딪친다면 한국고정밀 지도 반출 요청을 안하면 될 일이다. 기업이 세계 10위경제권인 나라의 국가 권력을 넘어서는 괴물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하나더 있다면 AI시대가 되면서 더욱더 중요해진 개념인 데이터 주권 문제다.

에필로그

트럼프 정부는 자국 빅테크에 대한 각국 정부의 규제를 ‘비관세 장벽’으로 규정하고,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한국 정부가 구글에 지도 데이터를 이번엔 넘길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정부와 국민이 구글의 3차 한국고정밀지도 반출 요구를 계기로 새겨둘 부분은 ▲통상에 앞서 국가안보가 중요하다는 점 ▲이미 전세계 대부분의 나라처럼 2만5000분의 1 지도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 ▲1대 5000 한국 고정밀 국가기본도는 그보다 엄청난 수조원의 국민혈세를 들여 업그레이드한 지도라는 점 ▲구글이 대가를 지불하고 지도를 요청한 게 아니라는 점 ▲구글이 엄청난 한국내 매출에 대한 정확한 수치를 밝히지 않음으로써 받는 축소 납세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한국내 데이터센터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 ▲구글이 한국에 데이터센터서버를 두면 법인세 기피의혹에 따른 비난 문제는 물론 한미간에 불편한 한국고정밀 지도 반출을 둘러산 문제가 깨끗이 해소될 것이라는 점 등이다. 이는 대미 무역협상시 제시할 요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정부를 등에업고 기세등등한 구글이 한국내에 서버를 두겠다고 한발 물러설 가능성은 지금으로선 희박해 보인다. 이처럼 한국에서 이처럼 납세 의무는 피하면서 지도 정보만 요구하는 구글에 고정밀지도 반출을 허락할 필요가 과연 있을까.

대미협상에 앞서 새로 출범하는 정부, 국회차원에서 구글에 대한 정확한 납세유도를 위한 강력한 논의도 필요해 보인다.

한미동맹이 과연 한국의 안보가 우선인 것인지, 아니면 구글 이익 챙기기가 우선인지 곧 드러날 것이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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