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텃세' 테슬라·아이오닉5도 中서 찬밥되나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은 중국입니다. 올해 중국 전기차 시장 규모는 180만대 수준으로 전년 대비 40% 성장이 기대됩니다. 인프라 측면도 잘 갖춰지고 있어 이미 지난 2015년 미국 시장을 추월했습니다. 

테슬라 역시 이러한 중국 시장을 소중하게 생각해 왔습니다. 회사 전체 매출의 21%를 차지하는 시장에 공을 들이는 것은 당연하죠. 지난해 테슬라의 중국 매출은 66억 6000만달러(한화 약 7조 5300억원)을 찍었습니다. 전년 대비 123%를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19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은 중국 정부가 위치정보 및 연락처 유출 등을 이유로 군과 국영기업에 테슬라 전기차를 타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마디로 테슬라 전기차가 중국의 민감 정보를 빼돌릴 수 있는 '잠재적 스파이'라고 낙인을 찍은 것이죠. 

이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집권 당시 미국 정부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화웨이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한 것에 대한 중국의 맞불작전이라고 보면 됩니다. 최근 미중 첫 회담에서 서로간 갈등의 깊이만 재확인 한 채 신냉전 우려가 커진 상황을 볼 때, 테슬라發 기술 패권 전쟁 확산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테슬라는 단순히 전기로 움직이는 차가 아닙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강조해 왔듯이, 테슬라 전기차는 각종 데이터를 모아서 이를 활용하기 위한 플랫폼을 목표로 합니다. 

중국 정부는 여기에 주목했습니다. 테슬라를 통해 수집된 각종 정보가 외부(특히 미국 정보기관 등)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한 것이죠. 차에 탑재된 카메라를 통한 주변 시설물 촬영, 서버-휴대폰과 연결된 운전자 위치정보 및 연락처 등 정보 유출 등이 이번 조치에 대한 배경입니다. 

이는 미국 정부가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통해 미국 정부 기관 및 주요 기업의 민감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는 그동안의 주장과 궤를 같이 합니다. 화웨이는 미국의 강도 높은 공세로 전세계 주요 국가에서 통신장비 배제 조치를 당했습니다. 또한 반도체 공급조차 막혀 스마트폰 사업 철수 위기에 직면한 상태죠. 

미국의 화웨이 제재, 그리고 중국의 테슬라 제재는 전세계 기술 패권을 두고 암투를 벌이고 있는 양국의 기싸움에서 촉발한 것입니다. 양국 정부가 내세우는 이유는 보안 문제지만, 미래의 기술 경쟁력을 선점하는 것이 국제 질서의 패권을 차지할 수 있는 근간이기에 치열한 다툼을 시작한 것입니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이 과학기술 독점과 패권적 지위를 지키기 위해 국가 안보 개념을 확대하고 국가 역량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피장파장이죠. 중국 역시 세계 최대 시장인 자국의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를 제제함으로써 적극적인 미국 기술 견제를 시작했습니다.

현대 전기차 '아이오닉 5'(왼쪽)와 기아 전기차 'EV6'

문제는 이러한 양국의 기술 패권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한국 기업이 생긴다는 거죠. 올해 아이오닉5와 EV6 출시로 전기차 패권 도전에 나선 현대기아차그룹입니다. 폭스바겐 등 다른 전기차 플레이어들도 일부 피해가 예상됩니다. 

중국은 테슬라 조치를 명분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자국 전기차 시장에서 외국 브랜드를 견제할 심산입니다. 비야디(BYD), BJEV, SAIC, 우링, 니오 등 중국 전기자 브랜드 구매를 유도하고, 중국 내 판매량을 기반으로 글로벌 전기차 플레이어 규모로 키워주는 방식이죠. 

미국 역시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미국 제품 구매를 우선시하겠다는 내용의 ‘바이 아메리칸’ 행정명령에 따라 미 정부가 구입하는 차량 부품의 50% 이상이 미국에서 생산돼야 합니다. 바이든이 관용차 등 300만대를 모두 전기차로 바꾸겠다고 공언한 만큼, 현대기아차로서는 미국 전기차 시장에도 어느 정도의 장벽이 생긴 상태죠. (미국 내 생산시설이 있기에 중국 만큼 큰 장벽은 아닙니다만...)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인해, 5G 통신장비 분야에서는 한국의 삼성전자가 뜻하지 않은 재미를 보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러한 '어부지리'는 근원적 경쟁력은 아닙니다. 

한마디로 이번 중국의 조치는 "테슬라를 타지 말라"가 아니고 "중국산 전기차를 타라"라는 자국민 대상 계도로 보면 됩니다. 압도적인 규모의 경제를 자랑하는 중국 내수 위주 자립경제의 강화입니다. 중국-미국-유럽 시장을 열어야 하는 현대기아차로서는 큰 장벽이 하나 더 생긴겁니다. 

글로벌 경제 패권을 다투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대표적인 나라가 우리나라입니다. 특히 지정학적 위치상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과거 미국의 사드(THAAD) 미사일 배치나 화웨이 5G 장비 논란 때 처럼, 미중 사이에서 ‘누가 우리편이냐?’를 언제든 강요 당할 수 있습니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만큼 전기차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 압도적인 기술력 확보와 이를 기반으로 한 외교력 강화가 절실한 이유입니다. 미중 양국이 한국의 기술을 서로 먼저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는 모습이 연출되는 것이 가장 좋겠습니다.

 

김효정 기자

hjkim@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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