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리차드 주 아크 아카데미 대표, “12년을 공부해도 영어 못하는 한국 교육 문제, AI 시대에는 달라져야"

영어 유창성·AI 리터러시·프로젝트 결과물을 하나로 묶은 K-12 학습 플랫폼
레드망고·KPOP UNITED로 쌓은 글로벌 확장 경험, 교육 스타트업 창업으로 이어져
앤틀러 코리아 프리시드 투자 유치…미국·아시아태평양 시장 검증 본격화
리차드 주 대표는 레드망고의 미국 진출, KPOP UNITED를 통한 K팝 해외 공연 수요 검증, 2011년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Billboard K-Pop Masters 참여 등 다양한 커리어를 쌓아 왔다. 그런 그가 ‘AI 네이티브 시대를 위한 초·중·고교 단계(K-12) 학습 플랫폼’을 선보였다. (사진=테크42)

한국 영어 교육 시장의 역설은 오랫동안 반복돼 왔다. 이르면 유치원, 정식 교육 과정으로는 초등학교부터 중학교와 고등학교까지 12년을 막대한 비용을 들여 영어를 가르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제 상황에서 영어를 구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공교육과 더불어 엄청난 규모의 사교육 시장이 존재하는 한국이지만, 양쪽 모두 시험 지문을 읽고 정답을 고르는 능력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교육 방식은 낯선 환경에서 말하고 설득하고 함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이 간극은 더 커지고 있다. 번역, 요약, 초안 작성, 질의응답을 AI가 대신하는 환경에서는 단순한 문법 지식이나 정답 탐색 능력보다 ‘좋은 질문을 던지는 능력’, ‘AI의 결과물을 검증하는 능력’, ‘다른 문화권의 또래와 협업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치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영어 공부를 하지만, 실전에서는 쓰지 못하는 한국 영어 교육의 문제는 오래됐다. 리차드 주 대표는 주요 국과 비교해 사교육 비용은 월등히 높지만 영어능력지수는 떨어지는 상황을 지적하며 아크 아카데미 창업 이유를 설명했다. (이미지=아크 아카데미)

아크 아카데미(Ark Academy)는 이 지점을 정면으로 겨냥한 에듀테크 스타트업이다. ‘AI 네이티브 시대를 위한 초·중·고교 단계(K-12) 학습 플랫폼’을 표방하는 아크 아카데미의 핵심 차별점은 세 가지다. 첫째, 학생이 영어로 사고하고 말하는 유창성을 확보한다. 둘째, 영어를 매개로 AI를 도구처럼 활용하는 법을 배운다. 셋째,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연구 발표, 프레젠테이션, 제품 아이디어, 협업 프로젝트 같은 실제 결과물을 만든다. 이들이 내세우는 방향은 ‘영어를 더 잘 외우는 교육’이 아니라 ‘영어와 AI를 활용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교육’이다.

아크 아카데미의 구조는 온라인 프로젝트 기반 학습(Project-Based Learning, PBL) 그룹 수업, AI 연습 도구와 게임화 포털, AI 학습관리시스템(Learning Management System, LMS)으로 구성된다. 학생은 소규모 온라인 그룹 수업에서 교사와 또래를 만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수업 사이에는 AI 포털을 통해 발화 연습과 피드백을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발화 시간, 정확도, 참여 신호, 프로젝트 진행도 등은 교사와 학부모에게 다시 전달된다. 학습 데이터는 단순한 리포트가 아니라 다음 수업의 설계와 개인화된 학습 경로를 조정하는 근거가 된다.

최근 앤틀러 코리아로부터 프리시드 투자를 유치한 성과를 바탕으로 아크 아카데미는 한국 개인 고객 대상 비즈니스(B2C) 시장 심화, 미국 시장 진출, 학교·기관 대상 비즈니스(B2B) 확장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테크42는 리차드 주 아크 아카데미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 문화 세계에 소개한 경험으로 글로벌 인재로 키우는 사업 나서

리차드 주 대표의 이력은 아크 아카데미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다. 사실 주 대표는 교육 분야에서 출발한 창업자가 아니다. 그보다는 한국의 브랜드, 문화,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글로벌 시장으로 연결하는 작업을 진행했고, 놀라운 성과를 기록했다.

