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페이팔마피아가 쏘아올린 작은공 — 2025, 디지털자산 패권전쟁의 무대 위에서

페이팔마피아, Edited by perplexity

2025년, 세계는 새로운 질서의 문턱에 서 있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코인 3법과 ‘GENIUS Act(지니어스 법)’의 통과는 단순히 암호화폐가 제도권에 편입되는 차원을 넘어, 금융과 기술, 정치가 뒤섞인 거대한 힘의 재편을 예고한다. 이 격변의 한복판에는 바로 '페이팔 마피아', 그중에서도 피터 틸과 데이비드 삭스가 있다. 한때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스타트업 성공 신화로 불렸던 이들은 이제 세계 경제와 정치의 무게추를 움직이는 존재로 우뚝 섰다.

페이팔 마피아, 자유주의와 개인주의의 DNA

피터 틸은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리버테리언(자유지상주의자)이자, 시장·기술에 대해 극도의 신뢰와 낙관을 품은 인물이다. 그는 ‘The Diversity Myth’ ‘Zero to One’ 같은 저서와 정치·기술 투자를 통해 “정부는 최소, 개인 창조성은 최대”라는 가치관을 일관되게 표방해 왔다. 이 같은 시각은 단순한 ‘탈(脫)진보 기류’에 머무르지 않는다. 틸에게 있어 새로운 ‘질서’는 국가 주도의 획일적 미래가 아니라, 자발적 창의성과 기술혁신이 평범한 질서를 뛰어넘는 시대다. 21세기 미국이 ‘기축통화국’의 패권을 이어가야 한다는 집요함, 인공지능·블록체인·스테이블코인 같은 신기술에 대한 전폭 투자, 글로벌 자본과 인재의 집중, 모두 이 철학의 결과다.

데이비드 삭스는 페이팔 초창기 COO 출신으로, 투자자·정책가·실리콘밸리의 아이콘이다. 그는 2025년 트럼프 2기에서 ‘AI, 암호화폐 특별보좌관’ 직을 맡아 실리콘밸리와 백악관, 산업과 정치를 직접 잇는다. 삭스의 철학은 “코인은 국가가 아닌 개인(시민)의 금융 자유를 위한 도구”라는 데 있다. “과도한 규제는 혁신을 죽인다”는 일관된 주장과, 직접적으로 암호화폐·AI·Web3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길을 만들어온 그의 궤적은 결국 “기술이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한다”는 신념으로 쿨하게 모인다.

이들이 바라는 사회, 그리고 그 이후의 미국

두 사람의 행보와 철학은 결국 “정부의 기능은 질서와 공정경쟁의 최소 틀 제공에 그쳐야 하며, 나머지는 창업자·혁신가·기술 커뮤니티의 자발성에 맡긴다”는 극명한 미국식 자유주의의 계승과 진화다.

이들이 설계한 미국은 이미 현실이 되었다. 트럼프 2기 디지털자산 정책은 이들의 세계관 위에 세워졌다.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빅브라더'의 위험이라며 강력히 반대하는 한편, 스테이블코인과 비트코인 같은 민간 혁신 화폐를 공식 통화 시스템에 편입시켰다. 실리콘밸리 인맥을 전면에 내세워 규제를 최소화하고 기회를 최대한 열어주는 유연한 틀을 만들었다. 이제 민간이 주도하는 금융 인프라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표준은 단순히 '실리콘밸리의 실험실'이 아닌, 전 세계 디지털 패권 전략의 최전선에 섰다.

우리는 금융의 미래를 설계할 주인인가, 아니면 새 질서의 손님인가

향후 스테이블코인의 질서가 세계 금융의 표준으로 자리 잡아갈수록 전통 은행은 더 이상 ‘예금-대출의 수레바퀴’에 안주할 수 없다. 은행은 스스로를 단순한 플레이어가 아닌 심판이자 게이트웨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신뢰, 규제 대응력, 그리고 리스크 관리 역량은 여전히 은행만이 제공할 수 있는 핵심 자산이며, 이를 디지털 결제 인프라 속으로 녹여낼 때 은행은 퇴보가 아닌 진화를 선택할 수 있다. 나아가 ‘은행 vs 빅테크’의 구도가 아니라, 은행+빅테크 컨소시엄이 함께 글로벌 표준을 설계하는 연합 구도가 당연시 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페이팔 마피아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빚어낸 거대한 물결에 휘말려 주변부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이 변화를 도전이 아닌 기회로 받아들이는 금융과 스타트업이 등장한다면, 한국 역시 스테이블코인 정산 허브와 초연결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결국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는 금융의 미래를 설계할 주인인가, 아니면 새 질서의 손님인가?”


칼럼니스트 : 백승인

한국의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에서 금융공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한국의 기업신용정보 인프라그룹인 NICE그룹의 여러 계열사에서 신용평가, 신용정보 관련 업무를 경험했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P2P파이낸싱회사, 크립토 평가회사, 크립토자산 운용회사 등을 연쇄 창업하는 등 현재는 다양한 금융 기관과 스타트업에서의 경력을 바탕으로 디지털 자산이 가져올 변화와 가능성을 탐구 중으로 최근 “PAYMENT WAR 결제 전쟁”을 저술하였다.

백승인 대표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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