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스타링크’에 맞서 뭉쳤다… 한국 위성 산업, "우리도 뭉쳐야 한다"

  • 에어버스·탈레스·레오나르도의 ‘우주동맹’, 유럽판 뉴딜의 신호탄
  • 한국은 위성 강국으로 도약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 기술·정책·안보 3대 관점에서 본 기로

스타링크는 수천~1만 개에 이르는 저궤도 위성을 지구 전역에 배치해 빠르고 안정적인 인터넷을 제공하는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다.​ 2025년 기준 130개국, 약 600만 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하며 글로벌 통신 시장 지형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오지·도서·해상에서 기존 망을 대체하거나, 재난/군사 등 특수 상황에서 인터넷 연결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지구 어디서나 연결’을 현실화해준다.​ 이러한 위성 인터넷 혁신이 유럽을 다시 뭉치게 하고 있다.

스타링크 로고. (사진=스타링크)

■ 스타링크 독주에 맞선 유럽의 반격

유럽의 항공우주 산업 거인들이 결국 손을 맞잡았다. 에어버스, 탈레스, 레오나르도 등 유럽 3대 항공우주 기업이 지난 10월, 각자의 위성 제조 사업을 통합해 2027년 출범 예정의 ‘유럽 위성 합작법인(European Satellite Venture)’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유럽연합(EU)은 민간주도의 저궤도(LEO) 위성 인터넷 시장에서 미국의 스페이스X ‘스타링크(Starlink)’에 밀려왔다. 이번 합병은 단순히 적자 사업의 정리나 비용 절감 차원이 아니라, ‘우주주권(space sovereignty)’ 확보를 위한 산업적 대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실제로 스타링크는 현재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6,000기 이상의 위성을 운용하며 독보적인 시장 지위를 점하고 있다. 반면 유럽은 국가별로 흩어진 기술력과 각기 다른 정책 구조 탓에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번번이 좌절해왔다. 이번 합병은 그러한 유럽의 ‘분절 구조’를 통합하려는 첫 시도다.

유럽 항공우주 산업 관계자는 “우주통신은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니라 국가의 정보·안보·경제 인프라를 관장하는 핵심 전략 자산”이라며 “스타링크의 독주를 방관하면, 유럽은 통신 주권을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23년부터 ‘IRIS² 프로젝트’를 통해 자체 위성 통신망을 구축 중이며, 이번 합병은 그 일환으로 해석된다.

■ 위성산업, 통신의 문제에서 안보의 문제로

위성 통신은 이제 단순히 빠른 인터넷 속도의 경쟁이 아니다. 전쟁·재난·사이버 위협이 현실화된 시대에, ‘통신망의 독립성’이 곧 국가안보와 직결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스타링크가 실제 전장 통신망을 대신하면서 위성망이 군사자산으로 활용된 사례는 각국 정부의 경각심을 높였다. 이제 위성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의 정보 격차는, 산업 수준을 넘어 ‘국가 생존력’의 차이로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 우크라이나가 사용했던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단말기.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유럽이 위성 제조 역량을 통합한 것은, 경제적 필요와 안보적 위기의식이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 한국, ‘위성산업 후발주자’에서 ‘전략 중심국’으로의 전환기

한국도 이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정부는 2024년 5월 공식 출범한 한국우주항공청(KASA) 을 중심으로, 그동안 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방부 등으로 흩어져 있던 우주정책의 컨트롤타워를 일원화했다. 이는 단순한 행정조직의 개편이 아니라, 향후 20년을 내다본 우주산업 체계의 근본적 전환을 의미한다.

