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 경영진의 의문의 매도 타이밍, 관세 충격 직전 대규모 현금화

[AI요약] 관세 공포로 미국 증시가 급격히 위축되기 바로 직전, 실리콘밸리 최고 부유층이 대량의 보유 지분을 처분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내부자 거래 추적 전문기관 워싱턴서비스가 공개한 자료를 블룸버그가 분석한 결과,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금융업계 거물 제이미 다이먼 등이 올해 초 수천억 원대 주식을 현금화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 발표로 시장이 출렁이기 불과 몇 주 전의 일이다.

"우연인가, 예견인가"라는 의문이 투자업계에 확산되고 있다. 고위 경영진이 회사 내부 사정을 일반 투자자보다 앞서 파악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포트폴리오 관리 방식은 주목할 만한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왼쪽부터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사프라 캐츠 오라클 CEO. (사진=링크드인, 위키피디아)

초호화 경영진의 타이밍 포착

워싱턴서비스 집계를 보면, 올해 1~3월 사이 미국 상장사 내부 관계자 약 3,900명이 회사 지분을 처분했다. 매각 규모는 금액 기준 155억 달러, 한화로 환산하면 약 22조 원에 육박한다.

이 중에서도 저커버그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그가 배우자 프리실라 챈과 함께 운영하는 자선 기구 'CZI'를 통해 메타 지분 110만 주를 처분했는데, 현금화한 금액은 무려 1조 원을 넘어선다.

주목할 점은 매도 시점이다. 저커버그는 메타 주가가 역사적 정점을 찍었던 1~2월 사이 집중적으로 지분을 정리했다. 당시 메타는 AI 분야 공격적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고, 주가는 600달러 선을 돌파했다. 하지만 4월 들어 관세 이슈가 본격화하자 주가는 고점 대비 3분의 1가량 빠졌다.

클라우드 데이터 분야의 강자 오라클도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CEO 사프라 캐츠는 1분기 중 보유 주식 380만 주를 시장에 내놨고, 확보한 현금은 1조 원 규모다. 오라클 역시 연초 최고점 부근에서 거래되다가 관세 발표 후 10% 넘게 추락했다.

월가의 대표 인물인 JP모건의 다이먼 회장도 같은 시기 3,300억 원 상당의 자사주를 팔았다. 그는 최근 공개 석상에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경기 둔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던 바 있어, 그의 발언과 행동이 일관성을 보인 셈이다.

사전 계획인가, 정보 우위인가

다이먼 측 대변인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매각은 수개월 전에 이미 계획되고 공시된 것"이라며 우연의 일치임을 강조했다. 저커버그와 캐츠 진영은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실제로 대기업 임원들이 정기적으로 보유 지분을 현금화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세금 납부, 자산 다각화, 자선 활동 등 다양한 이유로 주식을 파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번에도 관세 이슈를 예측하고 의도적으로 매도했다는 직접적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이들은 '완벽한 타이밍'에 주식을 정리한 셈이 됐다. 만약 몇 주만 늦게 팔았더라도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이 수천억 원대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부유층 투자자들이 일반인과는 다른 차원의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들은 시장 흐름을 선제적으로 읽고,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포트폴리오 조정을 습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보다는 완화된 매도 압력

흥미로운 점은 올해 내부자 매도 규모가 전년 대비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 2024년 같은 기간에는 약 4,700명의 내부자가 281억 달러어치를 처분했는데, 올해는 인원과 금액 모두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작년에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혼자서 85억 달러, 한화 약 12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의 지분을 정리해 화제가 됐다. 반면 올해는 일론 머스크처럼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영향력을 확대한 인물은 대규모 매도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의 일부 테크 업계 억만장자들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시장이 폭락하기 전에 주식을 매각했다. (사진=익스프레스트리뷴 뉴스 갈무리)

1분기 주요 매도자 명단

워싱턴서비스가 발표한 1분기 금액 기준 상위 매도자는 다음과 같다.

△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 약 1조 원
△ 사프라 캐츠 (오라클 CEO) - 약 1조 원
△ 니케시 아로라 (팔로알토네트웍스 CEO) - 약 6,000억 원
△ 스티븐 코언 (팔란티어 CEO) - 약 4,800억 원
△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 - 약 3,300억 원
△ 에릭 레프코프스키 (템퍼스AI CEO)
△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
△ 찰스 데이비스 (액시스캐피털홀딩스 이사)
△ 맥스 드 그로엔 (뉴타닉스 이사)
△ 트래비스 보어스마 (더치브라더스 CEO)

저커버그와 트럼프의 미묘한 관계

저커버그의 재산 감소는 그가 최근 트럼프와의 관계 개선에 공을 들여온 점을 고려하면 아이러니하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메타 주가 폭락으로 저커버그의 순자산은 연초 대비 약 300억 달러(약 43조 원) 줄어들었다. 그는 지난 1기 트럼프 행정부 시절 대립각을 세웠지만, 최근에는 화해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저커버그는 트럼프 취임식에 거액을 기부했고,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또한 2021년 1월 6일 의사당 난입 사건 이후 트럼프 계정을 정지시킨 것을 두고 트럼프가 메타를 상대로 낸 소송을 2,500만 달러(약 358억 원)에 합의했다. 이 중 대부분은 트럼프 기념 도서관 건립 기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시장은 내부자 매도를 어떻게 읽나

일반적으로 기업 고위 임원의 대량 매도는 시장에서 부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회사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지분을 줄인다는 것은, 향후 전망에 대한 확신이 약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순히 매도 사실만으로 회사의 미래를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조언한다. 내부자 매도에는 개인적 재무 계획, 세금 전략, 분산 투자 등 다양한 배경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처럼 시장 대변동 직전에 대규모 현금화가 집중됐다는 점은, 고위 경영진들이 변동성 리스크를 사전에 감지하고 대응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일반 투자자들은 이런 움직임을 참고해 자신만의 리스크 관리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류정민 기자

znryu@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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