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롭' 선정이 드러낸 AI 콘텐츠 피로감: 메리엄-웹스터 2025년 올해의 단어

[AI요약] AI가 대량으로 생산한 저품질 디지털 콘텐츠를 조롱하는 의미로 최근 널리 쓰이고 있는 ‘슬롭’(slop)이 메리엄-웹스터 사전에서 올해의 단어로 선정됐다. 콜린스 사전의 올해의 단어인 ‘바이브 코딩’, 케임브리지 사전의 ‘파라소셜’, 옥스퍼드 사전의 ‘레이지 베이트’ 등은 모두 기술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현대 사회의 우려를 반영했다.

AI가 대량으로 생산한 저품질 디지털 콘텐츠를 조롱하는 의미인 ‘슬롭’이 메리엄-웹스터의 2025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됐다. (이미지=메리엄-웹스터)

AI가 무분별하게 쏟아내는 저품질 디지털 콘텐츠를 조롱하는 표현 '슬롭(slop)'이 메리엄-웹스터 사전의 2025년 올해의 단어로 지정됐다.

CNN과 CNBC 등이 18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메리엄-웹스터는 AI 콘텐츠 범람에 대한 대중의 피로감을 반영해 '슬롭'을 선정했다.

권위 사전이 포착한 AI 불신의 신호

1964년부터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자회사로 운영되며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사전 중 하나로 평가받는 메리엄-웹스터가 선정한 '슬롭'은, AI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다. 최근 이 단어는 AI가 무차별적으로 대량 생산한 저품질 디지털 콘텐츠를 경멸하는 의미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메리엄-웹스터는 공식 성명에서 터무니없는 영상, 말하는 고양이, AI 저작 도서 등을 슬롭의 사례로 제시했다.

메리엄-웹스터는 기술과 인공지능의 관계를 반영한 올해의 단어를 선정한 여러 사전 중 최신 사례다. 콜린스 사전의 '바이브 코딩(vibe coding)', 케임브리지 사전의 '파라소셜(parasocial)', 옥스퍼드 사전의 '레이지 베이트(rage bait)' 모두 기술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현대인의 불안을 담고 있다.

단어의 진화: 진흙에서 AI 쓰레기까지

메리엄-웹스터 사전에 따르면, 슬롭은 1700년대 '부드러운 진흙'을 지칭하는 단어로 처음 등장했고, 1800년대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의미하게 됐으며, 이후 '쓰레기' 또는 '가치가 거의 없거나 전혀 없는 생산물'이라는 보다 일반적인 의미로 확장됐다.

그리고 슬롭은 이제 '인공지능으로 대량 생산되는 저품질 디지털 콘텐츠'로 재정의된다.

소셜 플랫폼을 점령한 AI 콘텐츠

주요 소셜 네트워크에 AI 생성 콘텐츠가 범람하는 가운데, 한 미국 언론은 '번화한 쇼핑몰에서 기괴한 생명체가 거미로 변신했다가 악몽 같은 기린으로 변하는 영상'을 예로 들며, 이 영상이 메타 앱에서 3억 6,200만 회 이상 재생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9월 메타는 AI 생성 동영상 전용 피드 '바이브스(Vibes)'를 론칭했으며, 며칠 뒤 오픈AI는 '소라(Sora)' 앱을 출시했다. 이러한 서비스는 틱톡, 유튜브 등을 AI 슬롭으로 포화시켰지만, 해당 콘텐츠는 충분한 인게이지먼트를 얻을 경우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다.

스포티파이의 대규모 AI 콘텐츠 삭제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는 지난 9월 AI 생성 '스팸성 트랙' 7,500만 개 이상을 플랫폼에서 제거하고, AI 사칭 및 기만으로부터 아티스트를 보호하기 위한 공식 정책을 발표했다.

스포티파이는 처음에 '더 벨벳 선다운(The Velvet Sundown)'이라는 아티스트가 생성형 AI로 곡을 제작했다는 사실을 명확히 공개하지 않고 월간 청취자 100만 명을 확보하면서 광범위한 비판에 직면했다.

멤버 구성, 이미지, 음악 모두 AI로 제작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이 확산되자, 해당 아티스트는 결국 프로필 페이지에 '합성 음악 프로젝트'라고 명기했다.

