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정호 하이로컬 대표 “각국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와의 소통, 하이워커 하나면 만사형통입니다”

200만 이용자 경험 담은 영어 회화 플랫폼 ‘AI 튜터’ 노하우를 ‘산업 현장’으로 옮긴 피보팅
휴대폰 QR 촬영 한 번으로 산업 현장의 다국적 인력과 동시 소통… 새로운 UX로 현장 혁신
한국어 포함 40개 언어 양방향 소통… 건설 현장, 조선소, 농업 현장으로 확장 중
윤정호 하이로컬 대표. 2016년 오프라인 언어교환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언어 간 소통을 고민해 온 윤 대표의 여정은 AI 튜터를 넘어 이제 하이워커를 통해 이어지고있다. (사진=테크42)

건설·조선·중공업 현장의 아침은 대개 TBM(Tool Box Meeting)으로 시작한다. 작업 시작 전 현장 노동자들이 모여 당일 작업의 안전계획, 위험요인, 안전수칙 등을 공유하고 확인하는, 일종의 회의 시간이다. 그날의 공정과 위험요소, 보호구 착용 같은 핵심 지시가 짧은 시간에 오간다. 문제는 작업자 구성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이다.

이제 산업 현장은 현장 작업 기피 현상과 인력 부족 등의 문제를 외국인 노동자가 대체하며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과 함께 일하는 방식이 일반화됐다. 문제는 중국을 비롯해 다양한 동남아 국가에서 온 노동자들의 언어가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언어의 문제는 TBM과 같이 안전을 비롯한 중요한 이슈가 전파되는 시간에 ‘전달됐다고 믿는 말’과 ‘실제로 이해된 말’ 사이 불일치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요인이 된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공사 일정 지연, 더 심하게는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각국에서 온 노동자의 소통을 실시간으로 가능하게 하는 통번역 시스템이 있다면 어떨까?’

하이로컬의 이러한 문제 의식은 산업 현장의 혁신을 만들어 내는 AI 기반 산업안전 교육·통번역 솔루션 ‘하이워커’ 개발로 이어졌다.

하이워커는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현장에 이미 존재하는 기기만으로 다국어 동시 소통을 돕는 방식에 초점을 맞췄다. 최근에는 TBM이나 안전교육처럼 ‘한 명이 말하고 여러 명이 듣는’ 상황을 겨냥해, QR 코드로 참여하고 각자의 폰 화면에 실시간 번역 자막을 띄우는 ‘발표 모드’를 새롭게 출시했다.

윤정호 하이로컬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 해결될 것”이라는 초기 가설이 현장에서 무너진 뒤, 하이워커의 기능을 통번역 중심으로 다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현장의 니즈를 반영해 솔루션을 더욱 뾰족하게 다듬은 결과, 이제 하이로컬의 ‘하이워커’는 기업과 기관 등 산업 각계의 주목을 받으며 올해 본격적인 확장 로드맵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에 테크42는 윤정호 하이로컬 대표를 만나 하이워커가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하고 시장적합도(PMF)를 맞춰갔는지에 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언어 교환에서 AI 튜터로 이어진 가치는 불변… 현장의 안전을 높이는 솔루션으로 거듭나

현장에서 하이워커 솔루션으로 당일 이슈를 확인하고 있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들. (사진=하이워커)

2년전 개발에 들어가 지난해 상용화에 성공한 ‘하이워커’ 솔루션은 이미 약 40개 업체가 유료로 사용 중이다. 개발과 동시에 현장 PoC(개념검증)을 이어오며 삼성물산 FutureScape 데모데이 최우수상 수상, 산업안전보건공단 바우처 공급기업 등록을 위한 최종 단계 진입, SP 인증(정부가 우수한 소프트웨어 개발·운영 프로세스를 갖춘 기업에 부여하는 인증) 1등급 취득 등 ‘현장 검증→시장 신뢰’의 이정표도 쌓아가고 있다.

사실 하이로컬의 출발점은 지금과는 좀 달랐다. ‘다양한 언어를 쓰는 사람들 간에 소통을 돕는다’는 가치는 변함이 없지만 초기에는 보다 범용 적인 언어 소통과 교육 문제에 집중했다. 때는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오프라인 언어교환 커뮤니티 운영에서 영감을 얻은 윤 대표는 ‘외국인·해외경험·언어 교육’을 핵심 키워드로 삼고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곧 오프라인 커뮤니티는 확장 국면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으며 큰 위기에 직면했다. 하지만 포기는 없었다. 윤 대표는 사명과 같은 라이브 오디오 언어교환 앱 ‘하이로컬’로 피보팅을 하며 업계 주목을 받았고 신규 투자 유치도 성공했다.

