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애플에 시총 1위 내어줬지만…AI 인프라 ‘설계자’로 승부수

오픈AI 데이터센터에 최대 2500억달러 금융보증 논의…GPU 구매 금융도 검토
마이크로소프트·IBM 등과 개방형 AI 보안 연합…생태계 주도권 경쟁
SK그룹·SK하이닉스·네이버와 협력 확대…한국, AI 공급망 핵심축 부상
애플이 시가총액 경쟁에서 다시 앞섰지만 엔비디아는 GPU를 넘어 데이터센터와 금융, 보안, 글로벌 AI 공급망을 연결하는 전략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미지=AI로 생성)

애플이 엔비디아와의 시가총액 경쟁에서 다시 우위를 굳혔다. 최근 애플 주가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상승한 반면 엔비디아 주가는 약 5% 하락했다. 이에 애플의 시가총액은 약 4조9300억달러, 엔비디아는 약 4조7800억달러로 벌어졌다. 한동안 인공지능(AI) 열풍의 최대 수혜주로 평가받으며 글로벌 증시를 이끌었던 엔비디아가 아이폰 판매와 서비스 사업의 안정성을 재평가받은 애플에 선두를 내준 것이다.

물론 이번 순위 변동을 두고 AI 시대의 승자가 바뀌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애플의 주가 상승에는 아이폰 판매와 서비스 사업, 상대적으로 절제된 AI 투자 전략에 대한 재평가가 작용했다. 반면 엔비디아 주가 하락 배경으로는 중국 반도체 기업의 부상과 오픈AI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사업에 막대한 금융보증을 제공할 수 있다는 소식이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AI 인프라 투자가 확대될수록 엔비디아의 성장 기회도 커지지만, 고객사의 투자비와 신용 위험까지 일정 부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반영된 셈이다.

그럼에도 최근 엔비디아의 행보는 확장 일로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하는 반도체 기업에 머무르지 않고 데이터센터 건설과 금융, 보안, 소프트웨어, 국가 단위 AI 인프라까지 연결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애플에 시가총액 1위를 내어줬지만, GPU 기업에서 AI 산업의 설계자로 변신하려는 엔비디아의 전략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

GPU 판매 넘어 금융보증까지…오픈AI와 ‘AI 인프라 운명공동체’

엔비디아는 오픈AI의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GPU 구매를 금융 측면에서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며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미지=AI로 생성)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오픈AI가 사용할 미국 오하이오주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사업에 최대 2500억달러 규모의 금융보증을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소프트뱅크 계열사인 SB에너지가 추진하는 이 사업은 최대 10기가와트(GW)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며, 하드웨어를 포함한 총사업비는 5000억달러를 넘어설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용을 살펴보면 엔비디아가 데이터센터 건설비를 직접 출자하는 구조는 아니다. 대신 데이터센터 건설비와 장기 임대계약을 기반으로 조달되는 부채에 보증을 제공해 금융기관의 부담을 낮추는 방식이 거론된다. 오픈AI가 투자적격 신용등급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엔비디아의 보증은 사업 자금 조달을 뒷받침하는 주요 조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엔비디아가 오픈AI의 GPU 구매를 위해 최대 3500억달러 규모의 추가 금융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임대 금융 보증과 GPU 구매 금융을 단순 합산하면 엔비디아의 잠재적 지원 범위는 최대 600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고객사의 데이터센터 건설을 지원하면 장기간에 걸친 GPU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 오픈AI도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오라클 등 외부 클라우드 사업자에 대한 의존을 일부 낮추고 전용 연산 인프라를 확보할 수 있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구조다.

문제는 엔비디아의 자금 지원이 다시 엔비디아 GPU 구매로 이어지는, 이른바 ‘순환 거래’ 구조가 인위적으로 수요를 만들어내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엔비디아가 막대한 현금과 기업가치를 활용해 AI 생태계를 확장하는 동시에 오픈AI의 신용 위험과 AI 산업의 투자금 회수 위험까지 일정 부분 부담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외신은 이러한 움직임을 엔비디아가 AI 호황으로 확보한 재무 여력을 활용해 산업 생태계를 넓히는 전략으로 평가하면서도, 대규모 신용보증이 새로운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관련 소식이 전해진 뒤 27일 엔비디아 주가는 장중 약세를 보였고, 약 5% 하락 마감했다.

