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중국 상무부는 ▷희토류 수출통제 역외 적용(오는 12월 1일 시행) ▷수출통제 품목 확대(11월 8일 시행) ▷희토류 기술 통제(바로 시행) 등 수출통제 강화 조치를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2023년 갈륨·게르마늄, 2024년 텅스텐에 이은 네 번째 희토류 무기화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12월 1일부터 발효되는 희토류 수출통제 역외 적용이다. 이는 미국이 반도체의 대중 수출을 제한할 때 적용한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Foreign Direct Product Rule)과 유사하다. 중국 내 생산품에 더해 중국산 희토류가 0.1% 이상 포함된 제품까지 통제 대상으로 삼아, 사실상 글로벌 공급망 전체를 중국의 통제권 안에 두겠다는 의도다. 이를 두고 미국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중국이 희토류를 전략무기로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완성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희토류 독점력은 압도적이다. 전 세계 채굴량의 약 60%, 정제·가공의 70~90%를 장악하고 있으며, 특히 중희토류(디스프로슘, 터븀 등)는 사실상 100% 중국에 의존한다. 한국은 희토류의 50~80%를 중국에서 수입하며, 미국도 78%를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 희토류 수출 통제 정책을 두고 전문가들은 "중국의 희토류 통제는 단순한 무역 제재가 아니라 글로벌 산업 구조를 재편하려는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타격은 즉각적이고 광범위하다. 삼성전기는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제조에 필수적인 디스프로슘의 절반 이상을 중국에서 수입한다.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 모터용 네오디뮴 영구자석 공급망이 직접 타격을 받는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반도체 연마공정에 필요한 세륨, 이트륨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방위산업은 더욱 심각하다. 중국은 해외 군수기업으로의 희토류 수출을 전면 금지했는데, 한국의 유도무기 시스템과 전투기 부품에 희토류가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앞서 2024년 중국이 희토류 수출 허가제(사실상 수출중단) 도입 당시에도 관련 기관에서는한국 제조업 생산차질 규모가 연간 최대 23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전기차 배터리 업계는 특히 취약하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양극재 원료인 리튬, 니켈, 코발트의 상당량을 중국에서 조달하고 있어 대체 공급망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한국 정부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16일 문신학 산업통상부 1차관 주도로 기획재정부, 외교부, 환경부 등이 참여하는 범부처 긴급 TF를 출범시켰다. 이미 한국은 2023년 2월 발표한 '핵심광물 확보 전략'을 기반으로 ▲공급망 다변화 ▲국제협력 강화 ▲재자원화 산업 육성 ▲핵심광물 비축 확대 등 4대 전략을 추진해왔다.
올해의 경우 핵심광물 비축에 2,331억 원을 배정해 전년 대비 526% 증액했으며, 2030년까지 특정국 의존도를 현재 70%에서 50%대로 낮추고, 재자원화율을 7%에서 20%로 확대하겠다는 구체적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 중 '도시광산' 사업은 자원 빈국 한국이 실질적으로 확보 가능한 유일한 광물 공급원이자, 친환경성까지 갖춘 미래 전략 산업으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희토류 공급망 불확실성 증대에 대응하는 한국의 정책적 전략들
산업부와 한국광해광업공단(KOMIR)이 추진하는 핵심광물 확보 전략은 크게 네 개 축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축은 공급망 다변화다. 한국은 올해 8월 베트남과 핵심광물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본격적인 공급망 재편에 나섰다. 베트남은 희토류 매장량이 2,200만 톤으로 세계 2위 수준이며, 최근 채굴 및 정제 산업 육성에 적극적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은 베트남 지질광물자원연구소와 공동 탐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기술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호주와의 협력도 심화되고 있다. 호주는 희토류 매장량 440만 톤으로 세계 6위이며,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서방 국가들의 주요 협력 대상이다. 지난해 10월 한국광해광업공단은 호주 라이너스(Lynas Rare Earths)와 희토류 장기 공급 계약 체결을 논의했다. 캐나다와도 리튬, 니켈 등 배터리 광물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올해 4월에는 캐나다 광산 기업 네오 퍼포먼스 머티리얼스(Neo Performance Materials)와 한국 기업 간 파트너십이 성사됐다.
