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짝퉁, 이젠 SNS로 숨었다…매일 밤 라이브방송이 '신 전쟁터'

  • 번호판 가리고 태블릿PC 꺼내든 상인들, 지금은 심야 방송으로 승부수
  • 작년 4,300억대 적발에도 SNS는 '사각지대'…오픈마켓의 13배 규모
동대문 새빛시장은 점차 '회색지대'로 변해가고 있다. (사진=생성형 AI)

2023년 7월 어느 새벽. 동대문 새빛시장 노란천막 앞에 승합차 한 대가 멈춰섰다. 차량 번호판은 검은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 안에서 조심스러운 움직임으로 한 남성이 내렸다. 그는 노점에 상표 없는 가방 견본만 늘어놓았다. 손님이 오면 태블릿PC를 꺼내 사진을 보여줬다. 루이뷔통, 샤넬, 에르메스. 손님이 고르면 그제야 승합차 안에서 진짜 상품을 꺼냈다.

기자가 본 모습은 그러했다. 가족과 함께한 새벽 시장의 동대문 새빛시장은 마치 조심스러운 한 편의 연극에 가까웠다. 그는 그렇게 3개월을 버텼을거다. 하지만 특허청 상표경찰은 그 은밀한 모습을 오래 지켜봤다. 7월 20일과 21일 이틀 동안 집중 단속에 나섰고, 41개 브랜드 위조품 1,230점을 압수했다. 발표된 정품가액으로만 200억 원이었다.

이들은 점용허가를 받은 노점사업자였다. 합법 테두리 안에 있던 사람들이 불법 상품으로 돈을 벌었다. 판매가의 70%가 이익이었다. 현찰로 받아 챙겼다. 영세해 보이지만 실상은 기업형 불법 사업자였다는 게 상표경찰의 설명이다.

■ 그럼, 동대문 '짝퉁'은 사라졌을까?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동대문 짝퉁은 사라졌을까. 노란천막 앞 승합차는 줄었다. 대신 스마트폰이 늘었다. 새벽 2시에 켜지는 라이브방송, 30분 만에 꺼지는 판매 화면, 그리고 즉시 삭제되는 거래 흔적. 짝퉁은 이제 SNS에 있다.

지식재산처가 올해 초 발표한 2025년 단속 실적을 보면 상황이 보인다. 작년 한 해 동안 상표권 침해사범 388명이 형사입건됐다. 전년보다 26% 늘었다. 압수한 위조상품은 14만 3천여 점. 정품가액으로 따지면 4,326억 원이다. 전년 대비 32배 증가했다. 단속이 강해지자 대규모 유통망이 드러난 결과다.

그중 SNS 경로로 적발된 건 44명이었다. 압수품은 1만 7천 점, 정품가액 127억 원이었다. 네이버밴드, 카페, 인스타그램, 유튜브. 특히 해외 플랫폼 라이브방송 판매자 22명은 수개월 모니터링 끝에 방송 현장을 급습해 잡았다. 심야에만 짧게 방송하고 곧바로 삭제하는 수법이었다.

더 큰 문제는 규모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8월까지 SNS에서 적발된 위조상품은 11만 5,841건이었다. 전체 온라인 위조상품 적발의 60.4%다. 같은 기간 G마켓, 쿠팡 같은 오픈마켓에서 적발된 양보다 13배 많다. 2023년 온라인 적발이 12만 건이었는데, 2024년 8월까지만 11만 건이 나왔다. 1년치가 8개월 만에 채워진 셈이다.

동대문 쇼핑물에서 압수된 ‘짝퉁 가방’. (사진=서울시)

판매자들은 은어를 쓴다. '정로스급', '레플리카', '미러급'. 검색 태그에 이런 단어를 달아놓으면 짝퉁을 찾는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온다. '청담동 럭셔리', '정품 대비 98.2%'. 정교하게 만들었다는 자랑까지 덧붙인다. 일부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으로 유도한다. 익명성이 보장되니 단속이 어렵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은 플랫폼 협조를 받아 단속한다. 하지만 법적 근거가 없다. 플랫폼이 자료 제출을 거부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SNS 업체들도 개별 거래내역을 파악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위조상품 구매에 따른 피해구제 현황도 모른다. 장철민 의원은 "정부는 판매 게시물만 삭제할 뿐 유통량조차 파악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브랜드에 대한 욕구가 '회색지대'를 만들었다

