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가 집중 조명한 K-AI 독자 모델, 글로벌 경쟁력은?

[AI요약]국내 인공지능 기술이 실리콘밸리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대표적 기술 전문 매체가 최근 한국의 독자적 AI 개발 현황을 집중 조명하며,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경쟁 구도를 분석하는 심층 보도를 내놨다. 이번 보도는 단순한 기술 소개를 넘어 한국 기업들이 자국 언어와 문화적 맥락을 반영한 대형 언어모델 개발에 성공하면서, 오픈AI나 구글 같은 거대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준비를 갖췄다는 평가를 담고 있다.

네이버 클라우드의 대규모 언어 모델인 하이퍼클로바. (이미지=네이버)

정부는 지난달 AI 주권 확보를 목표로 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공식 발표했다. 약 53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국내 5개 주요 기업 및 기관이 독자적인 초거대 AI 모델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해외 AI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AI 시대 국가 경쟁력과 데이터 자주권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판단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사업의 핵심이 외국 기술 종속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가 선정한 참여 기업은 LG의 AI 전담 연구조직, 국내 1위 통신사업자, 대표 인터넷 플랫폼의 클라우드 부문, 게임 기반 AI 조직, 그리고 신생 AI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아우른다. 정부는 이들 기업의 진척도를 6개월 주기로 평가하며, 성과가 미흡한 팀은 과감히 제외하고 최종적으로 2개 팀만 남겨 집중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경쟁을 통한 품질 향상과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LG그룹의 AI 연구 조직은 추론 기능을 강화한 하이브리드 모델 엑사온 최신 버전을 내세우고 있다. 이 모델은 광범위한 언어 처리 능력과 함께 이전 버전에서 선보인 고도화된 추론 기능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이미 글로벌 AI 분석 플랫폼의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경쟁 모델 대비 우수한 성적을 거뒀으며, 앞으로 생명과학부터 첨단 제조업까지 실제 산업 데이터와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 성능을 더욱 끌어올릴 계획이다.

LG 측은 단순히 모델의 크기를 키우는 것보다 데이터 품질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습 전 데이터를 정제하는 과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범용 모델이 제공할 수 없는 실질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설명이다. API 방식으로 모델을 제공한 뒤 실제 사용자들이 생성하는 데이터를 활용해 지속적으로 모델을 개선하는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LG AI 연구 책임자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협력사들이 우리 모델을 활용해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면, 이것이 다시 경제적 가치와 풍부한 데이터로 되돌아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대규모 GPU 클러스터 구축 경쟁에 뛰어들기보다는 효율성 극대화와 산업별 특화 모델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더 효율적인 AI로 글로벌 거대 기업들을 앞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LG AI리서치의 하이브리드 추론 AI 모델인 엑사온4.0 (이미지=LG AI리서치)

국내 최대 통신사는 지난 2023년 말 개인화 AI 서비스를 시장에 선보인 데 이어, 올해 7월 새로운 초거대 언어모델을 공개했다. 중국의 오픈소스 모델을 기반으로 개발된 이 모델은 720억 개 파라미터 버전과 70억 개 파라미터 버전 두 가지로 출시됐다. 이 통신사는 자사 모델이 GPT-4o 대비 한국어 처리에서 약 33% 향상된 효율성을 보인다고 밝혔는데, 이는 한국어 특화 경쟁력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올여름에는 일부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하기도 했으며, AI 기반 통화 요약 및 자동 메모 생성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서비스는 이미 약 1천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상태다.

외신은 이 통신사의 강점으로 통신 인프라를 통해 내비게이션부터 택시 호출까지 다양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또한 국내 최대 규모의 GPU 기반 서비스를 활용해 AI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AWS와 협력해 차세대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이라는 점도 경쟁력으로 평가했다. 해당 기업의 AI 모델 담당 책임자는 "우리의 역할은 최첨단 AI 연구와 실제 비즈니스 적용 사이의 가교"라며 "통신 네트워크, 광범위한 고객 기반, 검증된 서비스 플랫폼을 활용해 고객 서비스, 모빌리티, 제조 현장 등 일상 곳곳에 AI를 접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개인 AI 에이전트 A.(에이닷)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미지=SK텔레콤)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의 클라우드 부문은 2021년 자체 대형 언어모델을 처음 공개한 이후 2년 뒤 업그레이드 버전을 선보이며 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제품을 출시했다. AI 대화형 서비스와 생성형 AI 기반 검색 엔진이 대표적이며, 후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AI 검색 기능이나 구글의 AI 요약 기능과 직접 경쟁하는 구도다. 올해는 다중 모드를 지원하는 추론 AI 모델도 공개하며 주목받았다.

대형 언어모델의 진정한 가치가 기존 시스템들을 연결하는 '커넥터' 역할에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도 AI 풀스택을 온전히 갖춘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는다. 회사 대변인은 "우리는 AI 모델을 밑바닥부터 직접 개발하고, 이를 구현하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서비스, AI 플랫폼, 애플리케이션, 소비자 서비스까지 전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가장 큰 경쟁력은 사용자 데이터라는 분석이다. 예를 들어 AI 쇼핑 추천 서비스는 실제 구매 의향이 있는 상품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며, 기업들이 맞춤형 생성 AI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스튜디오 플랫폼과 독거 노인을 위한 AI 기반 안부 확인 서비스 등도 운영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 기업이 오픈AI나 구글 같은 글로벌 AI 대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모델 개발 '레시피' 완성과 이를 확장할 자본 확보가 관건이라고 분석한다. 구글과 유사하지만 한국 시장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검색, 쇼핑, 지도, 금융 등 핵심 서비스에 AI를 접목하고 있다는 점이 이 기업의 전략적 방향이다.

외신은 한국의 이러한 AI 독립 전략이 단순히 기술 경쟁을 넘어 데이터 주권과 국가 안보 차원의 중요한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AI 시대에 외국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한국의 시도가 다른 국가들에게도 시사점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는 미국, 중국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얼마나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지, 그리고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성공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김한수 기자

hanskim@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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