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롤이 삼킨 시간"...한국 청소년 SNS 실태

숏폼과 SNS는 놀이를 넘어 10대의 일상 구조가 됐다

폭력 영상 유포부터 딥페이크까지, 청소년 보호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2026년 3월,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동급생을 폭행하는 장면이 찍힌 영상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졌고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폭행은 교실 안에서 벌어졌지만, 피해는 영상이 올라간 뒤부터 훨씬 더 넓게 번졌다. 이제 청소년 문제는 사건 그 자체보다도, 그것이 얼마나 빠르게 유포되고 얼마나 오래 남는가에서 더 깊어진다.

청소년 SNS 문제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도 달라져야 한다. (사진=젠스파크)

■ 스크롤은 놀이가 아니라 생활을 점령했다

청소년의 SNS 사용을 두고 흔히 “요즘 아이들은 원래 그렇다”는 식으로 넘기곤 하지만, 지금 벌어지는 변화는 그런 가벼운 말로 정리하기 어렵다. SNS는 더 이상 잠깐 들여다보는 앱이 아니다. 친구를 확인하고, 대화를 이어가고, 유행을 따라가고, 소외를 확인하는 공간이 모두 그 안으로 들어갔다. 한때는 온라인과 현실을 구분할 수 있었지만 지금의 10대에게는 그 경계가 흐려졌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은 곧장 DM으로 이어지고, 쉬는 시간의 반응은 밤늦은 숏폼 시청으로 연장된다. 현실의 관계가 플랫폼으로 옮겨간 것이 아니라, 플랫폼이 현실의 관계를 관리하는 쪽에 더 가까워졌다.

그래서 청소년 SNS 문제는 단순히 사용 시간이 길다는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무엇을 얼마나 오래 보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구조 속에서 계속 붙잡히고 있느냐는 점이다. 짧고 강한 자극이 연속으로 이어지고, 반응은 숫자로 환산되며, 비교와 배제는 훨씬 빠른 속도로 눈앞에 드러난다. 이 환경에서는 한 사람의 집중력뿐 아니라 감정의 리듬까지 플랫폼의 속도에 맞춰 흔들리기 쉽다.

■ 10대에게 SNS는 이미 기본 인프라가 됐다

국내 조사 결과를 보면 이 변화는 이미 뚜렷하다. 10대의 SNS 이용률은 70.1%였고, 이 가운데 48.8%는 거의 매일 접속한다고 답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SNS는 인스타그램이었다. 메신저 사용 방식도 달라졌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다수는 카카오톡보다 인스타그램 DM을 더 자주 쓴다고 응답했다. 이 말은 단순하다. 청소년에게 SNS는 여가용 서비스가 아니라,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기본 통로가 됐다는 뜻이다.

청소년 SNS 문제는 단순히 사용 시간이 길다는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진=SNS 갈무리)

이 구조를 더 깊게 만든 것은 숏폼이다. 청소년의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이용률은 95.1%에 달했고, 하루 평균 시청 시간은 200.6분으로 집계됐다. 숏폼을 매일 본다는 응답은 49.1%였다. 더 눈에 띄는 대목은 자주 이용하는 플랫폼 순위다. 인스타그램 릴스가 유튜브보다 앞섰고, 유튜브 쇼츠와 틱톡도 뒤를 이었다. 이제 10대의 시청 습관은 한 편을 오래 보는 방식보다, 짧은 영상을 연속적으로 넘겨보는 방식으로 재편되고 있다.

앱 사용 시간 통계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국내 10대 이하 이용자는 유튜브를 하루 평균 약 98분, 인스타그램을 약 49분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X와 틱톡, 카카오톡 이용 시간까지 합치면 청소년의 하루는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을 플랫폼에 넘겨주고 있다. 이쯤 되면 SNS는 시간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하루의 구조를 다시 짜고 있다고 보는 편이 맞다.

■ 문제는 이용 그 자체보다 그 뒤에 남는 흔적이다

오래 쓰는 것만 문제라면 아직은 개인 습관의 영역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실제 수치는 이미 그 선을 넘어섰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으로 분류된 청소년은 21만3243명이었다. 두 영역 모두에서 동시에 위험 신호를 보인 중복위험군도 7만8943명에 달했다. 특히 중학생 비중이 가장 높았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가장 관계에 민감하고, 또래의 시선에 크게 흔들리는 시기에 디지털 과몰입이 집중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유해 노출 문제는 더 무겁다. 청소년이 최근 1년간 가장 많이 이용한 매체는 숏폼이었고, 생성형 AI 이용률도 절반 수준에 이르렀다. 동시에 성인용 콘텐츠 이용, 폭력 피해 경험, 성폭력 피해 경험 수치도 결코 낮지 않았다. 이는 SNS와 숏폼이 단지 재미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창구가 아니라, 청소년이 감당하기 어려운 자극과 위험에 접속하는 문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더 우려스러운 대목은 범죄가 디지털 방식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딥페이크 성범죄 집중단속 결과 검거된 인원 가운데 10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10대와 20대를 합치면 거의 절대다수에 가까웠다. 청소년은 이 문제의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 구조 안에도 깊숙이 들어와 있다. 사진 한 장, 영상 한 장, 캡처 한 번이 누군가에게는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되는 시대에, SNS는 단순한 소통 도구가 아니라 위험을 복제하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 플랫폼은 청소년의 시간을 돈으로 바꾼다

