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고 하지만, 한편으로 국내 아동 돌봄 시장은 예외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의 보육 지원 확대와 맞벌이 가구 증가가 결합되면서 돌봄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민간 플랫폼 기업들도 빠르게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돌봄 서비스에 대한 부모들의 만족도는 여전히 낮다.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 중 상당수가 전문성이 결여되거나 부모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적잖은 플랫폼들이 대학생이나 일반인을 중심으로 인력풀을 운영하면서 전문성의 부족, 서비스 품질의 불균형, 실시간 소통 체계의 부재라는 구조적 한계를 노출해왔다. 이는 단순히 불편함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를 맡긴 부모가 느끼는 안전과 신뢰의 결핍을 보여준다.

이 같은 문제를 정면으로 파고든 스타트업이 케어러스다. 케어러스가 내세운 서비스는 간호사, 작업치료사, 아동 발달 전문가 등 의료 전문 인력이 직접 가정을 방문해 돌봄을 제공한다. 단순히 아이를 봐주는 것을 넘어, 연령대에 맞는 발달 상태를 체크하고 갑자기 아프거나 의료적 지식이 필요한 순간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 아동 발달 전문가의 경우 맞춤 놀이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을 촉진한다.

부모는 케어 매니저가 착용한 바디캠으로 돌봄 상황을 실시간 공유 받을 수 있다. 이는 돌봄 인력 간의 편차를 줄이고, 서비스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적 차별점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케어러스의 서비스는 크게 의료 전문 인력 중심의 디어맘케어(dear mom care), 작업 치료사와 아동 발달 전문가 중심의 디어맘 플레이(dear mom play)로 나뉜다.
“안심된다”, “아이의 성장 발달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부모들의 피드백은 이 서비스가 단순한 돌봄을 넘어 시장의 불안을 해결하며 완벽한 시장적합도(PMF)를 찾은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에 테크42는 케어러스의 박나현 대표를 만나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 대표는 “돌봄은 안전과 신뢰가 핵심”이라며 “케어러스는 단순 매칭이 아니라 품질을 보장하는 프리미엄 서비스로, 부모의 신뢰가 곧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돌봄 시장의 문제와 케어러스의 차별화 전략

아이 돌봄 서비스는 본래 부모의 불안을 해소해야 하지만, 오히려 새로운 불안을 낳는 경우가 많았다. 부모가 가장 많이 호소하는 문제는 서비스의 불균형과 신뢰 부족이었다. 케어러스 박나현 대표는 돌봄 서비스의 만족도 문제를 지적하며 말문을 열었다.
“현재 아이 돌봄 서비스의 만족도가 음식점보다 낮다는 말이 있어요. 가장 큰 이유는 서비스 품질의 불균형과 신뢰의 부재죠. 부모는 아이를 맡기는 순간, 단순한 돌봄이 아니라 안전과 발달까지 보장되는 서비스를 원해요. 하지만 기존 시장은 인력의 전문성 검증, 서비스 표준화, 실시간 피드백 체계가 부족해요. 케어러스는 이 부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했습니다.”
실제 시장의 허점은 정부가 제공하는 긴급 돌봄 서비스에서도 존재한다. 앤틀러 코리아 제너레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케어러스 창업을 시작한 박 대표는 초기 아이돌봄 시장의 문제를 정의하고 가설을 설정한 후 실제 정부 긴급 돌봄을 이용하며 현황을 파악했다. 가장 큰 문제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없이 단순히 이름과 전화번호만 전달된다는 점이었다.
“아무래도 불안해 사진 보내달라고 요청하니 본인 사진이 없다고 하시더군요. 겨우 마지못해 누가 찍어준, 작게 나온 옆모습 사진을 보내주는데 결국 너무 불안해 아이를 만날 때 영상 통화를 해 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그게 좀 부담스럽다고 하시더군요. 정 그러면 전화라도 한 번 해달라고 했죠. 다행히 별 문제 없이 넘어갔지만, 그날은 하루 종일 아무 일도 집중이 안될 정도로 너무 불안했어요. 현재의 돌봄 서비스의 허술한 부분이 절실하게 느껴지더군요”
박 대표는 이러한 돌봄 시장에서 고객들의 요구가 다양화되고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했다. 우선은 소비자 니즈의 변화다. 이제 부모들은 단순 돌봄을 넘어 아이의 안전을 책임지고 돌발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전문성을 요구한다. 기술적으로는 이미 AI, 실시간 스트리밍, 데이터 기반 피드백 같은 기술이 돌봄 영역에도 본격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박 대표는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케어러스가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최근 저희 고객 사례로 4일 케어만에 채 5분도 앉아있지 못하던 아이가 15분까지 앉아 있을 수 있게 된 경우가 있어요. 앉는 시간이 증가하게 되면 양손 조작이 가능해져 더 많은 감각 자극을 받을 수 있게 되거든요. 이는 단순 돌봄이 아닌 의학적·발달학적근거에기반한프로그램 덕분이죠. 케어러스는 단순히 아이를 ‘봐주는’ 서비스가 아니라, 아이의 발달을 체계적으로 끌어올리는 서비스라는 점이 차별점이에요.”
이처럼 케어러스가 내세운 차별화의 핵심은 ‘전문 의료 인력’이다. 기존 플랫폼이 관련 학과 대학생이나 일반인을 주된 인력으로 활용한 것과 달리, 케어러스는 간호사·작업치료사·발달 전문가만을 엄격히 선발한다. 실제 합격률은 25% 미만으로, 전문성과 책임감을 검증하는 절차를 거치고 있다.
“현재 케어 매니저님들의 합격률은 25% 이하예요. 아이를 위한서비스이기에작은리스크도허용하지않기때문이죠. 전문성(자격증, 병원·교육 경력), 인성(태도, 책임감), 서비스마인드(시간 약속, 소통) 등을 모두 평가하고 있어요.”
이들은 응급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으며, 의료 지식과 발달 이론을 기반으로 아이 돌봄을 제공한다. 박 대표는 이를 ‘발달 중심 케어’라며 그 방법론을 설명했다.

