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07조 벌었는데 왜 주가는 떨어졌나… 외국인이 떠난 진짜 이유

  • 17년 만의 최저 지분율, MSCI 리밸런싱이 부른 197조 매도 쇼크
  • "실적 좋아도 소용없다"… 바뀐 시장 룰, 어닝 서프라이즈의 역설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 107조 4,0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국내 기업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 원을 넘긴 순간이었다.
삼성전자가 3분기 영업이익 '1조 원' 이상을 기록했지만, 주가는 잠잠했다. (사진=생성형 AI)

10월 8일 오후 3시 30분, 한국거래소. 삼성전자 주가가 26만 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6,000원 떨어진 가격이었다. 그날 오전,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 107조 4,0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국내 기업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 원을 넘긴 순간이었다. 매출은 195조 원, 영업이익률은 55.1%로 4분기 연속 최고치를 찍었다. 전년 같은 기간 영업이익 12.2조 원과 비교하면 8.8배 뛴 수치다.

그런데 주가는 떨어졌다. 6일부터 시작된 하락이 3거래일째 이어졌다. 코스피도 177.97포인트 급락해 6,625.93으로 마감했다. 외국인은 2조 4,406억 원어치를 팔아치웠고, 기관도 1조 9,332억 원을 던졌다. 개인이 3조 5,975억 원을 사들였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상한 일이다. 역대급 실적을 발표한 날 주가가 빠지다니. 보통은 반대로 가야 맞다. 그런데 이런 일이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 1분기 코스피 상장사 3곳 중 1곳이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냈지만, 실적 발표 당일 주가가 떨어진 회사가 35%나 됐다. 흑자를 냈어도 주가는 보합이거나 내렸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 17년 만에 46%로 추락한 외국인 지분율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외국인 지분율이다. 한국거래소 집계를 보면 10월 7일 기준 외국인의 삼성전자 주식 보유율은 46.37%였다. 2009년 7월 16일 이후 약 17년 만에 최저치다. 올해 초만 해도 52.4%였다. 반년 사이 6%포인트가 날아갔다. 3월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터진 직후 50% 밑으로 떨어졌고, 5월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48%까지 내려갔다.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는데도 외국인은 계속 팔았다.

SK하이닉스도 비슷하다. 2023년부터 계속 50% 넘게 유지하던 외국인 지분율이 지난달 말 49%대로 떨어진 뒤 8거래일 연속 그 상태를 유지했다. 10월 7일 기준으로는 49.59%였다.

외국인은 올해 코스피에서 197조 원이 넘게 팔았다. 지난해는 4조 원, 2024년은 보합, 2023년은 11조 원 사들였던 것과 비교하면 완전히 딴판이다. 이 정도면 역대급이다.

그런데 증권가는 이걸 외국인이 한국 시장을 떠난 거라고 보지 않는다. MSCI 리밸런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올라가면서 MSCI 신흥국 지수 안에서 한국 비중이 연초 15.4%에서 21.7%까지 커졌다. 글로벌 패시브 펀드들이 벤치마크 비중을 맞추려고 기계적으로 한국 주식을 판 거다.

NH투자증권 황병진 이사는 "최근 외국인 매도는 한국 증시가 싫어서가 아니라 MSCI 신흥국 지수를 따라가는 글로벌 패시브 자금의 리밸런싱 영향이 크다"며 "벤치마크 비중을 맞추려는 기계적 매매"라고 설명했다. MSCI 반기 리뷰와 FTSE 정기 변경이 거의 끝나가면서 수급 부담도 서서히 줄어들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 어닝 서프라이즈를 넘어서는 어닝 서프라이즈가 필요하다고?

그런데 리밸런싱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왜 실적 발표 당일 주가가 떨어지는 걸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대형주는 실적 발표 전부터 주가가 널뛰기하는 경우가 많다. 시장이 이미 좋은 실적을 '예상'하고 주가에 반영해 놓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대치'의 구조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시장 평균 예상치만 넘으면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지금은 다르다. 투자자들 사이에 형성된 여러 단계의 기대치를 전부 충족시켜야 한다. 시장이 그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할수록, 그 회사는 이전보다 훨씬 더 높은 성과를 계속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결국 지난번에 성공적인 실적을 냈으면 다음엔 더 높은 기대치가 생기는 거다. 실제 발표된 실적이 이 높아진 기대치에 못 미치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어도 주가는 떨어진다.