미국 주도의 광물안보파트너십(MSP)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MSP는 지난 2022년 6월 출범한 14개국 협의체로, 핵심광물 공급망의 투명성·지속가능성·다양성 확보를 목표로 한다. 한국은 2023년 3월 정식 가입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한미 공급망 장관급 대화에서 핵심광물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중국 중심의 공급망에서 벗어나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전략을 구축하려는 시도다.

두 번째 축은 국제협력 체계 구축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은 2023년 9월 인도네시아 에너지광물자원부(ESDM) 산하 연구기관과 희토류 및 리튬 재활용 기술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인도네시아는 니켈 생산 세계 1위 국가로,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서 핵심 파트너다. KIGAM은 폐배터리에서 니켈을 추출하는 습식제련 기술을 이전하고,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발생하는 재활용 원료를 확보하는 win-win 구조를 만들고 있다.
일본의 사례 역시 한국에 중요한 교훈을 준다. 일본은 2010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당시 중국의 희토류 수출 중단으로 '희토류 쇼크'를 겪었다. 당시 중국 의존도는 90%에 달했다. 일본 정부는 즉각 대응에 나서 호주, 인도, 카자흐스탄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해저 열수광상 탐사에 나섰다. 히타치는 자사 소비량의 10%를 도시광산에서 조달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그 결과 2018년에는 중국 의존도를 58%까지 낮췄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일본 모델을 벤치마킹하되, 더 빠른 속도로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세 번째 축은 세제·금융 지원 확대다. 올해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이 제정되면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 법에 따라 '핵심광물 선도사업자 제도'가 도입됐으며, 선정된 기업은 3년간 ▲저리 융자 ▲R&D 자금 지원 ▲법인세·관세 감면 ▲공공조달 우선권 등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 국내 리튬 종합소재기업 하이드로리튬은 2025년 탄산리튬·수산화리튬 부문 선도사업자로 선정돼 충남 금산과 새만금에 생산 공장을 구축 중이다. 하이드로리튬은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염호(브라인) 개발 프로젝트에도 참여하며 해외 자원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또한 올해 3월 정부가 발표한 '2025 공급망 안정화 시행계획'에 따르면 3년간 55조 원을 투입해 공급망 안정화를 추진한다. 이 중 핵심광물 분야에만 약 8조원이 배정됐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공급망 안정화 기금'을 조성해 기업들의 해외 광산 지분 투자, 장기 구매 계약, 재활용 시설 구축 등을 지원하고 있다. 중소기업에는 신용보증 확대와 이자 보전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네 번째 축은 핵심광물 비축 강화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이 운영하는 군산 희소금속 비축기지는 리튬, 코발트, 니켈, 망간, 희토류 등을 전략적으로 비축하는 국가 차원의 안전판이다. 올해 예산은 2331억원으로 전년(373억 원) 대비 526% 증가했다. 이는 석유 비축과 유사한 개념으로, 공급 중단 시 최소 3~6개월 치 산업용 원료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새만금에는 추가로 핵심광물 비축 및 가공 시설이 조성되고 있다.
