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한 아이디어로 창업에 나선 스타트업이라도 성공을 위해 그들이 거쳐야 할 과정은 지난하기기 그지없다. 초기 투자 유치부터가 난관이다. 어렵사리 투자를 받았다고 해도 몇 안되는 인원으로 제품을 개발해 테스트하고 매출을 만들어 내기까지 몇 년의 데스밸리를 극복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이 과정에서 문을 닫는다.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스타트업 10년 생존 확율은 10% 정도다. 개중에는 초기 아이템 개발에 실패 후 개발 용역 등으로 스타트업의 본질을 떠나 생존에만 급급한 경우도 있으니 박하게 따지자면 실제 생존율은 5%도 안된다고도 할 수 있다.
더구나 최근 몇 년 간 지속되고 있는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는 아직 자사 사업 아이템의 PMF(시장적합성)을 찾지 못한 스타트업들에게 더욱 가혹하게 느껴진다. 급변하는 투자 트렌드 속에 이제는 매출 등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기간이 더욱 짧아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 스토리를 써 나가는 이들이 있다. 앞서 언급한 기준으로 치면 5%에 속한 이들이다. 그들에게는 데쓰밸리가 없었을까? 운 좋게 한 번에 PMF를 찾아 대박을 친 것일까? 안정적인 성장의 기반을 마련한 대부분의 스타트업 대표에게 돌아오는 답은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이다.
지난 25일 한국엔젤투자협회가 개최한 청년스타트업살롱에서 만난 페이히어의 박준기 대표 대표 역시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만의 성공 스토리를 써 나가고 있는 이들 중 하나다.
제품 개발에만 몰두하며 시작한 창업… 법인 업무, 투자 유치 다 부딪히며 알아가

페이히어는 지난 2020년 카운터에 머물렀던 포스기의 물리적·기능적인 한계를 뛰어넘는 클라우드 기반 모바일 포스를 선보이며 두각을 보였다. 이후 모바일 포스기의 대중화를 주도하며 현재는 고객관리, 키오스크, 테이블 오더, 프랜차이즈 대시보드 등 매장 운영 전반을 위한 통합 솔루션까지 제공하고 있다. 페이히어가 지향하는 목표는 ‘매장의 무인화’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의 박준기 대표가 지난 2019년 창업한 페이히어 6년의 스토리는 놀랍다. 2023년 포브스코리아 ‘대한민국 핀테크 50’ ‘초고속 성장 스타트업 50’ 선정, 지난해 금융위원회 ‘K-Fintech 30’에도 선정되며 업계의 주목을 받은 페이히어는 지난해 여름 150억원 규모의 시리즈B2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누적 투자 유치액 500억원을 넘긴 상황. 2020년 1억3000만원으로 시작된 매출은 이미 지난 2023년 110억원을 돌파하며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그 시작은 책상 두개가 겨우 들어가는 공유 오피스의 작은 사무실이었다. 이날 발표에 나선 박준기 페이히어 대표는 “예비창업패키지를 통해 초기 자금을 마련하고 본격적으로 창업을 시작했다”며 지난 과정을 돌이켰다.
“4년여 정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하다가 퇴사를 하고 저를 믿어줬던 친구와 함께 두 명이 풀타임, 3~4명 정도가 파트타임으로 외부에서 서비스를 개발하기 시작했어요. 예비창업패키지로 자금을 받으면 대표 임금은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르고 시작해 거의 1년 정도는 제 급여 없이 생활을 해야 했어요. 친구에게도 최저임금만 겨우 주면서 그렇게 시작했죠. 제가 아는 대부분의 대표님들이 다 그렇게 시작했다고 알고 있어요. 잘 될 거 같거나 쉬워 보이는 것은 전혀 없는 상태였죠.”

한 평 남짓한 공간에서 박 대표의 목표는 최대한 빨리 제품을 개발해 출시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법인 설립 후 제품이 나온 것은 6개월만이다. 그 사이 이전까지 알지도 못했던 법인 관련 세무 업무를 처리해야 했고 페이히어 제품과 결제사의 시스템 연동을 위해 각 기업을 찾아다니며 발품을 팔아야 했다.
“초기 제품은 태블릿패드에 카드 결제 단말기를 블루투스로 페어링 시키는 방식이었어요. 저희가 자체 하드웨어를 개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저희에게 적합한 하드웨어를 선정하고 연동해 달라고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요청했죠. 심지어 연동하는 방법도 몰라 주말에 선배 개발자 분들을 찾아가 배우고 물어보며 개발해야 했죠. 그때만 해도 제품을 출시하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이었어요.”
제품을 출시한 이후 박 대표의 고민은 다시 투자 유치로 연결됐다. 초기 자금은 어찌어찌 마련했다고 해도 제품 고도화와 성장을 위해서는 투자 유치가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는 것이 전무한 상황이었다고.
“그 전까지는 그저 어떻게 하면 고객들이 제품을 좋아해줄까라는 관점에서만 고민했거든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회사를 다니다가 창업을 했는데 투자를 어디에서 받아야 하는지도 모르고 어떻게 받아야 할지도 몰랐죠. 어떻게 투자자를 만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계속 찾았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그때는 참 불안했던 시기 같아요.”
모르는 것은 찾고 배우는 수밖에 없었다. 2020년 3월 페이히어는 안드로이드 버전 포스를 출시한 이후 청년창업사관학교 10기에 선정됐고, 김기사랩을 통해 팁스 선정과 함께 첫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이어 두 달 후 iOS버전 포스를 출시, 다시 한 달 뒤 포스코 IMP 선정으로 연이어 시드2 유치에 성공했다. 다시 그해 11월에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 받고 12월 해시드로부터 20억원의 프리 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두 버전의 제품 개발과 세 번의 투자유치가 모두 한 해에 진행된 것이다.
이 과정을 복기한 박 대표는 “모든 것을 부딪히며 배웠고 빨리 부딪히는 것만이 길을 찾는 방법이라 생각했다”며 “누가 알려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스케일업 과정의 조직 정비는 필수

