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가는 '삼성전자' vs 쫓아가는 '창신메모리'… 창신, 범용 D램 시장 점유율 8% 돌파

  • HBM으로 벌고, 범용 D램은 중국에 내준다 부제
  • 수율 60% vs TSMC 70%… 파운드리 격차는 여전
창신메모리가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에서 작년 3%에 그쳤으나 올해 1분기 기준 8%로 뛰어올랐다. (사진=생성형 AI)

당신이 삼성전자 주주라면 이 숫자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2026년 2분기 영업이익 89조5000억원. 엔비디아를 제치고 글로벌 1위다. 주당순이익은 1만849원으로 전분기 대비 52% 급등하며 글로벌 테크기업 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런데 실적 발표 직후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왜일까.

숫자 뒤에 숨은 불편한 진실부터 직시해야 한다. 반도체 사업부(DS)가 89조2000억원을 벌어들이며 전사 영업이익의 거의 전부를 만들었다. 문제는 나머지다. 스마트폰과 가전을 담당하는 DX 부문은 48조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8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갤럭시 S26이 출시 6주 만에 전작 대비 13% 더 팔렸는데도 말이다. 부품 원가 상승이라는 파도가 얼마나 거센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 에이전틱 AI라는 황금 물결, 그러나 중국이 틈새를 노린다

삼성전자가 이번 실적 발표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에이전틱 AI'다. 생성형 AI가 질문에 답하는 수준이었다면, 에이전틱 AI는 스스로 이해하고 추론하며 계획을 세우고 행동까지 수행한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올해 초 선언한 이 개념은 반도체 업계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노무라증권은 "AI가 이끄는 메모리 수요는 향후 5년간 수만 배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HBM 시장만 봐도 2026년 전년 대비 58% 증가한 546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체가 25% 성장하는 동안 메모리는 30%대, HBM은 58% 성장한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이 파도를 타기 위해 HBM4를 공급 확대하고 있으며, 업계 최초로 HBM4E 샘플을 출하했다고 밝혔다. 역대 최대인 16조원의 연구개발 비용도 이 맥락이다.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있다. 2025년 4분기 기준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57%, 삼성전자는 2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최초 출하'를 강조한 HBM4E는, 이미 선두를 달리는 SK하이닉스를 따라잡기 위한 시도일 뿐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이라는 고부가가치 제품에 생산라인을 집중하는 사이, PC와 스마트폰에 쓰이는 범용 D램 시장에 중국 기업이 파고들었다.

■ 창신메모리, 불과 1년 만에 점유율 3%에서 8%로

중국 최대 D램 기업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2023년 삼성전자와 협력업체 전 직원들이 산업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됐을 때, 그 자료를 넘겨받은 곳이 바로 이 회사다. 반도체 핵심 7대 공정 자료를 확보한 창신메모리는 지난해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 3%에 그쳤다. 그런데 2026년 1분기 기준 8%로 뛰어올랐다. 불과 1년 만에 2배 이상 성장하며 글로벌 4위 자리를 굳혔다.

창신메모리의 성장 비결은 간단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같은 비싼 제품에 생산라인을 돌리다 보니, '박리다매형' 범용 D램이 부족해졌고 그 틈새를 메운 것이다. 베이징 최대 전자상가 중관춘에서 만난 한 매장 직원은 "메모리 값이 올라 한국산보다 저렴한 제품들이 많이 팔린다"고 귀띔했다. SK하이닉스의 DDR5-5600(16G) 제품이 27만~29만원 선에서 팔리는 반면, 창신메모리 제품군은 18만~20만원대다. 약 30% 저렴하다.

창신메모리는 2026년 3분기 상장을 앞두고 있으며, 이번 IPO를 통해 약 6조6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이 돈은 생산라인 기술 업그레이드와 D램 기술 고도화에 투입된다. 중국 국영기업의 지원을 받으며 미국 제재로 반입이 막힌 일부 반도체 장비까지 자체 개발하고 있다.

물론 창신메모리의 기술력은 아직 한국 기업에 한참 뒤처진다. HBM 분야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HBM4 양산에 나선 반면, 창신메모리는 이제 HBM3 개발에 착수하는 수준이다. 기술 격차는 범용 D램 3년, HBM 5년 안팎으로 평가된다. DDR5 제품의 성능도 SK하이닉스 제품보다 떨어진다는 테스트 결과가 나왔다. 전압을 높여도 성능 향상이 크지 않고, 오버클러킹 능력도 열세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이 있다. 창신메모리는 AI용 HBM에 생산능력을 배정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범용 D램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 메리츠증권은 "중국 반도체 장비 산업이 전방위적인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면서도 "단일 부품 대체에서 생산라인 검증으로 이행하는 두 번째 단계에 진입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격차는 언제든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 수율 60%, TSMC의 70%와 비교되는 숫자

삼성전자의 또 다른 아킬레스건은 파운드리다. 삼성전자는 2나노 2세대 모바일향 양산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2나노 공정 수율이 최근 60%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파악하고 있다. 파운드리 양산의 손익분기점이 60%라는 점에서 겨우 출발선에 섰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자체 칩인 엑시노스와 일부 AI 개발사의 물량을 소화하며 공정 성숙도를 높이는 '내실 다지기' 전략을 택했다. (사진=생성형 AI)

반면 TSMC는 2025년 4분기부터 본격적인 2나노 양산에 돌입했으며, 2026년 초 이미 70%를 넘어섰다. 일부에서는 안정화를 완료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TSMC가 2나노 공정에 처음으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도입했음에도 이런 수율을 달성했다는 건, 삼성전자가 3나노부터 GAA를 선제 도입했지만 아직 그 기술을 완전히 안정화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삼성전자는 자체 칩인 엑시노스와 일부 AI 개발사의 물량을 소화하며 공정 성숙도를 높이는 '내실 다지기' 전략을 택했다. 무리한 속도전보다는 3~4년 장기전을 준비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애플, 엔비디아, AMD 같은 빅테크 고객사들은 이미 TSMC에 물량을 몰아주고 있다. 단가가 3나노 대비 30~50% 비싸도 수율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 벌어도 벌어도 불안한 이유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은 분명 역대 최고다. 하지만 그 실적의 거의 전부가 메모리 반도체, 그중에서도 에이전틱 AI 수요라는 단일 변수에 기댄 것이다. DX 부문은 적자를 냈고, 파운드리는 TSMC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더 심각한 건, HBM에 집중하느라 범용 D램 시장을 중국 창신메모리에 내주고 있다는 점이다.

하반기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와 부품 비용 상승 등으로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며 "사업 경쟁력 강화와 체질 개선을 함께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파운드리에서 TSMC와의 수율 격차를 좁힐 수 있을지, 그리고 범용 D램 시장에서 창신메모리의 추격을 어떻게 막을지가 관건이다.

주주와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건 단순히 89조원이라는 숫자가 아니다. 그 숫자가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 그리고 삼성전자가 메모리 외에 다른 사업에서도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지다. 숫자는 역대 최고지만, 구조는 여전히 불안하다. 그게 시장이 냉담한 이유다.

김광우 기자

kimnoba@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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