모델 넘어 보안 생태계까지…엔비디아가 만드는 ‘개방형 AI 진영’

엔비디아는 글로벌 기술기업들과 개방형 AI 보안 연합을 구성하고 AI 모델 검증과 보안 도구의 공동 표준 마련에 나섰다. (이미지=AI로 생성)

엔비디아의 확장은 데이터센터와 금융에 그치지 않는다. 엔비디아는 마이크로소프트, IBM, 시스코, 팔란티어, 어도비, 리눅스재단 등과 함께 ‘오픈 시큐어 AI 얼라이언스(Open Secure AI Alliance)’를 출범시키고 오픈소스 기반 AI 보안 도구와 안전성 검증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스페이스X와 도어대시 등도 창립 회원으로 참여했다.

주목할 부분은 오픈AI와 구글, 앤트로픽 등 미국의 대표적인 AI 모델 기업들이 이 연합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픈AI는 엔비디아의 핵심 고객이자 대규모 인프라 협력 상대지만, 이번 개방형 AI 보안 연합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는 AI 경쟁의 무게중심이 모델 성능에서 생태계와 보안 표준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초기 생성형 AI 경쟁이 더 큰 매개변수와 높은 벤치마크 성능을 갖춘 모델을 만드는 데 집중됐다면, 이제는 기업과 정부가 AI를 실제 업무와 산업 현장에 적용할 때 필요한 보안·감사·통제 기술이 새로운 경쟁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엔비디아에는 개방형 생태계 확대가 특히 중요하다. 다양한 기업과 개발자가 개방형 모델과 보안 도구를 활용할수록 이를 학습하고 운영하는 GPU와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플랫폼 수요도 함께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특정 AI 모델 하나의 승패에 의존하기보다 어떤 모델이 선택되더라도 자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사용되는 기반을 만들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의 가중치 공개형(오픈웨이트) AI 모델이 개발자 생태계를 빠르게 넓히는 상황도 이러한 개방형 연합 출범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오픈 시큐어 AI 얼라이언스는 개방성이 보안에 불리하다는 기존 인식을 넘어, 공개된 도구와 공동 검증이 오히려 AI 위협에 대응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결국 엔비디아는 GPU만 판매하는 기업에서 AI 산업의 공통 기반을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하드웨어에서는 GPU와 고속 네트워크를, 소프트웨어에서는 쿠다(CUDA)와 AI 개발 도구를, 인프라에서는 데이터센터와 금융을, 생태계에서는 개방형 보안 표준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AI 투자 1조달러 시대의 시험대…한국과 동맹 넓히는 엔비디아

엔비디아와 SK그룹·SK하이닉스·SK텔레콤·네이버의 협력 확대는 한국의 HBM과 데이터센터, 통신, 제조 역량을 글로벌 AI 공급망과 연결하고 있다. (이미지=AI로 생성)

엔비디아의 확장 전략이 성공하려면 AI 산업 전체가 막대한 투자비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아마존, 알파벳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와 AI 칩, 전력 확보에 전례 없는 규모의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 외신이 내 놓은 분석에 따르면 주요 하이퍼스케일러의 AI·클라우드 인프라 관련 투자 규모는 2026년 8750억달러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시장은 AI 투자 규모 자체를 성장 의지로 평가해왔다. 하지만 투자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관심은 ‘언제 수익으로 회수할 수 있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클라우드 매출과 AI 서비스 이용은 늘고 있지만, 데이터센터와 GPU, 전력망 건설에 투입되는 비용을 상쇄할 정도의 수익성이 확보됐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애플이 엔비디아와의 시가총액 경쟁에서 우위를 되찾은 것도 이러한 투자심리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애플은 경쟁사만큼 공격적으로 초대형 AI 데이터센터와 자체 모델에 투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동안 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AI 투자비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안정적인 아이폰 판매와 서비스 매출,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자본지출이 강점으로 재평가됐다. 엔비디아와 애플의 시가총액 경쟁은 시장의 관심이 AI 성장 기대뿐 아니라 투자 효율과 재무적 지속 가능성으로도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엔비디아는 미국 빅테크에 집중됐던 수요 기반을 국가와 산업 단위로 넓히고 있다. 특히 한국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데이터센터, 통신, 제조업, 로봇을 함께 보유한 핵심 협력 대상이다.