“케어러스의 발달 중심 케어는 감각통합이론을 기반으로 설계됐어요. 감각통합이론은 아동이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시각, 청각, 촉각, 전정감각(균형), 고유수용감각(몸의 위치와 움직임) 등 다양한 감각 자극을 효과적으로 조직하고 통합하는 과정이 원활해야 학습과 정서, 사회성 발달이 균형 있게 이뤄진다는 개념이죠. 아이는 여러 감각을 조화롭게 경험하고 조절할 수 있어야 집중력, 자기조절,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이 발달하거든요.”
이를 바탕으로 케어러스는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놀이 전문가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했다. 프로그램은 몬테소리 교구, 음악 활동, 다양한 발달 교구들을 종합적으로 적용해 설계됐고, 특히 매 주차 동화책을 1권씩 포함하고 있다.
기술적 차별화도 두드러진다. 케어 매니저가 착용하는 바디캠은 부모에게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제공되며, AI가 영상을 분석해 아이의 말하기, 놀이 참여, 집중도 등을 태깅한다. 이는 단순 기록을 넘어 발달 리포트로 이어져 부모가 아이의 성장 과정을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게 한다. 박 대표는 “부모들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리적 안정을 얻는다”며 “후기나 말이 아닌 데이터와 영상 기반 검증이 신뢰를 높였다”고 강조했다.
결국 케어러스의 전략은 단순한 매칭 플랫폼을 넘어서, 서비스 품질까지 보장하는 프리미엄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돌봄은 안전과 신뢰가 핵심”이라는 박 대표의 원칙과 맞닿아 있다.
신뢰도는 해결, 이제는 고도화 단계
케어러스의 차별화 전략은 빠르게 시장 성과로 이어졌다. 지난 3월 정식 론칭 후 불과 5개월 만에 월매출 1000만원을 돌파했고, 공헌이익률은 50%에 달했다. 최근 몇 달간 재이용률은 100%에 달한다. 단기간 내 이처럼 높은 고객 반응을 확보한 배경에는 신뢰 기반의 프리미엄 전략이 있었다.
특히 ‘디어맘플레이’는 폭발적 반응을 이끌었다. 작업치료사가 직접 가정을 방문해 오감 놀이와 발달 수업을 진행하는 이 서비스는 출시 두 달 만에 대기자 200명을 기록했다. 부모들이 가장 만족한 요소는 ▲간호사·작업치료사 등 전문 인력 ▲바디캠과 케어노트를 통한 실시간 피드백, ▲아이 성장 단계에 맞춘 맞춤 발달 케어였다.
케어 매니저가 작성하는 ‘케어노트’는 아이가 하루 동안 어떤 놀이를 했는지, 그 활동이 발달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상세히 기록한다. 박 대표는 “깍꿍 놀이는 단순한 놀이 같지만, 대상 영속성을 배우는 중요한 발달 과정”이라며 “케어노트를 통해 이런 의미를 부모가 알 수 있도록 설명한다”고 말했다. 부모들은 케어노트를 받지 못한 날에는 직접 연락을 해올 정도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박 대표는 “이 과정을 AI를 활용, 자동화 할 계획”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최근 저희가 중소벤처기업부 팁스(TIPS)에 선정됐어요. 영상을 분석하고 텍스트로 리포트를 자동 작성해주는 시스템을 연구 개발하는 과제죠. 현재는 케어노트 작성기를 적용하고 있어요. 케어 매니저님들의 피드백을 듣고 개별 아이 별로 어떤 놀이를 좋아하고 어떤 발달 상태를 보이는지를 학습하고 있는 중이죠. 이게 케어노트로 작성이 되는 자동화는 현재도 적용돼 있지만, 팁스 과제를 통해 좀 더 고도화시키는 중이에요. 아이 케어 영상 중 중요한 식사, 수면, 놀이, 교육 등을 카테고리로 정해 그에 필요한 영상만을 수집하는 기술이죠.”
인간 중심의 ‘LIFE CARE’를 향한 로드맵

