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AI 우위 신화, 엔비디아 수장이 꺼낸 불편한 진실

[AI요약] 미국이 인공지능 분야에서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통념에 제동이 걸렸다. 엔비디아를 이끄는 젠슨 황이 최근 해외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기술적 우위가 생각만큼 견고하지 않다는 시각을 제시하며 주목받고 있다. 그는 중국의 추격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미국이 현재의 입지를 유지하려면 전략적 재검토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중국과의 AI 기술 경쟁에서는 기술 우위를 지키고 있다는 인식은 위험하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미지=엔비디아)

황이 지적한 첫 번째 약점은 에너지 생산 역량이다. 지디넷과 CNBC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은 작년 한 해 동안 약 1만 테라와트시 규모의 전력을 공급했는데 이는 미국 생산량의 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시설이기에 에너지 공급 능력이 곧 AI 경쟁력으로 직결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오픈AI와 함께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에 천억 달러 이상을 투입할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러한 투자가 결실을 맺으려면 안정적인 전력 공급망이 전제되어야 한다. 미국에너지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전력 생산 규모는 미국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두 번째로 황이 주목한 영역은 반도체 자립도다. 많은 이들이 중국을 '칩이 없는 나라'로 여기지만 이는 착각이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화웨이를 비롯해 중국 내에서는 AI 칩 개발에 나선 신생 기업들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이들의 기술력은 단순히 무시할 수준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엔비디아가 블랙웰 프로세서로 첨단 칩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화웨이는 조만간 어센드 칩 기반의 새로운 컴퓨팅 시스템을 출시할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들에게 엔비디아 칩 사용을 금지하고 국산 칩 개발에 집중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알리바바와 바이두 같은 거대 기업들은 이미 자체 설계한 칩으로 AI 모델 훈련을 시작했다.

세 번째 차별점은 응용 프로그램 도입 속도다. 황은 중국의 AI 애플리케이션 확산 속도가 놀랍도록 빠르다며 우려를 표했다. 산업 규제가 느슨한 환경 덕분에 중국 기업들은 신기술을 실험하고 적용하는 데 있어 서구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국무원이 제시한 로드맵을 보면, 2027년까지 전체 인구의 70%가 AI 기술을 활용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로 설정되어 있다. 이러한 공격적 확산 전략이 실현된다면 AI 생태계의 주도권이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황의 경고다.

네 번째는 글로벌 시장 점유 전략이다. 중국 시장은 10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AI 연구 인력의 절반가량이 중국에 집중되어 있다. 기술 시장 점유율로 따져도 중국은 세계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방대한 인적·시장적 자원을 보유한 중국을 경쟁에서 배제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 황의 판단이다. 실제로 중국의 반도체 기술 진전과 AI 개발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중국 테크 기업들의 주가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알리바바는 연초 대비 거의 180% 상승했고, 샤오미는 125% 급등하는 등 중국 시장은 강력한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마지막으로 황이 강조한 것은 기술 표준의 글로벌 확산이다. 그는 미국이 자국 기술을 보호한답시고 고립시키는 전략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기술 스택이 전 세계 개발자와 시장의 대다수를 장악해야만 진정한 의미의 승리라는 것이 그의 논리다. 구체적으로 미국 기술이 글로벌 시장의 80%를 점유한다면 AI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반대로 20% 수준에 머문다면 이는 패배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수출 규제로 자국 기술의 확산을 막는다면, 결국 나머지 세계는 중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의 기술 생태계로 흡수될 것이라는 우려다.

엔비디아의 블랙웰 프로세서를 압박할 화웨이의 에센드 칩에 탑재될 새로운 컴퓨팅 시스템을 출시가 예고되고 있다. (이미지=엔비디아)

황의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전화 통화 이후 10월 말 한국에서 열릴 APEC 정상회의를 통한 만남을 예고한 시점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엔비디아는 AI 칩 제조 분야에서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중국 시장 접근이 제한된 상황에서 대안적 전략 모색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 9월 엔비디아는 오픈AI에 최대 1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통해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이러한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는 엄청난 에너지 소비를 수반하며, 바로 이 지점에서 중국이 미국을 크게 앞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황이 제시한 메시지의 핵심은 명확하다. 미국이 기술적 우위만 믿고 안주한다면 중국의 빠른 추격과 막대한 자원 동원 능력 앞에서 언제든 역전당할 수 있다는 경고다. 에너지 생산, 칩 개발, 응용 확산, 시장 장악, 표준 보급이라는 다섯 가지 축에서 중국은 이미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했으며, 미국이 진정으로 AI 패권을 유지하려면 폐쇄가 아닌 개방을, 고립이 아닌 확산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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