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정부가 대한민국의 미래 생존을 좌우할 전략 기술 확보를 위해 8조 6,000억 원이라는 역대급 예산을 투입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3일 제13회 국가 전략 기술 특별위원회를 열고, 23개 부처의 역량을 결집한 ‘2026년 국가 전략 기술 시행계획’을 최종 확정했다. 이번 계획은 단순한 연구지원을 넘어 외교와 안보, 산업을 아우르는 ‘기술 주권’ 확립에 방점을 찍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투자 규모의 대폭 확대다. 정부는 올해 전략 기술 분야 R&D 예산을 전년 대비 30% 증액한 8.6조 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기술 개발이 상용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사장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2027년에는 투자 규모를 더욱 키울 방침이다. 아울러 46.6조 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현장에 공급하고, 지난 2월 출범한 7,632억 원 규모의 ‘제1호 과학기술 혁신 펀드’를 통해 민간 혁신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할 계획이다.
범부처 협업 체계도 한층 촘촘해진다. 정부는 국가 전략 기술 육성법과 조세특례제한법 등 4개 법령에 흩어져 있던 513개 기술을 분석해 19개 공통 기술 분야를 도출했다. 이를 통해 부처 간 중복 투자를 방지하고 '기술-투자-정책'이 하나로 움직이는 통합 관리 시스템을 가동한다. 특히 제주(그린수소)와 전북(이차전지) 등 지역 거점을 기술 혁신 허브로 육성해 연구 성과가 지역 산업 현장까지 즉각 확산되도록 지원한다.
기술 안보 강화를 위한 체계 개편도 속도를 낸다. 정부는 인공지능(AI) 전환 선도와 통상·안보 주도권 확보를 목표로 올해 상반기 중 전략 기술 체계를 전면 재정비한다. 특히 연구개발 예비타당성조사 폐지와 후속 사전점검제 도입을 통해 급변하는 기술 트렌드에 적시에 대응할 수 있는 신속 지원 체계를 구축한다. 또한 인공지능 개척자 연구소(글로벌 AI 프론티어랩) 등 해외 연구 거점을 활용해 주요국과의 기술 동맹을 공고히 할 예정이다.
현장 연구자들을 위한 제도 혁신도 병행된다. 성과 창출의 걸림돌로 지목되어온 연구과제 중심제도(PBS)를 단계적으로 폐지해 연구자들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박인규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 전략 기술은 국가 경제와 안보의 핵심 자산"이라며 "부처 간 장벽을 허물고 국가적 역량을 총결집해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 혁신 생태계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