여기서 빠지면 안 되는 질문이 있다. 왜 플랫폼은 이렇게까지 사용 시간을 늘리는 데 집착하는가. 답은 간단하다. 체류 시간이 곧 돈이 되기 때문이다. 전 세계 광고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고, 디지털 광고가 그 중심에 있다. 소셜 광고 역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광고시장도 마찬가지다. 온라인 광고비는 이미 전체 광고시장의 절반을 크게 넘어섰고, 증가세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플랫폼 기업의 실적을 보면 이 구조는 더 선명해진다. 글로벌 플랫폼들은 연간 수백억, 수천억 달러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광고 노출 수와 광고 단가 모두 상승하고 있다. 기업들은 청소년에게서 얼마를 벌었는지 따로 밝히지 않는다. 그러나 젊은 이용자가 오래 머물수록 광고 효율이 좋아지고, 광고 효율이 좋아질수록 더 오래 붙잡는 설계가 강화된다는 구조만은 분명하다. 청소년의 집중력과 수면, 감정의 기복이 산업의 성과 지표와 맞닿아 있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훨씬 불편하다.

국내 디지털 크리에이터 산업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관련 산업 매출은 이미 5조 원을 넘어섰고, 광고·마케팅·커머스 부문은 더욱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청소년이 오래 보고, 자주 클릭하고, 반복적으로 반응할수록 그 생태계는 더 커진다. 결국 지금의 SNS 문제는 개인의 절제력 부족이 아니라, 시간을 오래 붙잡을수록 이익이 커지는 산업 구조와 연결돼 있다.

■ 세계는 이미 규제를 실험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 문제를 더 이상 ‘가정교육’ 차원에만 두지 않는다. 청소년의 문제적 소셜미디어 사용은 여러 국가 조사에서 꾸준히 포착되고 있고, 특히 여학생에서 더 높게 나타나는 경향도 확인되고 있다. 미국 청소년 조사에서도 상당수는 소셜미디어가 또래에게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답했고, 스스로도 사용 시간이 지나치다고 느끼고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제 청소년 자신도 피로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불안, 비교, 소외, 과몰입이 낯선 단어가 아니게 됐다는 뜻이다.

미국 전역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사진=젠스파크)

정책 대응도 구체화되고 있다. 호주는 16세 미만의 주요 소셜미디어 이용을 막는 조치를 시행했고, 유럽은 미성년자 계정을 더 안전한 기본 설정으로 전환하고 과몰입을 부르는 설계를 줄이도록 요구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예전에는 아이들에게 조심하라고 말했지만, 지금은 플랫폼에게 구조를 바꾸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책임의 무게가 이용자 개인에서 기업 설계로 조금씩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 한국은 출발했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못했다

한국도 대응을 시작했다. 과의존 위험군 청소년을 위한 상담과 치유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고, 학교에서는 휴대전화와 디지털 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조치가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충분한 대응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교실 안에서의 사용을 줄일 수는 있어도, 밤늦은 숏폼 몰입과 DM을 통한 괴롭힘, 이미지 조작과 유포, 알고리즘이 밀어주는 위험 콘텐츠까지 함께 멈추게 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필요한 것은 더 촘촘한 접근이다. 몇 시간을 썼는지 묻는 데서 멈출 것이 아니라, 어떤 플랫폼에서 어떤 콘텐츠가 어떤 방식으로 반복 노출되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플랫폼에는 미성년자 계정 보호, 연령 확인, 유해 콘텐츠 차단, 추천 알고리즘 책임을 더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 학교와 가정, 정부가 따로 움직여서는 이미 너무 정교해진 플랫폼 구조를 따라가기 어렵다.

■ 지금 필요한 것은 훈계가 아니라 보호 설계다

청소년 SNS 문제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도 달라져야 한다. 이것은 “애들이 요즘 너무 휴대전화를 본다”는 식의 잔소리로 다룰 문제가 아니다. 폭행 영상이 퍼지고, 딥페이크가 돌아다니고, 위험 콘텐츠가 자극적인 놀이처럼 소비되는 동안 플랫폼은 더 많은 체류 시간과 광고 수익을 확보한다. 청소년은 그 대가를 수면 부족, 집중력 저하, 불안, 수치심, 관계 피로로 치른다.

이제 질문은 단순해야 한다. 청소년이 왜 SNS를 끊지 못하느냐가 아니라, 왜 이 환경은 청소년을 이렇게 쉽게 붙잡고 더 깊이 끌어들이도록 설계돼 있느냐는 것이다. 스크롤은 손가락이 내리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산업이 시간을 걷어가는 방식에 가깝다. 그래서 청소년 보호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이고, 더 늦기 전에 손봐야 할 사회 안전장치의 문제다.

김광우 기자

kimnoba@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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