특히 AI 같은 신기술 분야는 실적 추정 자체가 어렵다. AI 기술 주식의 실적이 어디까지 갈지 아무도 확신하지 못한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확실하게 성장하는 종목에만 돈을 몰아넣는다. 투자 열기는 높아지지만, 조금이라도 기대에 못 미치면 주가가 크게 흔들린다.

삼성전자 3분기 실적을 보면 이 메커니즘이 명확하게 보인다. 영업이익 107.4조 원은 분명 역대급이다. 그런데 전 분기 89.5조 원보다 20.01% 오른 수준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782.5% 뛰었지만, 분기 대비 증가세는 둔화됐다. 시장은 이미 이런 둔화를 알고 있었고, 그래서 발표 당일 '재료 소멸'이라는 반응이 나온 거다.

■ HBM 경쟁과 반도체 시장의 지각변동

삼성전자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경쟁 구도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2024년 6,000억 달러였던 시장 규모가 연평균 8.6%씩 커져서 2030년에는 1조 달러를 넘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런데 이 성장 과정에서 AI 기술 발전, 지정학적 환경 변화, 각국의 내수 생산 투자 확대가 경쟁 구도를 뒤흔들고 있다.

주주는 실적과 별개로 또 다른 모멘텀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생성형 AI)

수출 통제가 강화되고, 핵심 자원 접근이 제한되고, 무역 동맹이 재편되면서 반도체 산업의 경쟁 구도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기업들은 공급망 회복력과 기술 주권을 위해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고 내수 생산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런 변화 속에서 HBM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분석을 보면, 삼성전자는 내년 1~2월 안에 HBM4 최종 제품 인증을 마치고 조기 진입할 계획이다. 구동 속도에서 고객사한테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내년에 약 30억 Gb를 출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매출액 기준 내년 HBM 시장 점유율은 29%로 2위를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HBM 매출액은 전년 대비 183% 늘어난 23.7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그런데 지금 HBM 시장은 SK하이닉스가 61%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다. 삼성전자는 올해 18%에서 내년 29%로 점유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HBM4 조기 진입과 실적 개선이 확인되면 외국인 자금이 다시 들어올 수 있다고 보지만, 그 시점이 언제일지는 불확실하다.

■ 실적만으론 부족한 시대

유안타증권 이재원 연구원은 "좋은 실적만으로는 외국인 수급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란 걸 재확인했다"며 "정치적, 지정학적 이벤트 자체가 외국인 복귀로 이어지지도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추가 비중 확대는 외국인 수급 변화에 맞춰야 하고, 매도 압력이 완화되는 과정에서 나눠서 대응하는 전략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내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공급 부족과 HBM 수요 증가로 큰 성장 사이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85% 커진 4,021억 달러에 이를 거라는 전망이다. 4분기 말 기준 재고는 3주 안팎으로 매우 빠듯하고, 공급업계는 공격적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한테는 유리한 환경이다.

하지만 실적 발표 후 주가 하락 패턴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넘어서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요구하는 구조가 쉽게 바뀌지 않을 거기 때문이다. MSCI 리밸런싱이 끝나고, 삼성전자의 HBM 경쟁력이 확인되고, AI 반도체 시장에서 확실한 성과가 나올 때까지 투자자들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107조 원 벌고도 주가가 떨어진 이유는 간단하다. 좋은 실적만으로는 주가를 끌어올릴 수 없는 시대가 됐다는 거다. 시장은 이제 숫자 너머의 구조적 변화, 경쟁력의 실체, 미래 성장의 지속 가능성을 본다. 삼성전자가 이 요구에 어떻게 답할지, 외국인 투자자들이 언제 다시 들어올지는 앞으로 몇 분기의 실적과 HBM 시장 성과가 결정할 것이다.

김광우 기자

kimnoba@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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