동대문 패션산업 자체는 위축됐다. 2025년 2분기 동대문 일대 소규모 상가 공실률이 10.9%였는데, 3분기엔 14.9%로 올랐다. 한 분기 만에 4%포인트 뛴 것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5년 의류비 지출은 전년 대비 5.2% 줄었다. 물가와 금리가 소비심리를 눌렀고, 옷은 소비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정품을 살 여력은 없지만 브랜드는 갖고 싶은 욕구. 여기에 짝퉁 시장이 붙는다. 동대문 상인 일부는 양지로 나서지도, 완전히 사라지지도 못했다. 회색지대에 남아 있다.

관세청 집계를 보면 지식재산권 침해는 국경을 넘었다. 2025년 한 해 K브랜드 위조물품 11만 7천 점이 적발됐다. 중국에서 온 게 97.7%였다. 베트남이 2.2%였다. 화장품류가 36%, 완구문구류가 33%를 차지했다. 해외직구로 들어오는 소량 화물이 늘면서 단속이 어려워졌다. 일반화물과 특송화물 적발이 각각 6만여 점으로 비슷했다.

K패션이 글로벌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상표 선점과 디자인 모방도 급증했다. 2014년 설립한 한 패션업체는 중국 상표브로커가 자기 상표를 무단으로 70여 건 출원한 걸 발견했다. 이의신청을 통해 4건 모두 승소했지만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었다. 2024년 특허청이 지원한 상표 무단선점 분쟁 80건 중 패션분야가 30건으로 가장 많았다.

■ 전 세계 무역 총수입액의 2.3%를 잠식 당하다

전 세계 위조상품 규모는 여전히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럽연합 지식재산청(EUIPO)이 2025년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2021년 기준 전 세계 위조상품 무역 규모가 4,670억 달러였다. 한화로 약 642조 원이다. 전 세계 무역 총수입액의 2.3%에 해당한다. 중국이 47%, 홍콩이 27%를 차지했다. EU에서만 1,170억 달러 규모였다. EU 전체 수입의 4.7%였다.

전 세계 위조상품 규모는 무역 총수입액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생성형 AI)

한국은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패션산업협회는 2024년 6월 4일 패션IP센터를 열었다. 출범 후 6개월간 온라인 위조상품 유통 5,300여 건을 차단했다. 중국 내 위조상품 약 2만 점을 압수했다. AI 기반 이미지 탐지 방식으로 전 세계 115개국 1,600개 온라인 플랫폼을 모니터링한다. 센터에 접수된 IP 침해 의심 사례는 매달 1,000건에 가깝다.

법도 강화됐다. 2020년 개정된 상표법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했다. 고의로 상표권을 침해하면 손해액의 최대 3배를 배상해야 한다. 법정손해배상 청구액 상한은 5천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올랐다. 고의 침해 시엔 3억 원까지 청구할 수 있다. 상표권자가 침해 주장을 하면 그 이후부터 고의가 인정된다. '몰랐다'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

해외는 더 강력하다. 프랑스는 모조품 거래 시 최고 30만 유로 벌금이나 3년 징역형을 선고한다. 이탈리아도 비슷하다. 제조업자뿐 아니라 구매자도 처벌한다. 여름휴가 때 짝퉁 선글라스를 샀다가 수천 유로 벌금을 물은 사례가 많다. 2008년 EU 27개국 세관에 압수된 모조품이 1억 7,800만 개였다. 전년보다 125% 늘었다.

동대문 짝퉁은 물리적 공간에서 디지털 공간으로 옮겨갔다. SNS 라이브방송, 해외 플랫폼, 해외직구 소량 화물. 새로운 유통 경로가 생겼다. 단속 당국은 AI 모니터링과 국제 협력으로 맞서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업자들은 양지에도 음지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는다. 회색지대에서 단속과 숨바꼭질을 계속한다. 노란천막이 사라진 자리에 스마트폰 화면이 들어섰을 뿐, 본질은 그대로다.

김광우 기자

kimnoba@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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