올해의 단어 후보들: 현대 사회의 불안 반영

메리엄-웹스터 2025년 올해의 단어 후보였던 ‘게리맨더링’. (이미지=메리엄-웹스터)

메리엄-웹스터 올해의 단어 후보에는 '게리맨더링(gerrymander)'도 포함됐다. 게리맨더링은 '특정 집단이나 정당에 불공정한 이점을 주기 위해 주, 학군 등을 정치적 단위나 선거구로 분할하는 것'을 의미하며, 올해 미국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정치적 이득을 위해 선거구 재조정을 활용하면서 주목받았다.

편집진은 '터치 그래스(touch grass)'라는 표현도 고려했다. 이 표현은 '온라인 경험이나 상호작용과 대조적으로 현실 세계에서 정상적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표현은 과거 온라인에 과도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데 사용됐지만, 올해에는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스크린 타임을 줄이려고 노력하면서 일종의 열망을 담은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또 다른 후보인 '퍼포먼스적인(performative)'은 사전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강화하거나 타인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지거나 행해지는 것'으로 정의된다.

최근 많은 것이 '퍼포먼스적'이라고 묘사되지만, 가장 흔한 용례는 '퍼포먼스적인 남성' 개념이다. 이는 여성이 선호할 것으로 생각하는 행동을 지칭하며, 사전은 '토트백에 페미니즘 관련 서적을 넣어 다니는 행동을 통해 여성의 관심을 끌려는 남성'을 예로 들었다.

과거 올해의 단어들

메리엄-웹스터는 2024년에 '양극화(polarization)'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는데, 이는 '두 개의 뚜렷하게 상이한 반대되는 것으로 나뉘는 것'을 의미하며, 미국 정치와 사회의 불안정한 상황을 묘사하는 데 널리 사용됐다.

2023년에는 '진정성 있는(authentic)'이 선정됐다. 이는 인공지능, 유명인 문화, 정체성, 소셜미디어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와 대화로 인해 해당 단어에 대한 온라인 검색량이 상당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메리엄-웹스터 2025년 올해의 단어 후보였던 ‘퍼포먼스적인’. (이미지=메리엄-웹스터)

인간 창의성 vs AI: 누가 이길 것인가

메리엄-웹스터는 성명에서 "사람들은 2025년 올해의 단어인 슬롭을 짜증스럽게 여기기도 했고, 열광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며 이 단어에 담긴 다소 조롱적 어조를 언급했다.

메리엄-웹스터는 "이 단어는 AI에게 작은 메시지를 전달한다"며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하는 데 있어서, 때로는 AI가 그다지 똑똑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한수 기자

hanskim@tech42.co.kr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저작권자 © Tech42 - Tech Journalism by AI 테크42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링크의 시대’에서 ‘답변의 시대’로…구글 ‘서치 라이브’가 바꾸는 검색의 질서

서치 라이브는 검색 결과를 읽는 경험보다, 검색과 ‘대화하는’ 경험에 가깝다. 사용자는 구글 앱 안에서 음성으로 질문을 이어가고, 필요하면 카메라로 사물을 비추며 실시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검색이 단발성 쿼리에서 벗어나 문맥을 유지하는 세션형 인터페이스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를 향한 아마존의 거대한 ‘20년 승부수’

[AI요약] 20년전 생소한 개념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인 AWS를 출시한 후, 해당 서비스를 인터넷 기반 도구에 의존하는 거의 모든 기업에게 필수불가결한...

[AI, 이제는 현장이다③] AI가 커질수록 공격도 빨라진다… 기업 보안이 다시 ‘기본기’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

AI를 말하면서 이제 보안을 따로 떼어놓기는 어렵다. AI가 기업 전반으로 퍼질수록 공격자도 같은 기술을 손에 넣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격의 방향이 완전히 새로워졌다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익숙한 공격이 더 빨라지고, 더 값싸지고, 더 넓게 퍼질 수 있게 됐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AI 에이전트 Vs. 일상생활’ 실리콘 밸리와 대중의 격차

빅테크들이 엄청난 자금을 투입하면서 미래 기술로 보고 있는 AI를 우리는 얼마나 활용하고 있을까. AI 에이전트가 차세대 기술의 핵심으로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인의 65%는 업무에 AI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혁신적인 기술은 막대한 가치를 창출하지만 그 가치의 대부분은 기술을 개발하고 도입하는 기업과 투자자에게 돌아간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