레드망고의 미국 진출, KPOP UNITED를 통한 K팝 해외 공연 수요 검증, 2011년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Billboard K-Pop Masters 참여 등이 대표적이다. 식품,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분야는 달랐지만 그 안에는 공통된 축이 있다. 주 대표는 “모두 한국에서 시작된 콘텐츠와 제품을 해외 시장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번역하고, 수요를 검증하고, 신뢰 가능한 유통 구조를 만드는 일이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저의 커리어는 늘 한국과 세계를 잇는 일이었습니다. 첫 번째는 레드망고였죠. 한국의 프로즌 요거트 브랜드를 미국에 들여와 실리콘밸리, 스탠퍼드 커뮤니티와 구글플렉스에서 샘플링과 아웃리치를 진행했어요. 한국의 콘셉트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혁신 커뮤니티에 들여보낸 초기 사례 중 하나였습니다.”

아크 아카데미는 단순한 영어 교육을 넘어 AI와 연계한 영어 교육 방식을 제안한다. (이미지=아크 아카데미)

한국 엔터테인먼트를 글로벌에 소개한 KPOP UNITED 경험은 이후 아크 아카데미의 사업 감각에도 영향을 미쳤다. 주 대표는 KPOP UNITED를 통해 팬 수요를 먼저 확인하고, 공연 제작 리스크를 줄이는 모델을 시도했다. 지금 아크 아카데미가 학부모 지불 의사와 재등록 데이터를 중요하게 보는 배경에도 이 같은 ‘수요 검증’의 경험이 깔려 있다.

“KPOP UNITED는 또 다른 형태의 다리 놓기였어요. K팝에는 전 세계에 열정적인 팬들이 있었지만, 대규모 해외 공연은 리스크가 큰 상황이었죠. 프로모터들은 현지 수요를 확신하지 못한 채 큰 금액을 선투자해야 했습니다. KPOP UNITED는 그 수요를 검증하고, 공연 제작 리스크를 줄이며, 한국 아티스트들이 해외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일을 했습니다.”

그런 그가 교육으로 방향을 튼 결정적 계기는 AI였다. 2022년 벤처캐피털 액셀러레이터에서 여러 스타트업 제품을 접하면서, AI가 일과 창작뿐 아니라 학습의 구조까지 바꿀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한다. 이때 오랜 친구이자 공동창업자인 유제왕 최고교육책임자, 커리큘럼·교육 연구 전문가인 제시 하 최고연구책임자가 합류하면서 아크 아카데미의 방향이 구체화됐다.

“벤처캐피털 액셀러레이터에서 여러 스타트업 제품을 함께 만들면서, AI가 사람들이 일하고, 만들고, 배우는 방식을 얼마나 빠르게 바꿀지가 보이더군요. 창업자로서는 시장의 변화를 봤고, 두 아이의 아빠로서는 그 변화가 개인적으로 다급하게 느껴졌어요. 아크 아카데미는 그 모든 경험이 만나는 지점에서 출발했죠.”

아크 아카데미가 제시하는 교육 프로그램. (이미지=아크 아카데미)

리차드 주 대표는 과거 사업과 아크 아카데미 사이의 연결고리를 ‘유통’, ‘신뢰’, ‘문화적 번역’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했다. 레드망고의 성장은 제품 자체만이 아니라 어떤 커뮤니티에 들어가느냐에 달려 있었고, KPOP UNITED의 본질은 공연 그 자체보다 시장별 수요를 검증하는 능력에 있었다. 교육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커리큘럼과 AI 도구가 아무리 좋아도, 한국 학부모가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달되지 않으면 사업이 되기 어렵다.

“레드망고의 성장은 단순히 요거트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떤 커뮤니티에 들어가느냐에 달려 있었어요. KPOP UNITED의 실질적인 제품은 콘서트 자체가 아니라, 시장별 수요를 검증하는 능력이었고요. 산업은 달랐지만, 사업의 근육은 같다고 생각해요. 한국적인 무언가를 글로벌 맥락 속으로 가져가는 일, 그리고 받아들이는 쪽이 그 가치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죠.”