페이히어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급성장을 이어갔다. 연이어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2021년부터는 개별 조직을 구성할 정도로 회사의 틀을 갖추기 시작했다고. 박 대표는 “기존 제품의 기능을 고도화 하며 본격적으로 대표의 역할에 집중하기 시작했던 때”로 당시를 떠올렸다.
“2020년까지 제 고민은 모두 제품에 집중됐어요. 10명 내외의 인원은 큰 기업 기준으로 하나의 팀 정도 수준이었으니 조직에 대한 고민은 없었죠. 하지만 2021년부터 구성원이 40~50명으로 늘어나고 사무실을 확장하기 시작하면서 타운홀 미팅을 시작하고 CS팀을 분리하는 식으로 조직을 재편해야 했어요.”
2021년 초 1150개였던 페이히어 가맹점은 연말 무렵 9000개로 늘어났다. 모바일 포스의 대중화를 페이히어가 이끈 셈이다. 이어 페이히어는 2022년 시리즈 B 라운드와 함께 페이히어 웨이팅, 테이블 오더 개발과 베타 출시, SaaS 서비스 세일즈를 시작했다. 그해 연말 기준 구성원은 115명으로 늘어났다. 조직 별 업무 세분화와 함께 급변하는 투자 시장의 트렌드에 주목하며 글로벌 투자 유치 목표를 설정하던 즈음이었다.

“이제까지 제품에 대한 고민이 최우선이었다면 2022년 조직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기 시작했던 시기였어요. 더 이상 뒤 돌아 소통할 수 없는 구조에서는 말이 아닌 문서로 소통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했죠. 또 투자 시장 역시도 급변하는 시기였어요. 그 이전과 이후로 구분하면 그 이전은 지금과 너무 다른 시장이었죠. 그때부터 투자사가 원하는 매출에 집중했어요. 서비스를 확장하고 SaaS를 도입한 것도 그런 흐름에 맞추면서 진행된 거죠.”
그렇게 2023년에서 2024년이 지나는 동안 페이히어는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며 성장성을 입증했고 구성원은 270명에 육박, 어느새 외부감사를 받아야 하는 회사로 규모가 커졌다. 대표가 챙겨야 하는 행정적인 업무들은 더욱 늘어난 상황이었다. 끊임없는 채용이 이뤄지고, 업무의 분업화와 회사 프로세스의 정비가 진행됐다. 박 대표는 “스타트업의 성장 속도를 유지하며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인 요즘 제일 크다”며 지난 시간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이야기했다.
“프로세스가 없던 초반에는 사람으로 성장을 만들어 냈고 프로세스를 구축한 뒤에는 훨씬 더 소수의 인원으로도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었어요. 저 역시 그 과정을 거치며 많은 걸 배웠죠. 사람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부작용과 장점들, 조직을 꾸려나가는 방법 등이죠. 그렇게 업무가 세분화되고 명확해지며 업무 방식도 변하게 되는데, 사실 스타트업에는 맞지 않은 방식이라 중간점을 찾으려 하는 중입니다.”
투자 유치는 중요하지만… 목적이 돼서는 안돼
투자와 관련해 박 대표는 “성장 단계의 스타트업으로서 투자 유치에 대한 관심과 투자사에 대한 이해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몇 가지 조언을 전했다.
우선은 투자사를 단순히 자금 유치의 대상보다 회사의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와 맞는 투자사를 찾는 것도 대표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였다. 특히 한국의 대형 VC의 경우 의사 결정 구조가 복잡한 편이라 실제 투자 유치로 이어지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다음으로 박 대표가 강조한 것은 초기 투자 유치는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끝내라는 것이다. IR덱을 만들고 피칭을 하고 질의응답을 하면서 그 과정에서 PMF를 찾고 비즈니스 방향을 설정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품 개발에 집중해야 하는 초기 스타트업으로서 빠른 초기 투자 유치는 시간을 아끼는 측면에서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이어 박 대표는 스타트업 대표로서 투자 유치 시기가 아닐 때에도 지속적으로 투자 시장과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트렌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별도의 투자 담당자가 있기 전까지 늘 IR을 고민해야 하는 것도 대표의 몫이다. 해외 투자 유치를 준비할 경우 한국을 잘 아는 투자사 정보를 챙기며 장기간 호흡으로 접촉을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런 박 대표가 마지막 꺼낸 말은 ‘창업을 한 이유’다.
“저는 창업을 하는 이유가 투자 유치를 받기 위해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품 자체가 목적이고 그 제품을 통해 내가 뜻하는 바가 세상에 의미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죠. 저 역시도 생존을 위해서는 투자 유치에 대한 고민이 크긴 하지만, 투자 유치에 몰입하다 보면 간혹 주객이 전도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때마다 제가 되새기는 생각은 투자 유치는 우리 회사의 미래 가치를 높이고 성장을 하기 위해서라는 것 입니다. 이 점을 강조하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