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25조 vs 감가상각 21조… AI '수확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 빅테크 4곳 올해만 700조 쏟아붓는데, 잉여현금흐름 마진 '0.2%' 턱걸이
  • 오픈AI 런레이트 25조 원 시대, 그런데 손실은 19조 원
계산기를 두드려 보자. 챗GPT(ChatGPT) 플러스의 한 달 이용료은 약 20달러. 우리 돈으로 2만 9천 원이다. 그렇다면 비용이 결제될 때, 그 뒷단의 서버가 삼키는 전력·그래픽처리장치(GPU) 감가상각·냉각수 비용은 얼마나 될까.
2026년. 인공지능의 손익 구간은 어떻게 집계되고 있을까? (사진=생성형 AI)

계산기를 두드려 보자. 챗GPT(ChatGPT) 플러스의 한 달 이용료은 약 20달러. 우리 돈으로 2만 9천 원이다. 그렇다면 비용이 결제될 때, 그 뒷단의 서버가 삼키는 전력·그래픽처리장치(GPU) 감가상각·냉각수 비용은 얼마나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 이 순간, 인공지능(AI) 산업이 벌어들이는 매출은 데이터센터에 쏟아붓는 감가상각비를 겨우 40억 달러 남짓 웃돌 뿐이다. 벌이가 크다고 말하기도, 지출이 크다고 단정하기도 애매한 이 '위태로운 균형점'을 놓고 월가와 실리콘밸리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 얇디얇은 흑자선, 그리고 '3배속' 성장

시장조사기관 익스포넨셜뷰(Exponential View)가 최근 공개한 데이터는 뜨겁고도 서늘하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AI 매출은 2026년 1분기에 250억 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투자에 걸린 감가상각비는 210억 달러였다. 두 분기 연속으로 매출이 감가상각을 넘어섰다는 것. 산술적으로 흑자다. 그러나 감가상각이 매출의 3분의 2 이상을 삼키고 있어 전력비·인건비·금융비용을 감당할 여유는 극히 좁다. 익스포넨셜뷰 창립자 아짐 아자르(Azeem Azhar)는 블룸버그(Bloomberg)를 통해 "간신히 감가상각 허들을 넘긴 상태이며, 개선 중이긴 하지만 오차 허용치가 매우 좁다"고 짚었다.

동시에 성장 속도는 역사적이다. 지난 12개월 누적 생성형 AI 매출은 1천100억 달러. 인터넷·모바일·클라우드 등 과거 어떤 정보기술(IT) 물결보다도 3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도 왜 '남는 장사'라는 확신이 없을까. 답은 지출의 자릿수에 있다.

■ 36% vs 24%, 닷컴버블을 넘어선 쏠림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의 장기 설비투자 데이터에 따르면, 2026년 현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대 기업의 전체 설비투자에서 IT 테크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6%까지 치솟았다. 2000년 닷컴버블 정점 당시 24%를 훌쩍 넘어선, 지난 30년 사상 최고치다. 대기업이 미래를 위해 쓰는 100달러 중 36달러 이상이 오직 AI 칩 구매와 데이터센터 신축에 흘러가고 있다는 뜻이다.

액수로 환산하면 감이 더 확실해진다. 아마존(Amazon)이 약 2천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가 약 1천900억 달러, 알파벳(Alphabet)이 1천800억~1천900억 달러, 메타(Meta)가 1천250억~1천450억 달러다. 4곳의 합계만 6천950억~7천250억 달러, 원화로 약 970조~1천조 원에 달한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는 2026 회계연도 3분기 실적발표에서 캘린더연도 2026년 자본지출을 약 1천900억 달러로 제시했는데, 이는 시장 평균 예상치인 1천546억 달러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알파벳 역시 지난 4월 자본지출 가이던스를 1천750억~1천850억 달러에서 1천800억~1천900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 "2027년, 빅테크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로 내려간다"

수치의 뉘앙스가 뒤바뀌는 지점이 여기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최근 하이퍼스케일러의 잉여현금흐름(FCF) 마진 전망을 정리한 리포트에 담긴 결론은 한마디로 "2년만 버티라"였다. 구글(Google)·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오라클(Oracle)을 아우르는 종합 잉여현금흐름 마진율은 올해 0.2%로 간신히 턱걸이한 뒤, 2027년에는 -0.8%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 클라우드 시장의 왕좌를 나눠 가진 이 거인들이 장사를 해도 손에 남는 현금이 사실상 0원, 혹은 마이너스가 되는 구간이 임박했다는 얘기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시나리오상 반등은 2028년(마진 2.1%)에야 시작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인공지능의 실질적인 매출은 2028년도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사진=생성형AI)

■ '적자 챔피언' 오픈AI, 실체는 어떤가

산업 전반의 통계보다 더 냉정한 것은 개별 회사의 손익계산서다. 오픈AI(OpenAI)는 2026년 상반기 기준 연환산 매출(런레이트)이 약 250억 달러 궤도에 올라섰다. 1년 전만 해도 80억 달러 안팎이었음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다. 그러나 미국 매체 디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이 입수한 내부 재무자료에 따르면 오픈AI가 올해 예상하는 손실은 약 140억 달러, 원화로 약 19조 원이다. 이는 지난해 손실의 세 배에 달하는 규모이며, 2023년부터 2028년까지 누적 손실은 44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자체 시나리오상 영업이익 흑자 전환 시점은 빨라야 2029년이다.