그러면서도 주 대표는 아크 아카데미가 서구 에듀테크 제품을 한국어로 번역한 서비스가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한국의 사교육 현실, 학부모의 기대, 학생의 영어 학습 경험, 글로벌 역량에 대한 불안을 동시에 이해한 상태에서 출발한 K-12 플랫폼이라는 설명이다. 이 점에서 아크 아카데미는 ‘한국형 제품이기 때문에 글로벌로 확장하기 어렵다’는 통념과 반대로 움직인다. 한국 시장에서 높은 기준을 통과한 교육 모델이라면, 오히려 교육열이 높고 미래 역량에 대한 수요가 있는 다른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글로벌 확장은 문화적 번역으로 이루어지지, 문화적 소거로 이루어지지 않아요. 레드망고가 통한 것은 한국적인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접근성을 높였기 때문이죠. K팝의 글로벌화도 정체성을 평탄화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강하게 가져갔기 때문에 가능했고요. 아크 아카데미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AI는 인프라… 영어 유창성에서 AI 프로젝트까지 이어지는 학습 루프

아크 아카데미의 핵심은 영어 교육과 AI 교육을 따로 보지 않는 데 있다. 기존 영어학원은 교사 중심 수업을 대규모로 제공하지만, 학생 개개인의 발화 시간이 제한적이다. 반대로 AI 튜터 앱은 연습량을 늘릴 수 있지만, 아이를 화면 앞에 홀로 남겨두는 문제가 있다. 리차드 주 대표는 두 모델 모두 불완전하다고 봤다. 주 대표는 “교사가 사회적·동기적·교육학적 루프를 맡고, AI가 연습·피드백·개인화 루프를 담당하는 분업 구조를 택했다”며 말을 이어갔다.

“아크 아카데미의 본질적인 차별점은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어요. 저희는 AI를 ‘교사’가 아니라 ‘인프라’로 다룹니다. 사람 선생님은 사회적, 동기적, 교수법적 루프를 책임지죠. AI는 그 아래에서 연습, 피드백, 개인화의 루프를 돌립니다.”

이 구조는 아크 아카데미가 말하는 3단계 학습 모델로 구현된다. 첫 단계는 영어 유창성 확보다. 학생은 영어로 사고하고 말하고 협업하는 언어 능력을 기른다. 두 번째 단계는 영어로 AI를 활용하는 능력이다. 프롬프트를 설계하고, AI 결과물을 평가하고, 오류를 식별하고, 결과물을 반복적으로 개선하는 과정이다. 세 번째 단계는 프로젝트 결과물 제작이다. 학생은 앞선 두 단계를 바탕으로 연구 발표, 프레젠테이션, 제품 아이디어, 협업 콘텐츠 등을 만든다. 학습의 종착점을 시험 점수가 아니라 ‘역량의 증거’로 전환하는 셈이다.

“3단계 구조를 만든 이유는, 앞으로의 교육이 ‘지식을 소비하는 일’이 아니라 ‘지식을 활용해서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기존 영어 교육 대부분은 1단계에서 멈춥니다. 저희는 그 단계를 출발점으로 봐요. 마지막 단계에서 학습은 ‘역량의 증거’로 전환됩니다.”

학생 입장에서 이 모델은 하나의 주간 학습 루프로 작동한다. 소규모 온라인 그룹 수업에서는 교사와 또래가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수업 사이에는 AI 연습 도구와 게임화 포털을 통해 발화, 어휘, 프롬프트, 콘텐츠 생성 연습을 반복한다. 이 모든 과정은 AI 학습관리시스템으로 연결된다. 교사는 다음 수업에서 어떤 학생이 어디에서 막혔는지 파악하고, 학부모는 자녀의 진척 상황을 확인하며, 학생은 개인화된 다음 학습 과제를 받는다.