한편 이러한 전략 외에도 가장 현실적이고 즉각적이며 지속 가능한 또 다른 방안이 재자원화, 즉 도시광산 사업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데이터에 따르면 천연 리튬 광석 1톤에서 1.4kg의 리튬을 추출하는 반면, 폐배터리는 톤당 최대 70kg의 리튬을 회수할 수 있어 효율성이 50배에 달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도시광산이 천연광산 채굴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80% 감축할 수 있으며, 물 사용량도 9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측 전문가는 "한국은 천연자원 빈국이지만 첨단 제조업 강국이라는 점에서 도시광산은 필연적 선택"이라며 "국내에서 발생하는 폐전자제품, 폐배터리만 제대로 회수해도 희토류·리튬 수입량의 20~30%를 대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부는 2030년까지 재자원화율을 현재 7%에서 20%로 끌어올리는 것을 핵심 목표로 설정했다. 이는 천연자원 확보보다 기술력과 시스템 구축으로 달성 가능한 목표라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세계 최고 수준 재활용 기술 보유, 600조 원 시장 공략 나선 한국
도시광산(Urban Mining)은 폐전자제품, 폐배터리, 폐촉매, 폐인쇄회로기판(PCB) 등 산업폐기물에서 금, 은, 구리, 리튬, 코발트, 니켈, 희토류 등 유가금속을 추출·정제해 산업 원료로 재투입하는 자원순환 시스템이다. '도시에 축적된 폐기물이 곧 광산'이라는 개념으로, 1980년대 일본 도호쿠대학 난조 미치오 교수가 처음 제안했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학계와 산업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했고, 2010년대 이후 본격적인 산업화 단계에 진입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조사에 따르면 국내 도시광산 업체는 2024년 기준 917개에 달한다. 이 중 58%가 10인 이하 소기업이지만, 최근 SK에코플랜트, LG화학, 고려아연 등 대기업이 'Big 3'로 적극 진출하며 산업 지형이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전체 재자원화 기업 211곳 중 80%가 종업원 20인 미만 업체로, 중소·벤처 중심의 생태계가 형성돼 있다. 지역적으로는 수도권(경기·인천)과 경상권(울산·경남)에 대다수 업체가 집중돼 있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2023년 85만 톤에서 2030년 156만 톤(약 70조 원), 2040년 619만 톤(약 230조 원), 2050년에는 600조 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4년 11월 발표한 '핵심광물 재활용 보고서'에서 구리 스크랩 발생량이 2023년 1600만 톤에서 2050년 2700만 톤으로 증가하며, 재활용 구리가 2050년 전체 구리 수요의 4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태양광 폐패널 누적 발생량이 2030년 약 800만 톤, 2050년 약 78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폐기물 발생량도 급증세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2021년 440여 개에 불과했던 국내 폐배터리 발생량이 2029년 8만 개, 2030년 연간 10만 개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전기차 보급 확대로 2030년 이후에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e-폐기물(전자폐기물)도 해마다 260만 톤씩 증가해 2030년에는 8,2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도시광산 산업의 가장 큰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올해 2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재활용 기술을 개발해 리튬 추출률 99.8%, 순도 98.8%를 달성했다. 이는 신품 배터리 제조에 즉시 투입 가능한 수준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재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 소금물(NaCl) 형태로 친환경적이라는 점이다. 기존 습식제련 방식은 강산을 사용해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했으나, 이 기술은 탄산수를 활용해 환경 부담을 최소화했다.
아주대 황종국 교수팀은 올해 1월 폐배터리에서 고가 금속을 선택적으로 회수하는 고성능 리튬 이온 교환막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리튬만을 선택적으로 분리해 추출 효율을 극대화하고, 니켈·코발트 등 다른 금속과의 분리 공정을 단순화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2024년 11월 폐양극재를 100% 신제품처럼 복원하는 '직접 재활용(Direct Recycling)' 기술을 개발해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 이 기술은 기존 습식제련 방식보다 공정이 단순하고 에너지 소비가 30% 적다.