엔비디아는 SK그룹과 연계된 AI 데이터센터·차세대 메모리 사업의 전체 규모가 5000억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차세대 HBM 공급 및 공동 개발 협력을 확대하고, SK텔레콤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베라 루빈(Vera Rubin) 플랫폼과 SK하이닉스의 HBM4를 활용하는 2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한다. 첫 시설은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네이버와의 협력도 한층 깊어지고 있다. 엔비디아는 네이버가 발행하는 신주 10억달러어치를 인수해 약 4.5%의 지분을 확보하고, 자사 AI 플랫폼 공급과 투자를 통해 네이버의 데이터센터 확장을 지원할 계획이다. 브룩필드가 최대 90억달러의 금융을 제공하면서 전체 사업 자금은 100억달러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세종 데이터센터에는 엔비디아의 블랙웰과 베라 루빈 플랫폼이 투입되며 2028년까지 200메가와트(MW) 규모로 확장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엔비디아가 한국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히 GPU를 판매할 대형 고객이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메모리·반도체 공급망, SK텔레콤과 네이버의 데이터센터·클라우드 역량, 현대자동차그룹과 주요 제조기업의 로봇·자율주행 수요를 동시에 갖추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역시 한국을 세계적인 제조 중심지로 평가하며 반도체와 로봇, 피지컬 AI 분야에서 협력 기회가 크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한국이 엔비디아의 핵심 공급처와 고객에 머물 것인지, 독자적인 AI 모델과 소프트웨어·서비스를 만들어 부가가치를 확보할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엔비디아 중심의 AI 인프라 확대는 국내 HBM과 데이터센터 산업에 막대한 기회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핵심 연산 플랫폼과 개발 생태계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수 있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뛰어난 모델이나 고성능 반도체 하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GPU와 메모리, 데이터센터, 전력, 금융, 보안, 소프트웨어를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고 이를 지속 가능한 수익으로 전환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엔비디아의 행보는 이 같은 산업 변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애플과의 시가총액 순위 바뀜은 엔비디아에도 경고가 됐다. 시장은 이제 AI 투자 규모를 넘어 실제 수요와 수익으로 이어지는지를 묻고 있다. 오픈AI 인프라 지원과 개방형 보안 연합, 한국 기업과의 공급망 협력을 통해 GPU 기업에서 AI 산업의 설계자로 이동하려는 엔비디아의 전략이 성공할지는 거대한 생태계가 스스로 비용을 감당하며 지속적인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저작권자 © Tech42 - Tech Journalism by AI 테크42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마이크로소프트, AI 위협에 맞설 에이전틱 보안 체계 ‘프로젝트 퍼셉션’ 공개

마이크로소프트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공격에 머신 속도로 대응하는 에이전틱 보안 시스템을 선보였다. 공격자가 AI로 취약점 탐색과 공격 캠페인 확장 속도를 높이는 상황에서, 인간이 경고를 확인하고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기존 보안 체계만으로는 방어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비트코인 700만 개, 이미 도난 대기 중"… 구글이 폭로한 암호화폐 '시한폭탄'

당신이 보유한 비트코인이 언제든 증발할 수 있다면 믿겠는가. 2026년 3월 구글이 공개한 충격적인 백서는 암호화폐 업계에 패닉을 일으켰다.

[위클리 AI] ‘제2의 딥시크’ 키미 K3 출시…이재명 대통령 “샌프란 AI 선언”

위클리AI 7월17일~27일 AI 업계는 키미 K3 충격에 따른 반도체株 급락과 백악관의 대중 제재 경고, 이재명 대통령의 샌프란시스코 AI 선언 등으로 격변의 열흘을 보냈다.

1390조원 AI 동맹, 한국 반도체가 '대체불가' 카드를 꺼내들었다

전례 없는 규모다. 단순 거래가 아니라 2030년까지 5년간 지속되는 장기 파트너십이며, AI 인프라의 핵심 요소인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 계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