윤 대표는 이 시기를 ‘오프라인 기반 사업의 디지털 전환’ 계기로 꼽았다. 결과적으로 오프라인 언어교환으로 시작된 시도는 스마트폰에서 ‘다자간 소셜 토킹’으로 옮겨 글로벌 서비스로 확장했고, 이는 다시 ‘AI 튜터’라는 AI 기반 영어회화 플랫폼으로 고도화됐다. 누적 이용자는 200만 명까지 늘었다.

문제는 그러한 성장이 곧바로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윤 대표는 B2C(개인 대상 비즈니스) 소셜 앱 전반의 과금 방식에 거부감을 갖는 문화, 투자시장 냉각에 따른 자금 조달 문제 등을 겪으며 다시금 방향 전환을 고민했다.

이제까지의 성과와 문제점들을 돌이키며 B2B(기업 대상 비즈니스) 시장에서의 방향성을 가지고 가설을 세워가던 하이로컬은 결국 피보팅을 감행했다. 기존에 쌓아온 STT(Speech to Text)·통번역·실시간 소통 기술을 ‘가장 큰 문제를 겪고 있는 산업 현장’에 붙이는 것이었다. 윤 대표는 “수많은 현장을 돌며 외국인 노동자의 페인포인트가 결국 ‘언어’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실증 과정에서 확신이 굳어졌다”고 돌이켰다.

“B2C에서 B2B로 피보팅을 계획하고 2년 전부터 ‘하이워커’ 솔루션 개발을 시작했고, 솔루션이 어느 정도 개발 된 후에는 현장 검증을 통해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상용화된 것인 지난해였어요. 비록 ‘방향’은 바뀌었지만 ‘정체성’은 유지됐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외국인과 한국인을 연결한다는 범주는 그대로 두고, 그 연결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을 통번역과 교육으로 푸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거죠. 건설 등의 현장에서 언어 소통의 문제는 기업의 문제이기도 하고 업무 지연이나 안전사고 발생과도 연결이 돼 있었어요. 현장을 많이 돌면서 확실히 ‘하이워커’ 솔루션으로 사회적 문제도 풀고 우리의 성장도 가능하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각 분야 산업 현장 바로 적용해야 하는 솔루션 호평

최근 하이로컬은 현장 소장과 반장의 반복적인 행정 업무 부담을 줄이고, 실제 안전 조치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AI 기반 위험성평가 지원 서비스’를 하이워커에 탑재했다.

반응은 즉각적으로 돌아왔다. 효용성을 확인한 건설사들이 정식 계약을 통해 하이워커를 도입했고, 건설 관련 기관과 학계에서도 “바로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이라는 호평이 이어졌다. 고객사도 일반 건설사를 넘어 중공업 현장, 조선소 등으로 확장 중이다. 윤 대표는 “산업 현 장 전체를 타깃하고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당장은 건설 분야에 외국인 노동자가 많기 때문에 빠르게 도입되고 있어요. 조선업도 그렇고요. 제조업의 경우는 단순 반복 업무가 구조화돼  소통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관심을 얻고 있죠. 농업이나 수산업 등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분포한 분야도 확장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더 나아가 지자체나 외국인지원센터 등을 통해 전국 각지 다문화 가정의 교육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죠.”

하이워커를 설명할 때 윤 대표가 가장 강조하는 건 현장의 사용성이다. 이미 대중화된 스마트폰과 노트북만으로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개발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요즘 나오는 생성형 AI와 번역기 솔루션과 무엇이 다를까’ 윤 대표의 답은 명확하다.

“하이워커 솔루션이 해결하는 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닌 현장에서 사람들이 직면하는 사용자 경험(UX)의 혁신이예요. 가령 하이워커는 현장에서 다양한 언어들이 실시간으로 통·번역이 이뤄지지만 기존 생성형 AI나 번역기는 불가능하죠. 즉 ‘하이워커’는 다양한 언어를 쓰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번에 안전 이슈를 전파하거나 소통을 하는데 최적화된 솔루션입니다.”

예컨대 동시통역이 가능하더라도, 앞서 언급한 TBM처럼 소음이 심하고 인원이 많으며 자료 공유가 함께 이뤄져야 하는 상황에선 ‘현장형 흐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많은 산업 현장에서 한국인 관리자가 안전·공정 정보를 전달할 때, 외국인 노동자가 내용을 놓치면 그날의 작업 품질뿐 아니라 위험관리 자체가 흔들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윤 대표는 범용 통번역이 ‘현장 용어를 전문적으로 학습했는가’ ‘관리자가 올리고 싶은 자료를 먼저 업로드하고 그 자료까지 번역하며 실시간 통역을 해주는가’라는 문제 앞에서 한계를 드러낸다고 강조했다.  