주요 기업 사례를 보면 성공 가능성이 더욱 명확해진다. SK에코플랜트는 싱가포르, 프랑스, 상하이 등에서 연간 1.5만 톤 규모의 재활용 시설을 운영하며 전자폐기물 분야에서 글로벌 최다 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2024년 3월 환경부와 '폐배터리 재활용 생태계 조성' 협약을 체결하며 재생원료 인증체계 구축에 나섰다. 이는 EU 배터리법이 2031년부터 리튬 6%, 코발트 16%, 니켈 6% 재활용을 의무화하는 데 선제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SK에코플랜트는 금속 추출, 완전방전, 폐수저감, 처리공정 최적화 등 4대 핵심기술을 확보했으며, 2023년 10월 미국 테네시주에 첫 한미 합작 폐배터리 재활용 법인을 설립했다. 지분율 64%로 주도권을 확보했으며, 2025년 1월 본격 가동을 시작해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른 북미산 재료 인센티브를 활용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세계 1위 제련기업 지위를 활용해 도시광산 사업을 대대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연간 아연 64만 톤, 연 43만 톤, 금 12톤, 은 2200톤, 황산 130만 톤을 생산하는 거대 제련 인프라를 도시광산과 결합하고 있다. 2024년에는 이그니오홀딩스가 보유한 미국·유럽의 폐전자제품 수거·처리 업체들을 인수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미국 시카고에 위치한 '페달포인트(Pedal Point)'는 고려아연의 도시광산 전초기지로, e-폐기물에서 금, 은, 구리, 팔라듐 등을 추출하고 있다. 2025년 6월부터는 전략광물 안티모니를 미국에 직접 수출하며 구체적 성과를 내고 있다.
안티모니는 반도체, 방위산업에 필수적인 소재로 중국이 90% 이상 생산을 독점하고 있는데, 고려아연은 도시광산을 통해 이를 돌파했다. 고려아연은 또한 폐배터리 과충전을 통한 고수율·고순도 先 리튬추출 기술과 CO₂ 배출저감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성일하이텍은 2007년 설립된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기업으로, 2022년 코스닥 상장에 성공하며 도시광산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배터리 스크랩을 수거해 전처리 공정을 거친 후 습식제련으로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을 회수하는 하이드로 리사이클링(Hydro Recycling)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배터리 파우더 회수부터 양극재 원료소재 생산까지 사업 영역을 수직 계열화했다. 특히 폐수무방류시스템을 도입해 재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방출하지 않고 다시 공정수로 활용하는 친환경 시스템을 갖췄다. 삼성SDI, SK이노베이션과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안정적 사업 기반을 확보했다.
중소기업 중에서는 ‘한민’이 주목받는다. 2007년 김재찬 대표가 설립한 한민은 폐PCB(인쇄회로기판)에서 귀금속을 추출하는 사업으로 시작했다. 초기에는 일본에 t당 80만원에 수출하다가 가치를 알게 된 후 미국으로 시장을 넓혀 t당 1000만원 수준으로 제값을 받았다.

2020년 80억 원 매출에서 2023년 500억원, 2024년 800억원으로 급성장했으며, 올해 목표는 1500억 원, 2030년 목표는 1조원이다. 특히 2024년 6월 충남 예산에 가동한 도시광산 전문 제련소는 중소기업으로서는 파격적인 투자다. 전자분해 공법과 분자 용해 추출 공법을 적용한 특허 기술로 유해물질 수치를 일반 공업단지 평균의 144분의 1 수준으로 낮춰 환경성을 입증했다. 한민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인하대, 경기대와 협력해 희소금속 추출 연구를 진행 중이며, 2027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외에도 포스코HY클린메탈은 포스코그룹의 재활용 자회사로, 탄산리튬, 황산코발트, 황산니켈 추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LS MnM은 울산 온산제련소에서 폐동 스크랩으로 구리를 추출하며, 연간 약 40만 톤의 구리를 생산한다. LG화학은 배터리 소재 기술과 도시광산을 통합해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금속을 배터리 소재로 직접 재투입하는 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지정학적으로도 한국은 유리한 위치에 있다. 한국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전자제품 생산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면서 동시에 대량 소비국이다. 2024년 기준 한국의 반도체 생산량은 세계 2위, 배터리 생산량은 세계 2위, 전자제품 수출액은 세계 4위다. 이는 재활용 원료가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의미로, 원료 수급의 안정성을 구조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좁은 국토에 산업시설이 집약돼 있어 폐기물 수거·운송 효율성도 높다.
