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온라인 음악 감상 시장의 권력 지형이 빠른 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확고했던 한국 음원 서비스들의 입지가 흔들리면서, 외국 기업이 운영하는 음악 플랫폼들이 예상보다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4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일어난 이러한 변화는 국내 음악 산업 전반에 걸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으며,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시장 판도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1년 당시만 해도 국내 음원 시장의 풍경은 지금과 확연히 달랐다. 멜론은 매월 869만 명이 접속하는 압도적인 선두주자로서 '대한민국 대표 음악 앱'이라는 수식어를 당당히 달고 있었다.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의 음악 서비스는 그 당시 350만에서 400만 명 정도의 이용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됐고, 스웨덴 기업 스포티파이는 겨우 21만 명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외국계 두 플랫폼을 합쳐봐야 전체 시장의 19%에 불과했으며, 멜론을 비롯해 지니, 플로, 바이브, 벅스 등 한국 기업들이 만든 서비스들이 1,87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며 81%라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했다.

그러나 올해 9월 기준으로 상황은 극적으로 달라졌다. 앱 이용 데이터를 분석하는 모바일인덱스의 조사 결과를 보면, 유튜브 음악 서비스는 매월 약 810만 명이 사용하며 1위 자리를 차지했고, 스포티파이는 약 169만 명으로 5위권에 진입하며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멜론은 약 681만 명으로 2위를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2021년과 비교하면 21%나 감소한 수치다. 지니뮤직은 약 304만 명, 플로는 약 202만 명을 기록하며 더욱 급격한 하락 곡선을 그렸다.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외국 플랫폼과 한국 플랫폼 간의 격차가 빠른 속도로 좁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9월 기준으로 외국 플랫폼 전체 이용자는 979만 명으로 전체의 43%를 차지했고, 한국 플랫폼 전체는 1,272만 명으로 57%를 차지했다. 4년 전 81%였던 한국 플랫폼 점유율이 24%포인트나 급락하면서, 조만간 외국 플랫폼이 과반을 넘어설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같은 기간 외국 플랫폼은 350만 명에서 979만 명으로 무려 2.8배 급증한 반면, 한국 플랫폼은 1,870만 명에서 1,272만 명으로 32%나 줄어들었다.

이처럼 극적인 변화가 나타난 시점은 2023년을 기점으로 더욱 가속화됐다. 유튜브의 음악 서비스는 2023년 12월 멜론을 제치고 최초로 1위에 올라섰으며, 스포티파이는 작년 10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내놓은 이후 빠른 속도로 이용자를 늘려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3년 2월부터 유튜브의 '끼워팔기' 문제를 조사하기 시작했지만, 이미 시장은 외국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는 중이었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전략과 '영상 서비스와 함께 묶어 판다'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무기를 앞세운 글로벌 플랫폼 앞에서, 차트 조작 논란과 불투명한 수익 분배 구조 문제로 신뢰를 잃었던 한국 플랫폼들은 속수무책이었다. 한국 음원 스트리밍 시장의 격변 속에서, 한국 플랫폼들이 과연 반격의 기회를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유튜브 음악 서비스가 국내 시장 1위로 등극한 배경에는 2018년 6월부터 시작된 '유튜브 프리미엄' 결합 판매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구글은 광고 없이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서비스인 유튜브 프리미엄에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결합해 월 14,900원에 판매했다. 국내에서 월간 4,5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유튜브를 활용한 이 전략은 소비자들에게 '사실상 공짜로 음악까지 듣는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모바일인덱스 조사에 따르면, 유튜브 음악 서비스의 국내 월 이용자는 2021년 9월 334만 명에서 올해 9월 810만 8,439명으로 2.4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멜론은 869만 명에서 681만 명으로 21% 감소했고, 지니뮤직은 506만 명에서 304만 명으로 40% 줄었다. 플로는 313만 명에서 202만 명으로 35% 하락했으며, 바이브는 88만 명에서 52만 명으로 40% 이상 감소했다.
와이즈앱·리테일의 조사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확인된다. 올해 4월 기준 유튜브 음악 서비스의 월 이용자는 979만 명으로 점유율 42%를 기록했다. 멜론은 601만 명(26%), 스포티파이는 329만 명(14%), 지니뮤직은 260만 명(11%), 플로는 176만 명(8%)이었다. 조사 기관마다 표본과 방법론이 다르지만, 유튜브 음악 서비스의 압도적 1위와 한국 플랫폼의 하락세는 일관되게 나타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3년 2월부터 유튜브의 '끼워팔기'를 조사했고, 올해 7월 구글이 자발적 시정 방안으로 유튜브 음악 서비스를 제외한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요금제(월 8,500원)를 제시하면서 제재를 피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때가 늦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음원 스트리밍 업계 한 관계자는 "유튜브 음악 서비스는 이미 영상, 커뮤니티, 구독이 결합된 완성형 생태계이기 때문에 요금제나 기능을 일부 조정한다고 해서 이용자가 이탈할 구조가 아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유튜브 음악 서비스는 올해 1월 731만 명에서 9월 810만 명으로 9개월 연속 상승하며, 사실상 국내에서 유일하게 꾸준한 성장을 보이는 앱으로 자리 잡았다.
