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이 클로드를 '대화 도구'에서 '상시 가동 에이전트'로 바꾸는 내부 프로젝트를 시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식 출시 전이지만, AI 플랫폼 기업이 에이전트 생태계 전체를 직접 장악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스타트업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AI 제품 분석 매체 테스팅카탈로그(TestingCatalog)는 지난 2일(현지시각) 앤트로픽 내부 빌드 분석을 통해 코드명 '콘웨이(Conway)'의 존재를 처음 보도했다. 앤트로픽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콘웨이의 핵심은 AI가 작동하는 방식 자체를 바꾼다는 점이다. 기존 클로드는 사용자가 먼저 질문을 입력해야 반응했다. 콘웨이는 컴퓨터 시스템에 항상 켜진 상태로 대기하면서 외부에서 어떤 일이 생기면 스스로 감지해 움직인다.
내부 빌드에서 확인된 기능을 보면, 화면 한쪽에 독립된 사이드바 창이 따로 열리고, 웹훅을 통해 이메일 수신이나 데이터 변경 같은 상황에 자동으로 반응한다. 크롬 브라우저를 직접 조작하거나 클로드 코드를 실행하고, 알림을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확장 포맷이다. 앤트로픽은 '.cnw.zip'이라는 자체 확장 파일 형식을 준비 중이다. 외부 개발사의 도구를 플러그인처럼 연결할 수 있는 구조로, 콘웨이 위에 별도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콘웨이를 이해하려면 앤트로픽이 2024년 11월 공개한 MCP(Model Context Protocol·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를 먼저 알아야 한다. MCP는 AI와 외부 도구·데이터 소스를 연결하는 개방형 표준으로, 앤트로픽이 'AI용 USB-C 포트'에 비유한 연결 규약이다. 오픈AI, 구글 등 주요 AI 기업이 모두 채택하면서 사실상 업계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콘웨이는 MCP 위에 올라타는 구조로 해석된다. MCP가 AI와 외부 도구를 '연결하는 방법'을 정의한다면, 콘웨이는 그 연결을 '24시간 유지하는 환경' 자체를 앤트로픽이 직접 제공하겠다는 시도다. 기존에는 MCP를 활용해 상시 가동 환경을 만드는 것이 서드파티 스타트업의 몫이었다. 콘웨이가 출시되면 그 역할을 플랫폼이 직접 흡수하게 된다.
코워크가 사용자가 컴퓨터 앞에 있을 때 작업을 수행하는 '세션 내 에이전트'라면, 콘웨이는 세션이 끊겨도 계속 작동하며 외부 이벤트에 스스로 반응하는 '상시 가동 에이전트'다. 코워크가 AI 동료라면, 콘웨이는 사용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도 일하는 AI 팀원에 가깝다.
앤트로픽, 오픈AI, 구글 같은 파운데이션 모델 기업들이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Orchestration·여러 AI 도구를 연결해 자동화하는 방식) 플랫폼 영역까지 직접 구축하면서, 기업들이 복잡한 워크플로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최상위 레이어를 장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cnw.zip 확장 포맷이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앤트로픽이 외부도구 연결방식의 표준을 직접 정의하는 순간, 같은 역할을 해온 스타트업들의 설 자리가 크게 좁아진다. 앤트로픽은 이미 코워크를 통해 개발자 중심 에이전트를 비개발자 전체로 확장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등 기업용 생산성 시장과 직접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어냈다.
AI 에이전트 도입 속도도 이 흐름을 뒷받침한다. 앤트로픽과 머티리얼 리서치가 공동 발행한 '2026 State of AI Agents'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기준 기업의 57%가 이미 여러 단계를 거치는 에이전트 워크플로를 운영 중이며, 81%는 더 복잡한 에이전트 활용으로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 플랫폼 기업이 이 수요를 직접 흡수할 유인이 충분한 상황이다.

스타트업의 전통적인 강점이었던 빠른 실행력도 흔들리고 있다. 앤트로픽 클로드 코드 책임자 보리스 체르니에 따르면, 코워크는 약 1주일 반 만에 구축됐으며 개발 작업의 상당 부분이 클로드 코드 자체를 활용해 이뤄졌다. 클로드 코드 제품 코드베이스의 70~90%가 AI로 생성됐다는 앤트로픽의 공개 자료도 이를 뒷받침한다. 개발 속도를 좌우하는 요인이 엔지니어 숫자에서 모델 성능으로 이동했고, 모델 성능에서는 모델을 직접 개발하는 플랫폼 기업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같은 보고서에서 에이전트 도입 현장의 가장 큰 걸림돌은 모델 성능이 아닌 기존 시스템과의 연동, 보안, 운영 규모 확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전트가 대규모로 상시 가동될수록 모니터링·감사 추적·비용 관리·충돌 방지 같은 운영 인프라 영역은 스타트업이 진입할 수 있는 공간으로 꼽힌다.
초기 스타트업 전문투자사 더벤처스의 조여준 CIO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같은 흐름 속에서도 스타트업이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세 가지 창업 포인트를 제시했다.
첫째는 규제 산업의 도메인 데이터다. 한국 병원의 전자의무기록 구조, 법률·회계·제조 분야의 내부 데이터처럼 규제가 복잡하고 도메인 데이터가 내부에 집중된 영역은 범용 플랫폼이 단독으로 파고들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둘째는 에이전트 인프라다. 수많은 에이전트가 동시에 상시 가동되는 환경에서 이를 감시하고 관리하는 운영 레이어에 새로운 수요가 생긴다는 설명이다.
셋째는 로컬 컴플라이언스다. 앤트로픽 같은 글로벌 기업은 한국 개인정보보호법, EU AI법(AI Act)처럼 나라마다 다른 규제를 세밀하게 맞춤 대응하기 어렵고, 조 CIO는 그 공백을 기회로 봤다.
콘웨이의 정식 출시 시기와 최종 형태는 아직 미정이다. 다만 앤트로픽뿐 아니라 오픈AI, 구글 모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 플랫폼이 에이전트 레이어 전반을 흡수하는 흐름은 시간문제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