원료 확보·관세 문제로 발목... "제도 개선 없인 성장 한계"
이렇듯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600조 원 시장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한국 도시광산 산업의 발목을 잡는 것은 구조적 한계다. 가장 큰 문제는 원료 확보다. 최근 국내 도시광산 업체들은 원료의 70% 이상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자원 빈국이 도시광산마저 해외 의존적이라는 역설적 상황이다.
국내에는 폐기물 수거·분류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가전제품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는 존재하지만, 폐반도체, 폐서버, 폐통신장비 등 산업용 전자제품은 제도 사각지대에 있다. 한 도시광산 업체 관계자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폐PCB, 폐서버의 70% 이상이 수출되고 있다"며 "해외로 나간 폐기물을 다시 수입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더 심각한 것은 관세 문제다. 한국은 주요 경쟁국과 달리 폐금속류에 통상 3%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일본은 재활용 원료에 관세를 면제하고, 미국도 IRA를 통해 재활용 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한다. 중국은 2017년까지 전 세계 폐기물의 절반을 수입하며 도시광산 대국으로 성장했고, 2018년 수입 금지 이후에도 특정 재활용 원료는 관세 면제로 수입하고 있다. 유럽은 순환경제 정책의 일환으로 재활용 원료 거래를 적극 지원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사업 시작 단계부터 다른 나라 재자원화 기업들과의 원가 경쟁에서 3% 뒤처진 채 출발한다"며 "글로벌 재활용 원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성토하고 있다.
한국광해광업공단 조사에 따르면 국내 재자원화 기업 211곳 중 80%가 종업원 20인 미만 소규모 업체로, 영업이익률이 5~10%에 불과해 3% 관세가 수익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관세를 환급받기 위해 국내에서 추출한 핵심광물을 다시 수출하는 모순적 상황에 놓여 있다.

이에 정부도 문제를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5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발표한 '재생원료 인증제' 도입이 대표적이다. 이는 폐배터리나 제조 불량품에서 회수한 황산니켈, 황산코발트, 탄산리튬 등 유가금속을 '재생원료'로 인증하고, 신품 배터리에 해당 원료를 사용했는지와 함유율을 확인하는 제도다.
한국환경연구원은 생산인증제도의 방향성을 제시하며 "재생원료 품질 표준화와 인증 체계가 갖춰지면 기업들이 재생원료를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25년 6월 23일 환경부 주최 '배터리 순환이용 전문가 토론회'에서는 LFP 배터리 재활용과 인증제 구체화 방안이 논의됐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산업부 국가기술표준원이 리튬, 니켈, 코발트 등 배터리 핵심광물에 대한 우수재활용제품(GR) 인증기준을 마련했다. 기술표준원은 시험·분석방법을 개발하고 이들 광물에 대한 GR 인증을 통해 품질 우수성을 보장하며, 공공조달 우선구매 등으로 판로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는 EU 배터리법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EU는 2031년부터 리튬 6%, 코발트 16%, 니켈 6% 재활용을 의무화하고, 2036년에는 리튬 12%, 코발트 26%, 니켈 15%로 기준을 상향한다.
이어 지난달 산업부는 민간기업·전문가가 참여하는 '핵심광물 재자원화 정책 제안 회의'를 개최, 업계 사정을 청취하고 올해 말 수립 예정인 '핵심광물 재자원화 활성화 방안'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기획재정부, 환경부와의 범부처 TF를 통해 ▲할당관세 도입 ▲재활용 원료의 '자원' 재분류 ▲EPR 대상 확대 ▲재생원료 인증제 구체화 등이 논의되고 있다.
이 외에도 전문가들은 할당관세 적용, 폐기물 관리 제도 개선, 국가적 도시광산 클러스터 형성, 중소기업 인력 지원 확대를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자원 빈국 한국이 도시광산을 통해 자원 안보를 확립하고 600조원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정부와 산업계의 실질적 행동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