케어러스의 출발점은 박나현 대표 개인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녀는 첫 아이가 모세기관지염으로 한 달간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직장과 양육을 병행할 수 없다는 현실에 부딪혔다.
“5개월 동안 두 번이나 걸려 2주씩 4주를 입원하게 되니 그때마다 연차를 쓰게 됐고, 결국 남편 연차도 모두 소진돼 양가 부모님과 친척, 심지어 친구들까지 연차를 써서 도와줬지만 여전히 공백이 있었어요. 일반 간병인은 어른 간병 밖에 경험이 없고, 결국 제가 병원에서 밤새 돌보다가 출근하곤 했어요.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일에 집중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니 상사에게 말씀을 드려야 하는데 그게 너무 고통스러운 거죠. 그 분도 여성이었지만, 결국에는 ‘내가 이러려고 애 엄마를 뽑았냐’는 메시지를 보내시더군요. 그 메시지를 보고 화장실에서 엄청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업무에도 집중 할 수 없고, 아이에게도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박 대표는 결국 퇴사 후 사업을 선택했다. 케어러스 이전 그녀에게는 이미 몇 번의 창업 경험이 있다. 첫 창업은 주얼리 사업이었다. 나름 성공적이었고, 지점도 냈지만 다시 새로운 창업을 시도했다. 단순한 사업이 아닌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꿈 때문이었다.
이후 박 대표가 선택한 아이템은 블록체인 기반의 NFT(대체불가토큰) 개발이었다. 남편과 블록체인학회의 개발 교육까지 이수하며 프로그램을 만들고 NFT를 기획·생성할 수 있는 ‘NFT 스튜디오’를 개발해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B2B(기업 대상 비즈니스) 서비스로 선보이기도 했고, 이후에는 B2C(개별 고객 대상 비즈니스) 앱 개발까지 진행했다. 앤틀러 코리아 제너레이터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은 바로 이 앱 개발과 고도화를 위한 투자 유치를 위해서였다고.
“앤틀러 코리아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모든 것을 원점에서 시작했어요. 그 와중에 제가 경험한 돌봄 관련 페인포인트를 시작으로 사업화가 진행되게 된 거죠. 이번 창업은 확실히 다르다는 느낌이 왔어요. 저희 문제의식을 투자자에게 검증받고 싶었고, 결국 초기자금과네트워크를 확보했죠. 단순 액셀러레이팅이 아니라 실제창업팀형성과시장진입까지 연결됐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였어요.”
향후 케어러스의 전략은 공급 확충과 시장 확장이다. 현재는 서울 일부 지역에서만 운영되지만, 매달 한 구 단위로 50명의 치료사 풀을 늘려가며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기업 복지형 돌봄, 지자체 바우처 연계 등 B2B·B2G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인터뷰 말미, 박 대표는 “저희는 단순히 아이를 ‘봐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발달을 체계적으로 끌어올리는 서비스”라며 “이 길이 쉽지는 않지만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장기적인 서비스 확장 전략을 언급하기도 했다.
“케어러스의 핵심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LIFE CARE’예요. ‘요람에서 무덤까지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케어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장기적으로는 휴머노이드를 적용한 서비스까지 보고 있죠. 저희가 축적하고 있는 데이터를 활용해 저희만의 OS를 탑재한 휴머노이드가 나올 수 있다고 믿고 있고 거기까지 가기 위한 연구 개발과 액션 플랜을 계속 진행할 생각이에요. 서비스 영역도 아동 돌봄에서 시작해 재택 간호, 시니어 케어로 확장할 계획이고요. 핵심은 ‘인간 중심의 신뢰 기반 케어’예요. 아이에서 시작했지만, 결국은 사람의 전 생애 케어를 아우르는 서비스로 확장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