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산업계 AI 전환, 기술보다 ‘사람’이 과제…한국 59% “시스템 사고 중요”

아시아 기업 절반 이상, 2028년까지 현장 인력이 AI 시스템 관리·감독할 것으로 전망
한국 기업 54% AI로 현장 전문지식 보존…숙련 인력 경험의 ‘데이터화’ 빨라져
AI 오류·신뢰성도 인력 이슈로 부상…기술 도입 넘어 역량·운영 지식 관리가 관건
옥타브 인텔리전스(Octave Intelligence)가 전 세계 산업 기술 의사결정권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아시아 기업의 절반 이상은 오는 2028년까지 현장 근로자가 여러 팀이나 조직에 걸쳐 AI 기반 시스템을 관리·감독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 현장에 인공지능(AI)이 빠르게 들어오면서 기업의 고민도 기술 도입 자체에서 ‘사람이 AI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숙련 인력의 경험과 운영 노하우를 조직에 남기고, 현장 직원이 AI 시스템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문제가 주요 과제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옥타브 인텔리전스(Octave Intelligence)가 전 세계 산업 기술 의사결정권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아시아 기업의 절반 이상은 오는 2028년까지 현장 근로자가 여러 팀이나 조직에 걸쳐 AI 기반 시스템을 관리·감독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실제 직원들이 AI와 협업할 역량과 지식, 자신감을 충분히 갖췄는지에 대해서는 우려가 나타났다.

조사는 매출 10억달러 이상 기업에 근무하는 산업 기술 의사결정권자 750명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산업 분야의 AI 도입뿐 아니라 인력 개발과 운영 지식 관리, 산업 회복탄력성 등을 함께 살펴봤다.

산업 현장이 원하는 AI 인재…한국은 ‘시스템 사고’에 주목

AI 시대 산업 인력에 요구되는 능력도 단순한 기술 활용 능력에 머물지 않았다. 아시아 지역 응답자의 38%는 미래 산업 인력에게 필요한 핵심 역량으로 ‘시스템 사고 및 운영 관리’를 선택했다. 기술·비기술 인력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34%, 사이버보안 및 데이터 거버넌스가 32%, 인간과 기계 간 상호작용이 25%로 뒤를 이었다.

한국에서는 시스템 사고의 중요성이 더욱 두드러졌다. 국내 응답자의 59%가 이를 미래 인력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으로 꼽았다. 개별 장비나 기술을 다루는 능력을 넘어 복잡하게 연결된 산업 운영과 디지털 시스템 전체를 이해하는 능력에 무게를 두고 있는 셈이다.

국가별로는 AI 시대의 인력 준비 부족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차이가 나타났다. 일본 응답자의 38%는 향후 5년 동안 조직이 직면할 가장 큰 AI 관련 위험으로 직원의 역량을 충분히 끌어올리지 못하는 문제를 선택했다. 기술을 확보하더라도 이를 실제 현장에서 사용할 사람이 준비되지 않으면 AI 도입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파비오 야다(Fabio Yada) 옥타브 아시아태평양 지역 수석부사장은 “산업용 AI를 둘러싼 논의는 이제 기술 도입을 넘어섰다”며 “현재의 과제는 조직이 의존하는 운영 전문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점점 더 지능화되는 시스템과 사람들이 효과적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숙련자 떠나도 노하우는 남긴다…AI로 ‘현장 지식’ 확보

인력 재교육과 함께 기업들이 주목하는 또 다른 문제는 숙련 인력이 보유한 운영 노하우의 유실이다.

아시아 기업의 48%는 이미 AI 기반 지식 수집·전수 도구를 활용해 전문 지식을 보존하고 다음 세대 직원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기업의 활용률은 54%로 아시아 평균보다 높았다. 반면 일본에서는 문서로 남지 않은 운영 노하우가 숙련 인력 개인의 경험에만 머물러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그동안 산업 디지털화가 설비와 운영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데 집중했다면, AI 확산과 숙련 인력의 은퇴가 맞물리면서 작업자의 경험 자체를 기업의 지식 자산으로 남기는 문제까지 중요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야다 수석부사장은 “수십 년 동안 기업들은 자산과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집중해왔다”며 “오늘날에는 사람의 전문 지식을 확보하는 데 점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운영 지식과 연결된 데이터, AI를 결합하는 기업이 학습과 의사결정을 개선하면서 인력의 회복탄력성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 오류·신뢰성도 인력 관련 우려로

AI에 대한 직원들의 우려가 반드시 일자리 대체 문제에만 집중되는 것은 아니었다. 아시아 지역 응답자의 25%는 AI의 오류가 안전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주요 인력 관련 우려로 선택했다. AI가 내린 판단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판단 과정이 충분히 투명한지도 주요 문제로 꼽혔다. 산업 현장에서는 AI 사용 여부뿐 아니라 시스템이 제시하는 결과를 사람이 어느 수준까지 믿고 업무에 반영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호주에서는 다른 우려도 확인됐다. 현지 응답자의 28%는 AI 활용 확대 과정에서 전문가로서의 위상이나 기존 숙련 기술 지식이 약화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AI 도입이 단순 자동화를 넘어 기존 직무와 전문성의 역할까지 바꿀 수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흐름은 산업 AI 경쟁의 초점이 모델이나 소프트웨어 도입에서 실제 운영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이 AI 시스템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이를 이해하고 감독할 사람을 육성하고 숙련자의 운영 지식을 조직 내부에 축적하는 작업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광우 기자

kimnoba@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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