포브스(Forbes)는 오픈AI의 현금 소진율이 매출의 약 57%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출 1달러를 벌 때마다 약 57센트가 순수 손실로 빠져나가는 구조다. 여기에 최고경영자(CEO) 샘 알트만(Sam Altman)이 지난해 밝힌 향후 8년간 약 1조4천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관련 약정은, 이 회사가 언제쯤 매출로 원가를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시장의 의문을 더 키웠다.

■ 그런데 왜 '거품'이 아니라고 하는가

역설적이게도 시장은 이 숫자들을 알면서도 밸브를 잠그지 않고 있다. 이유는 몇 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낡은 GPU도 팔린다. 익스포넨셜뷰 분석에 따르면 엔비디아(NVIDIA) H100 칩의 시간당 대여 가격은 출시 초기의 약 80% 수준을 유지 중이다. 심지어 지난 1년간 오히려 올랐다. 후속 블랙웰(Blackwell) 칩 공급이 수요를 따라오지 못해서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매트 가먼(Matt Garman) CEO는 6년 된 A100 서버조차 아직 폐기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감가상각을 6년으로 잡은 이 회계 가정이 최소한 현재까지는 무너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또한, 수요 폭증의 실체가 눈에 잡힌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업무를 실행하는 이른바 'AI 에이전트'가 본격 확산될 2030년, 전 세계 월간 AI 토큰 소비량이 지금보다 24배 늘어난 12경 개(120 quadrillion)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CEO가 2026년 회계연도 4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토큰을 생성하려면 연산 능력이 요구되며 토큰 없이는 매출이 없다. 연산 능력이 곧 매출인 시대"라고 못 박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엔비디아의 2026년 회계연도 4분기 영업이익은 61조2천억 원으로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한국 증시. 롤러코스터보다 더 익사이팅 하다는 국내 증시의 흐름은 결정적으로 HBM(고대역폭 메모리)이라는 병목이 오히려 한국 기업의 수익성을 끌어올렸다고 볼 수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 집계 기준 2025년 2분기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62%, 마이크론(Micron)이 21%, 삼성전자가 17%였다. 삼성전자는 2026년 1분기 잠정 실적으로 매출 133조 원·영업이익 57조2천억 원을 기록하며 한국 기업 역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갈아치웠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755% 급증한 수치다. AI 지출의 청구서가 누군가에게는 확실한 매출로 되돌아오고 있다는 얘기다.

인공지능 관련 지출이 일부 기업들에게 확실한 매출로 돌아온다. (사진=생성형 AI)

■ 모델의 '허리'가 흔들리는 신호

다만 안심하기엔 이른 균열도 나타났다. 개발자용 다중 모델 접속 플랫폼 오픈라우터(OpenRouter) 데이터에 따르면, 구글·오픈AI·앤트로픽 등 미국계 3대 파운데이션 모델이 처리한 토큰 비중은 1년 전 약 70%에서 2026년 6월 33%로 급락했다. 반대로 딥시크(DeepSeek) 같은 오픈웨이트·중국계 모델의 점유율이 빠르게 올라왔다. 아자르는 "영수증에서 숫자 하나 뽑아 엑셀에 넣는 일에 굳이 노벨상 수상자를 부를 필요는 없다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요금이 비싼 최상위 모델이 언제까지 프리미엄을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첫 번째 경고음이다.

■ 남는 것과 새는 것, 그 사이의 2년

돌아와서 처음 질문에 답할 차례다. 인공지능의 수익은 큰가? 데이터센터 지출은 큰가?  2026년 현재의 답은 '지출이 압도적이지만, 매출이 그 뒤를 간신히 따라붙기 시작했다' 정도가 정확하다. 매출이 감가상각을 넘어선 이 첫 교차점이 바로 지금이다. 문제는 그 얇은 흑자가 전력요금과 금융이자까지 감당할 만큼 두툼하지 않다는 데 있다. 자본지출은 2027년을 향해 더 부풀어 오르고, 하이퍼스케일러의 잉여현금흐름은 내년 마이너스 구간을 통과한다. 진짜 시험대는 이제부터다.

이 관문을 통과할 사업자는 크게 둘로 갈릴 가능성이 높다. 하나는 6년이라는 GPU 감가상각 가정을 실제 매출로 뒷받침해내는 인프라 사업자, 다른 하나는 딥시크로 대표되는 저가 오픈웨이트 모델의 공세를 프리미엄 락인(Lock-in) 서비스로 방어해내는 애플리케이션 사업자다. 반대로 매출 성장이 자본지출의 가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회사에는, 익스포넨셜뷰가 경고한 '좁은 오차 허용치'가 정반대 방향으로 벌어질 것이다.

수확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러나 밭은 이미 갈아엎어졌다. 앞으로의 2년, AI 산업은 '돈을 버는 산업'과 '돈을 태우는 산업' 중 무엇으로 기록될지를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김광우 기자

kimnoba@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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