아크 아카데미는 온라인 PBL 그룹 수업과 AI를 활용한 연습 도구, 관리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교육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이미지=아크 아카데미)

“학생 한 명의 일주일을 따라가 보면, 이 세 가지 요소가 어떻게 하나의 학습 경험으로 이어지는지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또래·선생님과의 실시간 수업이 있고, 한 주 동안 수업 프로젝트와 연결된 AI 연습이 이어지죠. 그 데이터가 선생님과 학부모님에게 가시화되고요. 다음 수업은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정확하게 설계됩니다.”

개인화의 범위도 명확하다. 아크 아카데미의 AI는 학생의 레벨, 속도, 관심사, 학습 스타일, 연습 강도, 실시간 발화 피드백을 개인화한다. 예컨대 같은 문법 개념을 어떤 학생에게는 축구 맥락으로, 다른 학생에게는 K팝이나 로봇공학 맥락으로 연결할 수 있다. 그러면서 주 대표는 “‘학습 관계’만큼은 사람이 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이가 왜 어려워하는지, 언제 격려가 필요한지, 조용한 학생이 수업에서 소외되고 있는지, 프로젝트가 학생에게 자랑스러운 결과물인지 판단하는 일은 AI가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지점은 아크 아카데미가 AI를 활용하면서도 교육의 인간적 요소를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다. AI는 반복 연습과 즉각 피드백에서 강점을 갖지만, 아이의 자신감, 동기, 또래 관계, 교실 문화는 데이터만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리차드 주 대표가 말하는 ‘사람 중심, AI 보조’는 단순한 마케팅 문구가 아니라 제품 설계의 원칙이다.

아크 아카데미가 측정하는 학습 성과도 단순 사용량에 머물지 않는다. 회사는 학습 효과를 세 층위로 나눠 본다. 첫째는 발화 시간, 포털 사용률, 과제 완료율, 출석률 같은 참여·과정 지표다. 둘째는 영어 유창성, AI 리터러시, 프로젝트 결과물의 질 같은 학습 결과 지표다. 셋째는 유지율, 재등록 행동, 학부모 만족도 같은 후행 지표다.

주 대표는 “아직 외부 벤치마크 대비 무작위 대조 실험(RCT)을 진행한 단계는 아니”라며 “내부 측정 프레임워크와 루브릭은 학습 과학 기반으로 설계하고 있다”고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앤틀러가 본 것은 ‘스토리’가 아니라 ‘단위 경제’… 미국 검증이 다음 승부처

아크 아카데미가 시장의 관심을 받은 계기 중 하나는 앤틀러 코리아의 프리시드 투자다. 아크 아카데미는 앤틀러 코리아의 패스트 트랙(Fast-Track Investment Program)을 통해 약 16만 달러, 한화 약 2억2000만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통상적인 검증 절차를 거친 사례가 아니라, 초기 매출과 견인력을 바탕으로 곧바로 투자 검토로 이어진 사례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리차드 주 대표는 투자 과정에서 높게 평가받은 요소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창업자-시장 적합성(Founder-Market Fit)이다. 한국 K-12 교육은 한국 가정의 현실과 글로벌 교육 기준을 동시에 이해해야 하는 시장이다. 미국에서 교육받고 서울을 거점으로 활동하며, 한국적 콘셉트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해온 그의 경력은 이 시장에서 강점으로 작용했다. 둘째는 스토리가 아니라 단위 경제(Unit Economics)다. 셋째는 AI 교육에 대한 방어 가능한 관점이다. 주 대표는 “기존 에듀테크에 AI 기능을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AI가 교육의 목적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관점이 설득력 있게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많은 에듀테크 피칭은 보통 미션으로 시작해 TAM(총 시장 규모)으로 끝납니다. 반면 저희는 지표로 시작했어요. ARR(연간반복매출), 유지율, ARPU(이용자 1인당 평균 매출), LTV(고객 생애가치)를 보여드렸고, 이 사업이 단위 단계에서 자기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드렸습니다. 특히 한국의 학부모님들이 매달 저희에게 결제하고, 계속 재등록하고 계신다는 사실은 초기 투자자에게 어떤 피칭보다도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됐다고 봐요.”

