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검토·컴플라이언스 자동화 플러그인 공개
유럽·북미 법률정보 기업 시총 수십억 달러 증발
전문직 AI 대체 우려에 소프트웨어 섹터 전반 동반 하락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이 법률업무 자동화 도구를 선보이면서 법률정보 서비스 업계가 2026년 2월 3일(현지시간) 급격한 주가 하락을 겪었다.
앤트로픽은 지난 2일 깃허브를 통해 AI 챗봇 '클로드'의 업무 자동화 플랫폼 '코워크'에 법률 특화 플러그인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1월 출시한 코워크는 프로그래밍 지식 없이도 복잡한 업무를 AI에 맡길 수 있도록 설계된 에이전트 기반 시스템이다.
법률 플러그인은 계약서 조항 검토부터 비밀유지계약 자동 분류, 리스크 추적, 법률 문서 초안 작성까지 광범위한 업무를 지원한다. 조직마다 상이한 업무 기준과 리스크 허용 범위에 맞춰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계약서 분석 시 각 조항을 녹색·노란색·빨간색으로 시각화하고, 비밀유지계약은 표준 승인·검토 필요·전면 재검토 등으로 자동 분류한 뒤 수정안까지 제시한다.
앤트로픽은 이 도구가 법률 자문을 대체하지 않으며 모든 AI 분석 결과는 반드시 전문 변호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유료 클로드 사용자에게 연구 프리뷰로 제공되며, 수 주 내 조직 전체 공유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다.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렉시스넥시스를 보유한 영국 렐렉스는 이날 17% 폭락했다. 1988년 이후 37년 만의 최대 낙폭으로, 2025년 2월 최고가 대비 주가가 절반 가까이 증발했다.
네덜란드 법률정보 기업 볼터스클루버는 13%, 캐나다 톰슨로이터는 15%대 급락했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은 7% 넘게 하락하며 5년래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신용정보 업체 익스페리언은 7.5%, 교육출판사 피어슨은 4% 각각 떨어졌다.
북미 시장도 충격파를 맞았다. 가트너가 20% 폭락한 것을 비롯해 S&P글로벌(-11%), 무디스(-8.9%), 팩트셋(-10.5%), 에퀴팩스(-12.1%) 등 데이터 분석 기업들이 두 자릿수 하락을 기록했다. 골드만삭스 미국 소프트웨어 주식 바스켓은 6% 급락했고, 나스닥100 지수는 장중 2.4%까지 밀렸다가 1.6% 하락 마감했다.
월가는 앤트로픽이 API 제공자에서 법률 워크플로를 직접 탑재하는 플랫폼 사업자로 전환하면서 기존 정보 서비스 기업의 존재 이유가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에서 법률 부문 성장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덴스케뱅크 라스 스코브가르드 투자전략가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AI 수혜주로 각광받았지만 이제는 투자 대비 수익성과 기술 경쟁력에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법률 전문매체 아티피셜로이어는 앤트로픽이 단순 모델 공급자에서 워크플로를 직접 장악하는 플랫폼 사업자로 변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앤트로픽과 오픈AI가 기업공개를 앞두고 안정적인 현금흐름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서 고부가가치 법률 시장 확장이 불가피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써드브리지 애널리스트는 "각 기업이 수십 년간 축적한 독점 데이터와 고객 관계는 AI만으로 쉽게 복제하기 어려운 자산"이라고 지적했다.
바클레이스 투자자 설문에서 광고대행사는 유럽 미디어 업종 중 AI에 가장 취약한 분야로 꼽혔다. 세계 최대 광고그룹 퍼블리시스는 2026년 AI 기반 기술 인수에 9억 유로(약 1조 4천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으나 주가는 8.5% 하락했다. 옴니콤도 6% 내렸다.
법률 AI 스타트업 하비는 렉시스넥시스와 데이터 제휴를 맺고 통합 워크플로 개발에 나섰다. 캐나다 로펌의 80%가 AI 도구를 시범 운영 중이지만 광범위하게 도입한 곳은 7%에 불과하다. 법률 전문가들은 AI 결과물이 전문가의 독립적 판단 하에 보조 수단으로만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업계는 앤트로픽의 행보를 신호탄으로 오픈AI를 비롯한 주요 AI 기업들도 조만간 법률 특화 기능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리걸테크 업계도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는 2024년 7월 출시한 법률 AI 어시스턴트 '슈퍼로이어'가 출시 5개월 만에 변호사 5700여명의 가입을 확보했다. 전체 변호사의 약 14%가 사용하는 셈이다. 슈퍼로이어는 490만건의 판례 데이터를 기반으로 법률 리서치와 문서 요약, 초안 작성 등을 지원하며, 지난해 11월 글로벌 리걸테크 어워즈에서 한국 기업 최초로 'AI 법률 어시스턴트 플랫폼' 부문을 수상했다.
판례 검색 서비스 엘박스는 변호사 사용자 8000명을 돌파했으며 AI 강화 버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인텔리콘연구소는 한국 법률 특화 언어모델 '코알라'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고,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 기반 'AI 대륙아주' 챗봇을 선보였다. 2022년 기준 글로벌 리걸테크 시장 규모는 약 31조원으로 연평균 8.7% 성장이 전망되며, 국내에서도 30여개 기업이 경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