또한 하이워커는 ‘무전기’의 직관을 소프트웨어로 가져온 점도 주목할 만하다. 관리자가 자료를 준비하고 QR 코드를 공유하면, 노동자들은 QR 스캔 한 번으로 각자의 언어 화면에 진입한다. 이후 관리자가 말하면 음성과 자막이 실시간 번역으로 전달된다. 윤 대표는 이를 “무전기 업계에서 말하는 LTE 무전기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하이워커가 개발한 ‘발표 모드’는 이 UX를 더욱 끌어 올린 기능이다. 1:1 대화가 아니라, 한 명의 발표자 메시지를 다국적 인력에게 동시에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최적화했다. 강의나 교육 뿐 아니라 화상 회의, 유튜브 영상 등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실시간으로 다국어 자막이 제공돼 글로벌 콘텐츠 제작이나 원격 회의에 유용하다. QR 스캔 기반 참여, 화면 자막 중심 전달, 발표자 단일화로 음성인식·번역 정확도를 끌어올리는 구조는 기존 하이워커의 장점을 그대로 이어간다.

최근 하이워커가 개발한 ‘발표 모드’는 산업 현장의 사용자 경험을 최대로 끌어 올린 기능이다.

이러한 ‘하이워커’는 기술적으로는 100개 언어가 가능하고, 전문 용어 학습을 통해 40개 이상 언어를 높은 정확도로 제공한다. 특히 건설 현장 은어·일본식 표현까지 반영해 ‘현장 언어’ 수용율을 극대화 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외국인 노동자가 관리자가 될 수 있는 시대 열 것

하이워커에 대한 평가는 특히 한국인 현장 관리자들 사이에서 인상적인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하이워커를 이용하는 A사의 경우 외국인 노동자들 대부분이 교육 시간에 졸기 일쑤였지만, 하이워커 도입 이후 자국어가 나오니 집중도가 달라졌다고 한다. 현장 설문 결과는 더욱 놀랍다. 관리자의 93%가 ‘외국인 노동자들의 업무 이해와 안전 확보에 도움이 됐다’고 응답한 것이다.

현재 하이워커는 전국 각지 주요 공단에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형태로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윤 대표는 미국과 일본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등 세계 각국의 산업 현장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를 위해 윤 대표가 집중하고 있는 것이 표준화와 사용성이다.

“저희가 올해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사용하게 할 것인가’ 입니다. 특별한 오리엔테이션 없이도 즉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넘어 다양한 시스템, 장비와도 연동되도록 해 실질적인 사용성을 더 높이는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대기업 향으로는 모듈화된 기능을 제공하고 중소 업체들에게는 SaaS 표준 제품을 제공하는 식으로 고객 요구에 맞춰 대응해 나갈 생각입니다.”

윤정호 하이로컬 대표가 집필한 '외국인 노동자' 이달 출간을 앞두고 있다. (이미지=하이로컬)

인터뷰 말미, 윤 대표가 강조한 하이로컬의 또 다른 관심사는 ‘외국인 노동자의 역할 변화’다. 무수한 산업 현장을 돌아다니며 외국인 노동자의 문제를 확인하고 공감하며 알게 된 사실들이 적지 않다. 더 먼 과거를 돌이키자면 그 역시 한때 호주 워킹홀리데이 시절, 한 명의 외국인 노동자였기도 했다. 하루 15시간씩 접시를 닦고, 3잡(3 job)을 뛰며 차별과 임금 체불, 언어 장벽에 직면했던 당시의 경험은 언어 문제를 넘어 외국인 노동자가 직면한 현실의 문제로 그의 시선을 넓혔다. ‘언제까지 단순 노동만 시킬 것인가, 그들도 관리자가 될 수 있다’는 문장을 전면에 내세운 책을 통해 윤 대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뭘까?

“저희 솔루션을 소개하러 전국 각지 산업 현장을 돌아다니다 보니 생각보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편파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여러 기업 대표님, 관리자 분들과도 이야기하면서 외국인 노동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고,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지, 성장시킬 수 있는지를 알게 됐죠. 그런 내용들을 말씀드리면서 어느 새부터는 제가 솔루션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외국인 노동자 관리 컨설팅까지 하고 있더군요(웃음). 실제로 지금 한국은 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 소멸, 인력 부족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어요. 지금 산업현장에 필요한 것은 ‘값싼 노동력’을 넘어 업무를 이해하고 지시할 수 있는 사람이죠. 실제 기업들, 고용주들이 직면한 문제기도 해요. 이제는 한국인 관리자를 구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그 빈 자리를 메워 줄 인력이 필요하다는 거죠. 제 이야기를 귀담아들으시는 대표님들을 보며 결국 책까지 쓰게 됐습니다. 물론 저희 솔루션 소개와 활용법도 포함했어요(웃음).”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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