유튜브 음악 서비스의 강점은 정식 음원뿐 아니라 커버곡, 라이브 영상, 팬들이 만든 콘텐츠 등 방대한 사용자 제작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글로벌 추천 알고리즘은 사용자 취향에 맞춘 개인화 큐레이션을 제공하며, 이는 차트 중심의 한국 플랫폼과 차별화되는 경험이다. 유튜브 음악 서비스는 지난 7년간 결합 판매 전략으로 1조 8,000억 원 규모의 국내 디지털 음원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글로벌 1위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는 2021년 한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초기 성적은 부진했다. 국내 음원 확보가 미진했고 높은 유료 요금제(월 11,990원)가 걸림돌이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1년 9월 스포티파이의 월 이용자는 21만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4년 10월 10일 광고 기반 무료 요금제 '스포티파이 프리'를 출시하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올해 9월 기준 169만 명으로 2021년 대비 무려 8배 성장했다. 무료 멤버십 출시 직후 앱 설치가 13배 증가하는 등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한편 와이즈앱·리테일의 조사에서는 더 높은 수치가 나타난다. 2024년 4월 142만 명에서 올해 4월 329만 명, 8월에는 424만 명으로 집계됐다. 조사 방법론 차이로 인한 수치 편차가 있지만, 스포티파이의 급성장세는 명확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스포티파이는 2021년 46만 명, 2022년 69만 명, 2023년 100만 명, 2024년 142만 명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스포티파이의 핵심 전략은 '프리미엄' 모델이다. 무료로 음악을 들으며 서비스에 익숙해진 사용자를 유료로 전환시키는 방식이다. 무료 모델 상품을 구독하면 2~5곡 사이에 30~90초의 광고를 들어야 하지만, 이를 통해 젊은 층의 대규모 유입을 이끌었다. 2024년 10월부터 본격화된 이 전략은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이용자를 급증시키는 성과를 냈다.
스포티파이의 또 다른 무기는 네이버와의 협력이다. 올해 5월 12일 네이버가 스포티파이와 사업 협력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에 스포티파이가 포함될 경우, 1,000만 명이 넘는 네이버 유료 회원이 스포티파이를 경험하게 된다. 넷플릭스가 2024년 11월 네이버 제휴 후 신규 가입자 유입 효과를 본 사례를 고려하면, 스포티파이의 성장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네이버 제휴가 성사될 경우 스포티파이가 멜론을 추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플레이리스트 기반 큐레이션과 글로벌 팬덤을 앞세운 스포티파이는 현재 추세대로라면 내년 상반기 멜론을 넘어설 수 있고, 네이버 제휴 시에는 즉각적인 역전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위기에 몰린 멜론은 케이팝 팬덤을 핵심 자산으로 삼아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2024년 10월 케이팝 팬덤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생플리는 플리마켓'과 'MMA 썸.꾸.대회' 캠페인이 각각 참여 횟수 100만, 17만 회를 기록하며 호응을 얻었다.
멜론의 강점은 여전히 케이팝 중심 콘텐츠와 높은 팬덤 충성도다. 삼성역 케이팝 스퀘어의 대형 스크린을 활용한 '멜론 스포트라이트' 서비스는 아티스트와 신보를 홍보하는 독자적 마케팅 수단이다. 또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24년 8월 글로벌 케이팝 미디어 '원더케이'를 통해 다양한 신인 아티스트들과 100여 개국 글로벌 팬덤을 연결하는 전략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멜론의 약점도 뚜렷하다. 2024년 12월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음원의 90%가 국내 곡이고 해외 음원 비중은 15% 미만에 불과하다. 플레이리스트 공유 기능이 불편하고 트렌드에 뒤쳐진 화면 구성, 높은 요금제가 지적된다.
케이티 계열 지니뮤직은 인공지능 기술을 앞세워 반격에 나섰다. 올해 9월 1일 국내 음악 플랫폼 최초로 대화형 인공지능 음악 서비스 '에이아이 디제이'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이용자가 인공지능과 대화를 통해 상황, 감정, 분위기에 맞는 플레이리스트를 추천받고 바로 감상할 수 있다.