또한 2045년 화성 착륙, 2032년 달 기지 건설 등 장기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위성통신·항법위성·발사체 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했다. 특히 통신 인프라 측면에서는 6G 기반 저궤도 위성통신 프로젝트가 핵심이다. 과기정통부는 2025년부터 2030년까지 3,2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한국형 저궤도 위성통신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지난 5월 21일, 윤영빈(가운데) 우주항공청장이 21일 경남 사천에서 열린 개청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우주항공청)

이와 함께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은 차세대 중형위성 개발사업을 통해 자체 제조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한화시스템·KAI·LIG넥스원 등 민간 기업들이 위성 부품, 안테나, 탑재체 분야에 뛰어들며 민간주도형 우주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

■ 한국 시장, 스타링크 진입 앞두고 정책 시험대 올라

문제는 속도와 방향이다. 한국 정부는 최근 ‘전파법’을 개정하며 해외 기업의 위성인터넷 서비스를 국내에서 허용할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 조치로 SpaceX의 스타링크 서비스가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국내 상용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경우, 스타링크가 산간·도서 지역에서 초고속 인터넷을 제공하며 통신 인프라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동시에 국가 데이터 주권과 통신 시장의 주도권 문제가 새로운 정책 변수로 부상한다.

한국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스타링크를 허용한다면, SK텔레콤이나 KT 같은 국내 통신사들은 위성망과 지상망을 연동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개발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단순한 서비스 경쟁이 아니라, 국가 기반망의 구조 경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式 산업통합, 한국에 주는 시사점

유럽 3사의 합병은 한국에도 중요한 교훈을 남긴다.

현재 한국의 위성 관련 산업은 부품·조립·운영 등 각 부문이 개별 기업 단위로 분리돼 있으며, 프로젝트 중심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 이 구조로는 글로벌 기업들이 구축하는 대규모 위성망과 경쟁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국형 위성 컨소시엄” 을 설립해 제조·발사·통신·운영을 하나의 가치사슬로 묶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중복 투자를 줄이고 R&D 자원을 집중할 수 있는 산업 통합펀드를 조성하고, 민간기업 간 공동개발을 유도하는 세제 인센티브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위성통신 사업의 특성상, 주파수 할당·국제조정·데이터 보안 등 복합적 규제 체계가 얽혀 있다. 국가 차원의 명확한 ‘위성통신 기본법’ 제정과 더불어, 국제기구(ITU)와의 협의체를 통해 한국 위성망의 주권적 운용권을 확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 통합의 경제 효과와 인력 과제

한국형 위성 산업이 하나의 ‘통합 생태계’로 발전할 경우, 국내 제조업·부품·IT서비스 산업 전반에 파급력이 크다.

예컨대 한화시스템의 위성 탑재체, KAI의 발사체 구조체, KT의 위성 지상국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결합한다면, ‘국산 위성 통신망’이라는 브랜드 자산을 구축할 수 있다. 이 경우 수출 기회도 커진다.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통신 인프라가 부족한 시장을 대상으로 한 ‘K-LEO 통신망’ 모델은 한국형 수출 산업의 새 축이 될 수 있다.

지난 4월 22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너베럴 우주군기지에서 대한민국 정찰위성 4호기가 실린 스페이스X사의 팰컨-9 발사체가 발사되고 있다. KAI는 위성4호기의 본체를 제작했으며 한화시스템은 정찰위성 4호기에 탑재된 SAR 세서를 개발했다. (사진=한화시스템)

하지만 이러한 산업 생태계의 성장에는 숙련된 인력 확보가 전제된다. 현재 국내 대학·연구기관의 위성공학·통신시스템 전공자는 전체 이공계 인력의 1% 미만이다.

따라서 정부는 우주산업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전문대학원·산학연 협력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연구 장비 및 시험시설을 집적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 ‘우주주권’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다

유럽의 위성 합병은 단순히 산업 통합이 아니다. 그것은 “우주 주권을 민간에 빼앗기지 않겠다는 집단적 선언” 이다.

한국 역시 지금 이 순간, 스타링크의 위성망을 사용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문제를 넘어, “우리의 통신망을 누가 통제할 것인가” 라는 근본적 질문 앞에 서 있다.

정부가 올해 내로 저궤도 위성통신 R&D사업 착수를 예고한 만큼, 향후 5년은 한국이 위성통신 기술 자립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산업 통합, 민간 혁신, 규제 완화, 그리고 인력 양성 — 이 네 가지가 조화를 이루지 않는다면, 한국은 단순한 ‘위성 수입국’으로 남게 될 것이다.

유럽이 지금 “별을 향해 손을 잡은 이유”를, 한국도 곧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때는 늦지 않게, ‘한국형 우주동맹’을 결성해야 한다.

김광우 기자

kimnoba@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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