실제 아크 아카데미가 강조하는 지표는 ‘학부모가 반복 결제하는가’에 집중돼 있다. K-12 교육에서 고객은 학부모, 사용자는 학생, 운영자는 교사다. 이 셋의 이해관계가 맞물려야 서비스가 유지된다. 단순히 학생이 앱에 오래 머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학부모가 자녀의 변화를 확인하고, 학생이 수업 관계망 안에서 동기를 유지하며, 교사가 다음 수업을 더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어야 재등록으로 이어진다. 주 대표는 “학부모는 ‘아이가 외울 수 있는 시험 점수’가 아니라, ‘아이가 직접 보여줄 수 있는 결과’를 보기 때문”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저희 모델은 기존 영어학원이 보여주기 어려운 방식으로 학습 진척도를 가시화합니다. 학부모님은 자녀의 실제 발화 시간이 주 단위로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 자녀가 만들고 있는 프로젝트도 직접 볼 수 있죠.”

그러면서 주 대표는 학부모가 가장 크게 반응하는 가치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자신감이다. 영어 앞에서 멈칫하던 아이가 말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순간, 학부모는 변화를 체감한다. 둘째는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다. 아이가 직접 만든 프로젝트는 가족에게 공유할 수 있는 학습의 증거가 된다. 셋째는 미래 준비도다. 영어와 함께 AI 리터러시를 익히는 모습은 학부모에게 5년, 10년 뒤 필요한 역량을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리차드 주 대표(오른쪽)과 창업 멤버인 소피아. 소피아는 AI 교육 전문가로써 아크 아카데미에서 AI 기술의 교육적 접목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테크42)

아크 아카데미의 향후 성장축은 단기적으로 B2C에 놓여 있다. 아크 아카데미는 앞으로 12~24개월 동안 한국 학부모 대상 B2C 모델을 더 깊게 검증하고, 코호트 데이터를 축적하며, 다양한 학생 프로파일에서 ‘사람 중심+AI 보조’ 모델이 작동하는지 입증하겠다는 계획이다. 학교나 기관 대상 B2B 확장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이는 B2C 신뢰성이 충분히 쌓인 뒤에야 의미가 있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확장의 첫 시험대는 미국이다. 아크 아카데미는 앤틀러의 글로벌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주 대표는 “미국을 가장 까다롭고 경쟁적인 K-12 교육 시장으로 보고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한국에서 검증한 모델이 미국 가정에서도 작동한다면, 이후 아시아태평양(APAC) 시장 확장은 ‘논리 검증’보다 ‘현지화’의 문제가 된다고 보고 있어요. 아크 아카데미는 미국 첫 코호트에서 한국 기준과 비교 가능한 참여도, 학습 결과, 유지율을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첫 번째로 증명해야 할 이정표는 명확합니다. 한국에서 검증된 모델이 미국 가정에서도 작동해야 합니다. 이 증명이 쌓이는 순간, 글로벌 스토리는 ‘비전’이 아니라 ‘실적’이 됩니다.”

주 대표가 아크 아카데미를 통해 만들고자 하는 가치는 결국 ‘영어를 잘하는 학생’을 길러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인터뷰 말미, 주 대표는 “다음 세대가 영어 유창성과 야망 사이에서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AI가 언어 장벽의 일부를 낮춘 시대에도 영어는 여전히 글로벌 지식, 도구, 협업 네트워크에 접근하는 핵심 통로다. 다만 그 의미는 달라졌다. 정답을 맞히기 위한 과목이 아니라, AI와 함께 사고하고, 세계의 또래와 협업하고, 자기 결과물을 완성하기 위한 실행 언어가 되고 있다는 것이 주 대표의 생각이다.

“저희 세대는 ‘영어가 관문이다’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다음 세대에게는 관문이 필요 없습니다. AI가 그 문을 이미 무너뜨렸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명료하게 사고하고, 문화를 넘어 소통하고, AI의 결과물을 평가하고,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과 협업하고, 만들 가치가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능력입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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