케이티 지니뮤직의 멀티 에이전트는 지니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모든 음악 정보를 통합해 큐레이션을 고도화했으며, 이 과정에서 활용된 '음원 분석·추천 기술'은 현재 특허 출원 중이다. 이는 2018년부터 지속해온 인공지능 큐레이션 전략의 최신 버전이다. 지니뮤직은 2018년 6월 국내 음악 플랫폼 최초로 음악 감상 이력 기반의 인공지능 큐레이션 기술을 도입해 개인 맞춤형 음악 추천 서비스 '포유'를 제공했으며, 2018년 하반기에는 미국 인공지능 음성인식 기술기업 '사운드 하운드'와 기술 제휴를 맺었다.

또 다른 차별화 전략은 고음질 서비스다. 지니뮤직은 2021년부터 5세대 이동통신 초고음질 음원인 플락 서비스를 제공하며, 국내 최다 음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홍보한다. 2021년 12월 기준 케이티, 엘지유플러스와의 제휴상품으로 5세대 초고음질 음원 플락 서비스와 씨제이 이엔엠 영상 서비스를 결합한 상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월 이용자는 2021년 9월 506만 명에서 올해 9월 304만 명으로 40% 감소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과 고음질이라는 차별화 전략에도 불구하고 전체 시장 위축 속에서 이용자 이탈을 막지 못하는 상황이다.
드림어스컴퍼니가 운영하는 플로는 2018년 12월 출시 당시부터 인공지능 추천 기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표방했다. 플로는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되는 '무드 서비스'를 출시해 상하 스와이프로 짧은 영상을 넘기며 플레이리스트를 추천받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했다. 2023년 11월 13일에는 인공지능 언어모델을 기반으로 한 음악 추천 기술 개발을 발표하며 인공지능 기술력을 강화했다.
올해 1월 16일에는 엘지전자가 연내 출시 예정인 신규 '에이아이 홈 허브'에 파트너사로 참여하며 플랫폼 확장을 시도하기도 했다. 엘지전자는 2024년 7월 글로벌 스마트홈 플랫폼 기업 '앳홈'을 인수한 데 이어 플로와 협력해 인공지능 홈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플로의 혁신적 시도는 '차트 폐지'다. 기존 음원 플랫폼들이 차트 순위로 인기곡을 보여주는 것과 달리, 플로는 아티스트 중심의 수익 배분을 구현하고 사용자 취향 기반 추천에 집중했다. 7,500만 곡 이상의 음원 라이브러리를 보유하고 있으며, 1,000만 명 규모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플로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월 이용자는 2021년 9월 313만 명에서 올해 9월 202만 명으로 35% 하락했다. 2022년 87억 원, 2023년 33억 원의 적자를 냈고, 2024년에도 적자를 기록했다.
결국 드림어스컴퍼니는 올해 7월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플로의 매각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모회사인 에스케이스퀘어가 자회사 리밸런싱 작업을 진행하는 가운데 드림어스컴퍼니 매각에 나섰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팬덤 플랫폼을 운영하는 비마이프렌즈가 선정되며 플로의 운명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의 양상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완전히 닮아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는 국내 토종 서비스가 디즈니플러스에는 앞서 있지만, 음악 플랫폼은 유튜브 음악 서비스에 스포티파이까지 가세해 상위 1·2위를 모두 내줄 판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1년 9월 국내 5대 앱(멜론, 지니, 플로, 바이브, 벅스)의 월 이용자 합계는 1,870만 명에 달했지만, 올해 9월에는 1,272만 명으로 줄었다. 595만 명, 32%가 감소한 것이다. 같은 기간 외국 플랫폼(유튜브 음악 서비스+스포티파이)은 350만 명에서 979만 명으로 2.8배 급증했다.
업계 전문가는 "멜론은 케이팝 데이터와 충성도 높은 팬덤을 자산으로 갖고 있지만, 2020년 전후 불거진 차트 조작 논란으로 신뢰를 잃었고, 불투명한 정산 구조, 규제 리스크에 시달리며 왕좌를 내줬다"며 "플랫폼산업의 특성상 한 번 주도권을 잃으면 이를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토종 사업자는 가격이 아닌 콘텐츠·경험·생태계 전환을 통해 반전을 모색해야 하는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한국 음원 스트리밍 시장의 미래는 글로벌 플랫폼의 독주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2026년 내 외국 플랫폼 점유율이 한국 플랫폼을 넘어서는 역전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플랫폼들이 인공지능 기술과 케이팝 자산을 활용해 반전의 계기 마련을 위해 노력 중이지만, 판도를 뒤집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